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중심사회, 과연 가능한가?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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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등록일
2003-06-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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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최성우
 
Homepage    http://www.hermes21.pe.kr
 
제 목    [칼럼] 과학기술 중심사회, 과연 가능한가?
 
          과학기술 중심사회, 과연 가능한가?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공동대표; http://www.scieng.net) 
                   

요즘 들어서 과학기술 중심사회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이
미 심각한 수준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과학기술계
전반의 위기와 파국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구축'을 선정한 것은 대다수 과학기술인들에게 다시금 희망과 기대를 주기에 충
분했다. 
그러나 진정한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무엇인지, 명확한 개념조차도 불분명한 채로 얘기들만
무성하거니와, 어떻게 하면 그것을 이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과 청사진
이 결여된 채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더구나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구현한다면서 여전히 '과학기술자'들은 중심에 놓지 않고 배제
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정치권, 정부기관,
민간기업, 언론계 등 할 것 없이 얼마나 과학기술자들을 홀대하는 '과학기술 무시사회'였는
지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야, 뭔가 이에 관련된 해답이 나올 듯하다.

먼저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이공계 출신 인사들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요즘은 하도
많이 거론이 되어서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기 싫은 정도이다. 특히 나라의 정책을 주도하고
국정을 책임지는 국가지도층의 구성에 있어서, 그것도 위로 올라갈수록 이공계 출신들이 형
편없이 홀대받고 소외되는 것은 우리의 경쟁 대상인 선진국과 상층 개발도상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집단이 권력에서 소외되었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와 같은 과학기술 시대에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고 과학적 마인드가 뒤떨어지는 집단
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사회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 경영을 제대로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인들의 공직사회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
아지고, 여러 개선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인 느낌이 없지 않으나, 아무
튼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조금 다른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정부는 다른 주요 국정과제들과는 달리 유독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국정과제는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두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과학기술 관련된 정부 부처가 한 둘이 아닌 마당에 이들을 통합적으로 조정하고, 현장의 과
학기술인들이 정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구와는 차별화 된 국정과제 추진위나 태
스크포스팀이 반드시 필요할 터인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결론지어진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에 서는 것에 반발하거나 내심 그다지 바라지 않는 이들도 만
만치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러다가는 새 정부의 과학기술 중심
사회 구축 및 '제2 과학기술입국' 선언 역시 이전의 역대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립서비스' 수
준에 그치는 전철을 되풀이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과학기술자들에게 경제적 대우 뿐 아니라 연구 환경 필요

우리나라의 민간기업에서는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들이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나마 지금까지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으로 이 나라를 먹여 살려 온 것
이 바로 민간기업의 과학기술인들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들에게 그에 걸 맞는 경제
적 대우 뿐 아니라, 보람있는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 대단히 중
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껏 민간기업의 과학기술자들은 그저 "싼 값에 부
려먹고 용도가 다하면 언제든 내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진 듯하다.
IMF 구제금융시대에 가장 먼저 쫓겨난 것이 바로 연구개발 인력들이었다는 사실은 과학기
술자를 희망하던 우수한 학생들이 충격을 받고 이공계를 기피하는 직접적인 원인의 하나가
된 바 있다. 40이 넘은 나이에 승진도 마다하고 좋아하는 연구개발에만 몰두하여 결국 작년
도 노벨화학상을 받아서 큰 화제가 되었던 이웃 일본의 한 민간기업 연구원의 이야기는 우
리에겐 너무도 멀게만 느껴진다.   
과학기술인에 대한 대우 뿐 아니라, "기술은 그냥 사다가 쓰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인식
이 팽배할 정도로 민간기업 경영자나 소유주들이 연구개발의 중요성과 과학기술적 가치에
무심한 것은 더욱 큰 문제이다. 
만약에 제대로 된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구현된다면, 대기업들도 실질적인 연구개발을 통하
여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려는 풍토가 정착되어 나라 경제발전과 고용 증대가 선순환되는 구
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들에 대한 합리적인 기술평가가 이루어져
서 겉만 번지르르한 온갖 사이비, 즉 '무늬만 벤처'들이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고 사회에 물의
를 일으키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시중에 여유자금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제
대로 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과 투기적 금융에만 몰리다가 결국은 다시 경제 침체를
불러오는 기현상도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전문적 능력과 과학기술에 기반한 제
품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된다면, 인맥과 접대문화가 실력보다 우선 시 되어 부정부패와 부
조리로 이어지곤 했던 폐단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각종 법률제도들 역시 과학기술 중심사회와는 너무도 멀 뿐 아니라, 과
학기술인들을 홀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의 능력과 업적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려면 이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제도가 잘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다. 특히 탁월한 과학기술인들의 창의적인 연구개발 결과로 수 백만 명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시대에는, 그 발명에 대한 합당한 평가와 충분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
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정 특허법에 따라 직무발명 보상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구체화하려던 관련 시행
령이 작년에 국회 통과를 앞두고 일부 세력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도된 바 있
다. 수억, 수십억원 대의 연봉을 거머쥐는 증권맨, 금융인들이 적지 않고, 영업사원들 역시
성과급에 따라 억대 이상의 인센티브가 흔한 요즘에, 바로 그 부(富)의 원천을 제공한 발명
자, 과학기술인들에게는 이토록 인색한 이유가 무엇인가?
동종업계에서 연구원들의 이직을 일정기간 금지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최근 법원의 판결 역
시 이 나라 과학기술인들은 아직도 중세의 농노나 노비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직업적인 스포츠인들이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경쟁 구단에 거액
으로 스카웃 되는 경우, 부정경쟁 방지를 위하여 이직이 금지되었다는 얘기를 국내외를 막
론하고 들어본 적이 없다. 영업, 마케팅 등의 다른 직종 종사자들 역시 경쟁사 이직의 경우
영업기밀이 새어나갈 가능성 자체는 연구개발 인력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인데, 구체적인
위법 행위 없이 이직 자체만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결국 이 문제는 우
리 사회가 과학기술인들을 가치 창출의 역군으로 여기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성장의 도구
나 희생양, 혹은 노비 정도로 여기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무슨 "이공계가 짱?"이라는 둥 청소년 대상의 만화
독후감대회를 열고,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을 설립하는 등의 온갖 미봉책과 사탕발림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해소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과학기술
인들의 땀흘린 노력과 업적에 대해 정당한 몫을 찾아주는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이제는 통
하지도 않는 사탕발림보다 훨씬 실질적 효과가 클 것이다.

동종업계 연구원 이직 금지, 과학기술인 차별 의구심 들게 해

필자가 생각하는 과학기술 중심사회란 과학기술자들만을 위한 사회가 결코 아니며, 우리사
회 각계각층에서 과학기술적 마인드를 되찾고, 최소한의 합리성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건
설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즉, 과학기술 중심사회란 바로 실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건전한 사회이며,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강조한 바
있는 '반칙과 특권'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과학기술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과 제2의
과학기술입국 구현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예전처럼 과
학기술인들은 철저히 배제하거나 주변에 머무르게 한 채 여전히 '재주 잘 넘는 곰' 쯤으로만
인식한다면, 새 정부의 거창한 계획 역시 겉만 번지르르한 구호에 불과하거나 공염불이 되
고 말 것임에 틀림없다.   
아울러 이 나라의 과학기술인들 역시 과거의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나라의 미래를 만드
는 주역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역사의 전면에 결연히 나서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Popular Science 6월호 >



 
 

  최희규 팝사이에 최성우님 글이 있는 것을 보고 글을 올리려고 했었는데... 자주 알려야 하겠죠.... -_- 2003/06/11 x 
 
  enigma... 이글을 정책 입안자나, 대통령도 볼려나요...봐도. 감응이나 있을련지...우리사회는 농업사회가 아님을 다시한번, 선비님들이 깨달았으면 하네요...10년후에 모두 땅파먹고 살기 싫다면, 하기사, 돈 수십억씩 숨겨둔 양반들은 걱정 안하겠지만서두요...씁쓸... 2003/06/11 x 
 
  김하원 '이공계 기피현상을 왜 해결해야 하나' 라는 데에 대해서 대외적으로 먹힐 만한 보편적인 철학과 이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싸고 좋은 기능인력이 많은 사회와는 달리 '과학기술 중심사회' 는 현재의 메인스트림에서 정신적/물질적 share가 재구성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2003/06/11 x 
 
  입체냉각 저는 경제력의 크기도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실제로 어떤 기술을 개발해서 상업화하는데 까지는 엄청난 자본과 시간이 요구됩니다. 한국 내 웬만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지요. 거꾸로 얘기하면 자본의 덩치가 크면 그 정도의 돈과 시간을 계속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뿐더러, 미래의 대박을 생각한다면 투자를 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으로서도 유리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기술자들도 좋은 대우를 받겠지요.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 주니까요. 2003/06/25 x 

과학기술정책/칼럼 게시판에서 6/11/2003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cience&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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