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에 질량은 있는가?

글쓴이
이만불
등록일
2004-06-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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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K2K 실험의 개념도)

최근 일본의 고에너지 연구소와 교토대학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단이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음을 밝혀내 화재가 되고 있다. 한국도 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어 특히 우리나라 언론 매체에서 많이 다루어 지고 있는 듯 하다. 이 글에서는 이번 실험의 의의에 대해 좀더 자세히 말하려 한다.

입자물리에서의 중성미자

입자물리학의 표준이론에 의하면 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에는 쿼크, 경입자(렙톤), 게이지입자가 있다. 쿼크는 6정류가 있으며 세개가 모여서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중입자(바리온)을 만들며, 두개가 모여서 파이온과 같은 메존을 만들게 된다. 쿼크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입자중 안정적인 것은 양성자 밖에 없으며 나머지는 모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른입자로 붕괴하게 된다. (중성자도 약 10분이 지나면 붕괴하게 된다) 경입자에는 전자, 뮤온, 타우, 그리고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 의 6가지가 있는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다. 이들 6개의 입자중 전자는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뮤온과 타우는 붕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중성미자의 경우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입자물리의 표준이론에서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고 전하량도 없으며, 그래서 전자기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단지 약력만을 교환하는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보통의 물질과의 반응률이 매우 작다. 그래서 보통의 입자검출기에서는 거의 측정되지 않으며, 매우 적은 양의 신호도 잡을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검출기만이 중성미자를 포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입사되는 중성미자를 모두 볼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매우 적은 양만을 볼수 있다.

중성미자 실험은 왜 중요한가

중성미자에 대한 입자물리 실험이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다. 지금까지 확립된 표준이론에서는 중성미자의 질량이 없는 것으로 가정되고 있다. 질량이 없으면 입자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입자로 바뀌는 현상은 이러나지 않는다. 만약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다면 표준이론이 틀렸음을 말하는 것이된다. 실제로 표준이론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실험결과들은 매우 많아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CP 대칭성 깨짐에 대한 실험이 있다. (사이웹진 2004년 4월 13일 "반물질로 우주를 밝힌다" 참고) 쿼크로 이루어지는 중입자의 영역에서 표준이론이 깨어지는 현상을 CP 대칭성 깨짐에 대한 실험으로 측정하였다면, 경입자의 영역에서 표준이론이 깨어지는 것은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는 지를 확인함으로써 가능하다.

중성미자 실험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로 우주의 질량 문제를 들고 있다. 우리가 우주의 질량을 알수 있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중력 효과에 의해 측정하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빛에 의해 보이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두 방법으로 측정해 보면 보이는 별의 질량들은 중력에 의해 측정되는 질량의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입자가 우주에 널리 퍼져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암흑물질이라고 부른다. 암흑물질에는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성미자 이며, 다른 하나가 WIMP 라고 불리는 입자이다. 중성미자는 우주에 대단히 양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조금의 질량만 가지고 있어도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천문학 이론에 따르면 중성미자가 암흑물질일 때 은하단과 은하의 나이에 있어 생기는 차이를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서 중성미자가 암흑물질일 가능성은 거의 배제된 상태이다. 현재 암흑물질에 대한 실험은 이른바 초대칭입자인 WIMP 를 찾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 지고 있다. (그러므로 언론에서 말하는 우주의 질량에 대한 문제가 풀렸다는 것은 틀린 말이된다)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질 경우 세종류의 중성미자가 각각의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바뀌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중성미자 진동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보통 입자가 붕괴하는 현상과는 차이가 있어서 입자가 붕괴하는 현상은 비가역적으로 일어나지만 중성미자는 말그대로 진동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전자중성미자가 뮤온중성미자로 바뀌고 다시 전자중성미자로 바뀌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런데 현재 실험적으로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전자중성미자 뿐이거나, 세종류의 중성미자를 모두 측정하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측정기에서 전자중성미자만을 측정할 때 우리가 예상하는 전자중성미자의 양보다 적은 양의 전자중성미자가 검출되었다면 나머지의 중성미자는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바뀌었다고 말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K2K 의 실험결과는 이처럼 전자중성미자를 측정하여 예상치보다 작게 나온것을 관찰한 것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성미자의 진동은 중성미자의 이동거리의 함수로 표시된다. 또 이 함수에는 3가지 중성미자의 질량의 차이들이 변수로 들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첫째, 중성미자 진동을 관찰하는 실험들이 중성미자의 질량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종류 중성미자 간의 "질량 차이"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성미자의 질량을 측정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잘못된 것이다) 둘째, 사실 중성미자에 대한 실험 들은 많이 있으며 이들 실험이 슈퍼카미오칸데와 같은 거대 실험을 필수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성미자 방출원으로부터 다양한 거리에서 중성미자의 진동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실험 결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이 더 많이 졌다고 하겠다.

여러 종류의 중성미자 실험

이제 실험에 대해서 말해 보겠다. 현재 활발히 진행중인 중성미자와 관련된 실험에는 크게 두종류가 있으며 하나는 이번 실험과 같이 중성미자의 진동을 관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중 베타붕괴라는 현상을 관찰하는 실험이다. 먼저 이중 베타붕괴 실험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는 중성미자가 방출되지 않는 이중베타붕괴(베타붕괴가 한꺼번에 두번 일어나는 현상)을 측정하는 실험으로 현재까지는 중성미자의 절대 질량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중성미자 진동 실험보다 더 중요하다 하겠으나 그만큼 실험이 어려우며, 또 한편에서는 중성미자 진동실험과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실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성미자 진동 현상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중성미자의 이동거리에 대한 함수로 표시되기 때문에 다양한 거리에서 실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K2K(KEK to Kamiokande) 에서의 실험은 일본 고에너지 연구소 (KEK) 에 있는 12GeV 양성자 가속기에서 만들어지는 중성미자를 250km 떨어진 Super-Kamiokande 체렌코프 검출기(이하 SK)를 통해 관찰한 것이다.

중성미자의 방출원에는 대략 네종류가 있다. 우선 태양에서 오는 중성미자가 있으며 이를 태양중성미자라고 부른다. 두번째로 우주에서 날라오는 cosmic ray 가 대기 상층부에서 반응하여 중성미자를 만드는 경우로 이를 대기 중성미자라고 부른다. 세번째로 원자로에서는 핵분열 과정에서 대량의 중성미자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반응로 중성미자(reactor neutrino) 라고 부르고, 네번째로 이번 실험처럼 가속기에서 중성미자를 만드는 경우로써 이를 가속기중성미자라고 부른다. 태양중성미자에 대한 실험으로 대표적인 것은 카나다에 있는 SNO (Sudbery neutrino observatory) 라고 불리는 실험으로 2001년 말에 태양 중성미자의 진동현상을 검출해 낸 바 있다. 또 SK 의 전신인 Kamiokande 검출기를 이용하여 태양중성미자를 관찰한 업적으로 2002년에 일본인 과학자 Masatoshi Koshiba 가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대기 중성미자의 실험은 SK 에서 진행된 바 있으며 역시 대기중성미자의 진동도 관찰된 바 있다. 이번 실험과 같은 가속기 중성미자에 대한 실험은 이번 K2K 실험이 처음이며, 유럽의 국제공동연구센터인 CERN 에서도 진행중에 있다. 반응로 중성미자에 대한 실험은 일본의 KamLand라는 실험그룹에서 최근에 중성미자의 진동을 관찰한 실험결과를 낸 바 있다.

우리는 ?

바로 옆에 있는 일본에서 이와 같이 활발하게 거대 입자물리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이를 따라갈 실험이 계획되지 않고 있다. 중성미자 실험이 입자물리학에서 가지는 중요성에 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직 미약하다 하겠다. 이번 K2K 실험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많은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어서 서울대, 전남대, 동신대 등에서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하나, 실험설비가 일본에 있는 이상 이 실험 결과는 일본이 만든 것으로 남을 뿐이다. 설령 이번 실험결과로 노벨상이 주어진다고 해도 이를 받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이아 같은 실험 결과에 감탄하기에 앞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분야에서 우리는 언제까지나 값싼 외국인 노동자로 남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그만 규모라도 (규모가 크다고 해서 좋은 실험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실험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조금씩이나마 시작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관련 홈페이지 : http://neutrino.kek.jp/news/2004.06.10/index-e.html
중성미자 실험 관련 : http://wwwlapp.in2p3.fr/neutrinos/aneut.html
  • 소요유 ()

      몇가지 코멘트를 하겠습니다.

    우주론에서 암흑물질 (dark matter)의 문제는 10년전에 비하여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까지 알려진 관측에 따르면 암흑물질이 우주 전체에 차지하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암흑물질과 보통 물질 (바리온 등)이 전체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그 중에 보통물질이 약 10% (즉 '물질'의 1/3)이며 나머지 2/3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물질'을 제외한 나머지 ~73%는 암흑 에너지 (dark energy)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소요유 ()

      두번째는 중성미자의 질량을 천문학에서 우주의 구조로 부터 추정할 수 있는데 최근 (~2002년)의 추정값은 ~20eV 이하입니다. 어째든 이 중성미자는 입자론이나 우주론 뿐만아니라 항성내부의 핵융합 반응 속도에 따른 별과 우주의 나이 문제 등등 천체물리학에서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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