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무엇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듣나? - 박태진/Kim Tae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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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등록일
2004-02-2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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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박태진
 
제 목    이.공.계? 무엇을 이야기하고 무엇을 듣나?
 
우선 내 소개를 하면 30대 대기업 직장인이고, 석사 졸업하고 병특했다. 한 6년 다녔다.

최근 몇 년간 서울대 공대 정원 미달 사태에서 불거진 "이공계" 문제는 최근에는 상당히
많은 미디어와 사람들에게서 "사느냐 죽느냐"와 상관있는 문제임이 인식되면서
그 논의가 많이 되고 있다. 나는 이 "이공계"라는 단어가 전에는 쓰인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가 쓰는 단어 중에 --계 형태의 단어는 꽤 많다. 예를 들자면,

A. 정치계, 언론계, 의료계, 노동계, 재계, ...

B. 학계, 사학계, 정치학계, 언론학계, 의학계, 경영학계, ...

C. 예술계, 미술계, 무용계, ...

A카테고리의 특징은 "--계"가 아니라 "--계급", "--계층"이라고 말을 바꾸어도
의미 전달이 된다. 즉 class다. 그래서 당연 여기에는 Hi-class(상류계?, 상류계층)
과 Low-class(하류계?, 하류계층, 이런 말은 대놓고 쓰진 않지만)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재계? 듣기만 해도 가슴뛰지 않는가?
노동계? 듣기만 해도 암울하고 지저분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데모, 분규, 이런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가?

B카테고리의 특징은 "--계급", "--계층"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학계층"은 없다.
"학계 각층"은 있다. 의료계와 의학계는 전혀 다른 곳을 가리킨다.

A카테고리와 B카테고리의 차이는 A의 경우는 "직업"에 기반한 "계급" 구별이고,
B카테고리는 대학교 내의 학과(혹은 그 종사자, 학생, 교수)를 큰 덩치로 나눔에 불과하다.

C카테고리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미술계층"?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 의미도 있고, "미술학계"
의 의미도 같이 있다. C카테고리가 중의적으로 쓰이는 이유는 아마도 그 숫자가 A, B를 구분할
만큼 많지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 이제 서울대 공대 미달 사태에서 빚어진 "이공계" 문제에서의 "이공계"는 A, B중에 어디에
포함시켜서 이야기하고 있는가? 내 생각에는, 울고 불고 말하는 사람의 머리 속의 개념은
"A"중의 하나이고 듣는 사람이 머리 속의 개념은 "B"중의 하나이거나 "C"중의 하나이다.
(B중의 하나라면 의학계도 이공계의 일부로 분류될지 모르겠다)

"A"중의 하나라면, "이공계"는 위의 분류에 의하면 명백히 "노동계"에 더 가깝다. 말하자면 현재
억압받고 착취받기 때문에 분규나 일으키고 돈이나 더 달라고 앵앵대는"애"들의 개념이다.
이것은 학교에 있든 직장에 있든 상관이 없다. 학교에 있는 "이공계"는 사실상 보통 사람들이
돈벌어먹고 사는 기간의 상당 부분을 학교에 돈벌어먹고 살기 때문에 학교에 있는 "이공계"도
직업에 가깝다. 그리고 그 "직업"은 졸업을 하나 안 하나 크게 차이가 없다. 그것이 "의료계"와
"의학계"와 "이공계"의 차이이다.

"B"중의 하나라면 이런 논의가 사회적으로 될 사항이 전혀 아니다. 가끔 가십성 기사로 "사학과
학생 정원 미달로 사학계 고사 직전"이라고 기사가 나갈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 끝인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

최근의 언론(조중동)에서 이공계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다. 나는 그들이 말하면서도 매우 난처한
느낌일 것으로 믿는다. 그들은 가능한한 "이공계"가 A중의 하나로 인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기업에서 일하는 이공계에 대한 기사가 나간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 그 증거다. 최대한 B 카테고리
의 일부인 것처럼 이야기하되 그것의 연장선 상에 환상적인 A가 존재하는 것처럼 표현한다.
그리고 듣는 사람도 그렇게 듣는다. 혹은 젊은이들의 "이기주의"를 탓한다.
따라서 그런 기사는 백번해도 사회적 인식의 차이를 바꾸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

결론.

이공계 문제의 이공계는 노동계와 재계, 정치계 사이에 존재하는 계급의 문제이고 당연 투쟁의
대상이다. 다만 눈의 띄는 투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얻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 노력과
댓가에 비해 작다. 노동계가 민주노동당 국회 의원을 만드는데 몇년이 걸렸는지 모르지만(아마
다음 총선에서는 될 것이다) 이공계가 민주이공당 국회 의원을 만드는 것은 훨씬 오래 걸릴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표나게 움직여서는 다른 "계"의 견제와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역시 문제다.

조급해 하지 말라. 권력은 분명히 이동한다.
이재용이 잡혀가고(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증거로도 충분하다), 재벌들
해체되고(그래서 투자자로 전락하고), 정치계 싸가지들 감옥에 더 갖혀서 뭐 할라 그러면 리스크
관리도 반드시 같이 해야 하는 상황 오면, 그래서 그 거대한 커넥션의 크기가 지금보다 위력이
약해지고 크기가 작아지면, 당신의 상사, 당신에게 돈주는 인간들, 그리고 당신. 이공계의 세상은
분명 지금보다 나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투표하라. 밑의 어느 분처러 투표를 보이콧하자는 이야기는 현실성없고 실효를 얻을
수 없다. 투표하라. 잊지 말아라. 우리는 노동계 중의 하나일 뿐이다. 순수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노동계와 분리되어 한 계급 오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욕해서 할 수 없다).
그거 되면, 순수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의 생각도 같이 이루어진다.



 
 

  Kim Taeyun 논지에는 공감하지만 결론에는 반대입니다. 1. 물량에는 어쩔 수 없다.-토목, 환경, 화공하시는 분들 잘 알겁니다. 2. 이런식으로 개선되면 좋은 것은 그 때 이공계를 졸업하는 사람들이지 지금 힘들게 이공계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아니다.-역사를 돌아봐도 대부분의 보수파들은 온건개혁을 주장합니다. 즉 자신의 기득권은 지키겠다는 것이며 바꾸려면 자신들 아들, 손자때나 되서 바꾸란 겁니다. 2004/02/07 x 
 
  Kim Taeyun 저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능력있으신 분 하루 빨리 다른 길로 전환해서 그 곳에서 능력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이공인으로써 외국에서 능력을 보여주어 이공계 공백을 만드는 주체를 사회가 아닌 우리로 전환시켜야 된다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외국국적 획득해야 합니다. 한국인 외국 가기는 매우 힘들지만 외국인 한국서(또 다른 외국 포함) 지내기는 매우 편합니다. 2004/02/07 x 
 
  Kim Taeyun 제가 순수과학 전공이었고 큰 그림을 그리는 연구만 했었기어 한동안 평형에만 관심이 가서 '언젠간 이공계가 좋아질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음 나라가 망한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사회생활과 약간의 공학 학습으로 인해 지금은 속도도 매우 중요한(인생에선 가장 중요한) 변수란걸 깨닫게 됬습니다. 2004/02/07 x 
 
  Kim Taeyun 정치인들, 재벌들 예전엔 무지 무지 잘 살았고, 여러가지 처벌을 당했어도 지금도 무지 잘사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 처벌들은 또한 과거의 면죄부를 의미하기도 하며 그들의 자손들은 완전 무죄죠-그리고 대다수가 그들을 동경합니다. 성격좋지, 매너좋지, 스타일 좋지, 몸매좋지... 고뇌하는 가난한 철학자에겐 썰렁, 추리..- 점진적 개혁이 아닌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2004/02/07 x 

 2004년 2월 7일 회원게시판에서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12&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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