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현상과 신분사회 -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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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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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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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노숙자
 
제 목    이공계 기피현상과 신분사회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10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자연 현상에는 신의 뜻이 깃들어 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신은 우리 민족이 그동안 부족함을 절감했던 과학 문명의 선진화가 이제는 충분하다고 판단하신 것인가? 혹시 젊은이의 나태를 탄식하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우리를 다시 한번, 과학기술의 후진국으로 떨어뜨리겠다고 경고하시는 건지 살펴보고 우리의 허물을 돌이켜 볼 때라고 본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의 이공계 장학금과 병역 혜택의 확충 정책은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제물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해결과는 무관한 간사하고 낭비적인 조치에 불과할 것인가?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현재 어떠한 조치를 하고 있으며, 누가 문제 해결에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땅의 움직임)

  정부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 자체를 피곤하게 생각하고 있다. 전 과기부 장관의 마지막 발언을 보면, 여론 때문에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된다는 생각을 굳힌 듯하며, 이공계의 취업이나 처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전파하고 여론의 향방을 주도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하늘을 향해 네가 잘못 생각한다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은, 그 동안의 과기부 노고가 과장되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이공계 기피현상은 과기부뿐 아니라, 노동부나 재경부, 건교부, 산자부, 법무부 등 범정부적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부처들은 납작 엎드린 모습이다. 제 아무리 숨어봐야 하늘밑을 피할 수 있을까? 총선이라는 국민의 심판을 불과 몇 달 남겨 놓은 이 겨울에, 청년 실업의 폭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마당에, 어디로 숨겠다는 것인지 딱한 사람들이다. 오명 신임 과기부 장관이, 과연 타 부처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다행히 사회 각계 각층으로부터, 과학기술과 이공계를 존중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내실이 결여된 모방형 기술혁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만불 시대로 가자는 정부의 목표나 선진국형 성장 전략을 주문하는 주장들은 모두, 기술혁신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하고 있고, 정부에게 정책을 모색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규모확대 중심의 국가 전략에 따라 이공계 몰락이 시작되었다면, 기술 개발의 구조 변화와 체질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이공계의 부활을 예언하는 것인지, 사뭇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기술혁신의 실체적 조직이며 이공계 인력을 대부분 흡수하고 있는 벤처나 엔지니어링 중소기업 육성과 관련하여, 정책과제를 발굴하려는 행정가가 혹시 있다면, 법과 제도가 국가 기술체계에 어떤 식으로 파급되는지 이해하고, 여건이 미성숙한 상태에서의 제도 강행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예측하여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함에 참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신분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신분사회의 폐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혹자는 신분에 의해 권력과 재물을 손쉽게 얻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인 것이라고 보겠지만, 국가 경쟁력의 관점에서 보자면 사회지도층의 폐쇄성과 비경쟁구도에 의한 무능력의 확산은 후진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명문 학과의 졸업장을 손에 쥐는 것이나, 고시에 도전하고 관료의 길로 들어서는 것, 매스미디어 관련 직종에 취업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신분 상승을 통해 권력의 성에 입성하는 길이며, 그 확고한 신분을 바탕으로 기득권을 누릴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실제로도 권력의 성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한 권력을 지니고 많은 기회를 접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이상향이 되어 망국의 사교육 열풍과 고시병이 만연한 것이다. 권력의 성이 권한을 나눠주기 전 까지는, 아마 사교육 열풍과 고시병, 학벌주의를 타파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신분사회에서는 신분이 확보되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신분이 불안하다는 것은, 책임에 걸맞는 권한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정당한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90년대 이전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이공계에게 적합한 신분을 주고 분발을 촉구하면, 많은 사람들이 험난한 도전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화두가 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파하기 위하여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한 마디씩 하고 있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앞장서 개혁하거나 기득권을 내놓지 않는다면, 수십 년 세월이 지나도 이공계를 향한 열정을 다시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분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가?)

  처음에는 시험이라는 평등한 시스템에 의해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한번 권력의 성안에 안주하고 나면, 성벽을 더 높이 쌓고 문을 걸어 잠그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본다. 게다가 권력의 성에는 적절한 제어 장치가 없기 때문에,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 다른 성의 성벽을 허물고 성문을 파괴하는 권한까지 마구 휘두를 수가 있다.

  명분을 내 세우지만 권력 강화의 이중 효과를 노리면서, 다른 성을 허문 사례는 없었다고 누가 자신 있게 얘기할 것인가? 설혹 무책임하게 다른 성을 파괴했다고 질책을 받더라도, 책임질 사람을 못 찾는 기묘한 점 때문에 "처벌받지 않는 무한 권력"에 가깝다고 본다. 툭하면 정책 실명제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믿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상아탑이라는 대학조차도 젊은이의 통과의례를 주관하는 집정자의 위상을 만끽하면서, 모든 청년들이 일정 금품과 시간을 바치고 졸업장을 얻어 가야 하는 구도를 당연하게 여기고 기득권과 여유를 숨어서 즐기고 안주하는 측면이 있다.

  졸업생의 취업을 걱정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 쉽게 정원을 늘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며,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언론에서 찾아보면, 최고의 지성다운 업적을 단 한 줄을 찾기 어려운데도, 부끄럽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론 또한, 목탁의 역할을 자임하던 과거의 위상은 간데 없고, 정치권력의 주변세력으로 전락하여 욕심에 따라 향배를 달리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상업주의에 물들어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민중의 향도라는 역할을 고려한다면, 공론의 펜을 쥘 자격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관료들은, 핵심원인을 찾고 정책 부실은 없었는지 짚어 보려는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다. 신분과 기득권을 향유하려고만 하지 책임은 외면한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무책임한 권력을 손대지 않고 과연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 것인가? 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기본 원리조차 모르는 사람들, 또는 원리조차 꺾으려 드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재단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

(이공계의 아성은 존재했었는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공계의 성은 튼튼해 보였다. 소속에 상관없이 학위를 받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신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조직이 있었고, 이공계 학문이나 기술력은 그 권위를 인정받아, 앞길을 헤쳐 나가거나 후배 육성에 필요한 환경을 스스로 조성할 정도의 작은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엔지니어링 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나, 소정의 고급기술자를 의무 채용하는 제도에 의해, 이공계 고급 인력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중시되었으며, 이를 통한 이공계 조직화를 기반으로 체계적 기술축적과 후진 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사업과 기술을 링크시켜 주는 그 제도는, 사업가에게는 규제라는 형태로서 비효율적이라는 원성도 있었지만, 이공계에게는 생명수와 같이 40대 이후의 진로를 열어 주었고, 나아가 고급 이공계 인력에게 사업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으니, 일종의 자본과 기술을 Clustering하는 선진 장치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때 많은 이공계 인력들은 사업에 동참하는 기술자나, 직접 사업을 영위하는 선배 모두를 미래의 자기 모습으로 그리면서, 각박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런데 문민정부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많은 악성 규제보다도 먼저 Clustering 제도부터 폐지하였으니, 기술 주도권이 이공계 출신자로부터 정부와 사업가에게 넘어가는 신호탄이었다.

  따라서 기술사업에 있어, 고급기술자를 외면하는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기술분야에서는 서서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고급기술자가 없어도 당장 시급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정부나 몇몇 대기업 이외에는 임금이 높은 고급 요원을 데리고 있지 않게 되었다.

  나아가 경험과 기술력보다는 임금을 기준으로 사람을 쉽게 평가하다 보니, 작은 문제점들이 잉태되기 시작했는데, 기술 경시 풍조가 묵시적으로 형성되었으며 자본과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자본 시장은 유치한 수준에 불과했고, 마케팅 활동 또한 로비나 인맥, 뇌물, 언론 플레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력보다는 변칙과 요령이 난무하는 세태로 변했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고, 서서히 기술력이 붕괴되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공계의 아성은 어떻게 파괴되었는가)

  전술한 바와 같이 엔지니어링 사업 영위 시, 고급기술자를 채용하는 제도가 폐지되었다. 사법고시를 패스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똑똑해도 변호사 개업을 못한다는 현행 제도는, 법조계의 질서와 체계, 미래를 보장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그동안 이공계의 질서와 체계, 미래를 담보하던 제도의 일방적 폐지는 이공계 성채의 기초를 뒤흔든 지각변동에 해당되는 사건이었지만, 보완제도 하나 없이 군사 작전처럼 일사불란하게 폐지되고 말았다.

  무차별 경쟁 환경에 놓인 이공계 인력에게, 자본이나  인맥, 로비, 언론 플레이 등 후진국형 과목만 가지고 경쟁을 시킨다면 불행히도 꼴찌를 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사업 분야에서, 기술보다는 기술외적인 요소에 의해 경쟁이 심화되니 과학기술인의 입지는 차츰 좁아져 갔고, 기술 혁신은 사회적 주체 세력 없이 표류하게 되었으며, 이공계 인력에게 사오정과 삼팔선은 율법이 된 것이다.

  고급기술자가 사라진 조직에서 기술에 대한 책임은, 사업가에게 돌아가는 것이 순리이지만, 책임의식이 부족한 건지, 인간의 소중함과 애정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인지, 이공계를 소모품으로 취급한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하였다. 결국 중급 및 초급기술자들도 기술적 무지와 방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공계의 성벽을 부수고 작은 권한을 빼앗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10년간, 국가 경쟁력이 제고되거나 기업의 경제성이 개선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합리적 제도와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외국 기업의 시장 개방 요구만 거세어 가더니 IMF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국내에서 싹을 틔우던 요소기술의 방향 상실과 조직 이완으로 인해, 자체 기술 개발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다 보니, 외국 기술과의 경쟁을 포기하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2차 이공계 아성 파괴)

  기술 주도권을 이공계로부터 가로채고도 부족함을 느꼈는지, 이공계 파괴 제 2탄은 90년대 후반기에 거국적으로 실시되었는데, 노동부가 전격 시행한 기술자 파견제도가 그것이다. 기능인도 아닌 기술자를 파견하라는 이 제도는, 프로젝트만 따면 사람과 기술이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기업과 로비스트에게 호재가 되었으나, 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을 기술영역에서 밀어내고 직업소개소와 경쟁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들이 자체 조직을 가지고 품질향상과 생산성 제고를 추구하던 경영 활동을 중지시키고, 직원을 값싸게 채용해서 대기업에 파견만 보내면 되는 단순 구조로 엔지니어링 산업을 변질시켰는데, 기술사법에 의해 설립된 "기술사 사무소"조차 이 구도를 거부하면 정부의 강력한 지도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를 환영한 대기업은 즉시, 외부 기술 필요시 인력파견 형태로 전환하니 엔지니어링 시장이 크게 축소되었고, 자체 기술을 고집하는 중소기업에게는 경고가 되풀이되었다. 모든 아웃소싱 계약은 파견제도를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어길 시는 수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통지를 수 차례 받고도 기술 계약을 고집할 강심장은 없었다.

  한편 다른 분야에서는, 회사가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구조조정이라는 과정을 거쳐 이공계의 자리를 줄이는 수단을 애용해 왔는데, 이미 조직 체계가 무너진 이공계는 더 이상 소용가치가 없는 건축 폐기물 신세로 전락하여, 재검토를 요구할 힘마저 상실하였으니 이공계의 몰락에 가속도가 붙게 되었다.

(기술자 파견제도로 인한 폐해)

  기존 직업소개소가 있음에도 엔지니어링 업체에게 근로자 파견을 강요한 것은, 노동부의 영향력 증대를 노린 것이라고 판단된다. 명분으로 내건 "파견 근로자 보호"를, 이공계 기술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이해한 일부 근로자들이 환영한 적도 한때 있었지만, 알고 보니 "파견근로자 차별"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공계는 이제, 한 목소리로 동 제도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용역대가 산정에도 큰 변화가 수반되어, 기술료 지급을 통한 산업 육성은 고사하고, 기술자 채용과 동시에 파견을 보내고 복귀와 동시에 해고해야 하는 원가구조에 시달리게 되었다. 내부적으로, 팀원을 파견한 팀장은 마땅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데다, 파견 기술자의 인건비를 지급하고 나면 팀장의 인건비를 확보할 근거가 사라지게 되어, 중견 간부를 키울 터전을 상실하고 감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편, 대기업으로 파견된 기술자에 대해서는 애정을 가지고 돌볼 상사가 주위에 없다 보니 제 멋대로 자라나서, 잡학에 능한 기술자만 가득하게 되었다. 사람은 많지만 쓸만한 인재가 적은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이런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교양 강화나 대학 커리큘럼 개편 정도로 접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

  마케팅 차원에서는, 기술력과 조직력보다는 임금 경쟁력만이 생존 필수조건이 되게 되고, 저가 입찰제도와 후진국형 마케팅 환경으로 말미암아 기술을 도외시하다 보니, 직업 소개소 출신 인재파견업체들이 엔지니어링 시장을 과점하고 번창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제도 시행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이공계 내부에서 면면히 이어지던 기술 개발과 후배 육성의 풍토는 사라지고, 선후배간에 서로 기술을 감추고 경쟁하는, 수준 이하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부끄러운 모습이 늘어나니, 이공계 청년이 중소기업 취업을 극력 회피하는 작금의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유능한 인재가 드문 현실에서 대기업은 시장 원리에 따라, 파견근로자 중 우수 인력은 계약직으로 직접 채용하고 엔지니어링 업계에게는 더 유능한 사람을 파견보낼 것을 요구하니, 취약한 재무구조의 중소기업으로서는 경력사원 면접 활동에 사운을 걸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증가하였다.
  정부에서조차 생색형 취업박람회를 통해 면접을 권유하는 면접공화국이 되었으니, 이 현상은 소모성 면접에 지쳐 취업을 포기하는 이공계 인력을 양산하고 있다. 직원을 자체 양성할 교육훈련비 등을 포함한 원가구조에서 제외된 중소기업으로서는, 신규 졸업생을 흡수할 힘이 없어 경력 사원만을 선호하게 되었는바, 앞으로 청년 실업과 취업 포기자 문제를 정부가 맡아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부의 외면과 국민의 움직임)

  이제 이공계의 아성은 일부 대기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무너졌다. 기술자의 빈번한 이직과 기술 감추기, 청년의 대기업 집착, 장래 비관 증상은 당분간 호전될 가능성이 없다. 이는, 앞뒤를 생각하지 않는 무자비한 제도 강행과 부작용을 경고하는 전문가의 호소를 외면한 결과로서, 향후 우리나라의 기술혁신은 정부와 대기업이 전담하겠다는 당돌한 선포였다고 기록되어야 한다.

  이공계 원로나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와 언론을 향해 수없이, 과학기술의 성벽이 무너져 내림을 경고하고 제도 개선을 권유하거나 건의, 진정 등을 제출하였으나, 그들은 응답하지 않았고 급기야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듣고, 자기 눈으로 확인한 결과, 기술과 이공계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느낀 결과로서, 이공계의 진로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견해를 투표보다 더 확실한 방법으로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침몰이 확실시되는 배에 승선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선박의 수리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 무료 숙식권 추첨은 별 효과가 없다.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라면, 무지가 희망을 지배하고 야망이 꺾일 수밖에 없는 이공계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그리고 기술분야 조차도 이공계인에게 자율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슬프지만 적성도 맞지 않는 타 분야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들을 비난할 일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

(이공계의 아성을 회복할 가능성은?)

  당분간 어렵다. 권력의 성안에 계신 분들은 한가하지가 않다. 내부를 들여다보자면, 권력투쟁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어, 자기 목을 겨누고 있는 칼끝을 피하기에 급급하다. 성밖의 애로사항은 귀에 들리지 않으며, 오히려 자기를 도와 달라는 말이 입안에 가득한 현실이다.

  이미 검찰은 누구의 의중도 살피지 않고 칼을 휘두르고 있으며, 야당은 생존 차원에서 발톱을 세우고 있고, 정부는 엎드려 있으며, 청와대에는 언제까지 고지를 지킬지 모른다는 무거운 기류가 흐르고 있다. 언론은 혼란기에 편승하여 권력 지키기에 골몰하며, 대학은 이공계 기피현상을 세력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공계 아성을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권력을 나누어 줘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공계를 표밭으로 생각하고 수확을 기대할 뿐, 이공계의 영역을 인정하거나 성을 구축해 줄 의사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며, 권한을 이양할 꿈도 꾸지 않는다. 국운이 위태로워지면 비로소 이공계의 가치를 깨닫게 되겠지만, 너무 늦어 속수무책으로 한탄만 할 것이다. 아쉽지만 우리 스스로 현실적 대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아직도 이공계의 단결과 권한 쟁취의 특별한 조치 없이, 권력의 성에 계신 분들이 알아서 해 주길 기다리면서 건의나 진정서를 긁적거린다면, 그동안 이공계 성벽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소작지 마저 남에게 뺏길 처지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신분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신분이 받쳐 주지 않는 상태에서 일을 하다가 지치는 것보다는, 권력층에 계신 분들을 우리 뜻대로 움직이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만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 투신을 생각하시는 분들)

  정치로 가신 분도 있고, 정치판으로 들어가자는 의견도 많지만, 정치자금부터 벽에 부닥칠 것이고, 이공계 정당이 성공하려면 많은 세월이 소요될 것이다. 본업을 팽개치고 폭탄을 지기 전에 우선, 이공계가 단결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어느 집단 못지 않게 이공계의 강한 힘은 거대한 투표권이다. 돈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이공계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점호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에, 이공계가 단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워낙 경제적 수준 차이도 심하고 생업과 사회적 역할에 바쁘기 때문인데,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쉬운 것부터 단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2004년의 총선을 거부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고, 다음으로는 이공계를 위해 생명을 거는 정당에게 몰표를 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2004년 총선을 활용하는 길이 빠르다)

  앞으로 정부는 녹음기처럼 투표를 적극 권유할 것이고, 각 정당은 유혹과 회유를 통해서 표를 챙기려 할 것이다. 지금처럼 정치인에게 국민의 의중이 중요시되는 때가 없었다고 본다. 선거만 끝나면 이공계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우리는 정치 영향력을 최대화시키는 성과를 올려야 한다.

  금번 총선에서 이공계 단결에 성공한다면, 그 후 정치 참여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만일 단결된 이공계의 후원 없이 정치에 뛰어든다면, 이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불과할 것이며 정치권의 구색을 맞춰주는 들러리로 이공계의 위상을 낮추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늦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공계가 총선을 거부한다면 이공계 단결의 소중한 첫 삽이 될 뿐 아니라, 권력층에게 이공계를 무시하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교훈을 각인시킬 것이다.

  사이엔지가 이공계 대책 미흡을 이유로 총선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회원들이 부지런히 퍼 날라야 할 것이다. 호응하는 과학기술 단체가 늘어날수록 매스컴이 주목할 것이며, 뜻 있는 정치인이 목숨을 걸고 지혜를 찾고 관료들이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공계 살리기는 비로소 거국적으로 불이 붙을 것이고, 한번 붙은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에 소요되는 기간은 4개월이고 이공계에게 필요한 것은 단결뿐이다.

(단결 이후)

  앞으로 단결을 저지하는 반작용이 있더라도 이공계의 투표권만 제대로 지켜낼 수 있다면, 이공계 졸업생 취업을 위해 노동부가 회사와 연구소를 찾아가, 채용이 불가한 사유를 조사하고 연구소나 공장 설립 허가를 내주면 채용하겠느냐 아니면 신제품을 구매해주면 채용하겠느냐고 묻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공계 출신이 회사를 설립하려 할 때는, 은행이 먼저 찾아와 무보증 대출을 조건으로 인력 규모를 늘려 달라고 협상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며, 공공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신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니 신속한 연락을 바란다는 전화가 빗발칠 것이다. 그동안 천대하던 창의성을 다시 보게 되어, 기술혁신 계획서 한 장으로 훈장을 받는 사람도 생길 것이며, 지금처럼 사업성 평가나 재무 분석을 과학기술자에게 떠미는 얘기는 사라질 것이다.

  사실 많은 것들은 권력의 성에서 지금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담당 중소기업별 신규 채용 실적에 따라 공직자를 승진시킨다면, 유학 준비생이 취업 권유 전화를 피해 다닐 정도가 될 것이며, 신기술 신제품 구매 실적에 따라 훈포장을 수여한다는데, 원리를 알아내고 용도를 찾지 못할 무능력 공공기관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술혁신 또한 조용히 그러나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2-3개월 걸린 신기술평가 후, 지금처럼 연체 실적 때문에 신기술 육성에서 탈락했다는 대국민 코메디 대신에, 전문가가 부문별로 작성한, Technology와 엔지니어링, 경제성 분석, 마케팅 조사, 사업성 분석, 재무계획, 특허 검토, Fund Raise 방안 등에 관한 500 페이지 짜리 검토보고서를 2권 받게 될 것이다.

  평가 작업에 참여한 대학 및 전문 기업의 관심을 통해, 사업 클러스터링과 경기 부양은 보너스로 생길 것이고, 지역별 기술 사업은 탄력을 받아 사업 성공사례가 경쟁적으로 발표될 것이며, 연말이면 금년의 최고 신기술이 어느 지방 차지가 되었으며, 연구원과 기술자들의 상금 규모가 얼마인지 뉴스거리가 될 것이다.

  권력의 성에 계신 분들의 능력이면, 지금의 예산과 인력 재배치만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필요한 것은 구습을 털어 버리고 과학기술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서 이공계를 살려내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라는 명령인데, 이 방향 설정은 이공계의 투표권을 단결시켜 적절히 사용하는데 달려 있다.

(정책 방향 제언)

  상당 부분은 이미 암시되었지만, 정리해서 제언하고자 한다. 정책 방향을 설정하시는 분들이 이공계 출신이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경험해 보셨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마음을 열고 국민을 어렵게 생각한다면 방향 설정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먼저 지난 세월 강행하였던 많은 악법과 정책을 돌아보고, 그 성과와 폐단을 낱낱이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출도 별로 없는 땅을 뺏기 위해서, 충신의 성을 허물고 백성을 내 몰았다고 판단되면 저절로 대안이 마련될 것이다. 그러나 허물을 감추고 업적 홍보에 몰두한다면, 이공계 몰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TV에서 공직자의 고생이 많다고 자평하는 모습이 나올 때, 국민들은 웃는다. 서민들의 고생을 안다면 감히 저런 말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 땅에 떨어진 신뢰는 다시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고 선진국이 배우러 오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1. 이공계 중시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정책도 훌륭한 생각이지만, 5년 후까지 완료하겠다는 방침이 이공계 문제 해결을 5년 지연시키고 있다. 더 확실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바이다. 이공계 논문이나 기술혁신 계획을 발굴하고 전국적인 경합을 거쳐 훈포장과 거액의 상금을 수여하고, 각 부처에서 우대 정책을 제안하도록 의무화하면 좋지 않을까?

  행사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참가 논문 및 기술혁신 계획에 대한 두툼한 평가보고서 2권을 무상 제공해서 참고서로 쓰게 해 주고, 예선 통과자에 대해서는 지역 대학이나 특허사무소, 마케팅 업체, 컨설팅 기관과의 Clustering에 소요되는 경비를 전액 부담해 주어야 한다. 해당 지방 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기술을 육성하고 초기 제품을 구매해 주기 위하여 필요한 유인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본선은 지역간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대항전의 성격을 가지는 형식이 좋으며, 충분한 협력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특허 출원이나 제품화, 시장 조사 등의 활동을 위해 6개월 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의할 점은 예선부터 경제성이나 사업성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항은 이공계보다는 관련 전문가가 담당하게 해야 과학기술인의 사기가 앙양될 것이며, 본선에서 평가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재의 언론사 수상실적을 요구하는 제도는, 즉시 철폐되어야 한다. 광고비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실제 돈주고 상을 사는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기타 기존에 정부에서 시행하는 수많은 대회는 통폐합하기 바란다. 상금도 없이 비용만 드는 대회를 여는 것은 자본력에 의한 순위 발표일 뿐, 기술혁신과 아무 상관도 없다.

2. 취업 알선제도 업그레이드

  이공계 인력으로부터 구직신청을 받고 잊어버리는 현행 방식은 한가한 얘기로 본다. 앞으로 구직 신청을 받으면, 채용할 만한 기업을 물색해서 면접을 권하는 "적극적 취업 알선 제도"로 변해야 한다. 채용이 어렵다는 기업의 경우는 정부에 대한 요구 조건을 접수받아서, 한번 더 채용 가능성을 높여야 하며, 요구사항을 처리하기 위한 부처간 협조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취업 알선은 기업에서 방법을 찾고, 기업의 문제는 정책으로 해결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민간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취업 알선을 하기에는 노동부 조직이 너무 방대하지 않는가? 노동부의 기능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하며, 실업자 취업 실적에 따라 공직자의 대우를 달리 해야 한다.

  노동부와 함께 타 부처도 실업자 취업 실적을 지표화하여 성과 관리하고 대우에 반영하여야 한다. 노동부와 중복되는 한이 있더라도 실업 문제를 외면하는 부처는 없어지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특히 기술 평가 시에 신입사원 투입을 경험 부족으로 간주, 감점하는 현행 방식은 기업의 신규 채용을 막고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최고 책임자의 능력에 따라 부하의 능력은 좌우되기 때문에, 고급 기술자 이상만 평가하는 제도가 바람직하며, 청년 실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계약 금액 외에 추가로 교육훈련비를 지급하는 제도가 유효할 것이다.

3. 기술자 파견제도 철폐

  근로자 파견사업은 엔지니어링 사업과 구분하여야 한다. 현재와 같이 기술자를 파견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직업소개소 같은 취업 알선형 비즈니스 모델에 맡겨야 한다. 엔지니어링 업체에게 기술자를 내 놓으라는 것은 군인에게 총을 뺏는 것과 같은 폭거이며, 대기업의 인력 수요는 취업 알선 제도를 통해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노동부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고, 과학기술부가 엔지니어링 업체를 책임지고 육성, 관리하여야 한다. 계약직이라는 제도와 인재 파견업은 남겨두되, 인재 파견은 개인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대기업이 단기간 채용할 경우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대규모 사업이나 기술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파견을 막고, 자체 기술 인력을 투입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기대효과로는 이공계 사기 앙양과 기술 산업 보호육성, 기술 축적, 위화감 차단, 취업 포기 규모 축소를 들 수 있다.

4. 정예 요원 양성 및 윤리 의식 강조

  이공계 몰락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지 오래 되었으므로, 사이비를 골라내는 노력이 일정기간 필요하다. "한국에서 연구개발하면 망한다"는 속설을 끊는데 최선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이공계 대학 정원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 후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고, 기술 개발 요원에 대한 윤리 각서 징구를 의무화하여 지적 재산권을 존중하고 중시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관련된 모든 지원 시책에는, 정기적인 참여 요원의 윤리 각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민간 부문에 대해서는 협회 및 단체 차원의 기술 윤리 강령 제정을 권유하고 교육하여야 한다. 각종 기술 자격시험에는 윤리 의식을 측정할 수 있는 과목을 추가하여 도덕심이 선진국 진입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편성하여야 할 것이다.

  사흘을 굶은 사람에게는 남의 집 담이 낮아 보인다고 하였던가. 신분 불안과 저임금, 부당 대우에 시달리던 이공계의 윤리의식은 최악의 상태로 보여진다. 이 사람들에게 윤리의식을 요구하려면, 이에 합당한 근로 환경을 주어야 하고, 적합한 근로 환경은 기술 중소기업 터전 마련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연구 개발 업무는 "대량 생산, 대량 판매" 수준의 접근보다는 "창의성, 지원, 집중투자"의 전략을 필요로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현재와 같이 어설프게 가격 경쟁이라는 최저가 선택제도를 가지고 근로자의 윤리의식 저하를 막으려 들면, 후진국에서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게 될 것이며, 사실상의 윤리 정책 부재에 다름 아니다.

  만일 이공계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한 경제 사정이라고 판단되면, 욕심을 버리고 이공계 정원을 축소하고 인력 수급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것이다. 현실론으로 책임을 면하는 대신 근본 취지를 잃는 구습에서 벗어나, 정부 정책에도 중용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5. 중소기업 의무 발주제도의 시행

  그동안 그만큼 대기업 편을 들었으면 이제는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일감을 준다는 고전적 사고 방식을 탈피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주기 바란다. 기업이란 본디 약육강식 원칙의 지배를 받고 있는데, 이를 부정하고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육성을 주장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이거나 정경유착의 증거라고 보여진다.

  객관적인 방법으로는, 고용 규모에 따라 의무 발주 비율을 정하는 방식도 있고, 미국의 사례도 조사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후진국이 선진국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강력한 약자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재치 있는 입법가들에 의한 막판 뒤집기는 이제 그만 하기 바란다. "중소기업에게 수의계약으로 발주할 수 있다"는 애매한 규정으로 그동안 국민을 조롱하였음에 분노하고 있다. 이 조항을 가지고 공직자의 대기업 선호를 막을 수는 없다. 이 방식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수십년 간 입증되었으므로, 강제 규정을 요구한다. 처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승진과 대우, 포상에 연계시켜야 한다. 선진국도 다 채택하는 제도를 후진국이 외면하였던 것을 반성하여야 한다.

6. 엔지니어링 산업 육성

  기술 혁신의 실질적 주체가 되는 엔지니어링 산업 육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기술료 문제를 검토하여야 한다. 인건비나 제경비를 공시대로 적용하되, 대기업의 기술료는 상향 조정, 중소 하청업체의 기술료는 현행 유지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현행 악습인, 중소 하청업체의 인건비나 제경비 등 원가를 임의 삭감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대기업은 기술료를 많이 받아 이윤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하청은 규모에 따라 허용단계를 달리 하되, 기술적 역할 분담없는 재하청을 금지하는 정책을 검토하여야 한다.

  아울러 기업의 고급 기술자 의무채용 제도를 부활시켜, 자본과 기술의 클러스터링을 유도하여야 하며, 직종별 고급기술자 투입 규모에 따라 담당 프로젝트 규모를 차등 적용하여야 한다. 계약직이나 촉탁의 경우, 12개월 이상 근속자에 한해 프로젝트 투입 허용을 명문화한다면, 지금처럼 남의 이력서를 무단 복사하거나 이중 참여하는 폐단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 확장이 곧 기술 혁신임을 깨닫고, 신기술 신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국가 예산 제도를 운영하여야 한다. 신기술은 탄생시기를 사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1년 전에 구매 예산을 신청하는 제도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율곡사업같은 전위적 사례도 있었고 예비비 제도도 있으므로, 조금만 탄력적으로 손질하면 예산 문제때문에 신기술이 고사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끝맺는 말)

  국민을 어렵게 알고, 순수한 마음을 유지해 주기 바란다. 매년 조금씩 가라앉는 배에 타라고, 무료 탑승권으로 젊은이를 유혹하는 정책은 더 큰 분노를 잉태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배에 뚫린 구멍을 찾는 노력을 경주해 주기 바란다.

  어느 나라나 같다는 핑계는 자존심을 버리자는 얘기에 불과하다. 남과 같은 문제를 공유하려면, 우리는 이대로 후진국에 머무를 각오를 해야 한다. 정부가 팔을 걷고 더러운 곳을 청소할 때, 동참이 일어날 것이고 이공계 몰락과 기피 현상은 끝날 것이다. 어쩌면 예전처럼 다른 나라에서 배우러 오기도 할 것이다.

  정치인과 정부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동안 무너뜨린 이공계 성벽을 다시 쌓으라는 허락만은 해주기 바란다.



 
 

  임호랑 오랜 현장 경험과 진지한 고뇌를 담은 글이군요.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2003/12/30   
 
  김선영 파견직에 대한 적나라한 글이군요... 실제로 파견으로 인해서 정규직들도 똑같이 바보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파견직이 알아서 해주니 자신들은 관리직이라고 생각하죠. 관리의 진정한 목적은 기술을 이해하고 이끌어가야 하는데 완전 바보가 되어버리니 뭐 하나 아는게 있나? 그러니 속여도 모르고... 아래도 속이고 위도 속이고, 완전히 공갈사기 공화국이 되었죠. 잘못된 정책이 나라를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파견직에 대한 것이~ 2003/12/30   
 
  EE 이글과 맥을 같이하여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기업들은 이공계 기피현상을 핑계로 싸구려 이공계 인력을 수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그 핑계 때문만 일까요? 아직도 이공계 인력은 비정규직으로 꽉채워도 남아도는 마당에 외국인력을 수입하겠답니다. 결국 값싼 인력데려와 비교하면서 국내인력 조차 인금을 깍으려는 개수작입니다. 현재에도 학력이 좀 떨어진다는 이유로 뽑아놓고 개부리듯이 박봉에 부려먹는 소위 대기업이 있습니다. 어디라고는 말씀 못드리겠지만 그들을 고용해 노예처럼 부려먹을 뿐 아니라 정규직 혹은 고학력자의 인금 인하나 새파란 나이에 명퇴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국산 이공계 인력이 이땅에서 사라져야 정신들 차릴려는지 정말 갑갑합니다. 2003/12/30   
 
  노숙자 호랑님과 선영님 오랜 만입니다. 2003/12/30   
 
  EE 제가 보기에 기술선진국으로써 세계를 이끌고 나가지 못하면 결국 어차피 기술종속국이 되기 때문에 영어잘하는 인도나 짱깨 애들이 값도싸고 특히 기술영업쪽에서 더 쓸만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삼성에서 엄청난 비용으로 중국애들 모집했다죠? 월급도 졸라게 많이 주고 게다가 국내 S대학에서 학위까지주고 말이야 이게 뭡니까? 결국 같이 공부하는 국내 학생들은 죽으라는 소리 밖에? 2003/12/30   
 
  EE 슬슬 조짐이 보입니다 조짐이......... 2003/12/30   
 
  공도리... EE님의 글에 동감합니다. S사 뿐만 아니라 굴지의 제조 L사등이 이미 내년 수백명의 해외인력을 수입하려고 합니다. 기술인력 수입에 대한 어떤 진지한 고민도 없이 또 다시 자본가들의 논리대로 세상은 돌아가고 있습니다. 중하급 기술자들인 불법취업자나 연수생들에 대해서는 그나마 칼날을 뽑는척이라도 합니다만 중상급 이상의 기술자들에 대해서는 오직 자본가의 편일뿐이니. 하다못해 미국의 기술비자 쿼터제 등과 같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텐데요. 무한경쟁에서 이공계는 죽으라는 소리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경영진과 공무원도 중국과 인도인들로 바꾸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2003/12/30   
 
  노숙자 대기업은 잊어요 ~ 나 싫다는 사람 따라 가봐야, 더 멀리 도망갈 겁니다. 2003/12/30   
 
  진 명문입니다..명문..이거 언론사들에 보내서 대문짝만하게 신문에 나갔으면 좋겠네요. 특히 이공계의 아성은 존재했었는가-이공계 아성의 파괴-회복할 길은 있는가 로 이어지는 부분은 감동수준입니다. 정말 제대로 꼬집어서 알아듣기 쉽게 써주셨네요. 오명장관이 이거 보시면 그분은 예전에 하셨던 일의 스타일로 보아 느끼시는게 많으실 듯 한데.. 2003/12/30   
 
  blood 훌륭한 명문입니다. 이 내용 그대로 언론에 발표되어도 좋겠습니다. 사족으로 (이공계의 아성은 어떻게 파괴되었는가) 첫 부분에서 일사분란->일사불란,  2003/12/30   
 
  샌달한짝 투고 합시다. 글쓰신 분 동의를 얻어 우리 연합 이름으로 투고합시다. 2003/12/30   
 
  노숙자 사이엔지 이름으로 채택해 주신다면 보람으로 알겠습니다.  2003/12/30   
 
  우암선생 과학기술을 모르는 정책입안자들의 근시안적 판단이 불러일으킨 국가 경쟁력 약화와 이공계 기피현상을 적나라하게 피력하신 좋은 글입니다. 사내게시판에 이 글을 옮겼으면 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죠.. 더 늦기전에 다음 총선에서는 이공계인들의 목소리가 한껏 반영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총과 칼로만 싸워야 애국자가 이니지요,, 국가의 미래 부가가치의 창출하는 이공계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사회 분위기 쇄신 투쟁 또한 애국적인 행동일 수 있지요. 2003/12/30   
 
  노숙자 많은 확산과 단결을 기대하겠습니다. 2003/12/30   
 
  이민주 공식논평으로 발표하면 좋겠습니다.  2003/12/30   
 
  입체냉각 싸이엔지 게시판에도 추천기능이 있다면 추천수 대박이 날 글이네요. 많은 걸 배웠습니다. 2003/12/30   
 
  강나루 노숙자님 명문을 쓰신다고 고생많으셨습니다. 윗분 말씀대로 공식논평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2003/12/31   
 
  노숙자 진님, Blood님, 샌달한짝님, 우암선생님, 이민주님, 입체냉각님, 강나루님/ 감사합니다 ~  2003/12/31   
 
  최덕헌 저도 감동 받았습니다 ㅡㅜ  2003/12/31   
 
  김병국 새로임명된 오명장관에게 보내면 어떨까요? 2003/12/31   
 
  김선영 국가의 앞날이 망해가는줄도 모르고, 아전투구에 일삼는 정치인에게 보내봤자, 아마도 이해는 못할듯 싶습니다만... 그래도 보내야 될것 같습니다. 2003/12/31   
 
  준형 좋은 게시물로 원추 입니다! 2003/12/31   
 
  Simon 결론은 총선 거부인데, 비슷한 이야기를 택시 기사분들께 들었습니다만...negative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라 매우 주저되는 방법입니다. 2004/01/01   
 
  Simon 총선을 거부하고 난뒤 생기는 사태를 어떻게 감당할 것입니까? 미국내 여러 소수 민족 중에 스패니시와 중국인들에 비해 한국인들이 대접 못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결 안하고 투표 안 하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표밭"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우선 순위에서 스패니시나 중국인 보다 하위에 놓였습니다. 그런데, 이공계가 단결하지 않는 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그 방법으로 "총선/투표 거부"를 택한다? 2보 크게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방법의 묘미는 이해하지만, 매우 위험도가 큰 제안입니다. 오히려 몰표를 몰아주는 방향이 훨씬 효과가 크지 않을까 싶은데...우선 단결시키고 관심을 끄는 방법에 있어 "투표 거부"가 그럴듯해 보입니다만...매우 혼란스러운 제안입니다. 좀 더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 같군요. 2004/01/01   
 
  Simon 글의 기본 가정 = " 이공계라는 배는 침몰하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그 배 안에 갇힌 승객들이다 " 가 되겠는데...노숙자님 지적하신대로 이공계 구성요원들의 계층의 스펙트럼이 워낙 방대하니 하나로 단결해 하나의 행동을 하는 것이 무척 어렵고, 우리 힘을 발휘하는 가장 빠른 길(좋은 길이 아닌 빠른 길)은 "총선거부"라고 제안하신 것인데...(정말 고민되는군요) 2004/01/01   
 
  Simon 저 혼자 "초연/초월"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사실 4월 총선은 하루의 이벤트 아닌지? 물론 그 날 이후 4년간의 삶을 담보하는 중요한 날이긴 하지만, 그런 중요한 날 우리는 그 이벤트를 외면한다? 그리고 4년 내내 "단결"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한 패배자/그림자로서 뒤에서 소리내며 악 쓴다? <=== 이건 현명한 방법은 아닌 듯 싶은데...총선 자체를 부정하자 이것인지요? 마치 조중동이 노무현 자체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듯? 우리는 국회와 총선 자체를 거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이공계 몫/권력 나눔"을 바닥에 깐 채로? 이공계 마지막 자존심은 의사집단들의 이기적 행태와 차별화하는데 있다고 본다면, 더 현명하고 "단결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원한 패배자는 되기 싫음 2004/01/01   
 
  Simon 조중동이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 6년 넘게 구사한 방법이 "야당/정론지"라는 미명 하에 전라도 정권/개구리 정권 격하시키고 무시하고 발 아래 깔아놓는 방법이었는데, 지금 이공계가 그 짓을 따라하자는 것인지요? "단결"이라는 이름 하에? 제가 무슨 열사는 아니지만, Negative 전략, 그것도 "총선 부정"을 통한 방법은 치졸한 짓이라고 여겨집니다.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과 권리/의무를 포기함으로써 언론과 정부, 그리고 기존 기득권자들의 관심을 받자는 것 아닌지요? 차라리 투표는 투표 대로 하고 앞으로 더욱 단결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지요? 2004/01/01   
 
  Simon 한번에 우리의 힘을 과시하려 하다보니, 그런 방법을 생각하신 것 같은데, 이공계가 그 정도로 "조급증"에 걸려야 하는지요? 모든 것이 혁명적으로 빠르게 되기 원하는 습성 때문에 오늘과 같은 부작용이 온 것은 아니었는지요? 이런 때 일수록 총선 참여율을 더 높이고 이공계(지역은 다르지만) 사람들이 뭉쳐서 투표하는 바람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무시 못할 세의 영향을 받았다는 인상을 주는 편이 훨씬 긍정적이고 좋은 방법 아닐런지? 계속 정치 방관하면, 저들 수에 놀아날 뿐입니다. 조갑제가 조순형씨를 대통령으로 추대한 후 내각제로 바꾸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뭐든 맘에 안들면 포장부터 바꾸고 내용은 그대로 가져가는(기득권자들에게 유리하게) 방식은 지양돼야 합니다. 이공계, 안 그래도 정치에 무관심한데.. 2004/01/01   
 
  Simon 조중동이 그렇게 밀었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못 잡은 이유도 역설적이지만 Negative 전략을 썼기 때문 아닌지요? 오히려 잘 할 때는 잘한다고 하면서 서로를 인정하는 양상이었더라면, 이회창씨가 대통령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공계가 단숨에 현존하는 기득권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총선을 거부한 후 오랜 기간 단결하여 우리 몫을 찾아오는 듯 보일 수 있는 있겠지만 소탐대실 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에 길게 적어보았습니다. 2004/01/01   
 
  Simon 오두가단 차발불가단이라고 하였나요? 이공계 배가 침몰하므로 내 몸이 얼굴만 빼고 모두 물에 잠기는 한이 있더라도 Science & Engineering을 하는 이라면 " 원리/원칙/자연법칙/그리고 이성 " 적이어야 합니다. 제인구달이 과학계에 지나치게 만연한 "감정배격주의 & 이성-오로지 주의"를 지양하자고 얘기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이성적(rational)"이어야 합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의 과거를 온통 부정할 것이 아니라 투표가 있으면 투표에 충실하고, 대통령제 하의 나라이면 대통령제 하에서 어떻게 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이며, 양당제도가 계속 실패로 끝나고 있으니 어떻게 더 견고한 여/야를 만들어 볼 것인가를 "정도"를 걸으며 "큰 길/대로"에서 생각합시다. 총선거부 = 현실회피 2004/01/01   
 
  Simon 앗, 이미 한국은 새해이군요....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는 아직 새해 되려면 7시간 남았습니다.) 새 해에는 좋은 얘기만 합시다 ! 어쨌든 노숙자님글은 매우 매우 훌륭하며 신선하고 10번 읽기에 아깝지 않은 좋은 게시물입니다. 2004/01/01   
 
  노숙자 Simon님, 오랜만입니다. 미국에 계시는 분인줄 알았는데, 택시 얘기하시는걸 보니 한국이군요. 이성적인 의견을 주심에 감사드리구요, 평소 Simon님께 느끼던대로 애국심이 묻어 나오는 글이군요. 말씀하신 내용을 잘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목표로 삼고 있는 바도 Simon님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2004/01/01   
 
  노숙자 앗, 동시에 글이, 역시 미국, 플로리다? 예전에 중남미로 가는데 직항편이 없어, 플로리다를 거친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어가 영어보다 흔한 곳이죠 (마약과 함께). 제가 보기에도 단결 못하고 투표 안하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권리를 주장할 자격도 없구요. 게다가 지금 사회적 Restructuring이 예상되는 시기에 이런 일을 하자는 것은, 스스로 밥그릇 깨는 행위가 된다고 보는 것도 일리가 있구요, 2004/01/01   
 
  노숙자 이공계 몰락을 안타까와 하는 사회 각계로부터, 진정 이공계와 과학기술을 사랑한다면, 피켓을 들고 국회 앞에서 데모해야 한다는 얘기 많이 들었구요, 이공계의 단결 능력 부재를 비웃는 눈흘김도 뼈저리게 느껴 봤습니다. 사이엔지 게시판을 보면, 후배들이 악을 쓰면서 성격 파탄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드는 글도 눈에 띠구요 ~ 2004/01/01   
 
  노숙자 고귀하신 의사 약사들이 선배 말 한마디에 면허증 전부 걷어 산처럼 쌓아 놓고, 복지부에 반납하겠다고 으름짱을 놓는 모습에서는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정부가 그들에게 굴복하는 것을 신문에서 보고는, 나라의 장래를 걱정한 적도 있었지요. 언제 TV에서 보니까 조폭처럼 삭발식을 하는 장면도 있더라구요, 그 사람이 진짜 의사님인지, 아니면 대역인지 모르겠지만, 나라가 폭력 앞에 무릎 꿇는 장면은 좀 지나친 것 같더군요. (다행히 어린이들은 뭐가 뭔지 잘 모르더군요) 2004/01/01   
 
  노숙자 그이후 각종 데모와 부안 사태까지 보면서, 저는 사소한 관행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Communication 부족입니다. 누가 고치라고 얘기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억울하다고 울어도 회피하려고만 듭니다. 몇 사람 죽었다고 해도, 상부 지시 내려 오기 전까지는 끄떡하지 않는 거 같더라구요. 정부 조직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민의를 조사하고 대국민 대화를 전담할 직책이 없이, 누구나 할 수도 있고 안 해도 별 문제없는 거 같더라구요.  2004/01/01   
 
  노숙자 국민의 의견은 근본적으로 산발적이고 지엽적인 측면이 강하지요. 누군가 그 얘기들을 종합하면서 기존 상황과 융합하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을 찾아 내는게 중요한데, 말은 쉽지만 종합 예술에 해당하는 어려운 일이지요. 우선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구요, 국민과 산업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안되는 일이구요, 종합분석력과 기획능력은 실무를 맡으려면 필수 사항이구요, 무엇보다도 이성적 애국심이 중요한 일인거 같아요 (^^) 2004/01/01   
 
  노숙자 솔직히 그런 공직자 별로 없지요. 대부분은 시키는 대로만 하려고 하지요, 주제넘은 소신보다는 면피가 중요하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따지는 분위기가 되면, 타당한 핑계가 꽤 나올 겁니다. 민의가 올라가면 행간을 읽는게 아니라, 신입사원 기안문 보듯이 지적을 하려 들구요, 잘못된 점 한둘 나오면 쓰레기통으로 던지는 거 같더라구요. 어쨌든 결론적으로 민의 상달을 통한 정책 반영이란, 거의 불가능한 편이라고 봅니다. 2004/01/01   
 
  노숙자 국민을 어려워 하지 않는 마음이 공직자에게 깔려 있다고 봅니다. 경쟁을 당연시하는 자본주의조차도 실적과 대우를 연계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Trend로 가고 있지만, 공직 세계는 처음부터 안정을 모토로 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들을 고치려 하다가는 100년도 충분한 기간이 아닐 수 있구요, 그래서 똑똑한 의사 약사들은 최선책을 단결에서 찾을 수 밖에 없었던거 같아요.  2004/01/01   
 
  노숙자 Simon님이 의사들의 이기적 행태와 차별화하는 것을 이공계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그 동안 이공계는 자격증을 걷은 적 없구요, 집합을 한적도 없었지요. 참 신사적으로 살았지요. 못 참겠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공계의 리더들이 살만해서 그랬는지, 그냥저냥 넘어 갔지요. 2004/01/01   
 
  노숙자 그동안 꾸준히 단결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있어 왔습니다만, 단결을 해서 구체적으로 무얼 하려고 하는지 정해진 바는 없었지요. 언제부턴가 이공계 정당이 필요하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오구요,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사람도 꽤 있는거 같더라구요. 2004/01/01   
 
  노숙자 그 사람들 어떻게 될까요. 정치 10단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순수함과 열정이 들러리로 주저 앉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 곳에서 생활비 주는 사람 말 듣지 않고 살 수 있겠습니까? 저는 거의 조폭 집단에 발을 들여 놓는 것과 비슷하게 봅니다.  2004/01/01   
 
  노숙자 그 곳은 직장이 아닙니다. 조직이 살면 나도 살고, 조직이 패하면 내 목숨을 내 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박지원씨를 보십시요. 충성만 갖고도 안 됩니다. 이공계 성과 권력의 성은 근본적으로 생존 방식이 다른 거 같더라구요. 2004/01/01   
 
  노숙자 얘기가 딴 길로 샜는데요, 이제 이공계의 권익보호를 위해 정치집단화하던 이공계 정당을 만들던, 아니면 기존 정당으로 투신하던, 중요한 것은 단결입니다. 이공계의 단결이 없이 정치판에 뛰어 들면, 구경꾼에 불과합니다. 전국의 이공계에게 1000원씩만 거둬도 얼만데 하는 식의 계산은 실효가 없구요, 여의도 고수부지에 모이라고 할 때 몇 명이 나올 수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2004/01/01   
 
  노숙자 그렇기 때문에 이공계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것입니다. 노통이 이공계 공직 진출을 지시해도 5년 후로 길게 잡을 수 있는 자신감, 이공계 살리기는 부처간 협조가 느려도 된다는 후순위 의식, 비정규직 문제는 데모 진압이면 끝나는 현상 모두, 이공계는 단결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학자나 관료, 정치인, 언론인의 뇌리에 에칭되어 있습니다. 2004/01/01   
 
  노숙자 Simon님과 제 생각의 차이는 현실 인식과 접근 방식에 있어 약간의 편차를 보이고 있는데요, 저는 제도 개선이나 이공계 국회의원 배출, 발언권 강화를 목표로 하되, 전 이공계의 단결이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들이고, 이공계의 필연적 분열을 점치는 분들의 논리에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보는 편입니다. 2004/01/01   
 
  노숙자 그 논리는 우선 이공계의 강점인 인원수와 분야로부터 출발합니다. 아까 지역 얘기도 잠깐 하셨습니다만, 이제 지역 문제는 반감되었죠, 그러나 빈부 격차는 큽니다. 몇 십억대의 재산가도 계시고 저같은(?) 노숙자도 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일감이 없는 현장직도 계시구요. 이공계 내부에 이해가 상충(밥그릇 싸움)되는 세력도 있구요, 대기업이 있는가 하면 영세 기업도 있습니다. 교수 임용이 목표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학벌 철폐론자도 있습니다. 참 뜻을 하나로 묶는 일이 보통이 아닐 것입니다. 2004/01/01   
 
  노숙자 두번째는 경험인데, 그동안 한번도 단결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법률을 개선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변호사비를 모으지 못합니다. 재원이 없으니까 이공계답게 직접 작성하겠다고 몇 년 뛰다가 제풀에 지쳐 주저 앉고 맙니다. 어떤 헌법 학자님이 슬며시 웃으면서 돈을 모아 오라고 하시더군요, 의사 약사 영역 투쟁도 몇 편의 조사 논문으로 정책이 움직였다면서 ~ 2004/01/01   
 
  노숙자 왜 이공계는 단결을 못 할까요. 아우성은 잘 치지만, 한탄하면서 마시는 소주 값에 불과한 단돈 만원씩 모으기가 왜 그렇게 힘들까요.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80년대 민주화 대열에 많은 이공계도 뒤 따랐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 결과는 이공계 몰락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부분 아니겠습니까. 2004/01/01   
 
  노숙자 지금 투명한 정치로 가기 위한, 국가적 몸부림이 역사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80년대말 민주화를 염원치 않았던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지금 깨끗한 정치를 바라지 않는 이공계는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 대열의 뒤에 많은 이공계가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뒤를 따랐다는 것과 이공계 기피현상 개선은 좀 거리가 있는 얘기지요. 2004/01/01   
 
  노숙자 Simon님이 말씀하신, 이공계를 안타까와 하는 특정 정당을 밀어 주는 것도 몇 종류가 있는데요, 최악의 경우는, 사이엔지는 A정당, 모연대는 B정당을 지지한다고 발표하게 되면, 그날부터 이공계는 조용히 살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사이엔지만 A정당 지지를 발표했는데 그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입니다. 민주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국민의 뜻으로 알고 현 상태를 받아 들여야 합니다.  2004/01/01   
 
  노숙자 지금부터 결정하지 않아도 때가 올것입니다, Simon님. 이공계 모두가 확신을 갖는 정당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 전까지 정치권의 관심을 끌어 내고, 이공계 단결을 이루어 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만일 끝까지 정치인들이, 이공계 문제를 깊이 성찰하지 못하고, "장학금 20만원 더 줄께 우리 당 찍어라, 응~" 한다면 4월 15일 전 이공계는 도봉산 앞에서 만납시다. 등반이나 하면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요 ? 2004/01/01   
 
  노숙자 저는 그 단결의 수단으로 쉬운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한번도 단결해보지 못한, 아니 단결의 기회가 없었던 이공계에게는 그나마 총선 거부가 가장 Working하리라고 보는 견해올시다. 더 좋은 수단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습니다. (Over) 2004/01/01   
 
  andysheep 명문입니다! 퍼가도 될까요?  2004/01/02   
 
  노숙자 물론입니다. 전달은 이공계의 힘이지요 ~ 2004/01/02   
 
  박태영 퍼갑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4/01/02   
 
  나대로 참으로 많은 고뇌와 현상의 분석과 고뇌에 찬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두려운 것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우리 이공인들의 주장을 쟁취하기 위한 총선거부를 하기위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니 첫 싸움에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고자 하는 조급함은 없는 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앞에서도 어느 분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공계인의 범위에는 너무나 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하므로 이러한 스펙트럼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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