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Z - 이제는 연구개발 혁신에 체계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글쓴이
긍정이
등록일
2004-06-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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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Z
- 이제는 연구개발 혁신에 체계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경우,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다양한 기법과 방법론이 존재한다. 기법과 방법론이 만능은 아니지만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면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제고 시킬 뿐 아니라 연구자의 능력계발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TRIZ는 최근에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연구방법론으로, 제품 및 기술혁신을 위한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기법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대부분의 학문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과는 달리 TRIZ는 러시아에서 발생된, 한국에서는 원류가 특이한 학문 분야이다. 이러한 분야가 러시아를 거쳐 미국, 일본, 한국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어 많은 엔지니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아마도 발명을 하거나 R&D 현장에 있는 연구원이라면 이 TRIZ기법을 유심히 봐두어야 할 것이다.
1946년경에 연구가 시작된 이 이론은 구 소련이 붕괴 된 이후 서방세계에 알려져 미국의 기업에서 그 성과를 입증하였다. 최근 일본, 한국 기업들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상당히 많은 R&D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원천특허 확보에도 강력한 도움을 주고 있어 기술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은 TRIZ 전담부서를 두고 그 성과를 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처음으로 국내기업에 TRIZ가 도입이 될 당시 TRIZ 이론 도입에 대한 반대도 심하였다. 도대체 그러한 사기에 가까운 이론이 어디 있으며,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가로 많은 시비가 있었지만, 어떤 학문이 발생된 후 50년 동안 살아서 전파되며, 더욱 발전을 하고 있는가를 돌이켜 보면 위의 논쟁이 부질 없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TRIZ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TRIZ는 러시아어인 “Teoriya Reshniya Izobretatelskikh Zadatch”의 약자로 영어로는 '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 즉 TIPS가 되겠다. 우리말로 하면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론’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독자 여러분들은 정말 저런 방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창조성과 발명은 어떤 직관에 의해서 발생하고, 개인이 타고난 고유의 역량과 엄청난 시행오차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에디슨 조차도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TRIZ는 알츠슐러(G.S. Altshuller)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다. 알츠슐러는 1940년대 당시 소련 해군 특허청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그곳에서 그는 단순히 특허업무뿐 아니라 실제로 군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발명특허에는 어떤 법칙과 패턴이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또한 그는 우연히도 다른 기술적인 분야와 산업적인 분야의 기술을 해결하는데 같은 방법이 동원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특허명세서 200만건을 분석을 하였고 그중 창조적으로 볼 수 있는 특허 40만건을 추출, 분석을 하였다. 요즘과 달리 PC와 인터넷이 없는 그 시절에 이러한 노력은 엄청난 수준이라 여겨진다. 그 많은 분석과 노력을 통하여 알츠슐러는 발명특허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주요한 발견을 하고 정리 하였다.
①문제와 그것의 해결안은 산업과 과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반복된다. ②기술의 진화유형은 산업과 과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반복된다. ③혁신은 다른 분야의 과학효과를 이용하여 일어난다.
TRIZ를 이용하여 제품, 서비스, 시스템을 창출하고 개선하는 데에는 위의 3가지 발견들이 모두 적용된다.

TRIZ의 개념
TRIZ는 간단히 말해 인류의 창조성의 DB인 특허를 조사, 분석 한 결과 특허에는 일정한 패턴과 법칙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에 따라 기술진화의 법칙, 40가지 원리, 분리의 법칙, ARIZ 등의 원리를 개발한 것으로 본인이 당면한 문제를 시행착오 없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알슐러는 특허를 분석할 때 발명의 수준을 먼저 정하고 그에 따라 특허를 분류 하였다. 발명의 수준을 Level 1부터 Level 5까지 5단계로 구분을 하였는데 조사결과 너무나 뻔한 해결책인 Level 1은 전체 특허의 32%, 사소한 개선을 통해 특허를 받은 Level 2는 45%, 기존 발명에서 눈에 띄게 진보를 한 것이라 보는 Level 3는 18%,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발명이라 보는 Level 4는 3%, 순수과학에서 새로운 발견이라 보는 Level 5는 1% 미만이었다.
사실 특별한 발명이라 할 수 없는 Level 1과 Level 2가 전체 발명의 77%라는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 또한 창의적이라 볼 수 있는 Level 3과 Level 4의 경우에도 그 발명자가 무엇인가 혁신적인 방법을 통하여 개발한 것이 아니라 그 방법에 있어서는 수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그 결과를 얻었던 것을 알고 놀랐으며, 알cm슐러는 과학적 발견의 영역인 Level 5에 해당하는 1%를 제외한 99%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결과에 도달 할 수 있다고 판단 했다.

R&D 현장 엔지니어들이 TRIZ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점은 바로 이 99%에 있다. 나의 문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 방법에 있어서는 이미 다른 이들이 몇 년에서 백여년전에 해결을 다 해 놓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TRIZ과제를 해결하다보면 그 해결 방법은 이미 수십년전에 같은 방법으로 해결했다는 사실에 놀라울 때가 많다.
그러므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결할 때 전혀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TRIZ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따른 해결방법을 역시 TRIZ를 통해 찾으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200만여건의 특허를 분석 했다는 것은 그 만큼 통계적 신뢰성이 높으며 지난 50년 세월 동안 그 이론에 대해 허구로 증명된 사실이 없다는 점은 놀랄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필자는 기업 연구소에 있을 때 항상 선진기업의 특허를 회피하라는 과제를 받았었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뒤늦은 산업화와 지식 축적이 늦었기 때문에 원천특허는 선진 기업들이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배운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TRIZ의 Effect기법을 활용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금새 해결 될 수 있다. TRIZ에서는 현재의 과학적 지식을 사용자 입장에서 거꾸로 정리를 해 놓았다. 예를 들면 온도를 낮추고 싶은 경우, 온도를 낮추는 방법에는 상전이, 줄 톰슨 효과, 랑크 효과, 자기 칼로리 효과, 열전현상등을 TRIZ Effect DB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온도를 높이는 방법도 같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 즉 ‘기능’을 역으로 찾는 사전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존에 쓰인 방법이 아닌 다른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제품을 개발하면 특허의 회피 뿐 아니라 원천특허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TRIZ는 지식의 영역을 초월하여 활용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는 자신이 익숙한 방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사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다른 분야의 전공에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문제에 있어서 TRIZ는 그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TRIZ가 뻬떼르부르크 대학을 비롯하여 산업기술대학 등에 기술교육과목으로 채택이 되어 기본 교육으로 훈련이 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제도권 교육 안에서는 Wayne State 대학원에 TRIZ과정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스웨덴왕립공과대학(KTH)을 중심으로 미국 MIT 대학과 공동으로 TRIZ를 사용하여 R&D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쓰비씨 종합연구소가 미국 TRIZ 소프트웨어의 총 대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삼성그룹만이 전사적으로 TRIZ를 정착시키 위해 TRIZ추진사무국을 두고 있으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에 TRIZ를 보급하고 지원하기 위해 TRIZ추진단을 구성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에 있어 TRIZ가 이렇게 유용하고 강력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파가 늦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TRIZ는 다른 학문에 비해 난해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제적인 TRIZ전문가들 역시 TRIZ는 배우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대학에서도 아직 TRIZ의 전문가가 없으며 TRIZ를 전공하는 자와 TRIZ교육을 하는 학교 역시 아직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순수하게 학교교육만으로 TRIZ의 전문성을 습득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분야와 달리 TRIZ는 통합적인 학문 지식이며, 실제 현장에서 과제를 해결하며 TRIZ지식이 체득화 되야 하기 때문이다.
TRIZ가 국내에 들어온지 8년째가 되고, 많은 현장에 있는 연구원들이 그 위력에 매력적으로 느끼지만 전파의 속도가 느린 것은 위와 같은 요인 때문이며, 중소기업에는 혁신과 관련된 전담부서를 갖출만한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연구소의 예를 들면 일본이나 미국의 엔지니어의 60%가 하루에 1~1.5시간을 정보를 읽는데 쓰고 있지만 한국의 엔지니어의 대부분은 그 1/10에 불과 하다. 또한 TRIZ와 같은 방법론을 배운 적이 없으므로 그 적은 지식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갖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가장 빠른 시간안에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TRIZ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R&D발전에 기여가 될 것으로 예측하며 본 글을 마치고자 한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긍정이(triz@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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