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자율성 낮고 보상체계 미흡…산업기술 발전에 적신호
이공계 고급 두뇌의 국외 유출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국내 산업기술의 미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한 해 배출되는 박사보다 더 많은 수가 국외로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국내 이공계 박사의 해외유출 특성 및 요인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 재직 중인 이공계 박사 9만7000여 명 가운데 8.4%인 8100여 명이 실제 국외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의 1.34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이공계 미국 박사학위자들이 현지에 잔류하는 비율도 계속 커지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하는 두뇌유출지수도 갈수록 하락해 2010년의 경우 10점 만점에 3.69로 57개국 중 42위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대학연구원 100명당 미국 내 학자 연평균 증가율(1997~2008년)을 보면 한국은 7.6%로 여전히 개발도상국 상태다. 이와 함께 과학영재교육원, 과학고 등 과학영재의 해외 유학 의향도 80%에 달하고 있어 고급 두뇌의 국외 유출(Brain Drain)이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김진용 KISTEP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분석한 '이슈 페이퍼'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국외로 나가 돌아오지 않으려는 이공계 박사는 30~40대 젊은 학자가 많은데 기업 재직자는 연구자율성과 독립성이 낮다는 점, 공공연구소 재직자는 성취감 결여, 대학 재직자는 연구개발 시간 부족 등이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경제 규모를 볼 때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해야 할 위치인데도 이공계 박사들의 국외 유출 수준이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과 같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국내 이공계 박사들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공계 박사들은 의사나 변호사 등과 비교한 상대적 박탈감이 적지 않고 사회적 지위, 보상체계, 안정성 등 경제적 원인이 가장 큰 국외 이주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박사 전체의 36.4%가 국외 이주 의향이 있는 가운데 정규직은 33.6%, 비정규직은 67.5%로 분석됐다. 정규직 가운데 직장 유형별로 보면 대학 재직자의 29.4%, 기업 및 공공연구소 재직자의 44.5%가 이주 의향이 있어 기업과 공공연구소 박사들의 불안정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학 재직자 중 자신이 희망하는 연구개발 투입 비중과 실제 차이가 25% 이상 발생하는 박사의 50.6%가 이주를 바라고 있으며 기업과 공공연구소 재직자 중 30대의 61.3%가 이주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공계 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성과중심의 보상체계 강화 △특허권의 개인 소유 방안 검토 △기술사업화 방식의 다양화 △기업의 연구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정책 △공공연구소의 중장기 연구과제 부여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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