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사회로 가는 힘겨움인가...

글쓴이
chipchip
등록일
2005-12-05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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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을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최근에 일어난 황교수님과 관련된 일들을 접하니,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로 혼란스러운 일이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감정적인 대립은 결국 국제 사회에서 한국 신임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점에서 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사회로 가기 위한 우리의 힘겨움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황박사팀은 난자 문제에 대해 윤리적인 문제를 드러냈고,
PD수첩팀은 취재 과정에서 "믿기 어려운" 윤리적인 문제를 보여줬다.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PD수첩측의 윤리 제기는 적절한 부분이 많았고,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연구환경과 과학자나 일반인의 국제 윤리 기준에 대한 미약한 인식 수준이 사실이다. 황박사님이 연구 책임자로서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연구환경과 윤리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발전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싶었다.

PD수첩측이 얼마나 명확한 제보를 토대로 연구 결과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는지 궁금하지만, 황박사팀의 연구를 둘러싸고 극명한 찬반의 대립이 있는 것 같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 같지만, 아마도 윤리적이거나 종교적인 문제, 어쩌면 "너무 잘 나가는 팀"에 대한 경계심, 상대적인 연구비의 축소, 개인적인 적대감 등등, 몇 가지 요인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PD수첩측의 태도처럼 "사기치는 과학자 사냥" 식의 문제 접근은 돌이키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이미 우리가 지켜 봤듯이 단순히 DNA fingerprinting만 하면 되는 것 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15개 시료를 처리해서 결과가 하나 나온 것, 그것도 3번 중에 하나라면, 실험자체를 믿지 않는 것이 실험하는 사람의 상식이다. 사실일 가능성에 대해서 다른 독립적이고 반복된 실험을 해야겠지만, 어쨌든 시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 두 과정만 잘못해도 위와 같은 경우가 충분히 일어나는 "소홀한 검증"을 시도한 자체가 (두 팀 모두의) 실수였다. 자세한 경위는 황박사팀에서 좀 더 밝히겠지만, 그럼 제 2의 검증은 해야되는가? 한국과기인연합 자체의 여러 의견이 "해서 밝혀야 된다",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누가 봐도 깔끔하게 밝히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우리는 강요해서는 안된다. 황박사팀의 연구 결과는 자연스레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재연되면서 그 신뢰도는 평가될 것이다. 우리의 알권리에 대한 조급함이 자칫 제 2의 "소홀한 검증"을 만들어 낼 지도 모른다. 벌써 일부 국제 언론은 (NYT 같은)  황교수팀과 한국 과학계에 대한 도덕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정보는 참 우습게도 인간의 마음을 결정해서, 아마도 한국팀의 성과를 시기하고 있던 많은 외국 연구자나 일반인에게는, “NYT 봤는데 복제 가짜래", “그러면 그렇지", “그 나라 못 믿겠네", 이런 식으로 정보를 소화하기 쉽상이다.

멀리서 공부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황박사팀의 성과는 정말 많이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PD수첩의 내용에 많이 분개할 수도 있었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겨내야할 힘겨움이라 생각하곤 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외국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사실 훨씬 나쁘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최근들어 조금씩 좋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만일 황박사팀이 순수하게 연구성과를 냈다면,  그 팀뿐만 아니라 묵묵하게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정말로 정말로" 못할 짓을 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에게 신뢰성을 담보로한 "마녀 사냥"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목소리를 낮추자. 책임지는 사회로 가는 이 "힘겨움"은  우리 모두가 가진 것이기에...


  • -_-; ()

      전공자라시기에 말씀드립니다만 황교수의 논문에 대한 이번 문제는 자연스레 타 연구진에 의해 검증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의 논의를 보면 그 논문의 핵심인 복제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 맞춤형 배아를 만들었고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보입니다. 그러나 11개 세포주 모두 사실인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는 황박사의 정직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가능한 문제제기입니다. 왜 황박사가 정직성을 의심받는가 하는 것은 비단 난자문제만이 아니라 2005년도 논문에서 스스로 데이타를 수정한데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 데이타 수정이 재실험 결과 기존의 결과와 달라서 수정을 했다거나 통계상의 방법적 오류로 수정을 했다라면 얘기가 다릅니다만 이번 수정은 두가지 방법을 써서 검증하였다라고 밝힌 것을 일부 세포주에서는 한가지 방법으로만 검증했다라고 고친 것입니다. 즉 하지도 않은 실험 또는 하였으나 적절한 결과를 얻지 못한 실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성공하였고 검증하였다고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새튼박사로 인해서 문제가 불거질 것 같으니까 그제서야 수정을 합니다.두가지 방법에서 한가지 방법으로 줄었다 해도 그 의의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 아니고 실험 그 자체가 가지는 의학적 의의가 크기 때문에 그것이 받아들여진 것이지 정직성 그 자체를 놓고 보면 황교수의 이번 데이타 수정은 새튼이 말한대로 사소한 오류라고 보기 보다는 의도된 과장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다른 연구팀에서 연구를 한다고 하여도 밝혀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며 지금 검증하지 않는다면 그냥 묻혀서 지나가버릴 해프닝에 불과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런 뼈대를 손상하지 않는 사소한 과장을 왜 검증해야 하느냐하는 문제가 대두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과학자로서의 정직성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아니겠지만 이미 과학자로서 황박사는 정직성을 상실했고 그 정직성을 회복하는데는 더 문제가 없고 깔끔한 논문이 필요할 것입니다. 누가 황박사가 논문을 내면 이 사람은 논문에 기술한 대로 모두했을거다라고 믿겠습니까?

  • 관전평 ()

      댓 글에 동감입니다.

  • chipchip ()

      적절한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저도 수정된 표를 봤고 특정 세포주에 대한 재연성을 다른 그룹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논점이 "연구 전체의 진짜/가짜"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황교수의 "과장(거짓말)" 이든 "실수"이든 2005 논문에서 일어난 일이 심각히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황교수가 진짜 거짓말을 했다면 저도 굳이 감싸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식의 거짓말 파헷치기는 지나가버릴 해프닝 보다도 못 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가령 표에서 수정된 몇 개가 거짓이라고 밝혀지면 황박사의 정직성에 타격을 받겠죠. 그리고 어쨌든 국제사회가 안 믿어주는 건 똑같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한 재연성은 의학적 의의가 큰 기술 자체에 대한 성공 여부가 지금 "가짜"라고 비춰지기 때문에 다른 그룹에서 같은 세포주가 아니더라도 행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늦게라도 수정을 공식적으로 어쨌든 했으니 그 이상의 "거짓"이 없는한 황교수의 "정직함"-이것도 아직 실수인지 아닌지 우린 정확히 모르니깐요- 빼고는 우리가 "마녀사냥" 할 일은 없는게 아닌지요.

    정말 아쉬운 것은 수정된 표에 나오는 데이타 정도로도 성과에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은데,,, 거짓말까지 했어야하나 싶습니다. 만약에 했다면요.

  • 안기영 ()

      이미 사이언스 인터넷 기사라고 하는 것에 따르면 (국내언론에는 황박사가 이메일로 줄기세포 허브소장직 복귀고려를 사이언스에 보냈다는 단 한 문장만 인용됨 - MBC 욕할 자격도 없는 찌라시들)에는 황박사는 인터넷 팬클럽 홈피까지 보유힌 rock-star 라고 표현하면서, 대다수 과학자들이 대표직 사퇴하는 것을 올바른 결단이었다곳 생각하는 만큼 만일 복귀하려 한다면 파장을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난자를 이용한 배아복제줄기세포 등의 연구가 더 까다로와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신기한 나라 (나쁘게 말해서 이상한 나라) 취급을 하는 내용입니다.

    사이언스도 체면상 황박사의 논문 수정이나 이런 걸 받아 주고 크게 문제삼지 않은 것이지 이미 학자로서 황박사는 학계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거기까지는 황박사 문제라 치는데, 문제는 황박사 신격화 때문에 대한민국 이상한 나라라는 거죠. 뭐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들이야 "서양기준과 동양기준은 다르다"는 친황언론의 반복적 교육으로 학습되어서 철저히 사상이 무장되어 있으므로 오히려 전세계를 왕따시킬 것이므로 별 문제 없겠죠 -_-

  • 한반도 ()

      이제 여기글들도 차분하게 진행되는 군요.
    제가 비전공자이면서 그 바닥 돌아가는 역학을 몰라서
    그간 어리버리했는데, 이제 조금씩 수면위로 올라오는군요.

    원글쓴이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 ()

      에구.. 서구인들에게는 '북한'에 대한 인상이 있기때문에 우리나라의 이같은 맹목적인 '애국심'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을것 같아서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관전평님께서 한 사람의 일로만 끝난다고 하셔도 영향이 있을거라고 보는 이유도 이런 점때문이고요. 솔직히 한국인 학자들이 나서서 의문점들을 학회나 학회지 형식으로 제기하는게 가장 좋아보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국내학자들이 나서는 것이고요.. *전 '북한'이 좋다, 나쁘다 어떤 판단적인 코멘트를 이 댓글에서 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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