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입사원 채용 면접 때 '사상 검증논란'

2014. 4. 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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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종북 어떻게 생각하나', '건국일이 언제냐' 질문…KBS "소양검증 질문, 사상검증 아냐"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KBS가 최근 신입사원 채용 과정 중 최종 면접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던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KBS 측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KBS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사상 검증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KBS 측이 그런 질문을 던진 의도와는 별개로, KBS 시험을 준비하는 응시자 중 일부는 'KBS에 맞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식의 '자기검열'을 했다는 점이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의하면 일부 응시생들은 KBS 측이 사상검증을 했다고 인식했으며 'KBS 측에 맞는 답변'을 하거나 '무색무취한 답변'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의하면 KBS 측은 최종면접 중 응시자들에게 '애국가 4절을 불러보라', '애국가를 부르면 그 말(가사)을 지킬 자신이 있냐', '종북세력이 있다고 보는가', '종북좌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건국일을 언제로 보나' 등의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종북', '건국일' 등은 일부 보수진영이 주로 사용하는 말로, 해당 단어 자체에 우파에 의한 사상검증적인 의미가 있다. 종북좌파가 있다고 생각하냐는 식의 질문은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응시자 대부분이 받은 질문이라고 증언했다. KBS의 한 시험 응시생은 "양비론을 펴면 붙고 소신을 말하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KBS는 해당 질문이 나온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상검증의 성격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KBS 측은 "'종북좌파' 관련 질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 또는 대한민국 갈등 요소 중 하나인 이념논쟁에 대한 언론의 태도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예비 언론인으로서 시사 현안에 대한 균형 있고 다양한 시각을 합리적인 근거로 말할 수 있느냐는 기본 자질을 묻고자 하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국가' 문제에 대해서도 "특정 이념과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며 "압박면접 상 다양한 돌발 질문에 대해 지원자가 얼마나 순발력 있게 대처하느냐는 예비 언론인의 기본 소양을 검증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KBS는 이어 "이런 취지를 잘못 이해해 질문 내용이 지원자들에 대한 '사상검증'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한 KBS는 물론 신입사원의 명예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KBS 측 관계자도 "애국가를 부르라고 시켰다는 것 자체를 사상검증이라고 볼 수 없다"며 "종북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키워드이기 때문에, 판단을 묻는 것도 아닌 그것이 '있다 없다'를 물어보는 것 자체를 사상검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질문들은 면접과정에서 나왔던 많은 질문 중 하나"라며 "그 질문으로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소문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KBS 본부 측은 "면접관이 그런 질문을 한 저의를 건너들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왜 던졌는지 어떤 의도에서 던졌는지 진의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BS 외부에서는 이러한 질문 자체가 사상검증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질문을 받았던 응시생의 일부도 그렇게 대답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가 그런 질문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논란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언급된) 대부분의 질문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된 문제들로 해석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 견해에 대한 면접관의 질문에는 어느 한 쪽의 답을 할 수 밖에 없고, 그건 사상과 이념을 묻는 것"이라며 "그 사람(면접자)의 성향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는 점은 명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영방송은 특정한 가치를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갖는 민주주의 사회를 전제로 다양한 가치를 가감 없이 전달해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이를 기본적인 전제로 삼은 채용 과정은 아니었다는 의혹은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질문들"이라며 "KBS가 국영방송도 아니고 공영방송으로서 다양한 사상이 골고루 분포된 채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질문은) 물어보는 사람의 의도를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안다"며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 답이 뻔히 보이는 질문에서 반대로 자기 사상을 얘기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KBS에 입사하기 위해 애를 쓰는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했을 때 누가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라며 "치욕적인 질문이고 너무 어처구니없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사상검증이 확실하다"며 "입사한 이후에도 지원자들이 굉장히 큰 약점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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