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벤처 78%, `불공정거래 당해도 참는다`

 코스닥 상장 또는 매출 1000억원 이상 중견 벤처기업 4곳 중 1곳이 대기업과 불공정거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불이익을 우려해 ‘시정 요구’ 등 적극적인 대응을 못했다.

 최근 벤처기업협회 산하 벤처기업연구원이 중견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정거래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공정거래 경험 여부에 대해 24.2%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처방안으로 전체 78.1%가 ‘불이익이 우려돼 그냥 참는다’고 답했다.

 조사는 코스닥 상장사 656개사와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인 벤처기업 242개사 등 총 777개사(중복 121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이슈가 제기된 후 조사한 것으로 응답기업은 174개사다.

 불공정거래를 겪은 대상 거래처를 보면 대기업 또는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80.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기업 1차 납품업체는 5.5%였으며,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과의 불공정거래 경험도 13.9%였다. 불공정거래를 경험한 기업 대부분(78.1%)은 ‘불이익이 우려돼 그냥 참는다’고 답했다. 반면에 ‘협력사에 시정 요구’(14.7%) ‘행정기관에 신고’(2.4%) ‘법적 대응’(2.4%) 등 적극 대응에 나서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했다.

 조사에서는 마이너스(-) 이익률을 기록하면서도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는 응답기업이 10곳을 넘었다. 대기업과 거래 중인 한 중견벤처기업은 마이너스 이익률 수준이 -19.5%에 달한다고 응답했다. 평균이익률과 희망 적정이익률은 각각 10.8%와 15.3%로 4.5%P 격차를 보였다.

 거래상 애로사항 정도(5점 만점)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촉박한 납기일 지정 및 단축’ ‘낮은 이익보장’ ‘경기(환율·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른 가격 미반영’ 등이 각각 3.1점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일방적인 납품가격 인하’(3.0점) ‘가격 대비 너무 높은 기술 및 품질 수준 요구’(2.9점) 등도 애로 사항으로 꼽혔다. 불공정 거래 해법에 대한 질문에서는 ‘사회·문화적 의식 성숙’과 ‘법적 제재조치 강화’ 등이 3.9점으로 높게 나왔다.

 이미순 벤처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업체 대표를 만나보면 불공정거래가 심각하다고 얘기를 많이 하지만 조사에서는 높지 않게 나왔다”면서 “설문 응답률에서 알 수 있듯이 대기업과의 거래관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거래 단절 대안으로 “불공정거래인 것을 알면서도 거래하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사회 전체적으로 정착돼 있는 갑을 관계를 깨기 위한 인식전환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공정거래 경험 기업의 대처방안 유형> (단위:%)

 *자료: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연구원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