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에도 만연한 비정규직, 미봉책으로는 어렵다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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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등록일
2004-06-1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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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최성우 (2004/04/28, Hit : 650, Vote : 15) 
 
 
제목  [칼럼] 이공계에도 만연한 비정규직, 미봉책으로는 어렵다...
 
 


<포럼> ‘헐값 취업’ 부추기는 이공계 대책


4월은 해마다 돌아오는 과학의 달이다. 올해도 일선 학교와 각급 기관 등 이곳저곳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요란한 구호들이 내걸리고, 과학문화 확산 등을 위한 여러 이벤트와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한 4월 21일 과학의 날에는 과학기술 발전에 공로가 큰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각종 상훈과 표창 등이 어김없이 수여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현장 과학기술인들은 여전히 답답하고 착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비롯한 심각한 이공계 문제들이 거론되고, 과학기술계 전반의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지 벌써 몇 년이 됐건만, 문제의 개선이나 해결의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고 도리어 갈수록 악화돼 가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금의 이공계 문제가 단순히 과학기술인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 앞으로 국가경쟁력의 약화 등으로 이어져 나라의 장래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데에는 크게 이론이 없다. 따라서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는 데에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정부 각 부처나 정치권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각종 대책들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놓은 대부분의 대책들이 문제의 근원을 효과적으로 치유하기보다는, 임시방편적인 미봉책에 그치거나, 일과성의 이벤트 혹은 실적 과시형 대책들에 치우쳐온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공계 신입생에 대한 장학금 혜택이나 유학 지원 등, 이공계로 학생들을 끌어들이기에 급급했던 그간의 각종 대책들은 효과도 미미하고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예산만 허비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초에 정부에서 내놓은 이공계 석·박사 미취업자들을 위한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석·박사 인력들에게 정부가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고,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의 비정규직 취업을 확대, 지원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언뜻 보면 취업난에 시달리는 석·박사급 신진 과학기술인들을 돕기 위한 대책으로 보이지만, 도리어 이공계 고급 인력을 대거 저임금의 비정규직에 묶어 두는 구조를 고착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이공계 인력 공급 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위기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박사급의 고급 인력이라도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 비정규직의 경우 연봉 1800만원, 중소기업 취업의 경우 연봉 2800만원이라는 ‘공정 가격’을 정부가 제시한 것은, 다른 곳에서도 이공계 인력들을 지속적으로 헐값에 묶어둘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준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작금의 이공계 문제가, 정부의 대책만으로 완벽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되지는 않는다. 특히, 연구·개발 인력들을 능력과 성과에 걸맞게 정당한 대우를 하기보다는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기업체, 그 밖에도 과학기술인 또는 이공계 출신들을 ‘마이너’로 간주하는 사회적 풍토 등 우리 사회 각계 각층에서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정부는 ‘할 수 있고 꼭 해야 할 일들’과 ‘할 필요가 없거나 해서는 안 될 일들’을 명확히 구분하여, 유효한 대응책들을 집중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위에서 예로 든 이공계 고급 인력의 취업 문제만 하더라도 인위적인 미봉책을 동원하여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왜곡시키기보다는, 적은 수일지라도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여 신진 인력들에게 적절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또한, 기술평가, 컨설팅 등을 포함한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업이나 지식 기반의 3차산업 등 고도 지식산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일은, 단순한 ‘공공근로’ 식의 소모적인 일자리 제공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인 대안의 하나로서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이공계 문제에 대한 앞으로의 정부 대책들은, 별 도움이 안 되는 미봉책을 남발하여 귀중한 국가 예산만 엉뚱하게 낭비하는 우를 되풀이할 게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을 개선하여 보다 효과적이며 근본적인 해결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기사 게재 일자 2004/04/17
출처 : 문화일보



 
 

 
 
김일영 (2004-05-05 23:33:47) 
 
석박사의 상당수 인력들이 대학과 국책관련 연구소에 포진하는 형태로 볼때 이들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산학연이 기존에 있기는 하지만 허울적인 형태로 남아있기 때문에 기존 산학연 제도를 뜯어 고쳐서 광역화하여 지역에 관련 대학, 연구소, 기업을 클러스터로 묶어 관련 연구자들이 모여 좀더 심도깊고 대규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예산과 편성을 하는 것이 어떤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국과연이 인력저수조 개념에서 벗어나 클러스터 연구 범위에 연구원으로써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와 기업을 넘나드는 연구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좀더 자연스럽고 기존의 인력과 새로운 신규인력을 다이나믹하게 가용할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2004년 4월 28일 과학기술 정책/칼럼 게시판에서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cience&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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