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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제한에 관한 몇가지 오해들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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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 작성일2004-10-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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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듣고 영향받는 것들이 일반인들에게는 당연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 않나 싶어서요. 일반인들이 쉽게 오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쭉 나열하고 오해를 깨끗하게 풀어줄 수 있는 문서를 만들어 봤으면 합니다.

기사 한줄에서 'A사 핵심 연구인력 B사로 이적'하면 일반 사람들에게 떠오르는게 '기밀 누출'등임을 떠 올릴 수 있는 것등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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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사의 핵심 연구 인력이 B사로 갈 경우 이전 회사에서 연구하던 기밀이 모두 누출 될 수 있다??

-> 만약 그 핵심 인력의 기억력이 제록스 복사기 같다고 해도 위와 같은 걱정은 안해도 된다. 각 회사(혹은 연구소)들은 대부분 다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물며 사내에서 쓰는 이메일 프로그램도 다른데, 각종 tool이 같을 확율이 얼마나 되랴. 좋게 말해 모든 환경을 똑같이 마련했다고 해도 A사가 오랜시간을 들여 갖춘 Infrastructure를 B사가 가지려면단기간안에 될 수 없다고 본다. B사가 전직해온 연구인력의 노력으로 A사와 같은 Infrastructure를 갖는다면 그것은 B사의 투자로 이루어진 것이지 A사의 것을 훔친것이라 볼수 없지 않은가? 

단지 뛰어난 연구인력은 연못에 떨어지는 한방울 빗물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파동을 전파시키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전직해온 연구인력이 가치를 갖는 이유다. 우리팀에는 10여년간 우리회사에서 일하다가 사직한 후 PMC Sierra라는 회사로 전직하여 3년간 일한후 레이오프되어 다시 우리회사으로 돌아온 엔지니어가 있다. 그사람이 3년간 일했던 자료를 가지고 나왔을 턱도 없지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현재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것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지식과 판단력이지 설계도가 아니다. 그가 정말 도움을 주는 것은 다른 회사에서 3년간 있으면서 겪었던 문제들에 대한 경험과 본인만이 가진 판단력과 업무 수행능력임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매일매일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연구인력의 직업인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연구기밀 누출에 대한 바보같은 우려는 안할 것이다.


2. 기업이나 연구소의 개발 자료등을 사외로 가져가는 것은 범죄행위이다?

-> 아니다. 다만 퇴사할 때 제자리에 돌려놓고 가라. 여러 사람들이 언급했지만 연구개발을 하다가 집에까지 가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매일 일어난다. 정말 당연하다. 왜냐고??? 낮에 풀리지 않던 문제가 있을때 퇴근 후 집에 가서까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집에 오면 손 탁탁 털고 다 잊은 후에 다음날 아침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장부정리하는 것이 직업이라면 그렇게도 할 수 있겠으나 아쉽게도 이 직업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것이라...집에 와서도 문제 풀려고 머리 싸매고 있는 연구원들, 불쌍하지 않냐??

 나는 회사에서 쓰는 노트북 컴퓨터를 매일 집에 가지고 온다. 자료가 모두  담겨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어디를 가든 사내망에 연결해서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맘만 먹는 다면 모든 자료를 집에 백업해 놓을 수도 있고 빼돌릴 수도 있지만 당근 그렇게 하지않는다. 총맞았냐??? 제대로 대접받는 엔지니어라면 머리에 총맞지 않는 이상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 지금 하는 일에 충분한 만족을 하고 있는데 뭐하러 그런 위험한 짓을 하겠나? 참고로 말하면 우리가 개발하는 제품은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불안해 하지 않냐고? 내가 피부로 느끼는 그런 불편한 감정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내가 회사 걱정을 할 정도로 사람들이 그런 쪽으로 생각도 않하고 있다. 물론 회사 노트북을 반출한다는 서류를 작성하고 사인을 한 것이 있지만 그런 것 이전에 연구원들이 이미 그런 맘을 갖지 않는다. 만약에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경우에는 그날로 인생 끝임을 알기 때문이다. 열심히 몸바쳐 일하고 그만한 댓가를 받으면 된다. 만약 그 노력에 더 좋은 기쁨을 돌려주는 기업이 있다면, 지금 일 잘 정리해주고 그 회사로 가면 된다. 단, 갖고 있던 이전의 회사 자료는 다 놔두거나 태우고 가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다른 회사에서 그자료에 전혀 관심이 없음에도 범죄행위로 오해 받을 수 있다.

3. 정든 회사를 버리고 다른 회사로 옳기는 것은 배은망덕한 짓이다?

예전에 IT붐이 일었을 때 지하철 광고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IT Engineers are like fishes. They keep moving to bigger bowl'.

자신을 알아주고 가치 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것이 잘못인가? 회사는 나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회사를 위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지 모르겠다. 회사는 나를 포함한 인격체라고 생각한다. 둘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몇년이고 회사생활 해 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내가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회사는 작은 돈벌이를 위한 장소가 될 뿐이다.

누군가 과학자나 엔지니어를 몸파는 여인에 비교했는데, 만약 정말 회사에서 일하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그순간 사랑없이 몸을 파는 여인처럼 내 몸이 정육점 고깃덩어리 같이 느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기가 기쁨을 느끼는 직장을 찾아야 한다. 그 기쁨이 더 많은 연봉이던, 그 회사의 비젼이든 혹은 같이 일하는 동료이든간에.

4.우리나라를 위해서는 국내 회사에 평생 몸을 바치는 것이 중요하다?

글쎄다. 만약  다른 나라의 회사가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그래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분명 많은 회사/연구소들이 우리나라가 가진 기술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곳이 많은 것을 어쩌냐? 모르면 가서 배워야지. 다들 알다 시피 가서 배워와 우리나라에 적용하자라는 것이 대다수 과학자/엔지니어들이 유학가는 목적 아니었나? 물론 대한민국 위대한 구캐위원이 지겨워 이민 가려고 유학 가는 사람도 있지만서도...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모르면 배워야 하잖나? 그러니까 공동 기술 개발도 하고 해외 유명 과학자난 기술자도 스카웃 하는 거 아닌가? 언젠가는 궤도에 오른 사람 혹은 기회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나가게 마련이다. 그렇게 higher state으로 전이된 사람이 다시 원 궤도로 돌아올때야 빛을 발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발광다이오드 마냥. 가끔 그런 사람들이 인격적인 부분에서 부작용도 많이 내지만, 좀더 좋은 사람들이 전이의 기회를 갖게 된다면 불량 LED가 발생할 확율은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디 어렵게 노력해서 Higher state으로 옮겨간 사람들이 돌아올 hole을 막아버리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밝은 빛을 내는 고휘도 발광다이오드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꿈 아니냐?

5. 동종업종간 전직을 금지하면 국내 기술이 보호되고 발전한다?

100% 거짓말이다. 맨 처음 밝힌것 처럼 A사에서 B사로 옮겨간 연구인력으로 인해 B사가 순식간에 모든 것을 A사 처럼 만들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만 그 연구인력이 다수 일경우 A사와 같은 인프라를 만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 될 것이고 A사는 잃어버린 리소스 덕에 조금 헤매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뒤쳐져 있던 회사가 앞서가던 회사를 따라가는 동안 앞서가는 회사는 더 노력을 하여야 하는 것이 생존의 법칙이다. 이 두 회사가 모두 국내 회사라고 치면 이건 모두 우리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다. 최고 기술을 가진 A사와 비슷한 회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니까.

만약 잘나가는 A사가 외국회사이고 B사가 국내회사라고 치자. 이것도 당근 좋은 현상이다. 앞서가는 해외 회사를 따라잡을 국내 회사를 하나 가지게 된 것이니까.

그럼 잘나가는 A사가 국내회사이고 B사가 외국회사라면? 아 난리나겠다. 중요 연구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그것을 금지하자는 것인가? 외국회사에서 국내회사로 들어 오는 것은 괜찮고 그 반대는 안된다?! 어디 요즘세상에 상식으로도 통하지 않을 이기적인 생각인가? 그 잘나간다는 A사가 B사에 그 연구인력을 빼았기지 않으려면 항상 B사가 욕심을 부리는 만큼 그 핵심 연구인력에 맞는 대우를 해주면 될 것이 아닌가?

이런 이야기는 사실 이야기 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며 지금 과학기술계의 job시장은 이런 상식이 벌써 수십년간 적용되어 왔다. 단지 이런 너무나 상식적인 흐름에 거부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로 눈을 돌리는 과학기술자의 발목을 잡고자 현실성 전혀 없는 법안을 꾸미고 있는 듯 해서 너무 안타깝다.


과거에 VHS video player가 첨 나왔을 때에 비디오 가게에는 외국 영화 정품 테잎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무단 복제한 B자 테잎이 대부분이었고 그것을 통해 copyright fee 없이 무척 쉽게 돈을 벌었던 소규모 비디오 가게들은 어느샌가 정식 수입 영화 테잎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불법 테잎 단속도 한 몫을 했지만, 좋은 화질과 방대한 공급량을 소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재빨리 정상적인 거래를 대형화 한 비디오 가게들은 포지셔닝을 제대로 한 덕에 안정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되었다.

난 위에 열거한 이유들을 핑계로 연구원들의 전직을 제한 하는 것이 왠지 정품 테잎을 거부하고 B자 테잎을 유통하게 놓아 두는 것 같아 영 찜찜하다. 제대로 된 전직의 시스템을 어려 마련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국내에 한해서 전직을 막는 다고 해서  국내의 기술을 보호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쩐지 너무 처량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밖에서는 큰소리 못치는 남편이 집안에서 마누라하고 아이들에게 소리치는 것 처럼 말이다.

댓글 6

배성원님의 댓글

배성원

  각 경우에 대한 사례를 모아서 어디 2580 등에서 방송이라도 해도 되겠습니다. 대명천지 자유민주국가에서 '기술보호'를 빌미로 직장인의 최대권리인 전직을 제한하다니요! 그것도 전직제한 기간중에 하등의 생계보호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내팽개치는 이런 실상을 국민들이 알아야 합니다.

서이님의 댓글

서이

  이글 퍼가도 되나요?

김선영님의 댓글

김선영

  참 좋은 글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라고 하면서 기업들은 규제가 생길때마다 입에 개거품을 물면서 반대하죠. 그런데 왜 반시장체제의 규제인 이 법은 이렇게 환영하는지 이해가 안되는군요. 그동안 시장경쟁논리를 부르짓던 그 많은 스타 CEO는 어디로 숨엇나요? 다들 나와서 목소리좀 내보시지요.

김용국님의 댓글

김용국

  서이님, 네 퍼가셔도 됩니다...급하게 쓰느라 이상한 곳도 많지만. :-)

아래글에 관전평님이 말씀하신 회사 자료에 대한 지적등이 보태져야 겠습니다.

강대기님의 댓글

강대기

  > 4.우리나라를 위해서는 국내 회사에 평생 몸을 바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같은 세태에 참 X같은 말입니다. 전 아무 생각없이 이런 말 하는 놈들을 보면 한대 쳐버리고 싶습니다. 맹목적인 애국주의도 우습지만, 평소에 조국에 대해 진정한 고민도 안하는 인간들이 태반일텐데.. 참 우습습니다.

러브님의 댓글

러브

  강대기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전 이제 4학년 졸업반인데요..친구들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애가 없급니다. 제주위엔..저런말은 회사가 사원들에게 싼 값으로 부려먹을려고 하는 작태이죠. 저희들도 더 이상 한군데에 머물러 있지말고..자기가 정말로 재미있고 신나게 일하는...그리고 자기의 가치를 알아주는 그런 회사에 입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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