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과학기술 수석비서실을 신설하라(1) - 여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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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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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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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지난 98년 1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조직 개편작업이 시작될 때, 한겨레신문에 기고했으나 실리지 않았던 글입니다.

당시 정부조직 개편위원회의 구성원들의 면면에 (행정가, 법률가 등) 절망감을 느꼈고, 조직을 개편하는 좋은 기회라 청와대에 과학기술 수석비서실의 설치를 촉구하는 글을 신문사에 보냈으나,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에 과학기술 수석비서실을 신설하라>

정부조직 개편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 안을 보면 솔직히 아직도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행정학자, 법학자들이 주로 모인 위원회의 안이 그런 정도라면 조직개편은 다른 사람들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조직개편을 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이 시점에서 필요한 조직개편은 과거의 그것처럼 이 부처 떼어 저라 붙이고 저 부처 분해하여 다른 부처에 나눠주고 하는 수준의 개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구조 재배치일뿐 이 혹독한 IMF 시대를 벗어나 진정으로 선진국의 면모를 갖춘 정부조직이 되기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 시점에서 벗어 버려야할 것은 관치금융만이 아니다.  관치교육, 관치문화, 관치통일, 관치행정 등 권위주의적 통제가 힘을 쓰던 시절의 유물을 과감히 버리지 않고는 우리는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능의 민간으로의 대폭적 이전, 규제부처의 대폭축소를 통한 민간 자율성 신장 등이 그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정부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정부는 가벼운 몸차림으로 깃발 들고 리드하고 실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민간부문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조직이 아무리 효율적이라 해도 민간을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부의 축소가 설득력있게 들린다. 

시절에 그리고 정부조직개편 작업이 여태 마치 행정학자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어 왔으나 행정적 측면 외에 고려해야할 사항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더군다나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는 이 시점에서랴.  다른 나라에서 보고 비웃지나 않을까 두렵다.  행정 마인드는 더이상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데 적합치 않다.  정부조직 개편위건 정부건 대학이건 이젠 과학적 경영 마인드를 갖은 사람들이 이끌어 가야한다.

과학기술관련 부처의 통폐합 대상부처로  정보통신부, 교육부, 통상산업부가 거론되고 있다.  과학기술처는 정보통신부와의 통합보다는 교육부와의 통합이 더 바람직하며 통상산업부의 통상기능을 외무부로 이관할 계획이라 하니 나머지 산업기능을 흡수하여 교육, 과학기술 그리고 산업 업무를 종합조정 시행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처를 통합해 ‘미래부’라 부른다지 않는가?  우리의 미래도 교육과 과학기술에 달려있다고 생각할 때 이는 검토해 볼 만한 안이라 생각된다.

이제 혹독한 IMF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최대의 외채국으로 드러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수출하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뿐이며 이를 위하여 기술개발은 필수적이다.  기술 없이는 경쟁력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없으며 과학기술에 투자하지 않고 기술개발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와 다름없다. 

최근 우리의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것도 따지고 보면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온 탓이 크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정치경제 논리에 밀려 뒷전으로 밀리면서 기술력의 낙후가 상품경쟁력 저하를 초래하고 이것이 국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진 것이다. 

엔고로 인한 단군이래 최대호황이라던 80년대 중반에도 우리의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재투자하기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는 사이 노동집약적 산업분야에서는 중국 등 후발개도국에 밀리고 최첨단 산업분야에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해 그 틈새에서  어정쩡한 얼치기 산업국이 되어버렸다.

독일의 디 벨트지는 “한국은 하이테크 기술을 발전시켜 일본만큼의 부를 창출하든지 생존에 충분할 만큼의 중간영역을 찾든지 아니면 중국처럼 저소득에 만족하든지 해야할 것”이라 쓰고 있다.  우리는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제 이 경제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3공 시절 황무지에서 과학기술로 이 나라를 일으켜 세웠던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정책을 일관되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며 그것이 청와대의 과학기술 수석비서실과 과학기술처이다.

비상시에는 평시와 다른 그에 걸맞는 탄력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한시적이어도 좋을 것이다.  부디 과학기술처 개편의 올바른 방향을 잡고 청와대에 과학기술 수석비서실 설치를 신중히 검토하기 바란다. (199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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