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로 분자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상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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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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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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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루돌프 그림 박사팀이 세계 최초로 리튬분자로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상태(Bose-Einstein Condensation ; BEC)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분자를 특별한 방식으로 냉각하여 BEC라는 특수한 상태로 만들었다. BEC는 초전도체와 같은 현상을 이해하는 유용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원자로 BEC는 이미 성공했으나, 분자 BEC로는 세계최초다. 몇 몇의 그룹이 수 개월간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의 루돌프 그림 박사팀이 최초로 결과를 발표했다. (1)

"이건 매우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분자로 BEC를 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지요. 물리현상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로 한 발자국을 더 내딛은 셈입니다" - 라이스 대학의 BEC 연구자인 랜달 휴릿 박사의 말.

BEC는 여러 개의 동일한 입자들이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상태의 존재는 이미 1924년에 보즈와 아인슈타인에 의해 예측되었으나 기술적인 한계로 1995년에 이르러서야 루비듐(Rb)원자를 이용한 BEC 실험이 이루어졌다.

BEC상태의 물질은 초전도와 초유체의 성질을 띠는데, (전기저항이 없고 자기장을 배척하는, 점성이 없는 유체) 입자들의 온도가 절대온도로 수십억분의 1도 정도로 극저온에서만 이루어진다.

분자는 서로 충돌하고 밀쳐내는 성질때문에 원자보다 BEC 상태로 만들기가 더 어렵다. 그림 박사팀은 레이저로 리튬(Li) 원자를 냉각시켰는데,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원자들은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어 리튬분자를 구성한다. 리튬분자는 BEC 상태가 되는 온도에서도 안정한 결합을 유지했다. 이 응축물은 약 15만개의 리튬분자로 이루어졌고 20초 정도 유지되었다. 일반적인 BEC는 수 밀리초 (천분의 1초)정도밖에 유지되지 않는다.

"응축물 속에서 분자가 그렇게 오래 유지되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 콜로라도 대학의 데보라 진 박사는 말한다. 그녀의 팀은 칼륨(K)분자를 짧은 시간동안 BEC상태로 유지시킨 결과를 얼마 전에 논문으로 출판했다. (2)

리튬분자의 BEC는 지금까지는 관측되지 않은 페르미온 응축이라는 새로운 물리현상의 이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리튬원자는 페르미온이라는 종류의 입자에 속하는데, 이 종류의 입자들은 여러 개의 입자가 똑같은 물리상태에 머무를 수 없다. (주 : 양자수와 스핀을 뜻함. 여기서는 같은 스핀을 가질 수 없다는 뜻) BEC와는 정반대의 성질을 띠는 것이다. 그러나 리튬이 결합하여 분자가 되면 그들은 또 다른 종류의 입자인 보존이 된다. 보존은 여러 개의 입자가 같은 물리상태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리튬분자 응축은 이 두 상태의 경계에 존재한다. 분자의 일부는 쪼개져서 페르미온인 리튬원자로 돌아갈 수 있다. 이들은 쿠퍼쌍을 형성해서 초전도체가 될 수는 있지만 응축될 수는 없다.

페르미온 응축은 양자 컴퓨터, 중성자성, 고밀도 성간잔해의 연구뿐만 아니라 전자, 중성자, 양성자 등의 기본입자 연구에도 유용하다.

"이 분야에서 연구한 보람이 있는 시기입니다. 매우 경쟁이 치열하고, 흥미로운 주제도 많을 뿐더러 진보가 매우 빠르니까요." - 2001년에 최초의 BEC상태를 만든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MIT의 볼프강 케틀레 박사의 말이다.

< 출처 : Nature online / 저널 : Preprint 7, Nov 2003 >

< Reference >
1. Jochim, S. et al. Bose-Einstein condensation of molecules. Science, published online, (2003)

2. Greiner, M., Regal, C. A. & Jin, D. S.. A molecular Bose-Einstein condensate emerges from a Fermi sea. Preprint, http://xxx.lanl.gov/abs/cond-mat/031117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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