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전철과 인터넷기술, 그리고 행정수도 이전... 인과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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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등록일
2002-11-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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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예술, 심지어 이곳에서 논의되고있는 과학기술마저 서울에 집중되는 현상이 바뀔 줄을 모른다. 지방분산정책이 30년 이상 계속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분산되었는가? BK21, 벤쳐, 경제특구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정책도 서울중심으로 나가고있으며, 대덕연구단지같은 극히 일부 지방을 제외한 기타 지방의 상대적 소외감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

심지어 이제는 지방에 근무하는 사람중에도 서울편중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어서, 자기 자식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면 서울이나 미국에 가족을 보내고 홀로 근무하는 '기러기아빠'들이 너무나 많다. '포총'이 서울에 가족을 놔두고 포항에 단신부임한 사람들, '울총'이 울산에 단신부임한 사람들의 줄임말이란 뜻을 아는 서울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얼마전에 전 경북대총장께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받는 차별감이, 마치 미국에서 흑인들이 받는 차별과 비슷하다고 하셨는데, 그말의 뜻에 동감한다.

지금 한국은 모든분야에 걸쳐, 서울과 비서울로 나뉘어 경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승패는 점점 더 서울의 우세로 기울고 있다. 사람과 돈이 서울로 몰리고 있는데, 지방이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그럼 왜 서울불패인가?
내가 생각하기엔,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들은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마주봐야만 결정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본다. 중요한 정책이 합리적 근거와 민주주의적 절차에서 결정된다면 꼭 서로 만나야만 할 필요가 없다. 여유롭게 서로 떨어져 살면서, 전화,팩스뿐아니라 인터넷등 보안 네트워크을 이용한 화상회의나 화상메신져로 충분히 대화를 나눌수있고, 반드시 만나야만 되는 일은 새마을호나 비행기, 아니면 곧 개통될 고속전철로 빠르게 가서 만나 해결할수있다.

돈이 오가는 일이라면 인터넷뱅킹으로 버튼 몇번이면 해결된다. 모든 기록이 DB에 남아있으니 따로 회의록을 쓸 필요도, 영수증도 챙길 필요가 없다. 혹시 나중에 잘못된 일이 생기면, DB에 남아있는 기록만 검색하면 되며, 그런 일은 컴퓨터를 다룰수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기때문에 일반국민들의 주요정책 열람및 참여가 쉬워진다. 현대판 조선왕조실록을 국민 누구나 열람,감시할수있게 되면서, 우리나라 헌법1조에있는 '주권재민'의 원칙이 지켜지기 숴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학연,지연,혈연 그리고 직접 만나 전해야 위력을 발휘하는 사과궤짝등 비합리적인 요소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리적으로 떨어져있거나,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안면이 중요하게되면, 우선 서로 가까운 곳에 있어야한다. 그럴경우, 정치,경제의 가장 핵심인력,중요기관들은 항상 서로 만날수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야하며, 그런 곳은 우리나라에서 서울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경제가 그러니 돈이 없으면 해결될 일이 없는 교육,문화예술,과학기술도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나 선진국은 다르다. 미국의 주요유명대학중 워싱턴에 있는 대학이 얼마나 되나? 미국의 경제,문화중심지인 뉴욕이나 LA는 워싱턴과 몇백km에서 몇천km떨어져 있지않은가? 영국의 옥스포드나 캠브리지가 런던에 있나? 중국도 마찬가지라서, 개혁개방의 중심지인 상하이는 북경과 수천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단지 한국과 비슷한 선진국은 일본정도인데, 일본은 막부시대부터 지방분권의 전통이 강한 나라라서 각지방마다 자기네들이 동경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없다. 심지어 이제는 일본도 행정수도를 동경밖 300km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찾고있다. 대한민국 서울처럼 거의 모든것이 몰려있는 수도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나 자신도, 정말 지방분권이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럴려면, 광케이블의 용량이나 고속전철의 속도가 중요한게 아니라, 정치,경제의 중요인사들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각이 바뀌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능력있는 지방사람들은 서울이 지방으로 오길 기다리는것보다, 자기나 자기가족이 서울로 가는것을 택하고 있다. 그게 편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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