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이공계 대학 진학 감소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 박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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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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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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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박상욱
 
제 목    [논단] 이공계 대학 진학 감소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이 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가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과학기술정책'지 9, 10월호의 [논단]에 기고한 글입니다. 책이 나오길 기다리느라 그동안 게시판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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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계 대학 진학 감소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박상욱
                                                                                한국과학기술인연합


1. 서론

  '이공계 기피현상'이란 신조어와 함께 2002년 초반을 강타한 이공계 대학 진학 감소문제는, 정ㆍ재계와 교육ㆍ문화계, 과학기술계를 망라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대로 10월과 11월의 대학원 입시철을 맞아 작년에 이어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 미달 사태를 겪었고, 12월의 수능과 1월의 대학입시철이 다가오고 있다. 교육부의 발빠른 교차지원 축소 대책에 힘입어 고등학교 교실의 이과 선택 비율은 다소 높아졌으나, 입시학원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이공계 진학 기피와 우수 학생들의 의대, 약대, 한의대, 수의대등 의약계열 지망 경향은 더 심화되었다고 한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독립적인 사회현상이 아니며, 그 원인 또한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도 여러 가지이다. 21세기에, 각종 과학기술로 뒤덮인 세상에 살며, 해외로부터 돈을 벌어오는 주요한 수단이 공산품 수출인, 그것도 대부분이 최신 기술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품목들을 팔고 있는 나라에서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士農工商이란 말이 있지 않았느냐."는 식의 안이하고 추상적인 접근은 배제되어야 한다.



2. 본론

2-1. 이공계 기피현상을 보는 시각 분석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줄어들고, 수학능력시험에서 자연계 응시자가 줄어들고,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줄어들고,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이 줄어들고, 이공계 대학원 박사과정이 미달 사태를 맞았다. 마치 도미노 칩이 차례대로 넘어지는 것과 같은 이러한 현상이, 사회 대중이 인지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의 내용적 사실들이다. 그러나 단편적 통계수치나 각각의 유관기관들이 내어 놓은 원인 분석을 보아선 이공계 기피현상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다들 협소한 시각으로 자기 앞가림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위의 일련의 현상들이 도미노식으로 일어난 것이라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일어나는 것이 당연할텐데, 위의 모든 현상들은 유독 2000년대 들어 집중적으로 한꺼번에 일어났다. 고등학교의 문ㆍ이과 선택은 2 학년때 이루어지며, 병역특례를 이용하는 것으로 계산해도 박사진학은 26세에 이루어진다. 일 개인의 경우 10년에 가까운 간극이 있는 두 현상이 한꺼번에 일어난다는 것은, "요즘 아이들이란..." 이라던가 "시대가 변해서..." 라는등의 원인분석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공계대학 진학 감소뿐 아니라, 이공계 전공자의 중도 이탈, 국내 이공계 대학원 공동화, 과학기술자의 전직과 해외이민등이 한꺼번에 밀어닥친 우리나라 이공계의 비상 상황이다.

  고등학교 교사들과 재학생들이 꼽는 이공계 기피의 첫째 원인으로는 항상 고교과정의 수학과 과학이 너무 어려워서 학생들이 흥미를 잃고, 당장 점수가 나오지 않으니 수학과 과학을 기피하게 되고, 결국 수학과 과학이 더 어렵고 비중이 높은 이과 선택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또,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한 후 더 어려운 공부를 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 당연하므로,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교과정의 수학과 과학이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어려워진 것도 아니고, 학생들의 인내력 부족과 수준 저하에 발맞춰 과거 학력고사나 본고사에 비해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함께 낮아졌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므로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과를 기피하는 당사자인 고등학생들은 표면적으로 수학과 과학이 어렵다는 것을 첫째 이유로 들지만, 과거에도 수학과 과학은 쉽지 않았고, 그것을 이겨내고 이공계에 진학할 그 어떤 이유가 존재했었는데, 지금은 그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해야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당국자들은 2002년초, 고등학생들의 이과 기피현상을 한방에 날려버릴 해결책으로 주저 없이 '교차지원 축소'를 들었다. 교차지원 허용이 이과 기피현상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판단한 것이다. 각 대학에 교차지원을 축소하라는 협조가 구해졌고, 고3 교실에선 교차지원을 염두에 두고 문과를 선택했던 학생들이 다시 이과로 돌아가는 갈팡질팡한 혼란이 빚어졌다. 이 조치에 의해 고등학교 이과 선택 비율은 다소 높아져서, 이과 기피현상이 본격적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기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으나, 90년대 초 50%에 육박하던 수준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수험생들이란 작은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교차지원 축소 대책은 나름대로 효과를 보였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교차지원을 이과 기피의 주범으로 판단한 것 자체에 문제인식의 오류가 있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교차지원이라는 것의 본질은, 수학능력평가에 인문계로 응시하여 얻은 점수로 자연계에 진학할 수 있고, 또 반대로 자연계로 응시하여 얻은 점수로 인문계에 진학할 수 있도록 허용한, 수험생의 선택의 자유를 높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장치이다. 특히, 현실적으로 국내 대학들이 수능 성적에 의해 수직계열화된 상황에서, 최상위권의 몇몇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의 대학들은 우수한 신입생 확보가 대학의 위상과 미래에 직결된 문제이기에, 교차지원을 최대한 허용해서라도 타계열의 조금이라도 수능 점수가 높은 지원자를 합격시키려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이과 공부가 문과 공부에 비해 다소 어렵고, 수능시험의 평균점수도 인문계가 자연계보다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교차지원을 이용하는 것은 대다수가 인문계 수능 점수를 받아 자연계에 지원하는 경우이며, 최초의 취지와는 달리 그 역의 경우는 매우 드물다. 즉, 교차지원은 원래가 '인문계로 수험 공부하여 자연계로 진학하는' 경우에 이용되고 있던 제도적 장치라는 뜻이다. 이것은 이공계 기피현상과 모순이 된다. 처음엔 자연계 진학이 목표였던 학생이,  교차지원을 염두에 두고 문과 공부를 했는데, 하다보니 그대로 인문계로 진학했다면, 그것은 앞뒤가 맞는다. 하지만 교차지원을 하면 이공계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데도 인문계를 목표로 재수를 택하는 학생의 숫자와 비교해본다면 교차지원이 주범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고 만다. 교차지원은 고등학교 문ㆍ이과 선택시의 주요 변수임에는 분명하나,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흉은 아니다.

  대학당국의 설명은 또 다르다. 국내 대학교육의 위기와 기초학문 고사위기를 이공계 기피현상과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 국내 대학교육이 학문과 인격의 수양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상실당하면서 취업 준비교나 고시 학원으로 변질되었고, 어차피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면 무엇하러 어렵고 고된 이공계 전공을 선택하겠냐는 것이다. 경영이나 경제, 법학등 일부 실용학문을 제외하고는 인문사회계의 거의 모든 학과는 공통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학생들은 전공공부보다는 영어와 컴퓨터등 취업에 유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거나 일찍부터 사법시험, 행정고시 합격이나, 회계사등 전문자격증 획득을 위해 나서서 대학 교육은 속된말로 왕따신세라는 것이다. 대학에서 전공이라는 의미가 퇴색하면서, 이공계나 인문계나 전공 지식이 주는 메리트가 없어지고, 기술직과 엔지니어의 인기마저 하락하면서 이공계 전공은 취업에서도 그다지 득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실험실을 두고 대학원생을 데리고 연구해야 하는 이공계 교수들의 입장역시 들어볼 만 하다. 연초에 서울대 자연대와 공대가 등록미달사태를 빚자, 당시 공대학장이었던 이장무 교수는 공대 교수들과 함께 정부에 건의서를 냈다. 그 내용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병역특례를 늘리고 기간을 줄여 달라."는 것이었다. 병역특례란 정확히는 전문연구요원제도를 말한다. 현재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이공계 석사 졸업자는 지정 업체에 취업하는 경우 5년간,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경우 소정의 시험에 통과한 뒤. 박사과정 수료 후 5년간 연구기관이나 기업체에서 복무토록 되어 있다. 어차피 취업할 예정이라면 병역을 해결하며 취업하거나, 공부를 계속하며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이공계 대학원 지망자들에겐 제법 큰 유인요소로 작용해왔고, 해외 유학을 포기하고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는 가장 큰 이유가 병역문제임을 감안할 때, 병역특례의 확대와 복무기간 단축은 분명 이공계 대학원 진학률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처방 역시 이공계 대학원의 대학원생 수급 문제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전반적인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거나 원인을 제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항상 '졸업 후'에 있다. 이공계 대학을 나오고 이공계 석박사 학위를 따고 사회에 나왔을 때, 그 앞길에 높다란 벽이 솟아 있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면 당장의 어떤 당근이 있다 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그 길로 들어설 것인가?

  지난 7월 과학기술부 주도로 작성되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회의를 거쳐 발표된 정부대책을 보면, 결국 '졸업 후'의 문제를 개선, 해결해주는 것이 바른 해법이라는, 발전적 문제인식의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그 대책 역시 연구비 증액, 포상 제도와 상금액수 확대, 원로 과학기술자에 대한 예우, 국가지정연구원제등으로 이루어져, 현장의 과학기술인들로부터 "내장이 곪은 환자에게 반창고 붙여주는 식"의 대책이라는 힐난을 들었다. 정부의 생각은, 과학기술계의 원로나 우두머리급 인사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후속세대로 하여금 '꿈'을 품게 해서 과학기술 인력을 지속적으로 견인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근본적으로 앞서 예로 든 고등학교, 교육부, 대학당국, 이공계 교수들의 근시안적이고 자기 앞가림만 할 줄 아는 인식과 다를 바가 없다. 아기 발 앞에 초콜릿을 한 알씩 놓아가며 따라오게 하는 것과 같은데, 초콜릿이 놓인 길에 가시밭과 진흙탕이 있고 결국 그 길의 끝은 낭떠러지라면 누가 당장 단 맛을 보자고 그 길을 가겠는가?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종합적인 파악과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할지 모른다.


2-2.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 분석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대로, 산업구조는 1차산업 중심에서 2차산업 중심으로, 또 3차산업 중심으로 변한다. 그것이 진리인지의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를 시작한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경우 그런 식으로 변해간 것은 사실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거의 자연발생적인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이공계 기피현상을 산업구조의 변화에 의한 필연적 현상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선진국 진입 초입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되는 산통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이공계 기피현상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등 우리보다 과학기술수준이 앞서있다고 생각되는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이미 길게는 수십년, 짧게는 십여년 전부터 겪어온 일이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길게 보아야 40년에 불과한 산업화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1차산업 국가에서 2차산업 국가로 변신하는 데에 2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3차산업 국가로 변신하는 데에 20년밖에 걸리지 않더라도 별로 놀랄 수준은 아닐 것이다. 이공계 인력이란, 2차산업을 위한 인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3차산업이 고도로 발달된 선진국과는 경우가 또 다른데, 그들은 금융, 보험, 경영컨설팅을 비롯한 고급 3차산업의 경우 제조업을 뒷받침하여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이공계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엔 아직 그러한 부문의 국제경쟁력이 턱없이 낮을 뿐 아니라 선진화되지도 못하여, 이공계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이공계 졸업자들 스스로도 과학기술 연구개발 외의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속칭 '돈 되는 분야'로의 진입에 실패하여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주도형 경제개발의 분위기 속에서 과학기술입국을 기치로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기업주도형이라기 보다는 정부 주도형으로 이루어져 왔고, 기업은 당장 돈이 되는 상품화의 분야를, 정부는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을 이용해 미래에 유망한 분야와 기초 분야를 담당하는 분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 주도형 과학기술발전 모델에서 과학기술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선호하기보다는 안정적, 수동적으로 길들여졌다. 과학기술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적정한 품위가 보장되는 직장이 제공되어 온 까닭에, 과학기술자로의 인생은 어느 정도의 선망과 인기를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서비스 업종 중 소위 '일대다 산업', 즉 혼자서 개업할 수 있는 전문직종의 소득이 크게 높아지고, 거꾸로 제조업의 거대화에 의해 연구개발인력 개개인의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과학기술자의 중요성이 저평가되기 시작하였다. 혼자서는 어디 가서 무엇을 해서 먹고 살 수 없는 처지인, 연구개발 시스템 속에서만 존재의미를 갖는 많은 과학기술자들은, 고용-피고용 관계에서 항상 약자의 처지일 수밖에 없었으며, 과학기술자를 선망했던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에 진학해 옴으로써 신규 과학기술인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90년대 이후 사회 각층의 전반적인 소득이 증대되었고, 노동운동에 의해 노동자의 권익도 증대된 면이 있지만, 과학기술자들은 스스로를 학자인지 노동자인지 자리매김하지도 않았다. 결국 사회 전반의 '제 몫 찾기' 쟁투에 참여하지 못한 과학기술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한 교실에서 공부했고, 비슷한 성적에 단지 입학원서에 적힌 지원학과만 다를 뿐이라고, 심정적으로 같은 이공계인이라는 동질감을 갖고 있던 의사 집단이, 의약분업을 계기로 똘똘 뭉쳐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이익 수호에 나서고,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극대화되었다. 실제로 밥을 굶는 과학기술자는 거의 없으며, 고학력 실업이라는 현상이 이공계 학위자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인문사회계 석박사 인력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계 전반의 불만감은 알게 모르게 외부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현직 과학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올 3월에 이루어진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이 투자한 노력에 비해 현재 합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81%가 '노력의 결과로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근본적 원인과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과학기술인의 처우와 불투명한 미래 문제'가 87%로 기타 답변을 압도했다. 자신들의 경제적 처우라는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자들이 어느 정도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이다.

  일부 전문직의 고소득화와, 급속한 3차산업화에 따른 '화이트칼라 고소득자-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등'의 등장으로, 90년대 들어 학부모들의 가치관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과학기술자는 판검사나 정치인만큼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사나 변호사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며, 화이트칼라 직종에 비해 어렵게 공부하고 힘들게 일하면서 출세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직업능력평가원 진미석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의 학과 선택등 진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의 조언이라고 한다. 이같은 학부모의 가치관은 90년대 후반 IMF에 의한 구조조정 시기를 거치며 심화되고 확신되었다. 과학기술자로의 진로선택에 있어서 남아있던 최후의 매력인 '직업안정성'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정부자료를 보면 IMF 시절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연구인력의 감축이 이루어지고 연구소 통폐합에 의해 직장을 잃은 연구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 수는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훨씬 많은 숫자의 연구원들이 해고당하다시피한 기업체 연구소의 경우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단지 기업의 생리상 어려운 시기에 가장 먼저 축소하고 정리하는 부문이 연구개발이라는 것과, 당시에 수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나가는 것을 목격한 '생존자'들이 전하는 당시 분위기로부터 과학기술자들에게 큰 타격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제 자식이 편하고 여유 있게 살기를 원하는, 죄 없는 부모의 가치관만 변한 것이 아니다. 90년대 이후 청소년들의 가치관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80년대에 장래희망 조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연예인'이 장래희망 최상위 순위에 오르내리고, 단순히 '사업가', '회사원'등으로 애매하던 항목들도 '벤처사업가', '증권맨'등으로 구체화되었다. 의사와 변호사는 그 순위가 수직상승하였고, 그나마 그 직종들이 최상위권의 학력을 요구하는 실정이기에 공부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만이 선택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70년대 단연 1등 장래희망이었던 '과학자'는 어디에 있는가? 조사기관과 대상에 따라 그 결과가 조금씩 다르지만, 한 조사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생중 4%만이 장래희망을 '과학자'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것은 부모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며, "그거 되서 뭐할래. 아서라." 식으로 어려서부터 과학기술자의 꿈이 말살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거기엔 항상 "네 삼촌도 그렇게 똑똑했는데 과학자 되더니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니?" 와 같은 말이 붙어 다니는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비전문가인 일반 대중과 과학기술자들 사이에 괴리가 형성된 것 또한 이공계 기피현상의 문화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 의해 실시된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가 굳이 직접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과학기술을 너무 빨리 발전시키고 있다. 그 결과물을 사용할 줄 아는 데에도 버거울 정도." 라는 의견이 눈에 띈다. 장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첨단 제품에 친하고 적응이 빠른 청소년들에게서 이런 의견이 나올 정도이니, 이들이 이공계 진로를 선택하는 데에 주저하는 것을 일면 이해할 수 있다. 과학기술자들은 또 그들대로 일반 대중에게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데, 일반 대중의 '과학은 어렵다'는 선입관이 강한데다,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는 고정관념이 있어 과학기술자들은 '아는 게 많으면서도 무식한 사람'이라 폄하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적 지식에 대한 바탕이 없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기피하게 되고, 이것은 일상생활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개발 활동중에 업무상 접하게 되는 정부 관계자나 관리자, 행정직등과의 소통의 단절은 과학기술자들을 스스로 격리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과학기술자들은 '과학기술이 외부인들에 의해 휘둘린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했다. 결국 아무리 높은 능력을 가진 과학기술자라 할지라도 사회적 힘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직접 과학기술자가
되느니 그들의 연구개발 결과물을 사용만 하는 사람이 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 덧붙는 악조건이 두 가지 더 있다. 사회적으로 힘이 있는 기득권층이 끼리끼리 알아서 하는 문화가 한 가지이고, 중앙으로부터의 격리가 다른 한 가지이다. 70년대초 의욕적으로 과학기술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며 조성된 대덕연구단지에는, 많은 수의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체 연구소들이 밀집되어 있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메카이다. 넓고 쾌적한 터에 현대적인 연구시설이 들어섬으로써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부족하지 않은 연구단지가 형성되었고, 최고급 두뇌들이 몰려들면서 여전히 전국에서 박사학위 소지자가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도 하고, 그간 대전 지역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제, 문화등 모든 면에서의 극심한 수도권 집중현상과, 국민정서상 중심부를 선망하는 의식이 함께 작용하면서, 과학기술자들은 사회 중심부로부터의 격리감을 느끼고 아무리 열심히 국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더라도 결국 주류(main stream)는 될 수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핵심이자 내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우수 학생의 이공계 기피'이다. 과거 20여년간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공계에 많이 진학했지만, 지금은 최상위권 학생들은 죄다 의대, 한의대, 법대에 진학하는 것이 현실이다. 2003학년도 대학입시에 대비해 입시학원들에서 내어 놓은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이 최상위 등급인 1~6급간에 속해 있으며 서울대 공대의 인기 학과가 6급간에 턱걸이하고 있고 자연과학대학은 지방대 약학과보다도 낮게 자리매겨져 있다. 의약계열 지원률은 90년대 말부터 수직상승하여 작년엔 9대1에 육박하였다. 우수한 학생이 이공계에 가지 않으면 우수한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은 자명하며 향후 연구개발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것임에 분명하다. 우수한 학생의 학부모와 학생 본인이 그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사회적 주류로 살고 싶어하는 것을 인간적으로 비난할 순 없다. 과학기술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주류이며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물론 그러한 가치관과 주류/비주류론이 윤리적으로 올바른지와 이공계 기피문제에 접근하는 데에 합당한 시각이냐는 데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공계 기피현상의 문화적 원인을 분석하는 데에 하나의 시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3. 이공계 위기론의 실체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위상과 경제적 대우가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하여 이공계 기피현상을 불러왔다지만, 기실 인기가 좋았던 예전이라 할지라도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대로 지금도 극빈층이라고는 결코 볼 수 없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국가적 문제로 확대 인식되면서 일부 인문사회학자들 사이에선 '이공계 위기라는데 정말 위기가 맞긴 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경제적으로 더욱 소외된 계층이 있고 계층간 소득격차는 커져만 가는데 현 시점에서 이공계 위기를 주장함으로써 국가의 미래를 볼모로 과학기술계가 의사집단에 이어 기득권층에 편입되려는 것이 아니냐는, 다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과정은 이공계 기피현상을 내버려 두어도 괜찮을 것인지에 대한 대답의 과정과 일치한다. 이공계 기피가 이공계의 위기도 아니고 국가적 위기도 아니라면,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소모적 대책을 내어 놓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결론지어지기 때문이다. 작금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첫째, 이공계 기피현상이 발현한 시점에 대한 適期性에 대한 문제를 들 수 있다. 선진국도 다들 거쳐 간 현상이라면, 우리에게도 어차피 언젠가 닥쳐올 일이었고, 그것이 바로 지금인가? 이 문제에 대해 서울공대 기술정책대학원과정의 김태유 교수는 지난 4월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주최 강연회에서 "선진국들이 이공계 기피를 겪은 것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불에 도달한 시점이었다. 그들은 이공계 진학인원이 줄어들었지만 고부가가치 지식기반경제로 이전하면서 산업ㆍ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는 이제야 1만불 수준인데, 아직 양적으로 팽창해야 할 시기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너무 일찍 찾아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의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론이 이공계 기피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들어맞는 격이다. 경제 수준과 산업 역량, 특히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에 뒤처지는 마당에 이공계 기피만 너무 일찍 흉내낸다는 것이다.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에서 과학기술인력의 대우가 상종가이며 청소년 장래희망 1위, 선망하는 직종 최상위권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쟁상대가 앞서간 선진국들인지, 뒤쫓아오는 중국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국민의식은 아직 쫓아가지도 못한 선진국 흉내를 내고 있다는 얘기이다.

  둘째, 그렇다면 현재 과학기술자가 처한 불만족스러운 사회적 대우가 문제의 시발점이며, 그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이공계 기피가 해결될 수 있는가? 물론 과학기술자들에게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이나, 앞서 언급한 인문사회학자를 비롯, 다수의 국민을 설득하는 것과, 과연 처우 개선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질 것이냐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발전만이 국가간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라는 데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 가장 발달한 제품 하나가 세계시장을 석권한다는 현실이 아직 일반 대중에게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 화학, 섬유, 철강, 조선인데, 이중 앞의 세 가지는 단순히 가격경쟁력과 품질만으로 시장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한물간 기술이 적용된 상품은 낮은 가격이라 하더라도 시장에서 도태된다. 80년대 중반 개발된 64 kB DRAM이 지금 팔리지 않고 90년대초 널리 쓰이던 아나로그방식 휴대전화를 팔 곳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현대 산업에 있어서 과학기술은 '플러스 알파'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부가가치이며, 그것을 연구 개발하는 과학기술자들이야말로 돈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 내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거나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고소득 직종들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외국에 물건을 팔아 벌어온 돈을 돌려 가질 뿐이며 제조업 기반 없이는 그 누구도 고소득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셋째,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공계 인력의 과다 공급에 의한 수급불균형이 낳은 일시적 문제이며, 시장기능에 의해 조절되고 있는 바람직한 현상인가? 만약 그렇다면, 기존의 과학기술자들에게 있어서 이공계 기피현상은 기뻐할만한 일일 것이다. 후속세대의 과학기술자가 품귀현상을 빚거나, 질이 저하된다면, 기존의 수준 높은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대우가 좋아질 것이고, 직업 수명도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있었던 동아사이언스 주최 심포지움에서 서울공대 홍국선 교수는 "예상치를 보면 10년후 과학기술인력이 많이 부족할 것이므로 지금 이공계를 선택하면 나중에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측에서 나오는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 연구개발인력은 항상 부족한 상황이며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엔 멀었고, 기업들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불평이다. 이공계 인력은 한번도 공급 과다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에 이공계 기피현상은 수급 조절에 의한 시장 현상이 아닌, 결코 일어나지 않아야 할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공계 기피의 원인은 문화적인 이유에서나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기존의 과학기술자들은 이공계 기피의 원인을 '과학기술자의 처우 문제'라고 답하고 있는 것일까? 또, 도대체 왜 이 '즐거운'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을 결성하여 6천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는 것인가? 시장원리에 의해 이공계 인력 수요가 높다면, 그에 의해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적정한 가격은 적정한 공급을 낳는다는 것은 중학교 수준의 경제원리이다. 이공계 인력의 노동시장은 철저히 사용자 위주이며, 정부출연연구소와 국공립 대학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지배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체 연구소라 할지라도 이공계 고급인력을 놓고 정출연과 대학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항상 정출연보다 조금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공계 고급인력의 가치는 비탄력적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공계 고급인력의 노동시장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박사학위를 가진 30대 초반 연구원의 초봉은 신용카드회사와 이동통신회사, 외국계회사의 대졸 초봉보다 낮다. 40대 중반의 박사급 책임연구원의 연봉은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연봉(임원 제외)보다 낮다. 2000년대 들어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진연구인력'의 경우 정부의 소위 '과학기술인력 저수지 전략'에 의해 정부출연연구소에 대거 비정규 계약직으로 채용되어 있고, 최근엔 아예 대다수의 신규 채용이 계약직으로 이루어지며 1~2년 근무 후 정식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대학이나 정출연에서 박사후과정(포스트닥)으로 일하는 경우 연봉은 1200만원에서 최대 2400만원이다. 노동 가격을 비탄력적으로 묶어 놓고 수요가 많은데 왜 공급이 줄어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지속되면 기업과 국가의 국제경쟁력이 저하되고, 경제발전이 멈추게 되며, 연구개발에 신규투자할 여력이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빠른 기업들은 연구소를 해외이전할 것이고, 내국인 과학기술인력은 갈 곳 조차 없어 이공계 기피현상이 가속화된다. 그때가 되면, 지금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기술인력들은 기업을 따라 해외로 나가던가, 외국으로 이민을 가던가, 아니면 할 일이 없게 된다. 이것이 국내 과학기술자들이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인 것이다.



3. 결론

  과학기술자들이 생각하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분명하고 뿌리 깊은 원인이 있는, 결코 생겨서는 안 되는, 그러나 이미 현실화된 국가적 위기이다. 표면적 처방이나 유인책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으며, 안일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지난 10여개월간 각계각층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겉으로는, 이공계대학 진학 감소, 나아가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가 밝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대단히 복잡한 사회현상이며, 각자의 자리에서 보는 시각만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근시안적 유인책을 내어 놓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과학기술자 역시 과학기술자의 시각으로 문제를 볼 수밖에 없으며 한계를 가진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자들은 시스템 내부에 있음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과학기술자들은 그들 스스로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 하다.

  쏟아져 나온 대책들과, 몇몇 교수들의 제언을 보면, 고등학생들을 이공계 대학에 많이 입학시키는 것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시각이 엿보인다. 지금까지 이공계 대학의 정원 자체가 미달된 적은 없다. 지원율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 아주 가까운 미래에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우수 학생의 이공계 기피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 이공계 대학 정원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미래의 국가경쟁력 저하를 막을 수 없다. 작금의 대책들은 정부와 산업계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반영되어 있다. 과학기술자들이 파악하는 그들의 속내는 "싼 값에 쓸 수 있는 풍부한 우수 이공계 인력을 계속 공급하라"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말하는 것은 장학금, 해외유학 지원등 당장 발 앞에 놓인 초콜릿이다. 어떻게든 고등학생들의 눈을 가려 이공계 대학에 입학시킨다 해도, 지금 대학가에서 그러하듯 고시로, 변리사로, 의약계열 편입으로 빠져나가고, 해외로 나가 돌아오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전공과 무관한 사무직으로 취업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이공계 대학 진학 감소는 대학입시의 문제가 아닌 과학기술계 전반의 문제이며 들어온 대학생들도 이공계를 탈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고등학생을 꾀어 이공계 대학에 진학시킬지보다, 왜 이공계를 기피하게 되었는지부터 분석해서 그 원인을 제거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1. 진미석, 윤형한, 이공계 기피현상 진단 및 정책적 함의 도출.
2.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제1차 설문조사자료.
3. 제10차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회의 자료.
4. 경상여자고등학교 과학반, 이공계기피현상 설문조사.
5. 김태유, New Millenium의 기술혁명과 우리의 대응 전략.
6. 여인철, 이공계 기피현상의 본질과 대책
7. 홍국선, 21세기 사회적 요구와 이공계 대학의 비전.
8. 이장무, 김태유, 자연계 대학 지원자 감소추세 및 대책.
9. 최재천, 이공계 위기론의 본질과 대책
10. 이영희, '이공계 위기론의 본질과 대책'에 대한 논평
11. 박상욱, 장미경, 이공계 기피 원인 지표 뒤집기


 
 

  김덕양 훌륭한 글입니다. 강추! 2002/12/25 x 
 
  정문식 정곡을 찌르는 글입니다. 이공계 기피 문제와 표리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 대학 교육의 파탄 또한 '졸업 후'가 보장되지 않는 현 풍토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졸업 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위 '영재 교육'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는 과학고의 예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2002/12/25 x 
 
  박재근 정말 멋집니다. 2002/12/25 x 
 
  임호랑 선진국일 수록 3차산업의 비중이 크다고 하지만, 그 양상이나 과정을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1차산업의 비중을 줄여서가 아니라, 1차산업의 발전속도에 비해 2차 및 3차산업의 발전속도가 빨라져서 결국 그렇게 된 것이고, 이 과정에서 1차산업도 나름대로 발전하면서 식량 자급자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점이 우리나라가 잘 못하고 있는 1차산업에 대한 인식입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이 모두 1차산업이 튼튼해서 식량안보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차산업도 미국은 OECD가운데 최저수준이지만, 일본, 독일은 전체 경제에서 30%정도를 차지하며 선진국 중 최상위입니다. 이는 나라마다 생존전략이 다른 것을 웅변해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재 2차산업비중이 OECD최 2002/12/25 x 
 
  임호랑 고로서 3차산업과 비슷한 규모이긴 하지만, 중국이나 아세안 국가들처럼 생존전략을 2차산업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결코 비중이 아주 높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과연 세계적인 금융, 증권시장에 한국이 순순이 참여하게 이걸로 먹고 사는 선진국들이 내버려둘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이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경제구조에서, 1,2,3차 산업의 구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공산품 위주의 수출품 구조상 2차산업이 국가경제의 선도산업이 될 수밖에 없으며, 3차산업은 이에 부수적인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네덜란드나 덴마아크는 농업과 무역으로, 스위스는 정밀공업과 관광산업만으로도 잘 살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경쟁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 맞는 국제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2002/12/25 x 
 
  임호랑 이점이 바로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이공계가 국가발전의 주역이라는 것이며, 지금 기존의 과학기술자들이 해외로 떠나고, 국내에 남아있는 자들은 행정과 보따리 장사하기에 허덕이거나 대학으로 피신하여 월급장이로 변신하는 상황, 더 이상 최고의 인력이 이공계로 오지 않는 것을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챙겨야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산업현장에서도 사무직에 비해 기술직이, 관료, 정치인, 언론인, 학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도 이공계가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없고 머리도 없이 손발 역할만 하도록 강요당하는 이러한 사회구조하에서는 결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할 수가 없습니다. 박상욱님의 글에 동의하며, 새해에는 우수 이공계 인력확보가 우리나라가 살길이라는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2002/12/25 x 
 
  김선영 노벨 화학상을 탔던 하버드의 허슈바흐교수는 과학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문화가 되어야하고, 일반 대중에게도 관심과 혜택을 누리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공유하여야만 한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엔 과학은 이공인들끼리 해라. 우린 누리기만 하겠다라는 풍토때문에 점점 과학이 소외되는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과학이 주는 혜택에 대한 조명과 정보공유에 힘쓸때 과학으로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요? 2002/12/30 x 
 
  정문식 서점에 가서 잘 찾아보면 베테랑 과학기술자들이 쓴 대중과학서적들이 많습니다. 학문적 엄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초등학생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져... 아직 교양 과학 서적은 대부분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 과학자들이 쓴 것을 번역한 것이 많습니다만, 국내에도 우리 사이엔지의 운영자이신 최성우님이나, 이인식님의 책들은 재미있고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치밀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회 대중의 과학적 교양의 증진은 과학기술자들의 책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선진 제국들의 경우 과학기술자들이 정치, 행정,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듯이, 과학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 나라도 과학기술인들이 사회 각계 각층에 많이 포진해야겠져... 2002/12/30 x 
 
  닭의비행 훌륭한 글입니다. 임호랑님이 말씀하신 산업 구조에 대해서 더 알고 싶군요. 2002/12/30 x 


2002년 12월 24일 과학기술정책/칼럼 게시판에서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cience&page=1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55

  • 공학자 ()

      정말 멋지다.. 어쩌면 이렇게 정곡을 정확히 찔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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