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에 대한 단상. - 조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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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등록일
2003-09-04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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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조준호
 
제 목    대학 도서관에 대한 단상.
 
제가 한국을 떠나온 약 10년전 기준으로 쓴 빈약한 글입니다.  이제는 개선되어 해결된 점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대규모 도서관 전산망으로 빈약함을 극복해야. 
미국에 처음 와서 처음느낀 것은 대학 도서관 시설이 한국에 비교할 수 없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친미파 어쩌구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소리도 지겹습니다.) 그리고 주요 논문에 레퍼런스로 실린 논문들과 참고 서적들을 거의 모두 찾을 수 있다는 것, 만약 없을 경우 쉽게 인터라이브러리 론이 된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한국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대학들 간의 도서관 자료망만 잘 구축하면 예를 들어 수도권 모든 대학의 대학을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화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로 생각됩니다. 오직 의지의 문제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도서 구입시에도 도서관들이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구입하여, 몇 몇 책은 각 도서관 마다 있어 수십권이 있고 몇 몇 책은 어디에도 없는 그런 일을 막아야 합니다. 저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비싼 저널들, 쥐꼬리만한 각 대학 도서관 예산으로 어찌 다 구입하겠습니까?

2. Reserve List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제가 학부나니던 10년 전의 이야기라 이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전기전자 공학 실험과목을 듣는데, 예비 보고서 작성을 위해 도서관에 가보면 관련 서적들은 이미 동작빠른 친구들이 모두 다 장기 대출해 가고 없더군요. 고압적인 도서관 직원들은 그런 경우에 Recall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지 않고.  (사실 이건 학생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문제입니다. 밤낮 운동권으로 끌어들일 이야기나 해주지 도서관 어떻게 되어있나 한마디 없는게 전통아닌 전통이었죠.) 미국의 경우 수업과 관련된 도서는 교수들이 매 학기 시작 전에 목록을 작성, 도서관에 통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장기 대출이 불가능 하게 reserve해 놓죠. 시스템이 문제가 되니 그나마 부족한 도서관이 더욱 부족해 느껴졌습니다.

3.  국립대 도서관들을 지역 교육의 중심축으로.
미국 대학들의 도서관은, 특히 주립대들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역할도 충실히 하여, 학생이 아니라도 대출만 불가능할 뿐이지 도서관내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웬만한 시설은 다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서관에 가면 어린이 서적 코너도 있어 주말에 어린이를 데리고 오는 교직원과 지역 주민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방학이 되면 대학이 수익사업을 겸해서 어린이 과학캠프등을 여는데 이들 어린이들을 대학 도서관으로 데리고 와서 거기서 책을 찾는 법을 알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읽을 수 없는 책들이 대부분이겠습니다만, 도서관에는 전문서적 외에도 수많은 넌테크니컬 인트로턱토리 책들이 많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잡지들도 있고. (한국에서는 번역이 안되어 어린 학생들이 접할 기회조차 없는 수많은 비전문 수학과학 책들이 이들 미국의 어린이들에게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다들 귀에 못이 박히셨겠지만, 미국은 한국처럼 과외교사들이 잘 가공해준 정보만을 주입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버릇을 어릴때 부터 가르치죠. 거기에서 대학 도서관의 역할은 최고 학문의 자료실로서 대단히 큽니다.

4. 자습실을 대폭 줄여야. 책상은 책장 옆에..
고등학교 시절 주말에 시립도서관에 가서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침 일찍 나가서 좋은 자리 맡아야 했죠. 가져온 정석 문제 풀다가 점심시간에 잠시 도서관을 둘러 보았는데, 도서관에 책이 어디 있는지 찾기도 어려웠고 그 책을 보러온 사람은 전무한 듯 했습니다. 다 참고서 가져와 공부하는 고등학생 중학생들이었죠. 대학에 와서도 보니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대학 도서관 건물에서 왜 그리 자습실이 많은지, 그리고 책을 찾으러 가 봤더니 자습실을 밝히던 그 많은 형광등과 대비되게 어두 컴컴하기 이를데 없더군요. 그나마 자습실은 학부생들 수업비는 시간에 공부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늙수구리 졸업생들이 고시공부하느라 다 차지해 버리고 하루 종일 점거하고 있어 별로 많아 보이지도 않더군요. 도서관이 도서관이 아니라 독서실이기를 자처하는 듯 해 보였습니다.  미국 도서관에도 물론 자습실이 있습니다만, 한국의 도서관들을 좀 심했다고 기억됩니다. 그리고 제 경험에 국한 됩니다만 많은 경우 책과 읽을 공간을 같은 방에 두어 이곳은 책을 찾아 정보를 얻는 곳이다라는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한국은 자습실에는 책 장 하나 없죠. 이곳은 너희들 고시공부하는 공간이다 이런 느낌을 주게 하니까 몇년전에 서울대 도서관이 학생증 없이는 자습실 사용을 금한다고 하자 뭐가 그리 당연한지 고시생들에 의해 거의 폭동이 났었죠.




 
 

  바루흐 지하철에서 외국인들이 항상 책을 들고다니면서 읽는 걸 보고 감동받은 적이 많았습니다. 국민들이 책을 읽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주 중요한것 같습니다. 저도 도서관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래서 서초동 국립도서관을 많이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거의 제 집이었죠. ^^ 2003/08/19   
 
  바루흐 국립도서관은 요즘 많이 좋아져서 주말에 가볼만 합니다. 특히 멀티미디어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밥도 맛있습니다. ㅎㅎ) 저는 철학책을 즐겨읽었는데, 데카르트로 부터 시작된 근대철학이 생성되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마 퓨론의 회의주의(우리는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 혹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를 극복하려는 동기에서 생겼죠? 이상 잡담이었습니다. 2003/08/19   
 
  환비 저의 경험상 얘기하자면, 1번 문제는 요즘 들어서 각 대학간의 연결망이 갖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도서관 컴퓨터마다 연결망이 어쩌고 하면서 설명서 붙여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03/08/19   
 
  환비 2번은 절실히 필요합니다. 꼭 시험치기 몇주전부터 빌려서 시험 끝나면 반납하는 인간들이 아주 많습니다. 시험 공부보다 책빌리는 경쟁이 더 치열합니다. ㅡ.ㅡ; 2003/08/19   
 
  환비 3번은 국립대이기 때문에 도서관을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딱히 반박할 말은 없지만, 도서관에 공부하는 착실한 그 학교 학생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사항은 아니죠. 어린애들이나 중고생들이 와서 떠들거나 , 음식물 먹고 마구 버리는 등등... 3번은 취지는 좋은데 실행에서 문제 발생 소지가 다분합니다.  2003/08/19   
 
  환비 4번은 학교 마다 자습실과 열람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나요? 물론, 열람실보다는 자습실이 훨씬 많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아예 도서관이라는 건물에서 자습실을 분리해서 따로 만들면 안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서관에는 책과 잠시 앉아서 책을 볼수 있는 탁자 정도만 있으면 될것 같은데요. 아~ 시험기간에는 이런 곳도 바로 자습실로 변합니다.  2003/08/19   
 
  준형 저널에 대해서 얘기 하자면, 미국엔 조그만한 리버랄 아트 대학들이 참 많습니다. 그 대학들이 저널은 수천개씩 구독 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 나라의 왠만한 대학 보다 많은 갯수 일까요? 정기구독을 할때 한 대학이 각각으로 하는게, 아니라 Council 씩으로 단체 구입을 합니다. 한 20, 30개 대학들이 단체 구입을 하게 되면 가격도 싸지고, 구매 할수 있는 저널수도 늘어 아는 거죠. 제가 있는 주에선 그 금액의 반 을 주정부에서 부담 하기도 한 답니다. 2003/08/20   
 
  배성원 저는 3번에 대해서 '국립대'라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도서관입니다. 공부방이 아닙니다. 그 학교의 재정을 국가가 담당한다는 것은 대학본연의 학문정진 역할외에도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각 지역의 국립대 도서관을 지역민에게 개방해도 지극히 열악한 도서관 부족을 해소할순 없을 정도로 우리 도서관 환경이 절대적으로 열악하다는 것도 고려돼어야 하겠습니다. 여엉 어린 아이들은 부모가 동반되도록 하고 청소년들에겐 '책'의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어쩌면 국가가 큰돈 안들이고 지역민들에게 도서관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잇을겁니다. 다른 나라는 이미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그들보다 경제적으로 하등 나을것 없는 우리가 대학따로 지역따로 도서관을 두는 2003/08/21   
 
  배성원 것도 우습지요. 하루벌어 하루먹는 사람이라도 주머니에 문고판 책을 꽃아두고 보는 데가 유럽입니다. 우리나라는....... 제발 국민들이 책좀 더 읽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식관련 책이 아니더라도 감성적으로도 너무너무 삭막하고 각박합니다. 상식과 비상식의 한계를 넘나드는 사람이 많은 것도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국립대 도서관의 지역화... 참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2003/08/21   
 
  구두운 도서관은 공부방이나 독서실이 아니지요... 도서관은 책을 대여하는 곳인데 공부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이 돼어있습니다...자습실도 있어야 겠지만, 책을 찾거나 자료를 구해서 연구하는 리서치의 장소가 돼야하는데 말입니다.. 2003/08/21   
 
  뭘 봐? 솔직히 도서관에 열람실이 왜 있는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2003/08/21   
 
  준형 청소년들과 어린아이들이 도서관에서는 조용해야 하고,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것을 배우면 되지 환비님은 걱정 덜 하셔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분들도 느끼셨겠지만, 미국에서는 주립, 사립 상관없이 개방 되어 있습니다. 사립일 경우엔 어느 정도 제한이 있을수도 있겠군요. 제 학부 학교(사립) 에서는 학교 관련인(교직원, 학생, 동문) 뺴고는 프린트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주립대학에서는 다 공짜 인데 말이죠.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대학교 도서관에 옵니다. 물론 그 아이들도 지킬 에절은 다 지키죠.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이 대학교 도서관을 자주 사용 하구요. 각 학교에서 필요한 모든 책이나 교육용 자료를 다 구매 할 수 없으니, 지역 대학교를 통해서 loan 해서 쓰곤  2003/08/21   
 
  준형 합니다. 인구가 딱 3만명인 제가 있는 도시에는 대학이 주립, 사립 두개가 있으니 복 받은 동네죠. 양쪽 도서관 책을 다 합치면 1밀리언이 넘어 버리니... 그리고 아이들이 이용하는 곳은 보통 따로 되어 있습니다. 꼬마애들이 우리가 보는 전공 서적 근처에 제 전공으로 말하면 "QD" Section 에 왜 얼쩡 거립니까? 교육학과가 있는 대부분의 학교들은 그 section 이 따로 설치 되어 있습니다. 2003/08/21   
 
  김덕양 앗 저는 주로 "TP" section 에...ㅋㅋ  2003/08/22 x 

 과학기술정책/칼럼 게시판에서
 08/19/03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cience&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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