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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동-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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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 작성일2004-09-1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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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베드포드(Bedford)에 위치한 ARA (Aircraft Research Association) 고속 풍동 내/외부 전경. 벽에 절반으로 자른 항공기 모델을 고정시켜 놓고 플러터 테스트(flutter test)라도 할 모양. 센 바람 속에서 기체가 얼마나 펄럭거리는 지, 진동 상태를 시험하므로 어딘가 고정시켜야. 보시다시피 풍동 설비 근처는 자연이 있는 녹색 지대로, 소음이 커 주변 민가가 많지 않아야. 이런 식의 진동 또는 공력탄성(aeroelasticity) 시험은 불란서, 러시아 풍동에서도 할 수 있다고. 국내에서도 이런 시험을 하기 위해 다양한 기초 연구와 준비를 해옴.

항공기 개발에 필요한 모형의 풍동시험(Wind Tunnel Test) 및 풍동시험용 항공기 축척 모델 설비에 관한 미천한 경험을 기록으로 남길까 합니다. 방문 연도는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입니다.

1. 마이크로크래프트(Microcraft) 설비
이 회사의 본부는 미국의 테네시 주 툴라호마(Tullahoma, TN)에 있습니다. 본사에서는 행정일 및 여타 다른 공장/현장일 관리(management)를 주로 하겠지만, "사용을 관측하고 참여"해 본 풍동은 두 군데입니다. 예전에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막아놓았는지, 아님 다른데로 옮긴듯 합니다.

1.1. 샌디에고 저속 풍동 (Low Speed Wind Tunnel, Microcraft)
이곳은 UC San Diego가 있는 라호야 해변에 인접한 풍동으로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는지, 아직도 일부 남아있는 지 모를 제너럴 다이내믹스 터널의 전신입니다. 샌디에고 지역 공항(local airport라 국제선은 잘 없음)에서 가까운데, 다른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밤과 낮, 주간 작업(Night Shift) 및 철야 근무(Day Shift)로 나누어 운용합니다. 터널의 크기와 성능은 "전통적"이라고만 평가할 수 있겠으나, 아무래도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의 역량은 "신뢰할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장점은 미 공군과 해군용으로 쓰인 수많은 항공기들의 모형 시험 중 특히 저속 시험을 많이 했다는 노하우이겠고,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아스라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며, 샌디에고 자체가 관광도시라는 점이 엔지니어로서 방문해 일하기에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일테고, 단점이라면 역시 주변 물가가 비싸다는 점, 기술적으로 "풍동의 재투자"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 정도입니다. 차제에라도 한국에서 항공기, 특히 전투기를 자체 제작할 일이 있다면, 다시 사용하게 될지는 의문인 것이, 저속 풍동의 경우는 이미 한국도 몇 군데 잘 설립된 곳이 있기 때문에, 기술 인력들의 노하우 및 경험만 보다 더 축적이 된다면, 빠른 세월 내에 따라잡을 수도 있을 풍동입니다. 모델의 제작은 역시 해당사(Microcraft)의 모델샵이 여러군데 분산되어 있기도 하고, 유사 업체들이 로스앤젤레스 근방에 위치합니다. 최대 시속이 얼마가 나오고, 압력(Pressure) 및 속도(velocity) 측정/계산 역시 매우 "전통적" 방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피토 정/동압 측정기, Pitot Tube,가 전부), 그러한 전통적 측정 방법이 오늘날 첨단으로 보이는 비행기와 심지어 자동차의 공력 설계에 주춧돌이 되는 근간입니다. 특별히 저속 풍동시험이 중요한 것은, "저속(low speed)"이니 만큼 비행기가 뜰 대와 착륙할 때, 나아가 공항에서 지상 운행(바퀴로 달리는 taxing)하는 시점 등에 고려해야할 부분을 시험한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소프트 웨어(비행기 바퀴, 각종 날개, 보조날개 등의 양항력 검토)적으로 갖추어져야할 것이 많은, 조금은 사람 손이 더 많이 가는 시험장소라고 하겠습니다.

1.2. 엘 쎄군도 풍동 (Tri-Sonic Wind Tunnel, Microcraft)
이곳은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 근처에 위치한 앨 쎄군도(El Segundo)라는 도시에 있습니다. 1) 저속, 2) 천음속, 그리고 3) 고속 시험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이름을 "삼음속(Tri-sonic)"으로 명명한 듯 이해하고 있으며, 흡입구 및 배기 관련한 풍동시험을 많이 하는 곳입니다.

1.3. 천음속 풍동 (Transonic Wind Tunnel, Veridian)
이곳은 미 공영방송 중 하나라는 NBC사의 유명한 주말 시사 프로그램(Meet the Press)을 진행하고 있는 팀 러써트(Tim Russert)의 고향, 뉴욕주 버팔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역시 버팔로 지역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과거에 우리에게는 칼스팬 풍동("Calspan Tunnel")이라고 알려진 곳입니다만, 최근까지는 베리디안(Veridian)이라는 덩치 더 큰 회사 일부와 통폐합되어 버렸습니다(1998). 천음속이므로, 층류에서 난류로 넘어가기 전의 천이 구역(Transition Region, Reynolds Number 10E5 ~ 10E6 영역)으로부터 그 이상에 달하는 고속 영역의 시험이 가능한 곳으로 방산 업체가 즐겨 찾는 곳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KT-1과 T-50의 개발을 위해 방문해 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설비는 버팔로 지역 경제 및 엔지니어링 전공 졸업자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폭설과 혹한으로 유명한 해당 지역의 어두운 이미지를 조금은 불식시켜 줄 수 있는 전통적 기술 분야의 총아 중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이 업체 역시 다른 방산용 항공기 시험 업체와 마찬가지로 "보안(security)"이 까다로운 곳으로, 별로 소개해 드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베리디안 천음속 설비의 가장 큰 장점은 역사와 전통입니다. 시설은 매우 오래되어 처음보면 폐쇄직전 흉가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노동 조합으로 똘똘 뭉쳐 고액의 연봉을 수령해간다고 하는 많은 기술인(technician; mechanics, electrics)들이 실제적으로 이 풍동을 움직이는 주역들이라고 여겨집니다. 많은, 다양한 비행기 모델들을 다루어본 경험자들이라 엔지니어들의 따끔하고도 매서운 관리(management) 및 이론적 배경(theoretical background)에서 보완이 안 되는 부분들을 다수의 여성/남성 기술인력(technician)들이 훌륭히 보충해 주고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설비의 중간 관리자들이나 실제적 책임자의 경우, 다소 콧대를 높이 세우는 면이 없지 않으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한다면, 처음 그림에 등장한 영국의 ARA 설비보다는 다소 쳐지지만, 그럭저럭 만족할만 하다는 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버팔로는 나이애가라 폭포와 가까운데, 나이애가라 폭포의 수력을 이용한 댐이 큰 것이 있다고 하네요. 그 댐에서 나온 전력을 적절히 활용하면, 운용에 큰 전기비가 드는 거대 풍동의 경우, 아무래도 유익이 되는 점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버팔로에 큰 풍동을 지었던 가 봅니다.

2. NASA 랭리 스핀 풍동(Langley Spin Tunnel)
LaRC.jpgSwingrig.jpg
사진: 스핀 풍동에서 손으로 던져 항공기 추락 시험을 재현하는 중. 우측은 시험 전 모델 중량 계측. 좌측 사진 등장 인물 중 왼쪽 사람은 마이크 프리모(Charles M. "Mike" Fremaux)라는 엔지니어. 프리모 씨는 한국계 입양아 케이티(Katie)를 지금도 잘 키우고 있는 이. 원격 조정기(Radio-RC)로 비행모형을 조절하고 있는 사람은 NASA 테크니션(맨 우측), 비행기 모델을 수직풍동으로 (손으로) 던지고 있는 사람(비행기 추락상황 재현, 가운데)에 주목. 이 사람은 2차 대전 참전 용사로, 독일계 이민자인데 2000년 은퇴한 이. 좌측 사진 잘 살펴보시면, 비행모형 끝퉁이에 낙하산 펼쳐져 있는 게 보임. 추락하며 몇 번회전(spin)하는 지를 관찰하는 상황으로, 사람만 낙하산(스핀 슈트) 쓰는게 아니라, 비행기 기체에도 지상으로 행여 추락할 때 안전을 이유로 낙하산을 펼친다는 아이디어. 한국의 고등훈련기(T-50)도 저런 고난도 위험도-감소 시험을 통과한 바 있음.


스핀 풍동은 넓직한 공군 기지, 나사 랭리 안에 있다는 것만 빼면 사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곳입니다만, 상당히 특이한 시험을 하는 곳이라 소개합니다. 수직 풍동(풍력이 바닥에서 천정을 향해 작용)이라는 특징이 있고, 쉽게 건설하기에는 효율 대비 가격의 면에서, 상당히 애로 사항이 있는 그런 설비. 유사한 풍동이 세계에 딱 몇군데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수직 풍동으로, Spin Test할 수 있는 곳, 그것도 항공기 모형을 직접 추락시키는 것을 재현할 수 있는 곳은, 불란서 Onera에 있다고. 우리 기술 인력 중에도 그런 경험하신 분들이 활동 중.

3. 바 램프 (BAR: Bihrle Applied Research, LAMP) 풍동
LAMP.jpgBirhle.jpg
사진: 좌측 - BAR사에서 우리 고등훈련기와 유사한 형상의 모형을 자사 홈에 전시 중. 우측에 과거 제작에 참여했던 F-16 개발용 모형기와 함께 선 윌리엄 버얼이 보임. 효율성이 높은 설비로, 작은 규모이지만 내실있는 곳.


바 램프(BAR LAMP) 설비는 미국인 엔지니어 윌리엄 버얼(Bihrle)이 1950년대말 자기 이름을 본 따 만든 연구회사인 Bihrle Applied Research라는 곳의 독일 소재 풍동입니다. NASA가 정말 제대로 뜨기 시작한 것도, 역시 존 케네디 때 우주사업 시작하면서이니까, "항공" 공부한 것을 "훈장" 받은 것 만큼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했던 50년대, 60년대의 여러 훌륭했던 엔지니어들 중 한 명으로 간주될 수도 있겠네요. 램프(LAMP)는 고진폭, 다목적(Large Amplitude, Multi Purpose)이라는 말로 정지 상태에서의 스핀 모드는 물론이고 회전(rotary) 상태에서 기체의 정적 또는 동적 균형성을 여러 각도에서 시험해 볼 수 있는 설비입니다. 버지니아 랭리 근방에서 주로 미 정부 상대로 사업을 하면서, 항공기 조종안정성 관련한 시험을 전문으로 해왔던, 미스터 버얼(Birhle)의 본래 고향이 독일이라, 자기 고향 근처에 풍동 설비를 하나 만들어 놓고, 공학 시험을 그곳에서 수행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설비와 규모라면, 우리 대덕 연구 단지 또는 다른 여러 훌륭한 공업 단지는 물론이고, 굳이 "이공계"를 연상시킬 도시가 아니더라도, 조용하고 아늑하며 예쁜 도시 내에도 얼마든지(경기 지역, 제주도) 세워서 운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곳의 노하우는 외관상 별로 아닐 듯 싶지만, 매우 실속있는 곳이라, 소수의 알짜배기 엔지니어들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커버해 낼 수 있는 그런 곳인데, 이곳 역시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와 데이터 베이스가 무시 못할 형평인고요,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버지니아주 햄튼(Hampton) 또는 뉴포트 뉴스(Newport News) 등 워싱턴 D.C.로부터 멀지 않은 외곽지역에 중/소 그룹으로 형성되어 있는 항공 단지들 내 소규모 업체들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부하고는 분위기가 또 달라, 예전부터 NASA로부터 하청을 받아, 실제적으로 많은 시험과 공학 작업을 동참해 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요다 렉서스 광고인지 보면, 차체를 거꾸로 돌려(inverted mode) 풍동 안에서 후미에 스팅(sting)을 박아 고정한 상태로 바람을 쐬주는 시험 장면을 보여 주며, "자, 이것이먈로 공기역학입니다(So, it's an AERODYNAMICS from every angle.)"라고 선전하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공기역학, 공력(aerodynamics)"이라는 용어가 전달하는 어감과 이미지가 "매우 정교하고, 어렵고, 복잡하면서도,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모양이지요. 아니면, 문자 그대로 자기네 만든 차도 풍동 시험한다고 선전하고 싶었던지. 청소기 중에 후버(에드거 후버 전 FBI 국장. 라스베거스 후버댐이 유명) 표시가 되어 있는 게 있던데, 그 광고에도 후버 댐(Hoover Dam)을 연상시키면서, "풍동기술(Wind Tunnel Technology)"로 만든 청소기라 성능 좋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는 것도 있었던 걸 보면, "풍동"과 "공기역학"이라는 말이 그다지 나쁜 인상은 안 주는 모양입니다.

근조 - 얼마전 유명을 달리한 두 분의 항공 교수님을 다시 한번 기억합니다.

댓글 6

배성원님의 댓글

배성원

  사이몬님 훌륭한 풍동 다큐로군요.

기왕 내친김에 국내(한국) 풍동에 대해서도 보시거나 들으신바 있다면 고견을 좀 써 주시지요.

Simon님의 댓글

Simon

  고견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정말 실력있으신 분, 풍동의 대가 분들이 보면 아가들 장난한 것입니다. 국내 풍동은 KARI와 ADD 것을 보았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말씀 올리겠습니다.

daddlee님의 댓글

daddlee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한 가지 내용상의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요. 천음속 풍동은 난류, 층류 천이구간에서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음속(subsonic), 초음속(supersonic) 천이구간(transition region) 을 말하는 것이겠죠. 초음속 풍동실험에서도 층류(laminar) 상태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일반 승객용 대형 비행기들이 이 천이구간에서 운행되기 때문에라도 중요한 풍동시설일 것입니다.

똘레랑스님의 댓글

똘레랑스

  건축/토목 쪽에서도 풍동실험을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풍동의 단면은 대략 1.2(W)x1.0m(H) 정도가 보통이지만, 교량에 대한 풍동실험을 하는 경우에는 폭이 3m 높이가 2m 정도 되는 대형 풍동이 사용됩니다.(국내에서는 현대건설의 풍동이 가장 크죠)
가장 많이 다른 점은 풍속이 매우 느리다는 점이죠. 건축물/교량을 작게 만들어서 실험을 해야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scale down하게되는데 풍속도 마찬가지로 떨어뜨립니다.
우리나라의 설계풍속은 10분 평균풍속으로 30-40m/sec죠. 흔히 태풍이 왔을 때 보도되는 순간최대풍속으로 환산하면 40-50m/sec 정도입니다.
이것을 scale down하게 되는데, 실제로 바람을 맞아보면 약간 센 산들바람 정도가 됩니다.(전공이 아니라..) 항공이나 자동차 쪽에서 하는 것보다는 매우 느린거죠.

황인태님의 댓글

황인태

  똘레랑스님이 얘기하신게 상사법칙(Law of similarity)입니다. 기하학적 상사(길이, 면적, 체적 등)과 운동학적 상사(속도, 가속도 등)로 구분할 수 있고, 두 경우가 모두 적용되는 경우 역학적 상사라고 합니다. 풍동실험이 이에 해당되며 관성력, 점성력, 중력 등이 모든 factor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1/10 축소이면 풍량도 1/10 축소는 아니고 좀 복잡한 계산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

사색자님의 댓글

사색자

  좀 지난 이야기에다가 본문과는 큰 관계가 없지만...
얼마전에 돌아가신 그런 분들은... 그냥 제 마음같아서는 국립묘지에 안장시켜드리고 싶네요. 아랫글은 모모사이트에서 제가 읽은 글인데... 루머이길 바랍니다만... 유족들에게 충분한 보상이라도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용)
... 모든 교수들이 들도록 되어있는 사학연금의 유족연금(월60만원 정도,일시금 일부)외에 보상이 없다는 것....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그 연구프로젝트를 하는 곳에서,위험성 때문에 보험을 들었었는데,감사원의 감사에서 이중부담(사학연금에 들은 사람이 별도의 보험을 들 필요 없다)지적으로 할 수 없이 해지를 했어야했다는군요...
(인용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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