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영재 출신이 "하버드대 박사" 3년간 가짜 행세

2011. 12. 26.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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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안했던 대학은 알고도 쉬쉬
과고 시절 올림피아드 금메달 2개나 따
인하대 연구원으로 일하며 외부 강연까지

과학고 시절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 2개를 따고, 서울대 재학시절 대학생수학경시대회를 3연패했던 수학천재가 학위를 받지 못하고도 하버드대 박사로 행세하며 3년 동안 국내에서 학술활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주목받는 영재가 거짓 학력을 내세운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3년이나 속아온 국내 학계의 검증 시스템도 고스란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영재로 이름난 H(30)씨는 2003년 9월부터 4년 간 삼성장학회의 장학금(연 5만달러)을 받고 하버드대 수학과 석박사통합과정에 유학했다. 2008년 인하대는 그에 대한 교수 임용을 추진했다. 다른 연구실적은 없었지만 "2009년 5월 하버드대 박사학위가 나온다"는 H씨의 말을 믿은 것이었다. 임용에 앞서 군대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2008년 12월 대학 내 부설연구소인 고에너지물질특화연구센터에 병역특례요원으로 채용, H씨는 이 달 병역특례를 마쳤다. 박사학위를 기정사실화한 H씨는 다른 연구원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았다. 심지어 1년에 논문 1편 제출이라는 연구계약을 지키지 않고 3년간 1편의 논문도 내지 않았는데도 아무 제재를 당하지 않는 등 특혜를 받았다.

하지만 H씨는 2009년 박사학위를 받기는커녕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하버드대에 학위논문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는 지난 4월 하버드대 졸업생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는 것을 발견한 한 교수의 제보로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4월 말 한 차례 수학과 교수회의를 열어 "병역특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 전부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이본수 인하대 총장이 대학본부에 지시해 6월 H씨에 대한 외부평가를 받았지만 역시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교수 임용 추진부터 허위 학력이 드러난 후까지 대학의 검증시스템은 완전히 마비된 셈이다.

이에 대해 양재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과거 화려했던 경력과 세계 최고 대학에 다녔다는 명성에 감쪽같이 속고도, 일이 커질까 봐 뭉개는 학교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차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지만 학교의 검증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이런 스캔들에 휘말리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학교의 처리과정을 문제삼았다.

그러는 3년 동안 H씨는 공식적으로 하버드대 박사 타이틀을 내걸고 인하대는 물론 카이스트, 포스텍 등에서 강연과 콜로키엄 등을 가졌다. 그의 강연을 들은 한 교수는 "내용이 모호해 실망스러웠지만 경륜이 짧은 탓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를 초청했던 카이스트의 한 수학과 교수는 "석사 학위 소지자였다면 특강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H씨는 최근 인하대 교수들에게 "최종 논문 제출 기한이 내년 6월인 만큼 (지금이라도) 논문을 완성해 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의 지도교수이자 정수론의 대가인 배리 메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사실 확인을 위해 접촉한 카이스트 교수에게 "졸업할 수준이 안 된다"고 밝혔다. H씨는 부족한 영어 실력과 소심한 성격 등으로 인해 지도교수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탁월한 수학적 재능을 갖추고 온갖 지원과 관심을 받은 H씨가 하버드대 문턱을 넘지 못하고 거짓 학력을 내세운 것에 대해, 성적만 중시하며 학생을 과잉보호하는 우리 영재교육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구자경 카이스트 수학과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못하면 좀 더 낮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교수 하면 된다. 단 한번도 실패나 좌절을 경험해보지 않은 영재들이 일등주의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영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1등만 하던 애들이 내로라하는 세계 영재들 틈바구니에 치이면서 조금만 지적을 당해도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26일 총장이 참석하는 수학과 교수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일부 교수는 "징계를 하고 검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나 대부분의 교수들은 여전히 덮고 가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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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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