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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과 수단의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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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worth 작성일2010-07-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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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이런 미담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70세를 넘긴 어느 대부호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을에 도서관 건립 비용으로 몇십 억엔을 기부했다는 이야기인데, 그 기사에 따르면 그 노인은 어린 시절부터 향학열이 강하여 어릴 때부터 마음껏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책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책을 읽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나 어릴 때부터 돈벌이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책을 읽기 위한 돈도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결심을 했다.  좋아!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되기 위해, 우선 책에 대해서는 잊고 열심히 돈을 벌어 대부호가 되자! 그 결심대로 그는 책 같은 건 한 페이지도 읽지 않고 오로지 열심히 돈을 벌었고 결국 대부호가 되었다.  몇십 억 엔이라는 자산도 만들었다.  그러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책을 읽지 않고 살아온 가운데 어느덧 노년이 되어버렸다.  지금에 와서는 책을 읽기 위한 시간도 돈도 충분히 있지만, 지금까지 책을 읽지 않은 인생을 보내왔기 때문에 더 이상 책을 읽고픈 욕구도 기력도 없었다.

이야기 자체는 미담이다.  그렇지만 이 노인의 인생은 역시나 본인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듯이 어리석었다.  인생의 목적을 설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매몰되어 오로지 수단만을 추구하다보니 어느덧 인생이 거의 종착역에 이른 것이다.

- [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이전에 읽었던 책을 오늘 우연히 다시 펴들었는데 이 내용이 눈에 들어와 간단히 옮겨보았습니다.  개인적 경험으로도 어느 수준의 수단이 마련되면 다음부터는 목적 그 자체를 추구하면 될 텐데 쉽게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그 원인은 욕심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것들을 추구하려다 보니 결국엔 아무것도 추구하지 못하게 되는 원동력이 말이죠.  요즘 학교에선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것을 이루는 것을 가르치는 데 열중이지만, 정작 인생에선 '만족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한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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