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가루이야기 (8) - 분체입자의 폐해

글쓴이
최희규
등록일
2003-12-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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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전에 분체공학자가 황사 문제에 꼭 맞는 연구자인 것을 역설한 바가 있다. 비단 황사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여러 유해 물질들 중에도 분체입자로 되어있는 것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분체입자들의 유해성 여부가 명확히 되어있는 것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 것을 밝히는 일 또한 매우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치는 등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분체입자들이 인간의 몸 속에 들어왔을 때 전혀 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다가 수 십 년이 지난 후 발병을 하는 경우도 있어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석면은 단열재 등으로 인간의 건축자제에 널리 이용되고 있으나, 그 석면 가루가 인체에 들어와서 약 20 년이 지난 후 중피종이나, 폐암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어 그 사용 시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비슷한 증상으로 진폐증이라는 것도 있다. 이 또한 광산 등지에서 흙, 돌가루 등의 광물질들의 분체입자를 흡입함으로서 발병하고, 이 역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므로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스스로의 예방과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질병으로 되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이 진폐증은 분체입자를 흡입하지 않는 방법 외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예방과 치료할 길이 없는 무서운 질병으로 분체입자가 인간에게 폐를 끼치는 가장 무서운 질병중의 하나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분체입자의 폐해는 경피침입과 경구침입 보다는 기도침입에 의한 건강장해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유해한 분체입자를 흡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지만, ‘어느 정도의 양에서?’, ‘어떠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입자를?’ 이라는 문제에 부딪히면, 그 해결방안이 난감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산업의학적인 연구 개발이 간절한 실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분진 발생작업장 내에서는 집진시설의 완비와 작업자 자신이 분체입자를 흡입하지 않도록 하는 각별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단지 분체입자의 폐해는 공기 중의 분체입자의 유해성만은 아니다. 최근 수질오염의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람이 마시는 물에 인체에 해를 끼치는 유기물들이 존재하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이 유기물질 또한 엄밀하게는 분체인 것을 알 때 분체입자가 공기 중뿐만 아니라 수 중에서도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사람이 마시는 음용수로서 지켜져야 할 수질 기준이 정해져 있으나, 사실 우리가 마시는 지하수, 약수 또는 수돗물 등이 그 주위의 환경조건이나 수도 배관의 오염 등으로 인해 이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또한, 그 기준이 지켜졌다고 해도 지금 당장 인체에 발현되지 않는 유해 물질들이 점차로 몸 속에 쌓이고 있다면 앞으로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물 속에서도 어느 정도 크기의 분체입자까지 제거해야 하는가를 엄밀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이며, 특히, 분체입자의 거동과 관련해서 인간의 몸 속에 물과 함께 들어와서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침착 되는가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분체입자의 폐해와 관련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맛도 없는 미세한 분체입자가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로 작용할 수 있어, 새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되새기게 하며, 분체공학자의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최희규

  • 최희규 ()

      오랜만에 연재를 이어갑니다. 그 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군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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