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한국 - 과학도

글쓴이
sysop2
등록일
2002-07-14 10: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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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청소년 평균신장이 가장 큰 나라..
대체로 깡마르게 큰 키에 극히 검소한 복장, 자전거를 즐겨타는 사람들..

전에 언젠가 쓴글에서 전 히딩크의 성공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부추길꺼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지만 과학,공학인들의 관심이나 이를 이용하려는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것 같군요. 경영쪽에서 그의 리더십을 풀어보려하지만 기본적으로
과학이라는 키워드가 없이는 힘들텐데 아무튼 열의는 그쪽에 더 뜨거운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인들이 두드러진 과학 분야는 근래에는 전산과학이 아닐까해요.
최초로 프로그래머란 이름을 작명하고 자청한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에드스거
다이즉스트라, C++를 개발한 브자르네 스트로우스트럽, 슈퍼컴퓨터 언어로도 각광을
받으며 생물정보학의 표준언어가 되고 있는 통합용 언어 Python을 개발한 귀도 반 로숨등..
네덜란드인들은 혁신적인 개념으로 전산과학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런것들을 보면
히딩크 감독이 그랬듯 확실히 문제에 조직적,순차적,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그들의 국민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몇년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해 호이겐스,로렌츠로부터 내려오는 네덜란드
물리학의 새로운 영광을 빛낸 제라르 트후프트의 이야기는 자신감을 강조하는 면을
상기시킵니다. 그는 원래 네덜란드에서도 그렇게 1류는 아닌 유트레흐트 대학에서
학사를 마치고 동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그곳에는 유일한 이론물리학자로
나중에 제자와 노벨상을 공동수상한 벨트만이 있었는데 트후프트는 대뜸 그에게 찾아가
박사급 논문의 주제를 선정해달라고 했죠. 트후프트의 당돌함에 기가 찬 벨트만은 당시
물리학계의 최고난제인 문제(현재 지배적인 표준모형이 부딧혔던 가장 큰 문제)를 주고
지도를 시작했습니다. 트후프트는 기존 관습에 얽메이지 않고 이를 당시 막 뜨던 컴퓨터를
이용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지도교수인 벨트만의 지도 못지 않게 그가 학회를 쫓아다
니며 조언을 구한 당대의 떠오르는 대가가 있었으니 그가 이휘소 박사였습니다. 일개
대학원생인 트후프트는 이휘소 박사가 당시 자신의 우상이었다고 했죠. 마침내 트후프트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해가지고 와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간과정이 기존의 방식을 따른게 아니었기에 발표에 문제가 있었죠. 이를 물리학계의
표준적인 방식으로 풀어 그의 공로를 인정받게 해준 사람이 이휘소 박사였습니다. 그가
와인버그등에게 이 결과가 옳은것임을 확신시켜주었죠.

사실 여기서 그쳤다면 트후프트는 그냥 어쩌다 운좋게 그일을 해낸 사람으로 머물렀
을겁니다.(사실 90년대 중반까지 그는 "한 네덜란드 대학원생이 이를 밝혀내었었다"고
서술될 정도였죠.) 그러나 그는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기홀극이라는
오랜 주제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함을 보이는 업적을 나중에 추가적으로 자신의 캐리어에
추가합니다. 이런 기여가 인정받아 그는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죠.

우리나라 사람도 네덜란드인에게 자신감을 준 예가 이처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과학적 태도가 생활화한, 그리고 신체적 강건함이 바탕되어 자신감에 찬
네덜란드인들을 닮자는 것이었습니다.


 06/20/2002 자유게시판에서
 

  임호랑 아래글에 히딩크 축구는 과학이라고 제가 썼었는데, 네덜란드의 과학문화가 오늘의 히딩크를 만들었군요. 축구도 과학을 밑천으로 해야지, 경영이나 오락, 정치, 돈, 정신력 같은데 기대면 이런 신화같은 일 절대 안 생깁니다. 과학이 기적도 만들고 신화도 이루어냅니다. 다른 것들은 과학기술의 부스러기 일 뿐입니다.  2002/06/20 x 
 
  공대만세 기업경영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것도 네덜란드가 아마 처음일 겁니다. 이미 300년전에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주식회사'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국가간 해상무역에 따르는 리스크를 분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으니까요. 증권시장과 선물시장 역시 당시 무역의 중심지였던 네덜란드에서 시작됐습니다. 2002/06/20 x 
 
  과학도 네 더 찾아보니 자본주의의 발상지가 네덜란드의 플로렌스이고 최초의 다국적 기업이 네덜란드 인디아 회사이며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가 튤립투기였다는군요. 또한 역사적 앙숙인 영국과 로열 더치 셀 및 유니레버를 합작함으로써 갈등을 극복해왔다는 점도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2002/06/20 x 
 
  소요유 과학도님 지적대로 우리의 네델란드에 대한 이미지는 간척을 많이해서 '너덜너덜 기워진 나라'라는 이미지와 풍차 & 튜울립 등 농업적인 이미지를 많이 주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이나라가 우리입장으로는 여러가지로 벤치마킹을 할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이를 테면 자원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장사'로 선진국에 이른 나라라는 점입니다. 이 나라의 성립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즉 중세 봉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자유시민', 즉 상인들이 세운 나라니까요. 과학도님 말씀대로 이 나라는 경제력이 비교하여 기초과학투자가 아주 많은 나라입니다. 위에 예를 들었듯이 호이겐스나 로렌츠와 같은 물리학자 뿐만아니라 천문학, 특히 우리은하 연구에 큰 공헌을 한  2002/06/20 x 
 
  소요유 컵타인 (Keptyian)과 오오트 (J. Oort)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이 우리 은하의 모습을 처음 그려내고, 운동을 밝힌 분들입니다. 그래서 나라 크기에 비하여 노벨상 수상자도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몸담고 있는 (현재 외국) 연구소의 디렉터로 네델란드 인 여자 과학자가 부임하였습니다. 이들은 장사로 돈을 벌어 한차원 높은 곳에 투자하였왔습니다.  2002/06/20 x 
 
  포닥 참고로 반도체 장비중에서 가장 비싼 리소그래피 장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회사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네덜란드의 ASM Lithography 입니다. Nikon, Canon 등이 장악하고 있던 세계시장을 10 년도 걸리지 않아 석권하였습니다. 이번 쾌거로 한-네덜란드 과학계의 교류가 활발해 졌으면 좋겠군요. 나노시대에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하멜, 히딩크에 이어지는 네덜란드와의 인연이 나노 시대를 열어가는 동반자의 관계로 발전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2002/06/21 x 
 
  임호랑 미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에만 집중된 우리의 관심을 돌리기에 네덜란드는 신선한 나라이군요. 상대적으로..... 2002/06/21 x 
 
  1 네덜란드의 탈레스사를 모르는 분은 없겠지요...그리고 네덜란드에는 Elsevier Science도 있습니다. 2002/06/21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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