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가루이야기 (7) - 분체를 나누는 기술(분급)

글쓴이
최희규
등록일
2003-09-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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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있어서 “지금까지의 가장 근원적인 기술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단순히 불의발명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지만, 필자는 단호하게 물질을 작게 만드는 기술인 ‘분쇄’와 물질을 나누는 기술인 ‘분급’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분쇄기술에 관해서는 필자가 이전에 언급한 바가 있고, 여기서는 입자를 크기별로 나누는 기술 즉, 분급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인류가 석기시대에 돌입하여 나무열매를 부수거나, 야생곡물의 껍질을 벗겨 바람에 날려 먹기 좋게 하는 것이 아마도 분급기술의 원조일 것이다. 즉, 쌀과 같은 곡식의 먹을 수 있는 부분과 먹지 못하는 부분을 나누어 쌀겨를 날려 버리는 기술이 바로 분급기술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분급한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어떤 기술을 응용하는 것인지를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분급 : 물이나 공기 등 유체 속에서 입자들이 떨어지는 속도의 차이에 의하여 그 것을 크기에 따라 가르는 일(동아출판사, 신콘사이즈 국어사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유체 속에서 크기에 따라 가르는 일이라는 것이 언뜻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분급 기술을 응용한 예는 수없이 많이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쌀 속에서 돌을 분리해 내는 방법으로, 경사진 판자 위에 쌀과 돌이 섞여있는 입자들을 붓고 진동을 주면서 흘려 내리면 밀도 차에 의해 돌은 빨리 떨어지고 쌀은 천천히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이 분리와 분급의 차이를 알기쉽게 설명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분리와 분급을 다시 이야기 해 보자. 같은 크기의 빨간 사과와 파란 사과가 있다고 할 때 빨간 사과와 파란 사과를 구별해 나누는 것은 분리이고, 빨간 사과가 여러 개 있을 때, 내 주먹보다 큰 사과와 작은 사과를 구별해 나누는 것 분급이라고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분체공학적으로 분립체(粉粒體)의 분급에 대해서 설명하면, 위에서 말한 분리도 엄밀하게는 분급의 한 가지에 들어갈 것이며, 분급이라는 말을 문장으로 정의를 하자면 “분립체의 입자를 그 특성차에 따라 분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분급의 정의에는 그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고, 분급을 하기 위한 분체입자의 특성에는 그 성분, 입자경, 형상, 색, 밀도, 자성, 정전성 등 두 가지 이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기가 균일하거나, 형상이 균일한 입자들의 집합체를 구하기 위해 많은 분급장치 등이 개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브미크론(1 ㎛ 이하)의 입자경까지 구별해 낼 수 있는 장치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분립체를 두 가지 이상으로 분급하였을 때 그 분급 방법에 따라 분급 후의 분체들의 특성은 완전히 다를 것이며, 그 쓰임새 또한 전혀 다를 것이다.

그리고, 분급을 함에 있어서, 곡물 등과 같이 강한 외력에 파손되기 쉬운 특성을 가진 재료들을 분급할 때와, 시멘트 등과 같이 어느 정도의 외력에는 견딜 수 있는 돌가루를 분급 할 때는 그 장치와 방법이 전혀 달라야 할 것이며, 또 습식의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깊게 검토 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분체입자를 다루는 단위조작에 있어서 분쇄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조작이 분급이지만, 그 조작의 어려움이 매우 심한 이유로 인해 지금까지도 획기적인 분급방법이 개발되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분체입자를 크기별로 나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려운 일이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최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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