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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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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도우리글이다 (58.♡.215.68) 작성일2009-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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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를 아십니까?       


달마다 나에게 배달되는 잡지가 있는데 제목이 '원우'이다. 원우? 처음 의아해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란 글자를 보고서야 이 연구소와 관계가 있겠구나 생각하지만 '원우'는 무슨 뜻일까, 아직 나에겐 암호이다.

내용을 보기로 했다. 2005년4월호는 차례를 'contents'라고 적었다. 영어를 좋아하고 漢字를 기피하는 과학자들이 만든 잡지인 것 같다. 이 잡지에는 놀랍게도 漢字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철저한 한글전용이다. 과학자들이 漢字를 쓰지 않고 어떻게 그 어려운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 秘法을 알고싶었다.

4월호 차례엔 이런 제목이 있다. '한국인의 원한과 해한'. 무슨 뜻일까. '원한'은 怨恨으로 짐작되는데 '해한'이라? 물론 나 같은 漢字 유식자는 추측할 수 있다. '解恨'일 것이라고.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해한'을 알기 위해서 국어사전을 찾아야 하는데 미안하지만 국어 사전에도 이 단어는 나와 있지 않다. 이로써 이 '해한'은 암호가 되는 것이다.

'원우'에는 이런 문장도 있었다.
<주요 구조물의 각종 재료에서는 재질특성, 가동환경, 응력상태, 구조특성 등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여러 유형의 손상, 결함, 열화 등이 생긴다>
보통의 한국인들이 이 문장을 읽고 '응력'과 '열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이 문장에는 핵심 단어 두 개가 암호이다. '응력'은 應力이고, '열화'는 '劣化'의 한글발음인 것으로 짐작된다. '劣化'는 어려운 말이지만 노력만 하면 그 의미를 알는 수 있다. '열화'는 그 노력의 실마리도 던져주지 않는다.

다시 '원우'로 돌아간다. contents라는 영어를 노출해서 쓸 정도라면 漢字는 왜 쓰지 않는가. 漢字는 지난 2000년의 민족사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남긴 사상,정치,문화,예술 등 거의 모든 정신문화를 기록한 우리의 글자이다. 국어는 70%의 漢字語와 약30%의 한글어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력연구소 같은 과학기관에서 쓰는 한국어에선 한자어의 비중이 더 높아진다. 과학의 개념어는 90% 이상이 한자로 써야 이해가 된다. 可水分解, 常溫 같은 것을 한글로 표기하면 의미가 아니라 소리만 전달된다.

'원우'도 소리이자 언어가 아니다. 언어는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원우'로써는 뜻이 전달되지 않으므로 언어가 아니라 '아!' '얏!'과 같은 소리일 뿐이다. 소리가 잡지의 제목이 되었다.

아직도 '원우'의 뜻을 모르겠다. 짐작은 할 수 있다. 이는 암호풀이이다. 한국인의 언어생활이 漢字기피로 해서 암호풀이로 변하고 있다. 암호풀이를 하면 어떻게 되나. 의심과 혼돈이 생긴다.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도 않으니 국가대사에 대해서도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이 잘 속게 된다. 촛불시위 같은 이미지 조작에 잘 넘어간다. 언어는 인간의 思考力과 정신력을 결정한다. 漢字를 죽이면 한국인의 정신도 죽는다!

'원우'는 '院友'인가 '原友'인가.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소리인가. 나를 궁금하게 만든 사람들은 나의 시간낭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시간은 생명이다. 나의 생명은 100년 이하일 것인데 그 일부를 암호풀이에 허비하도록 한 '원우'는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원우'는 정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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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 홈페이지에서 펌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저는 대망, 불모지대 등 일본소설을 볼 때 답답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일본인들 이름이 한자로 표기하면 쉽게 기억되는데, 원음을 한글로 표기하면 정말 헷갈립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헷갈려서 스토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잖아요. 앞을 읽다가 자꾸 뒤를 뒤적이게 되고....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정도는 워낙 많이 등장하고 많이 들었으니까 헷갈릴 것은 없습니다만, 노부히데, 미쓰히데, 노부야스 이렇게 나가면 조금씩 신경이 곤두서다가 기노치로, 하시바, 히데요리, 히데타다, 고니시 유키나가, 가또기요마사, 구로다 나가마사 이렇게 나가면 완전 뒤죽박죽이 되고.. 그 이상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한자로 표기하면 훨씬 쉬울 터인데 말이죠.

  중국과 관련된 것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이나 미국과 관련된 것이야 한자표기 자체가 어려우니까 논외로 합시다.

 

  물론 발음 그대로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어, 어휘등을 기억하는 데는 연상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한 소리만으로는, 기존에 배우고 익힌 어휘 만으로는 연상을 할만한 실마리를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말, 언어, 기록 등의 수준은 문명의 수준을 가름하는 데, 집단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정치, 군사, 경제력 보다 훨씬 중요한 바탕입니다.

 

  민족주의, 반일반미, 국수주의, 한글전용 주의의 함정을 다시한번 살피게 됩니다

댓글 1

흠님의 댓글

125.♡.70.43

  이런.. 쩝.. 조갑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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