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특허 발명 직원에 60억 줘라" 판결

송원형 기자 2012. 11. 3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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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관련 발명 보상금 최대

특허 발명으로 회사에 625억원의 수익을 가져다준 직원에게 보상금으로 6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회사 직원에게 지급된 직무 관련 발명 보상금으로는 사상 최대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현석)는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정모(55)씨가 "발명 보상금으로 185억원을 지급하라"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삼성은 정씨에게 6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디지털 방송과 신호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미국 유명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정씨는 1991년 삼성전자에 수석연구원으로 영입됐다. 정씨는 1995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면서 고화질(HD)TV 관련 영상압축기술을 개발했다. 회사 명의로 국내 특허 10개와 국외 특허 28개가 출원됐고, 정씨가 퇴직한 후에도 정씨 발명을 토대로 한 미국 특허 17개와 홍콩 특허 2개가 추가 출원됐다. 이 기술은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료를 내고 채택해야 하는 국제표준기술이 됐다.

삼성전자는 정씨 특허를 이용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특허료를 포함해 625억6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재판부는 명시했다. 정씨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삼성전자는 보상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며 2010년 4월 소송을 냈다. 삼성은 "정씨는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보상금 2억2000만원을 받았고, 특허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며 맞섰다. 양측은 몇 차례 조정과 화해에 실패하면서 2년 반 동안 법정 다툼을 벌여 왔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전자가 정씨에게 보상금을 줄 당시 합의서에 정씨 서명이 없는 데다, 삼성전자 측도 정씨에게 특허로 인해 회사가 얻은 수익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정씨의 보상금 청구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씨 입사 당시 삼성전자의 고화질(HD)TV에 대한 연구 성과는 미미했는데, 정씨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면서 삼성전자도 고화질(HD)TV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며 "삼성전자는 정씨의 특허를 국제표준기술로 만들어 가치를 높이고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런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정씨에 대한 보상률을 10%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얻은 수익 625억6000만원의 10%에 정씨가 이미 받은 2억2000만원을 빼 보상금을 정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회사의 기여도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직원의 발명과 관련된 회사의 기여도를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향후 판결문을 자세히 분석하고 나서, 항소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직무발명 특허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회사가 다양한 인적·물적·금전적 지원을 한다"며 "특허 출원·등록 이후에도 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각종 리스크와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회사의 공헌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직무발명 관련 소송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4년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휴대폰에 쓰이는 '천지인' 자판을 개발한 최모씨는 2001년 삼성전자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회사 자원이 투입된) 직무발명으로 봐야 한다"며 삼성전자 손을 들어줬다. 최씨는 항소했다가 2003년 삼성과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삼성 측이 합의 과정에서 최씨에게 돈을 준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직무발명 보상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은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1년 국내 기업 직무발명보상제 도입 비율은 42.6%이다. 반면 일본 기업은 2007년에 이미 86.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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