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직님의 글을 읽고: 현장실무와 연구개발의 조화 - 이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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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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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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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로서 나름대로 부제를 달아보았습니다만,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워낙 이봉춘님의 글이 깊이가 있으시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_-;; 부제로서 더 좋은 제목이 있으시면 답변글로 제안을 해주세요~~ (좋은게시물모음 관리시삽 김덕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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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이봉춘
 
제 목    현장직님의 글을 읽고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현장직님의 글과 리플들을 읽고 제 나름대로 느낀 점입니다.

저는 현장직님처럼 무슨 상을 타 본적도 없고 그리 대단한 자격증도 없는 사람으로서 남을 비평할 입장에 있지는 않지만, 현장님과는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제 생각을 몇가지 적어 봅니다. 아울러 현장님의 글에 리플을 단 회원님들께서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제 주변과 관련 업종 및 업체의 현장에서 종사하고 있는 현장인들의 시각은 현장직님께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만큼 현장과 사이엔지 회원님들과의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요.(그렇다고 일반화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경험론적 측면이니까)

현장의 기능직이나 사무직, 또는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과학기술분야의 연구원들에게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박사' 라는 말에는 더욱 더 그러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기대에 비하여 결과 즉 신제품 개발이란 가시적인 효과가 적다 보니 연구원들에게서 실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회사에서 원하는 것은 간단하게 '주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 라는 것인데, 이 시각은 회사에 소속된 종업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모 기업의 경우, 90년대 초반 생산기술관리직들을 중심으로 연구소를 만들어(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러한 과정을 겪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운용 했습니다. 그동안 연구원과 군복무 대체 요원들도 보강하고, 국책 연구과제도 수행하며 90년대 후반에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기술연구대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기대하는 것, 회사의 임직원들이 기대하는 결과물은 미미하였고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연구분야가 최첨단에 속하면 속할수록 그 결과의 창출이 어렵고 가시적인 효과가 적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임직원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참아왔던 연구원들에 대한 비판의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칼 같은 퇴근 시간, 저녁 8시면 불꺼진 연구소, 현장기능직을 무시하는 오만한 자세, 상대적으로 보다 좋은 최신 기자재(리스도 많았지만...)와 연구환경, 보다 많은 외부 출장기회와 좋은 대우 등등의 사소한 것부터 군복무 대체요원들의 복귀와 유능한 연구원들의 타 회사로의 이직은 회사의 임직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 주었고, 급기야 그들의 능력까지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국 IMF 맞이하여 퇴출대상 우선순위에 떠오르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결과가 오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저의 생각으로는 연구원들과 회사의 임직원들 간의 과학기술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결과일 것 같습니다. 여기에 연구원들 스스로의 홍보부족과 연구전략의 착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연구과제를 장단기적으로 구분하여 실시하고, 적용 가능한 기술부터 우선적으로 연구하여 현장에 접목시키고 이를 홍보하였더라면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현장에선 연구소에서 무엇을 연구하였는지를 모릅니다. 여기에 보다 나은 대우였음에도 불구하고 경험있고 유능하다고 생각되는 연구원들은 다들 떠나고 있는 것을 보고 현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너희들이 해 놓은 것이 무엇이 있느냐?' 라는 의문과 함께, 한마디로 '죽 쒀서 개 줬다.' 는 말로 대변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연구원들에 대한 임직원들의 신뢰상실은 비단 그 회사에 국한될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과 관련회사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호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첫째, 연구원들 스스로의 자기성찰과 함께 회사 또는 임직원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이해하여 주기를 원하기 보단 우리들 스스로 그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이해시켜서 서로간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하며, 개별사안에 대해서도 연구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의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둘째, 회사의 고위 임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입니다.  세미나나 토론, 자문회의 등의 이벤트를 자주열고 고위 임원들과의 접촉기회를 만들어서, 연구소가 하는 일. 특성. 환경 등을 이해시키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결국 경영의 최종결정권자는 그들이고 연구소의 과제들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니까요.

셋째,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활용입니다. 가능한 노동조합에 참여하여 연구원들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홍보하며, 비록 가시적인 효과는 적지만 반드시 추진해야만 되는 불가결한 사안들은 노동조합을 통하여 조합원들을 이해시키고 추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노동자들을 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우군으로 만드느냐는 연구원들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네째, 연구원이라 함은 결국 자기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자기능력의 배양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은 회사에서 결코 신뢰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고졸사원 보다 뒤떨어진다 함은 본인의 노력이 부족했다라고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경험은 한정된 것이며 이론이 뒷받침 되지 않은 경험은 발전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두뇌에 이론에 언어능력에 경험만 더한다면 고졸사원 보다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치 못함은 무엇으로 변명할 수 있겠습니까?

다섯째, 겸손해야 된다 라는 것입니다. 오만함은 주변에 적을 불러들이고 따돌림 당하는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대졸 또는 연구소의 신입사원들을 보면 간혹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을 볼 수가 있습니다. 본인은 기능인이 아니므로 기름을 묻히는 일을 할 수 없고 오로지 펜대만 잡겠다는 것이죠. 때로는 나이 많은 현장 기능직 사원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볼 때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웃기는 일입니다. 기능직 사원들은 처음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그의 말투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합니다. 장차 자신의 상사 또는 부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에 대하여 그 가능성을 살피고 자신과의 관계설정을 정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만함이라... '좋은 동료와 상사, 부하를 얻는 것은 자기하기 나름' 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은 없을까? 저는 회원님들께서 제안과 아이디어 제도를 적극활용하여 보시라고 권합니다.
일반적으로 제안이나 아이디어 제도는 QC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만, 관리업무를 연구소로 이관시키고 이를 데이타화 하여 자료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회사나 노동조합에 도움을 구해보고 그래도 불가능하면 자료의 공유만이라도 할 수가 있어야 하며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일반 임직원들의 제안이나 아이디어가 하찮은 것 같지만 그 중에는 가치있는 것도 많습니다. 실제로 이 제안들에 피와 살을 붙여서 특허화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현장 기능직들의 제안은 대체적으로 실시가 가능한 제안들이 많은데, 여기에 조금만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가공을 한다면 휼륭한 제안으로 탈바꿈합니다.

그런데 그 제안들을 가공하되 자기 것으로 하기보다는 그 제안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업무도 바쁜데 무슨 시간이 있느냐라고 항변하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신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방법은 뭐 몸으로 때우는 것이죠. 먼저 컴으로 자료들을 살펴보고 관심이 있는 안건들을 선택하여 직접 현장의 사원과 맞부닥치는 겁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겠지만 서로 관심사를 논하고 이론적인 토대와 방법론을 보충하여 준다면 현장사원이 결코 싫어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로인해 자신은 부족한 현장경험과 감각을 보충할 수 있고 인간적 유대관계를 강화할 수 있으며, 본인은 물론 연구소의 홍보효과와 현장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 인연을 맺은 현장사원들은 장차 자신의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도 있는데, 본인이 현장의 관리를 맡게되거나 그 사원이 회사간부나 노동조합 간부로 진출하였을 경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결국 연구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며, 일반 대중들에게도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민주 좋은글입니다. 2003/11/04 x 
 
  최성우 이봉춘 님의 오랜 경험과 공력이 느껴지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 역시 예전부터 회사에서 현장의 양산설계, 기술, 기능을 담당하는 사람들과 연구개발하는 사람들 간 괴리, 알력, 상호 이해부족 등이 상당한 문제라고 느껴져 왔습니다만... (이것도 이공계 내에서의 일종의 '두 문화' 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한마디로 말해서 '상호 침투'(?)가 지속적으로 잘 되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2003/11/04 x 
 
  김하원 이봉춘님 오랜만입니다. 현장직님 글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으로써 차분히 설명해주실 분이 계셨으면 했는데, 마침 좋은 글 반갑습니다 ^^ 2003/11/04 x 
 
  배성원 언제나 오실때마다 좋은 조언 주시는 군요.  2003/11/04 x 
 
  김덕양 좋은게시물모음 게시판으로 직행해야될 글입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3/11/05 x 
 
  배성원 결국 연구원도 '연구원'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직장인'이어야 하고 또 '동료'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지요. 앞서의 현장직님의 글도 이런 맥락에서 되짚어 보면 될듯 싶습니다.  2003/11/05 x 
 
  이봉춘 ^^ 모두들 반갑습니다. 그동안 디스크 땜시... 눈팅마저 자제하고 있었답니다. 그나저나 칭찬들이 과하십니다. 그저 하나의 의견으로 생각해 주세요. 저는 이곳 싸이엔지를 중심으로한 운영진님들의 홍보.개선노력과 병행하여 우리 회원님들께서도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실행 가능한일부터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면서, 배성원님의 지적처럼 직장인으로서의 현장감각을 익히고 간부의 위치에 오르도록 노력하노라면 보다 쉽게 당면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건강유지는 반드시 해야합니다. ^^ 건강이 최고여~~~ 2003/11/05 x 
 
  박수 비슷한 내용이더라도 이렇게 잘 쓸 수도 있군요.. 좋은 글이네요. 2003/11/05 x


 2003년 11월 5일 회원게시판에서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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