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가루이야기 (10) - 분체를 공부하자

글쓴이
최희규
등록일
2004-02-06 13:57
조회
6,7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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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
지금까지 필자는 ‘생활 속의 분체, 가루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해 왔다.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 다루어지는 분체와 인간에게 미치는 분체의 역할 등에 대해서 보다 알기 쉽게 설명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분체라는 단어의 생소함과 지금까지의 가루에 대한 관심의 부족으로 그다지 쉽게 다가서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여기서는 분체공학의 관점에서 분체공학이 과연 무엇을 연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소개하며 이 글을 가름하고자 한다.

먼저, 분체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한 개의 분체입자를 연구하는 것이다. 원래 분체라고 말하는 것은 큰 고체입자를 잘게 부수어 가루를 만들어 내는 top-down 방식과 각종 합성법에 의해 생성되는 bottom-up 방식으로 제조가 되는 것으로, 어떤 방법으로 제조가 되었건 간에 그 원료입자 자체는 한 개의 분체입자인 것이다.

따라서, 한 개의 단일 분체입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분체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하나의 단일 분체입자의 특성을 파악하는데는 가장 먼저 연구해야 할 일이 입자의 크기, 즉 입자경을 측정하는 것이다. 입자의 크기를 정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전에 이미 자세히 언급한 바가 있고, 그 측정법에 대해서는 공학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여러 가지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음으로 하나의 분체입자를 연구하는데는 그 입자의 모양 즉, 입자형상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자형상은 무엇보다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최근 서브미크론에서 나노시대로의 입자크기가 작아져 원료로 활용되면서, 광학현미경만으로는 관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주사형전자현미경(SEM), 투과형전자현미경(TEM)으로 관측해야만 되는 것까지 등장하고 있다. 또한, 한 개 입자의 표면특성(표면의 거칠기, 표면 구멍의 유무 등)도 연구를 해야하는 하나의 과제이다.

또한 단일입자를 관측하는 연구로서 입자 하나 하나의 운동특성, 입자끼리의 부착특성, 확산, 응집 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21 세기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분체입자 하나의 거동에 대한 컴퓨터모사(computer simulation)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다음으로, 분체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입자 하나로서의 분체가 아니라 분체입자들의 집합체로서의 특성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분체라는 것이 고체 입자가 유동성을 가지는 것으로 정의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집합체로서의 분체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집합체로서의 분체를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입자들끼리 서로 모여 있을 때 서로 어떠한 구조로 얽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분체라는 것을 마치 계란 판을 겹쳐 놓은 것처럼 설명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규칙적인 충전구조로 설명하여 마치 분체입자를 제주도의 돌담이 쌓여 있는 것처럼 설명하곤 한다.

그리고, 집합을 이루고 있는 분체입자들의 특성 중에는 입자들 사이로 침투해 들어가는 액체의 침투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해 그 침투 공간을 하나의 모세관으로 가정하여 분체의 젖음성을 측정하는 방법, 도자기 등을 만들 때 분체입자들을 뭉친 상태에서 고온을 가하는 소결 방법으로 치밀화 메커니즘을 해명하는 방법, 입자들 간의 마찰특성의 연구, 슬러리 상태에서의 유동성 연구, 크기가 다른 입자들이 섞여있을 때, 큰 것은 큰 것끼리 작은 것은 작은 것끼리 모이려고 하는 편석의 연구 등을 들 수 있겠다.

끝으로, 이러한 단일입자와 집합입자의 분체 특성을 연구하는데 이어 분체입자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가에 대한 연구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이것이 바로 실생활과 산업 현장에 적용이 되는 연구라 하겠다. 이전에 설명한, 분쇄, 분급 연구 외에도 분체입자들이 얼마나 잘 흩어지는 가를 연구하는 분산, 얼마나 입자들을 잘 모을 수 있는 가를 연구하는 집진, 그리고, 저장, 건조, 조립, 혼합, 압축, 여과, 성형 등등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은 단위조작들이 분체의 연구와 병행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분체공학자 들은 이러한 연구를 심도 깊게 수행 함으로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분체공학이라는 깊지 않은 역사를 가진 학문을 연구하는 필자는, 아직까지 사회 대중 속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분체라는 생소하면서도 신비로운 이름을 널리 알리기 의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으며, 때로는 어렵고 지루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 글이 있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저를 아는 모든 분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최희규

  • 최희규 ()

      이것으로 가루이야기 연재를 마치려고 합니다.
    그동안 관심가져 수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다음에 보다 좋은 글로 여러분께 인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우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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