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과 과학기술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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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등록일
2003-05-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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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정우성
 
제 목    엘리트 체육과 과학기술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국내에 국제규격의 경기장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는 남자 하키 팀이 기적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지난 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공식 등록 선수가 8명뿐인 스키 점프가 2개의 금메달을 따내었습니다.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딛고 훌륭한 성과를 거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2002년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아직 제대로 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운동장이 얼마 안 된다고 합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무더기로 안겨주는 효자 종목을 직접 경험한 국민들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여러 국제 대회에서 거둔 성과는 세계가 깜짝 놀랄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엘리트 체육이 일구어 낸 성과입니다. 우리의 체육 행정은 그동안 엘리트 스포츠 위주의 ‘보는 스포츠’였으며 단지 올림픽의 메달 수로 평가받아왔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볼 수만 있고 할 줄은 모르는 반쪽짜리 스포츠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체 수명은 선진국이지만 건강수명은 후진국이라고 합니다. 스포츠라는 것은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의 근간을 제공해 건전한 사회의 바탕을 이루어야 합니다. 선진국과 비교하여 체육 시설 및 국민들의 참여도는 20-30배씩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체육은 세계에서 경제 규모보다도 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 일부가 ‘하는 스포츠’, 전 국민이 ‘보는 스포츠’의 엘리트 체육에서 모두가 ‘함께 하는’ 생활 체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물론 정당의 목적이 정권 창출인 것처럼 체육회의 목표는 승리라는 체육인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이제는 삶의 질을 향상할 시기가 아닐는지요.

과학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기술계는 반도체, 이동통신 등 경제의 효자 상품들을 개발하여 국익에 어마어마한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공계 기피라는 철저한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딛고 훌륭한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남자 하키 선수, 스키 점프 선수들이 과학기술계에 무수히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뜨거운 박수를 받아야 하는 이들입니까?

우리는 세계 12위의 경제 신화를 이루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전 국민의 일치단결을 통하여 얻어낸 성과입니다. 그러나 최근 경제 성장의 주요 엔진이었던 과학기술계가 좌초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역시 ‘엘리트 과학기술’이 기반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온 국민이 ‘과학 하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생활체육에서 엘리트가 탄생하듯 대한민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탄생하고 첨단 기술도 개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변의 환경이 미비하여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온 국민이 과학기술을 알고 싶어도 그런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습니다. 흔히들 과학기술은 어렵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축구공만 있으면 모두 축구경기 할 수 있듯이 과학기술도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TV에서 과학기술을 재밌게 풀어주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입니다.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즐겁게 뛸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입니다. 노벨상을 타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호기심을 가진다면 바로 과학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며 온 국민이 과학기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이 스포츠와 함께 하여 올림픽 1위, 월드컵 1위를 차지할 때 우리는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될 것입니다. 온 국민이 과학 하는 마음으로 노력할 때 우리는 진정한 과학기술입국(科學技術立國)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소요유 동감입니다. 정우성님의 글을 읽고보니 '이면우교수'의 과학기술 태능 선수촌론이 생각나는군요.  2003/03/11 x 
 
  최성우 과학의 대중화 문제... 우리나라 역대 정권치고 이것을 부르짖지 않은 정권이 없는데, 아직도 구호로만 요란한 것을 보면 참 답답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저는 또한 과학저널리스트의 한사람으로서... ) 그래서 제가 최근에 생각한 것은, 일반 국민들의 과학에 대한 마인드와 '즐거운 과학'을 강조하기에 앞서서, 정부 관료, 정치인, 언론인 등등 소위 '시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와 마인드는 얼마나 되는지 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기네들은 알 필요가 없다거나 귀찮아하면서, 국민들에게 과학하는 마음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새 정부가 내건 '과학기술 중심사회'도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힘깨나 써온 사람들'의 과학기술 마인드를  2003/03/11 x 
 
  최성우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는 측면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좀 비약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추진될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TFT'란 단순히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자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국가지도층들과 일반 국민들의 "과학기술 중심적 마인드"를 철저히 함양하고 검증하는 데에 힘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3/03/11 x 
 
  정우성 사회지도층의 검증이 있으려면 우선 극상위층의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있어야겠군요. 2003/03/11 x 
 
  소요유 리더들의 철학과 의지가 중요하겠지요. 문제는 그냥 '구호'뿐이냐, 아니면 개념을 갖고 있는냐 입니다.  2003/03/11 x 


2003년 3월 10일 회원자유게시판에서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36&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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