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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야기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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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작성일2004-09-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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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류션님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어떻게 설득할 지에 대한 글을 읽고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설득해야만 제대로 된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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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0년후의 미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아닐까요?
물론 지금 당장 살기 힘든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안한다는 건 말이 안되지요.
예전에 보릿고개가 한창인 시절이 있었죠. 사실 저도 보릿고개를 겪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어른들은
보릿고개를 많이들 알고 계시죠. 보리가 이삭이 패이기 전에 이미 작년에 수확했던 쌀이든 고구마든 감자든 다 떨어지고 먹을 게 없어 나무 껍질을 패어먹기도 했었다는 군요. 그런데 보릿고개가 그렇게 한창이던 시절에도 "절대로" 건드리지 않았던게 그 해 농사지을 곡식의 종자였습니다. 지금 배가 고프다고, 굶어죽는다고 곡식종자에 손대기 시작하면 "정말로" 그해에는 굶어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고 미래를 위해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면 미래는 굶어 죽을 게 뻔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는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오른쪽에 중국이 있어 싼 임금에 부려먹을 수 있는 시장이 엄청나게 크게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에는 세계 1, 2등의 기술력을 다투는 일본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경쟁상대를 중국으로 할지(가격경쟁) 일본(기술경쟁)으로 할 지. 많은 기업하시는 분들이 한국은 임금이 높고 노동쟁의가 많아서 중국으로 간다고 하시죠.. 맞습니다. 가격경쟁으로는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단 하나 남은 저임금 고급노동력 시장이 북한이라지요. 아직 북한의 사정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 부분은 그냥 여백으로 남겨놓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낮은 임금을 유지하면서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중국과 경쟁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저임금 노동으로 중국을 이기려면 우리의 임금수준을 1/10, 1/100로 줄여야 하는데 이말은 지금의 물가 수준에서 200만원 받던사람이 20만원 또는 2만원만 받고 "죽으라고" 일하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에서는 절대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에서만 이런 것이 아니고 세계적으로 저가로 판매하는 곳은 대부분이 중국이 석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따라오는 분야는 예전의 "물수건" 따위가 아니라 고급 기술의 영역에서도 저가공세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즉, 지금 경쟁력이 있는 분야도 앞으로 10년내에는 중국에 의해 완전히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의 경쟁상대인 일본을 생각해 봅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과학기술적 잠재력은 어마어마 합니다. 작년까지 3년연속 노벨상을 수상한 나라입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을 제외하고는 이런 성과를 내는 나라는 없습니다. 튼튼한 과학적 토대위에 많은 세계적 기업들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지요. 그렇지만 일본이라고 모든 분야를 모두 석권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유야 어떻든 몇몇 분야는 벌써 우리나라가 따라잡고 능가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렇게 우리가 몇몇 분야에 일본을 따라잡고 때로는 넘어서기도 한 이유는 과학기술자들이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과학기술분야는 목표를 제대로 잡고 제대로 노력을 한다면 모든 분야는 힘들겠지만 몇몇 분야는 분명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술개발을 하기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고급의 엔지니어에 대한 투자를 더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힘을 써야할 것은 기술개발의 기초가 되는 기초과학 그리고 응용에 필요한 응용기술에 대한 투자에 힘을 써야 10년후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근데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라는게 미래를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산업의 방향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으로 바꾸기는 커녕 지금 당장 힘들다는 기업들의 엄살에 그야말로 종자곡식을 팔아먹으라고 부추기고 있는 꼴입니다.

세계 어느나라에가도 기술의 핵심은 기술을 담당한 사람이라고 하지 기술을 고용한 회사 또는 고용주가 가진게 아닙니다. 고용주는 단지 핵심기술을 담당한 사람을 적절한 가격에 고용해서 사용할 뿐이죠. 그런데 지금의 전직제한과 같은 독소조항은 기술을 담당한 사람이 기술개발 할 의욕을 완전히 꺾어 놓는 것입니다.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에 회사에 취직해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면 핵심기술을 가진 사람이 되어서 전직 또는 동종업계의 취직이 금지됩니다. 그러면 회사로서는 월급을 많이줄 필요가 "전혀" 없죠. 군대하고 똑같이 되는 겁니다. 꼬와도 도망도 못갑니다. 핵심기술을 가진 사람이 안된다면 회사로서는 항상 수익을 못낸다고 자르려고 혈안이 되어 있죠. 그럼 회사에 엔지니어로 들어가면 두 가지 선택밖에 없습니다. 노예로 휴일도 없이 근무하다가 40대에 짤리거나 핵심엔지니어가 안되어서 30대에 잘리거나 두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누가 엔지니어로 평생을 살려고 하겠습니다. 아무도 핵심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본인이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족쇄를 끊기 위해서는 외국을 나가는 방법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고 하루빨리 짐싸겠죠.

기술개발의 특성상 10년전에 준비해도 모자랍니다. 오히려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금 우리는 10년후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종자곡식으로 밥을 해먹고 있는 겪입니다. 핵심기술인력은 외국에 가있거나 통닭집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말 암담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전직제한 반대는 단지 이공계인의 처우개선 또는 월급을 올려달라는 말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 지에 대한 해결책의 시작입니다.

지금은 전직제한 반대가 가장 큰 이슈가 되겠지만 대안으로는 능력있는 엔지니어라면 자기의 능력으로 대접을 받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만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습니다

댓글 3

보라탱이님의 댓글

보라탱이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르죠.
과학기술을 놓고 보면, 한국 국가는 절대 일본"국가"를
앞지를 수 없습니다.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도...

일본의 문돌이 정치가는 정치라도 잘합니다.
허나;;; 한국의 정치인은 제발 정치"만"이라도 교과서
대로 했으면 합니다.


이승철님의 댓글

이승철

  보라탱이님 말씀이 맞습니다. -_-;;
그래서 그 중에 작은 부분에서는 따라 잡을 수"도" 있다고 쓴 거지요. ^^;;

song님의 댓글

song

  아주 좋은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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