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굿바이 Blue Screen ~

글쓴이
bozart
등록일
2010-01-14 10:5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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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for some reason,
we make some big mistake and IBM wins,
my personal feeling is that
we are going to enter a computer Dark Ages for about twenty years."

~ Steve Jobs, 1987 ~

 
0. 아키텍처 이야기

(추가) 아키텍처는 뼈대와 같기 때문에 한번 정하면 바꾸기가 힘들다. 건축물의 예를 들어보자. 건물의 인테리어, 심지어 벽도 바꿀 수 있지만, 건물을 헐고 다시 짓기 전에는 구조 (뼈대) 자체를 고칠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의술이 발달해서, 장기는 바꿀 수 있어도, 뼈대를 바꿀 수 는 없는 것이다.  
 
세상 만물이 그렇듯이 아키텍처라는 것이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는 선택의 문제이고, 선택자의 철학과 전략이 크게 작용한다. 때로는, 한번의 선택이 오랜기간 동안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기도 한다. 윈-텔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이번 글에는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윈-텔 기반의 아키텍쳐가 탄생한 배경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시대적 배경은 80년대 초반 그러니까 애플 II 가 인기를 끌고, IBM PC가 태동하던 당시이다. 비록 30년전의 이야기이지만, 여러분은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보게 될 것이다.


1. 윈텔의 선택

IBM PC가 채택한 기술들이 우리에 친숙한 (?) Blue Screen of Death의 출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 이제부터 그들의 선택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 CPU : Intel 8088 (over MC6800)
IBM PC는 인텔의 8088을 선택했다. 반면 Apple은 모토롤라의 MC6800시리즈를 선택했다. 그 당시 이미 인텔이 느리고 파워 많이 먹는 반면, 모토롤라 칩은 고속 연산능력이 뛰어나 그래픽이 우수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수 없지만, 가격 문제와 개발의 편이성이 컸을 것으로 본다.

- Intel : CISC (over RISC)
(업데이트) 인텔은 CISC 아키텍처를 선택한 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RISC는 단순한 구조의 인스트럭션으로 연산을 처리하는 반면, CISC는 더 복잡한 인스트럭션 과정을 필요로 한다. CISC를 선택한 이유는 S/W엔지니어들의 프로그램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CISC이 RISC와 경쟁하기 위해 위해서 클락을 높일 수 밖에 없다. 이때 발생하는 전력소모와 발열이 두고 두고 인텔의 골치덩어리가 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인텔은 줄기차게 남들보다 앞선 반도체 공정을 개발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게 훗날 유명해진 Moore의 법칙이 되는 것이다.

- BUS : IDE (over SCSI)
IBM PC는 BUS방식으로 IDE (ATA) 방식을 선택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중앙 집중식 디바이스 관리방식인데, 오랜 세월동안 우리를 괴롭히는 디바이스 충돌과 Freez의 원인을 제공한다. 반면 SCSI 방식은 보다 느슨한 통제방식이기 때문에 충돌의 위험이 적다.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애플의 Mac과 UNIX  Workstation등에서 채택되었다. PC사용자도 쓸 수는 있었는데, 많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 Kernel : Monolithic Kernel (over Microkernel)
MS는 DOS의 시절부터 Monolithic Kernel 방식을 채택하였고, Window 9X까지 고집한다. 이것 역시 BUS방식과 맞물리는 강력한 중앙 통제를 제공하지만, 메모리를 많이 잡아먹는다. 반면  microkernel은 분산 방식으로 효율이 낮은 반면, 리소스를 적게 잡아먹는다.  


2. 윈텔의 딜레마

윈텔의 선택을 보자. 그들이 선택한 8088 CPU, CISC, IDE, Monolithic Kernel의 공통점은 가격이 싸고, 개발이 쉽고, 강력한 중앙 통제 방식이라는 점이다. 단점은 메모리를 많이 잡아먹고, 성능이 클락 스피드에 정비례하고, 확장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IBM PC는 그야말로 싸게 만들어서 뿌리는 전략이었고, 이게 성공하면서 PC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문제는 세상을 짊어지면서부터 발생한다. 이들이 선택한 아키텍처는 PC로 변화된 세상을 떠받히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농부가 땅값이 오르면서 벼락부자가 된 상황이 된거다.  

문제는 지금이다. Backward - compatibiliy라는 덫에 걸려서 이미 선택한 아키텍쳐를 버릴 수 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난 20년간 업그레이드만 하다보니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지경에 온거다.


3. 애플의 반격

애플이나 Unix 진영 사람들이 꿈꾸던 것은 확장성이 크고, 리소스 적게 먹고, 가벼운, 그야말로 elegant한 시스템이었다. 이들은 기술적으로 우위를 확신했지만, 기술만 믿다가 처절히 윈텔의 전략에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앞으로 커질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이들의 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는 ARM이 바로 RISC 계열이며, OS-X는 Mach라는 microkernel을 채택하고 있다. BUS 방식이 아주 재미있는데, PC 보드에서 사용되는 SCSI와 현재 embedded processor의 구조가 매우 유사한 것이다.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애플이 IBM과 소송을 감수하며 스카우트한 사람이 바로 PowerPC개발 책임자이다. PowerPC는 모토롤라의 MC68시리즈 후손이다.  


4. 마무리

이번 글에서는 윈텔의 악명높은 불루스크린이 나오게된 배경,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 기술의 역사적인 근원을 살펴보았다. 나는 윈텔은 열등한 플랫폼으로 1인자의 위치를 지키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본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는 패잔병들에게 허를 찔리게 된 상황이다.  

지난 80년대는 컴퓨터 기술의 르네상스였다. 잡스가 예측한 대로 정확히 20년의 Dark Age가 지난 지금, 그때와 버금가는 새로운 르네상스가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20년만에 그들이 멋지게 복수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자 이제 끝으로 David Letterman이 빌게이츠 은퇴에 맞춰 준비한 영상을 보여드린다. 즐감하시길...

http://www.youtube.com/watch?v=5NoGbLI3ePA

  • zzzZzz ()

      인텔 플렛폼에서 돌아가는 윈도우즈야 잦은 블루 스크린을 보여 주었지만, 그것도 예전의 일입니다. 리눅스의 경우는 인텔 프렛폼에서 Monolithic Kernel로 대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심지어 여러차례의 버전업을 거치면서도 최대한 버전 호완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눅스의 탄생배경은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많이 사용하여 하드웨어의 자료가 많은 IBM PC에서 돌아가는 UNIX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학생의 작품이었습니다. Monolithic Kernel이라고 해도 디바이스 드라이버의 개발의 편의성때문에 Microkernel과 같은 개념이 도입되기도 합니다. 제가 알기론 비록 유지 보수에 불편한점이 많이 있지만 시스템의 효율성문제로 인해 Monolithic kernel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눅스는 iphone 같이 화려하지는 안지만 잘 안보이는 곳 여기저기 임베디드 디바이스에서 활약하고 있고, 안드로이드 시스템의 커널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고로 블루스크린의 원인을 오로지 윈텔의 조합으로 보시는건 무리가 있습니다.

  • bozart ()

      단순히 Monolithic이나 Microkernel 가 블루 스크린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맞습니다. DOS기반의 Monolithic Kernel구조는 Window 9X까지 존재했고, NT와 통합하면서 사라졌죠. 현재는 Hybrid 구조로 알고있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블루 스크린이 나오고 있으니까, 원인이 아니라는 게 증명이 되었네요 ^^.

    저는 PC 초기의 아키텍쳐 선택 과정과 현재 컴퓨터 시장에 미친 영향을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블루 스크린 자체에 연연하시지는 마세요.

  • bozart ()

      춘추 전국시대 였던 80년대에는 어느 누구도 어떤 것이 좋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20년 이상을 장기 집권했기 때문에,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된 것이죠. 이에 대한 반동으로 그동안 묻혔던 기술들이 되살아나는 것이구요.

    세상은 참으로 다이나믹 합니다. <- 이것이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입니다.

  • 소인배 ()

      맥도 커널패닉 일어나기는 매한가지인걸요. 어차피 모든 운영체제에는 버그가 있기 마련이고 치명적인 게 나타나면 블루스크린이 뜨든(이것도 커널패닉이지만요) 커널패닉이 나든 하는 거죠. 다만 리눅스의 경우에는 커널패닉 일어난 걸 보진 못한 거 같네요.

  • 바닐라아이스크림 ()

      시대의 흐름인 것 같네요.
    IBM + MS VS Apple의 시대에는 대량생산과 제조단가 싸움에 있어서 Apple이 패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절은 철저히 Offline 시대였고, 데이터 호환성이 중요한 시기였죠.

    하지만 현재는 인터넷 시대이고, 데이터 호환이 아닌 프로토콜 호환이 중요한 시기죠.
    다른 말로 컴퓨팅 플랫폼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란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 '윈텔' 진영의 지위가 흔들릴 수 밖에 없죠.
    인터넷 기반의 회사인 '구글'과 폐쇄적 플랫폼인 '애플'이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시대에 들어선지 오래라고 봅니다.

    한국이야 '갈라파고스'라서 폐쇄적인 이통사, 폐쇄적인 보안정책 등으로 시대를 쫓아가는데 한참 늦었죠.
    기본적인 마인드를 이제부터 갖춘다고 해도 이미 경쟁에서 대단히 밀려난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일류 IT 기업이랍시고 떠받드는 회사들도 시장을 읽는 일은 거의 관심도 없는 것 같네요.

    앞으로는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와 SW, 이를 뒷받침하는 HW를 중심으로 시장이 발전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대량생산에만 목을 매고, 모 아니면 도 전략을 펼쳐서는 안되겠죠.
    진지하게 사용자 측면에서 매력을 느낄 요소를 찾아내서 이를 공략하지 않으면 결국 '애플'이나 '구글' 같은 회사의 뒤꽁무니는 커녕 새로운 IT 시장에 명함도 못내밀지도 모르겠습니다.

  • 고전중.... ()

      정말 흥미로운 글이네요

    그런데 이러한 아키텍쳐를 아는것이
    서킷 디자이너로써 중요한 것인가요?

    디지털 회로로 대학원가려는 학부 4학년 학생인데
    컴퓨터 아키텍쳐랑 컴퓨터 시스템이라는 과목을 듣고
    졸업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서요..

  • 바닐라아이스크림 ()

      고전중님// 컴퓨터 아키텍처는 필히 들으셔야죠.
    아무리 기기들이 발전해도 기본적인 동작방식은 컴퓨터 아키텍처를 기본으로 합니다.

  • Neo Blue ()

      운영체제와 더불어 필요없으면서도 은근 정리가 되는 정보처리자격증도 +
    취업 할 때까지는 무자격증론자???였는데, 일하면서 공부하니
    아~~ 이런거구나하고 또 여러가지 정리가 되더라구요..

    // BS가 저 친두들 때문에? 생긴것인가보군요.

    근데 궁금한것이 왜 시판용제품에 블루스크린이란것이 뜨도록 만들었을까요? 완벽한 제품이 아니니 언제 다운될지 모른다. 조심해라, 아님...
    플로피를 이용한 번거로운 부팅처럼, 업데이트를 위한 하나의 object로 블루스크린화면을 뿌려줬던 것 일까요?

    :: 개발용 삼전 폰의 경우 디버그를 위해 블루스크린이 뜨도록 되어있지만, 시판용 제품은 블루스크린이 보이지 않고, 자동 재부팅되게 설정하거든요..
    [이건 삼전이 선두 업체가 아니므로, 노키아를 따라한 것일 수도 있는데]

    가끔 뜨는 윈도우xp 블루스크린 화면을 보며, 폰처럼 재부팅이 저절로 되게 왜 안했을까? 빌게이츠의 음모가 있는건가?란 생각을 해봤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네요.
    [비스타와 7에서는 블루스크린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르겠네요~]

    ps.저 영상보고 또 한번 미국은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깨달았던 기억도~~

  • PRC ()

      20년간의 Dark age라니 이 비디오가 생각나네요.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j02b8Fuz73A target=_blank>http://www.youtube.com/watch?v=j02b8Fuz73A</a>

    1992년(!) 스티브 잡스의 NeXTSTEP 3 데모입니다. 그야말로 암흑기의 불빛이었던 셈이네요.

  • PRC ()

      아 저 비디오에 23분 10초에 개발툴 데모가 나오는데 그게 또 압권입니다. PC는 도스시절인데...

  • 언제나 무한도전 ()

      링크된 비됴들이 다 재미있네요.
    그러나 NeXTSTEP 3는 정말 놀라운데요. 저게 92년에 나온 컴퓨터라니!

  • 어두운날개 ()

      There's something not correct about CISC vs RISC. Actually, for a typical program, CISC machine requires less # of clocks than RISC. However since RISC machine is much less complex, RISC machine can archive higher frequency (or less power).
    As for internal implementation, modern cores are all RISC machines; X86 machines first translates CISC x86 instructions into RISC microcode before executing.

  • bozart ()

      어두운 날개님의 조언으로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수정했습니다.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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