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t-benefit analysis 와 기초과학의 딜레마 - 머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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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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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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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제논리가 cost-benefit analysis 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반하는 논리가 21세기에 급속히 퍼져가고 있습니다. 다시말해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 될 수 없다 (unqunatifiable)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 한것입니다. 극명한 예로 흔히 멸종해가는 희귀식물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 댐을 지으면 댐이 국가 경제에 줄 수 있는 benefit은 어마어마 하지만 그지역에 멸종해가는 희귀식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댐건설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 입니다. 이는 실제로 수년전 호주에서 올림픽 경기장을 짓고있을때 20-30% 건설진행중 희귀식물 자생지라는것이 나중 판명되어서 바로 건설을 덮어버리경우가 있습니다. 과연 그 멸종위기의 희귀식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요? 그 식물을 살려둔다고 국가경제에 또는 지역경제에 얼마나 이익을 줄 수 있을까요? 멸종위기의 희귀식물의 가치를 무한대로 잡을 수 도 없고 실로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는 멸종위기의 희귀식물은 경제학자들의 골치덩어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논의 하면서 마찬가지로 면밀히 점검해야 할 사실은 모든 과학기술이 cost-benefit analysis를 바탕으로 선택 투자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생각 하는 것처럼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파이논쟁으로 설명해서는 안됩니다. 자본주의의 원리는 무조건 파이를 크게하는데에만 있습니다. 그 파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자본주의의 속성이 아닙니다. 만약 자본주의의 분배정의가 있다면 파이를 크게 부풀린 사람이 더 많은 파이를 분배받는것이 자본주의 분배 정의입니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급속한 발전을 할 수 있게하는 모티브입니다. 하지만 언제가 우리나라가  중국에 더많은 셀폰 시장을 점유하기위해 우리나라 어느 농민들을 희생시킨경우를 알고 있을 겁니다. 셀폰을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해서 중국의 특정 농산물 (고추던가)수입허가를 단행한겁니다. 결과적으로 파이는 커졌지만 그 농민들은 적절한 보상도 없이 생계를 희생시켜야 했읍니다. 셀폰 수출로 인해 더 커진 파이가 그 농민들한테는 결코 돌아가지 않은 겁니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분배방식은 무척이나 비논리적입니다. 마치 지금 우리 이공인들처럼 파이를 크게 한 사람이 누군데 라고 반박해봤자 파이는 돌아오지 않는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자본주의사회의 분배 방식은 생각만큼 논리적이지 않고 또한 분배를 인위적으로 강요할 수 도 없습니다. 사실상 파이증대와 분배정의는 상반대되는 논리인것입니다. 만약 빌 게이츠에게 수익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하면 어느누구도 힘들여 컴퓨터를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즉, 분배정의를 실현시키려면 파이를 늘릴 수 없고, 파이를 늘릴려면 분배정의를 무시해야만 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때문에 모두가 동기부여를 갖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밥그릇 투쟁을 하는것도 정당한 댓가를 되찾고자하는 양심적인 행위입니다). 반대로, 셀폰회사에게 수익을 농민들에게 재분배하라고 강요한다면 원하는 부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된 셀폰회사는 셀폰을 결코 만들지 않습니다. 그들은 파이를 크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겁니다. 분배정의가 희생되어야만 파이공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돌아가는것이 자본주의 시장원리일것입니다.

그럼 이제 여기서 유도하려는 논지는 그럼 파이를 크게 늘리면서도 적절한 분배를 할 수 는 없느냐는 겁니다.  또한 당장 파이를 크게 늘릴 수 없는 분야의 과학기술을 어떻게 환영받게 하느냐는 겁니다. 시간상 급하게 결론부터 내리면, 결국 마인드인것입니다. 멸종해가는 희귀식물앞에서 경제학자들이 cost-benefit analysis의 적용을 포기했듯이, 어떤 측정 불가능한 가치에 대한 인식과 마인드를 통해서만이 분배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겁니다. 증대된 파이를 분배하는 것은 강요가 아닌 파이를 손에쥔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위에서 이루어져야만 '파이증대-분배정의' 딜레마를 풀 수 가 있습니다.  빌 게이츠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가들이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수익 중의 많은 자금을 기부합니다. 분배정의가 법으로 강요한것이 아닌 기부라는 형식을 통해서 이루어질때에 파이증대와 분배정의를 모두 실현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사하는 기초과학을 살리는 문제도 시장원리를 적용시키는 동시에 자발적인 인식 또는 마인드가 병행하여 존재해야 합니다. 파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증대시킬 수있는 의대를 대학당국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것입니다. 대학당국에게 기초과학대학이 cost-benefit analysis가 아닌  환산할 수 없는 다른 가치가 있다는것을 인식시켜야 하고 자발적으로 분배하도록 유도하여야합니다. 다시말하지만, 그들에게 분배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그들은 더이상 파이장사를 안하려합니다. 파이장사는 계속하게 하고 대신 자발적으로 분배를 할수있는 마인드, 예를들면 기부문화를 더욱 활성화 시켜야 됩니다. 즉 새로운 의식 운동이 필요 한것입니다.

과학자들이 파이를 크게 늘리는데 일익을 담당하면서도 왜 커진 파이를 직접적으로 분배받지 못하냐는 문제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업과 정부에 직접적인 강요를 하는 것 보다 그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는것이 훨씬 궁극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이 됩니다.  파이를 크게 갖고 싶은 기업과 정부는 분배를 강요당하지도 않을테이지만 강요당한다면 가장 중요한 모티브를 잃게 됩니다. 우리는 멸종위기의 식물의 가치를 경제학자들에게 설득시킨 환경운동가들 처럼 '신 과학인식' 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입니다. 개개인의 과학자들을 사실 자세히보면 정말 미약한 존재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운동만 가지고 평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가치는 멸종위기의 식물처럼 고귀한 가치를 지녔으나 하룻밤에 죽어가는 사람 살리는 사람들처럼 당장 beneficial 한 존재는 아닐지 모릅니다. 우리 과학자들의 가치를 인정 받기위해서는 과학인식 운동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설명해야 합니다.

 옮긴이 주: 자유게시판  200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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