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나?

글쓴이
이웅
등록일
2004-04-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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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지난 4월 1일 경부고속철도 개통과 더불어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고속철도 시대가 개막됐다. 여러매체들은 이미 고속철도의 개통이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화 함으로써 국가물류체계와 국민들의 생활양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고속철도는 200km/h 이상의 속도로 운행이 가능한 철도를 의미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고속철도를 운행하는 나라는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러시아 등으로 이 가운데 300km/h급 고속철도를 보유한 나라는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불과하고 우리가 이 대열에 합류하였다. 2차 대전 이후 급속히 발달한 항공기와 도로운송에 밀려 사양산업으로까지 여겨지며 침체 일로에 있던 철도산업은 고속철도의 등장과 더불어 부흥기를 맞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새로운 고속철도 기술의 개발 그리고 고속철도망의 확장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분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서는 고속철도의 현황과 기술적 특징, 그리고 앞으로 어디까지 속도향상이 가능할 지에 대해 다뤄보기로 한다.


2. 고속철도 현황과 기술개발

철도고속화는 일찍부터 시도되었다. 이미 1938년 영국과 독일에서 각각 Mallard형 증기기관차와 05형 증기기관차로 200km/h를 약간 넘는 속도기록을 세운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1955년 기존 선로위에서 통상적인 전기기관차로 331km/h의 속도 기록을 세운 바 있으나 이 역시 장래 프랑스 철도의 고속화 가능성 모색을 위한 시험이었으며 즉각적인 고속 상업운행을 위한 시도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고속철도의 원조는 일본의 신칸센으로 1963년 시운전에서 256km/h를 기록하였고 이듬해 10월에 토쿄-오사카 노선에서 200km/h로 상업운전을 시작하였다. 때마침 토쿄 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신칸센은 일본 전후부흥의 상징이 되었다. 일본의 고속철도 개발은 유럽국가들에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져서 고속철도 기술개발을 자극하였다. 당장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기존선과 통상적인 기관차를 이용, 열차의 최고속도를 200km/h로 끌어 올림과 동시에 본격적인 고속철도 운행을 위한 제반기술 개발에 착수하였고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가도 고속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영국의 경우는 전용선을 새로 부설하는 대신 기존선 위에서 차량을 고속으로 운행하는 쪽으로 연구의 방향을 잡아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Intercity 125와 전기기관차가 견인하는 Intercity 225를 개발 각각 최고시속 200km/h(125 mile/h)와 225km/h로 운행하고 있다. Intercity 225는 런던-요크 노선중 스티브니지-요크간 259km 구간에서는 평균시속 182.8km/h의 고속운전을 하여 별도의 전용선과 고가의 차량 없이도 고속운행이 가능함을 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비교로 독일의 ICE는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쉬텐달-볼프스부르크간 76.2km의 전용선 구간에서도 평균시속이 190.4km/h에 불과하다. 영국이 특유의 실용적인 방법으로 고속화를 달성한 반면 독일, 프랑스, 스페인에서는 별도의 전용선과 고속전용 열차 그리고 이들의 운용을 위한 전력, 통신, 제어체계를 동시에 개발하여 현재 300km/h급 상업운전이 이뤄지고 있다.

열차를 고속으로 운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력원이 필요하다. 유럽에서 초창기 철도 전철화는 1500V DC 또는 3000V DC가 주종이었고 영국의 경우는 750V DC 제3레일 집전방식이었다. 이러한 철도 기반시설은 근본적으로 고속화에 부적합 하였다. 프랑스의 경우 1955년의 고속운전 실험에서 과도한 공급전류와 고속운전에서의 마찰열을 견디지 못해 집전기가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고속철도가 처음 계획되던 당시 유럽의 철도 전철화는 고속화에 적합하지않았으며 영국 등의 국가에서는 전철화 자체가 그다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고속철도가 개발 초창기에는 고속철도를 위한 추진기관으로 한때 가스터빈이 검토되었다. 프랑스의 TGV001과 영국의 APT-E는 가스터빈을 추진기관으로 적용하여 개발된 시험열차들이다. 그러나 가스터빈은 디젤엔진보다 소형으로 고출력을 내는 반면 엔진제어가 어렵고 연료소모가 과다한 문제가 있었고 철도 전철화가 25000V AC로 진행됨에따라 (독일은 일찍부터 15000V AC로 전철화하여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오일쇼크 이후 고속철도는 공통적으로 전기모터에 의한 추진 방식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철도 전철화가 더딘 영국에서는 디젤엔진을 채택하여 200km/h급의 Intercity 125를 개발하였다.

전기모터는 구동은 물론 제동장치로도 기능하므로 특히 동력분산형 고속열차에 적합하다. 고속에서는 기존의 마찰식 제동장치만으로는 단거리에서 안전한 제동이 어려우며 모터가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면서 흡수하는 방식으로 제동을 보조하여 제동거리를 줄인다. 차량 구성은 차량 전후에 위치한 기관차(동력차)가 객차를 견인하는 방식(TGV, 독일의 ICE-1, 이탈리아의 ETR500, 스페인의 TALGO-350 등) 또는 차량의 한쪽에만 위치한 동력차가 열차의 진행방향에 따라 열차를 끌거나 미는 방식(Intercity 225, ICE-2등)과 동력을 차량전체로 분산하는 방식 (신칸센, ICE-3 등)으로 나눠지는데 이들의 우열을 가리기는 곤란하다. 다만 곡선구간과 연약지반이 많고 역간 거리가 가까운 일본과 같은 환경에서는 동력을 차량전체로 분산하는 방식이 차량의 무게분산과 빠른 가속성능 등으로 기관차에 동력을 집중하는 방식보다 고속화에 더 유리하며, 이러한 이유로 독일은 ICE-3를 개발하면서 기존의 기관차 견인형 ICE 대신 일본방식을 채택하였다. 300k/m급은 아니더라도 최근에 개발되는 유럽의 200~250km/h급 고속열차들은 대개 동력분산형으로 설계되는 경향이 있다.

대출력 전기모터와 더불어 열차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차량 경량화가 필수적이다. 기존철도의 100km/h대 운전에서 차량무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으나 고속열차에 있어서 무게증가는 에너지의 과다한 소모는 물론 차륜과 레일간의 상호작용에 따른 진동과 레일 파손 등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수반하므로 차체경량화는 고속철도 초기부터 중요시 되었다. 차량중량 감소를 위해 차체는 기존의 강철대신 알루미늄합금 같은 첨단소재로 제작되고 있으며 항공기에 적용되는 복합재를 차체 제작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프랑스 등에서 진행중이고 한편으로 현가장치를 포함한 대차의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고속운행에 따른 진동을 해결하고 주행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TGV에서는 객차 2량을 하나의 대차로 연결한 형식의 관절형 대차를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승차감 향상과 대차-차체간 진동차폐라는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관절형 대차는 차량내부에서의 소음감소, 차체 높이 감소에 따른 공기저항 감소는 물론 충돌사고 발생시 뒤 객차가 앞 객차를 밀고 들어가는 현상을 감소시켜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등의 부수적인 장점을 갖는다. 독일의 ICE는 일반 대차를 채택하였으며 진동문제 해결을 위해 차륜을 2중으로 구성하고 그 사이에 고무층을 끼워넣는 방식의 설계를 적용하였다. 그러나 이 차륜의 구조적 결함으로 1998년 6월에 100명의 사망자와 88명의 부상자를 낸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후 ICE-1에 한해서 차륜을 일체형으로 교체할 때까지 160km/h로 최고속도를 제한하였는데 이 때문에 모든 ICE 차량들이 300km/h 운행을 못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열차의 최고속도가 향상되더라도 표정속도(운행구간에서의 평균속도)의 향상이 수반되지 않으면 운행시간 단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표정속도 향상의 최대 장애요인은 곡선구간인데 곡선구간을 줄이는 것이 인구밀도가 높고 산악지형이 많은 나라에서는 손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선로 직선화 대신 차량이 곡선구간을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이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에는 194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한 TALGO가 있다. TALGO는 관절형 대차를 채택한 철도차량의 원조격으로 객차 2량이 하나의 대차에 결속되어 있으며, 대차 하나당 한 개의 차축만이 존재하고 차축에 연결된 각 차륜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도록 고안되어 곡선부 통과가 매우 용이하다. 또한 이 대차에 곡선부 통과시 차량속도와 선로곡률에 따라 차체를 자동적으로 기울여주는 능동형 틸팅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곡선부 고속통과를 가능하게 하였다.

틸팅기술 적용역시 일찍부터 시도되었는데 영국은 고속열차개발 초기에 APT(Advanced Passenger Train)에 틸팅기술의 적용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초창기 틸팅장치는 컴퓨터 제어가 뒷받침 되지 않아 차체를 기울이는 시간이 지연되거나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기울이는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동절기에는 장치가 얼어붙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그 본격적 채택은 컴퓨터 제어에 의한 능동형 틸팅장치가 개발된 최근에서야 가능하게 되었다. 능동형 틸팅기술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가장 앞서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의 FIAT가 개발한 틸팅장치는 독일에서도 채택이 되어 ICE의 파생형인 ICT가 기존선의 직선화가 어려운 구간에서 Intercity 열차를 최고 230km/h까지의 속도로 운행 가능하게 하고있다. 또한 산악지형이 많은 스위스, 체코 등에서도 이탈리아의 틸팅열차인 Pendolino 계열의 차량들이 채택되었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가 TGV를 도입하는 대신 기존의 철도망을 전철화, 선형개량, 일부구간 복복선 또는 3복선화, 신호체계 개선 등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여기에 영국의 Intercity 225나 틸팅열차인 이탈리아의 ETR-480(최고시속 250km/h)를 운행하는 방식으로 또는 이러한 수준의 열차를 자체개발하는 방식으로 철도를 고속화 하였더라면 이미 오래전에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서울-부산 또는 서울-목포간을 2시간 20분~3시간대에 주파하는 고속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고속철도사업 착수 이전에 일부 철도전문가들로부터 이러한 방향의 사업추진이 주장되기도 했으나 묵살된 것은 국익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실제로 영국의 Intercity 225는 런던-에딘버러간의 약 640km구간을 4시간 5분에 주파하며 (평균시속 160km/h) 시험결과 신호체계 개선만으로 3시간 30분에 주파도 (평균시속 180km/h) 가능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 고속철도의 당초 목표는 서울-부산간을 100분 이내에 주파하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중간 무정차 열차에 한해 2시간 34분이 걸리고 최장 3시간이 걸리는 차편도 있다.

고속열차기술로 기존의 레일과 차륜에 의존하는 방식을 탈피한 자기부상열차가 독일과 일본에서 1960년대부터 개발되어왔다.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흡인 또는 반발력을 이용 열차를 선로 위에 띄워서 리니어모터로 추진하는 방식으로 선로와 차량사이에 물리적 접촉이 없으므로 기술적 측면은 물론 경제적 환경적 관점에서도 고속화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열차 부상을 위해 독일형 자기부상열차는 열차에 장착된 전자석과 선로사이의 흡인력을 이용한 상전도 부상방식을 채택하였고 일본의 자기부상열차는 선로에 설치된 초전도 자석과 차량사이의 반발력을 이용한 초전도 방식을 채택하였다. 일본의 자기부상열차가 아직 개발단계인데 비해 독일은 일찍부터 상용화를 추진하여 세계최초로 중국의 상하이-푸동 노선에 독일이 개발한 Transrapid08 (TR08)이 채택되어 현재 430km/h급의 상업운전을 실시하고 있다.


3. 열차의 속도 한계는?

철도의 속도향상과 더불어 제기된 의문은 앞으로 어디까지 철도 고속화가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또 앞으로의 철도는 과연 어떠한 모습을 띄게 될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철도의 최고시속 기록은 TGV가 1990년에 수립한 515.3km/h이며 기술자들은 추가적인 고속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레일과 차륜에 의존하는 통상적인 철도의 고속화에는 다음과 같은 기술적, 경제적 장애요인이 있다.

먼저 전기철도에서 전원을 공급하는 가공선이다. 열차가 고속으로 진행하면 기관차의 집전기가 가공선에 파동모양의 간섭을 일으켜 심하면 열차와 접촉할 정도로 가공선이 처짐은 물론 집전기의 기능장애를 유발한다. (유심히 관찰해 보신 분들은 KTX-1이 운행중 후방부 기관차의 집전기만 사용함을 눈치채셨을 것이다) 가공선의 파동 진행속도는 가공선에 가해지는 장력과 가공선의 무게에 의존하며 따라서 열차의 최고속도 향상을 위해서는 가공선에 가해지는 장력의 증가(즉 가공선의 강도향상)와 가공선의 무게감소가 선결 되어야 한다. 가공선용 소재의 제약으로 TGV 최고속도 기록은 가공선 장력 증가만으로 달성되었는데 기록수립당시 가공선 거동 기준으로 가능한 이론 최고속도는 532km/h 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공선의 거동과 더불어 고속운행을 위해서는 공급 전력이 증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기록 갱신용 TGV에 공급된 전압은 표준 25kV를 훨씬 넘어선 29.5kV의 과부하 상태였다.

다음으로 선로에 의한 속도 제약이 있다. 속도가 향상될수록 선로는 가능한 직선으로 건설되어야 하며 레일설치시 허용오차가 매우 작아야 한다. TGV의 기록갱신을 위한 선로는 곡선부의 곡률반경이 무려 15km에 이르렀고 선로 외측을 정상적인 상업운전용 선로보다 더 높여야만 했으며 레일설치 허용오차는 1mm 이내였다. 한편으로는 최대 허용구배에도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엄격한 선로부설 조건은 건설비용을 상승시키므로 경제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열차가 고속으로 운행하게 되면 차륜의 진동과 차륜이 선로에 가하는 힘의 증가로 인한 선로변형문제가 심각해진다. 1955년의 고속운행 실험에서는 단 2회의 331km/h 기록 수립 후 선로가 위험할 정도로 벌어져 있음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선로변형은 선로 재정렬 주기를 단축시켜 유지보수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 때문에 TGV 개발시 축중이 17톤으로 제한되었다. 선로의 건설, 유지보수비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고속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경량화를 통한 축중감소와 더불어 능동형 틸팅기술의 적용이 필요할 것이고 이는 차량제작의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다. 고속화와 틸팅사이에는 한가지 상충하는 문제가 있는데 차량의 집전기와 가공선 사이의 접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차량이 고속화 될수록 곡선부에서 기울임 각도가 커지고 이에 따라 집전기와 가공선 사이의 안정적 접촉 유지는더 어려워지며 이 문제는 틸팅차량 개발초기에 큰 기술적 난관중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안전과 환경의 문제이다. 물론 가공선과 선로의 심각한 변형에도 안전문제가 수반하나 고속운행에 따르는 열차의 흔들림과 진동 등의 주행안정성은 물론 제동거리의 증가 등이 고속화의 또 다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며 필연적인 소음공해역시 장애요인이 된다. 프랑스가 1990년의 기록갱신 후 앞으로 360km/h까지 상업운전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도 경제성과 안전성확보, 특히 레일과 차륜 사이의 접촉에 의존하지 않는 제동장치의 개발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점은 참고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최근에 개발된 독일의 ICE-3는 330km/h 상업운전중이며 프랑스의 차세대 TGV는 350km/h의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그 이상의 고속화는 가까운 장래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 철도의 속도한계에 따라 대안으로서 자기부상열차가 각광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독일의 상전도 방식은 기술적으로 손쉽게 실용화가 가능한 반면 전자석이 차량에 설치됨에 따라 차량무게가 증가하고 더불어 통상적인 전자석이 갖는 자력의 한계로 부상높이가 1cm에 불과하여 콘크리트로 제작되는 선로의 표면의 거칠기 한도가 1mm로 제한되는 까다로운 기술적 문제가 있다. 반면 일본의 초전도방식은 강력한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고 선로에 자석이 위치함에 따라 차체가 가벼워져 부상높이가 10cm에 이르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석의 초전도 상태 유지를 위해 값비싼 액체헬륨을 사용해야 하고 초전도 자석의 대량생산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하며 초전도 자석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자력이 승객에 미치는 안전성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므로 앞으로의 상용화가 결코 쉽지 않다.

독일식 자기부상열차는 이미 상업운전이 가능한 Transrapid08 (TR08) 차량이 개발되었고 당초 이 열차는 베를린-함부르크간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건설계획이 경제적, 정치적 이유, 특히 경제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으로 중단되었고 현재 독일내에서 몇몇 노선에의 투입이 검토되고 있으나 그 전망은 불투명하다. 다만, 최근에 중국의 상하이-푸동간 노선에 채택된 TR08이 430km/h의 속도로 세계최초의 상업운전을 시작하였고 이 노선에서 2003년 11월에 501km/h의 속도기록을 세움으로써 앞으로의 전망을 희망적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10여년 전부터 상전도 방식을 채택한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시작하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고속화보다는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적인 도시형 경량전철을 자기부상열차의 개발목표로 설정하여 이미 상업운전이 가능한 차량과 선로를 설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의 독자적 기술력을 한국기계연구원과 (주) 로템이 공동으로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이후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국가연구비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개발에 더 이상의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 국가적 차원에서의 관심과 연구비 투자가 재개된다면 이미 개발된 통상적 철도형 고속열차인 KTX-2와 더불어 자기부상열차에서도 고속운전이 가능한 독자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부상열차의 속도 신기록은 일본이 2003년에 무인운전으로 수립한 560km/h이다. TGV의 속도기록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달성되었고 기존철도의 고속화는 안전성의 문제를 수반한다는 점, TR08의 상업운전속도와 자기부상열차들의 최근속도 기록들, 그리고 선로와 차량사이에 접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기부상열차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의 철도 고속화는 자기부상열차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아직 자기부상열차는 기존의 고속철도에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기술적 측면에서도 부상높이, 자기장 차폐, 여객수송밀도 향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수 남아있어 가까운 장래에 자기부상열차에 의한 고속철도가 통상적인 고속철도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4. 고속철도의 시장전망은?

현재 고속철도는 약 500km의 거리까지 항공기보다 더 경쟁력 있는 운송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속도가 더 향상되거나 자기부상열차가 본격적으로 실용화 된다면 1000km 정도의 거리에서도 철도는 경쟁력 있는 운송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일본과 유럽은 물론 국토가 넓고 이동인구가 많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중국은 물론 대만과 같이 국토가 협소한 나라도 고속철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고속철도 기술은 우리나라와 미국으로 진출하는데 성공하였고 (미국의 경우는 시스템 수출이 아닌 컨소시엄 참가 형태로 진출) 대만의 고속철도사업은 프랑스와 독일의 Alstom-Siemens 컨소시엄으로 제안된 Eurotrain(두대의 ICE-2 기관차와 8량의 TGV Duplex 객차로 구성)을 제치고 일본이 수주하였으며 한편 독일의 자기부상열차는 중국에 진출하는 등 고속철도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고속철도 선진국과 더불어 이제 자체기술로 350km/h급의 KTX-2(HSR-350)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우리나라 역시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있다. 고속철도에 있어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은 중국으로 넓은 국토와 13억의 인구라는 여건은 경제성장에 따른 여행수요의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수단으로서 고속철도가 진출하기에 가장 좋은 시장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남북한간의 철도연결, 그리고 이 철도망의 대륙으로의 확장 역시 고속철도 선진국들에게는 매력적인 진출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자기부상열차가 이러한 시장에 적합할 수 있으나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며, 높은 여객수송 밀도가 필요한 시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본과 프랑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유리한 상황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방식에 기초한 고속철도는 물론 자기부상열차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향후 중국은 물론 남북횡단 철도, 대륙연결 철도 등의 잠재적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상당한 몫을 차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본 기사의 축약판이 2004년 3월29일자 과학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 trick2 ()

      터널관통시 소음문제는 어떻게 되었나요?

  • 이웅 ()

      터널소음 문제는 차량으로는 어떻게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차량에 방음재를 채워넣어 무겁게 하는것 보다는 애당초 터널 설계를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좋겠지요. 소음은 소음의 크기와 소음의 주파수를 모두 고려해야합니다. 그리고 터널을 고속으로 통과하면 유체역학적으로는 터널과 열차가 실린더와 피스톤처럼 되어버려 공기저항이 급증합니다. 소음도 중요하지만 터널 내 고속운행을 위해서는 또 공기저항이 최소화 되는 터널 설계도 필요합니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고려하다 보면 소음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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