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
이어 중국으로 가 경쟁사에 연구 결과 제공을 대가로 취업시켜줄 것을 제안하고 조건에 대한 협의까지 마쳤다. 이후 일시 귀국한 이들은 급기야 정부과제 수주와 관련된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회사에 29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중국으로 기술을 빼돌리려던 중 국가정보원에 덜미가 잡혔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약 10년간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등 경제안보 침해사건은 총 375건. 이 기간 동안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등으로 우리나라가 입은 경제적 손실만 6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은 12.8%(2012년)에 불과하다. 유죄가 입증되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 기준이 까다로운데다 처벌 수위도 터무니없이 낮아서다.
이에 산업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산업스파이'를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된다.
21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이 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회부됐다.
개정안은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을 위해 간첩한 자' 등에서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기업)을 위해 간첩한 자'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즉, 외국기업에 기술을 빼돌린 '산업스파이'에도 간첩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상 간첩죄가 인정되면 최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이 의원은 "냉전체제 종식 등 다원화된 국제 환경에서 비록 적국이 아니지만 외국이나 외국인의 단체를 위해 중요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경우에도 적국을 위한 간첩죄와 유사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스파이 등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산업스파이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 침해죄' 또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상 '산업기술 유출죄' 등이 적용돼 왔다.
그러나 이 법령들은 실제 기술유출을 억제하고 산업스파이를 처벌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관계자는 "영업비밀 침해죄는 범죄 성립 요건이 까다로워 기소율과 무죄율이 현저히 낮다"며 "산업기술 유출죄는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낮아 범죄 억제효과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환경의 변화로 해외 기술유출의 건당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관계자는 "인터넷 해킹, 대용량 저장장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IT의 발달로 기술유출이 갈수록 대량화·신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유출 방지책과 관련,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관계자는 "기술유출의 약 80%가 전·현직 직원 등 내부자에 의해 이뤄진다"며 "각 기업별로 산업보안관리사 등을 적극 활용하는 등 기술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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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ppark140@gmail.co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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