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신비로운 지구의 위성 - '달'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4-07-17 10:43
조회
8,500회
추천
25건
댓글
0건

달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다. 달 표면의 그림자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달에 '옥토끼와 계수나무'가 있다고 생각해 왔으며 중국이나 일본, 그 밖의 다른 아시아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전해 진다. 또한 인도, 중국, 마야, 뉴질랜드 마우리 족의 신화 등, 세계 각국의 창세 신화나 전설에서도 '달' 만들어지게 된 기원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동양에 비해 달을 불길하고 사악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인식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는 사냥꾼 오리온을 전갈의 독으로 죽이고 다른 여러 인물들에게도 잔인한 보복을 서슴지 않는 등, 악행을 자주 저지른 것으로 나온다.
또한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나타나고 각종 범죄와 정신이상이 발생하는 것처럼 얘기되는 등 달, 특히 보름달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대보름, 팔월 한가위 등 풍요를 상징하고 기원하는 명절과 세시풍속들의 상당수가 '보름달'과 관련이 있다.

달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여러 가지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최초의 달력인 태음력은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록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태양력을 채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 날짜는 곧 밀물과 썰물, 조석간만의 차이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조석력은 태양이 미치는 것보다 2배 정도 강하다. 이로 인해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 동식물들의 생체 주기 중 상당수가 영향을 받는다. 거북들이 보름달이 뜨는 때에 알을 낳으려 해변으로 올라오는가 하면, 바다생물들의 생체시계도 달의 변화에 맞추어져 있다.
월경(月經)으로 표현되는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약 28-29일 정도로 달의 공전주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크기가 거의 비슷한 해와 달이 하나씩 떠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대단히 신비로운 측면들이 많다. 먼저 달은 반지름이 지구의 약 1/4 정도로, 지구의 위성으로 보기엔 너무 크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보다 더 크다. 다른 태양계 위성들은 반지름이 모행성의 수십 분의 일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성과 금성은 위성이 아예 없고, 지구 크기의 반정도인 화성은 데이모스와 포보스라는 두 개의 행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반지름이 수 km에 불과하고 모양도 구의 형태가 아닌 감자와 같은 찌그러진 모양으로서, 지구의 '달'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천문학에서는 지구와 달의 관계를 행성과 위성이라기보다는, 명왕성과 카론의 경우처럼 '이중 행성계'(행성계: 하나의 항성의 인력권(引力圈) 내에 있는 몇 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천체)로 분류한다.

또한 태양의 반지름은 지구의 100배 정도가 되므로, 달보다는 400배 정도가 큰 셈이다. 그런데 지구로부터 태양까지의 거리 1억 5천만 km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인 약 38만 km보다 400배 가량 먼 정도여서, 지구에서는 태양과 달이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달의 그림자가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날 수 있는데, 지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두 천체가 이처럼 크기가 거의 같아 보일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보면 극히 낮은 것으로서, 우연치고는 너무도 신기한 일이다.

달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달의 지진, 월진(月震)이다. 지구의 지진에 비해 매우 약하기는 하지만 그 패턴을 분석해 본 결과에 따르면 달의 내부가 텅 비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달 공동설'이 주장되기도 한다. 또한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아서, 지구에서는 항상 한쪽 면만 보이고 뒤편을 볼 수 없는 것도 여러 가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한때 미국 아폴로 우주선에 의한 인간의 달 착륙은 교묘하게 조작된 사기극이었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 제기되어서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는데, 달이 아직도 매우 신비로운 대상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음모설 류의 주장이나 비과학적인 해석들이 나오는 것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글 :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 KISTI의 과학향기 -

* 사진들을 보면, 화성의 위성 포보스(위)는 달(아래)과는 모양도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록


과학기술칼럼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1601 원주율 π의 정체는? 최성우 11-22 21407 23
1600 후각 매커니즘의 신비에 도전한다. 최성우 11-13 8460 33
1599 역사 속의 여성 과학자들2 댓글 2 최성우 10-29 9540 27
1598 인류 다음에는 ‘곤충’의 시대일까? 댓글 1 최성우 10-24 10802 36
1597 중성미자 진동 - 새로운 가능성 이만불 10-19 8737 21
1596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은 진짜 북극이 아니다. 최성우 10-19 11068 29
1595 태양광으로 가는 우주 범선 댓글 7 최성우 10-13 9888 21
1594 팔방미인 신소재 - 티타늄 Scieng office 09-16 13642 60
1593 김봉한과 리승기 - 1960년대 북한의 과학기술 최성우 09-05 9622 22
1592 죽음을 부른 √2의 비밀 최성우 09-01 13091 30
1591 "연 구 원 수 기" - 이공계 연구실 수기공모전 가작 수상작 댓글 1 Scieng office 08-19 9008 36
1590 "새벽상념" - 이공계 연구실 수기공모전 가작 수상작 - 댓글 1 Scieng office 08-17 8663 45
1589 황우석 교수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 hiafrica 08-17 8037 17
1588 "그옛날 불(火)에서부터 지금의 열(熱)까지" - 이공계 연구실 수기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 Scieng office 08-16 7184 18
1587 "이공계 후배들에게" - 이공계 연구실 수기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 댓글 1 Scieng office 08-12 8528 22
1586 첨단기술의 원천인 제4의 물질상태 - 플라즈마 댓글 4 최성우 08-10 9818 44
1585 논문인용수의 허와 실 댓글 7 hiafrica 07-30 9597 49
1584 수수께끼의 입자 - 중성미자의 비밀은 풀리는가? 최성우 07-28 7813 14
1583 21세기 과학, e-Science 댓글 1 박상욱 07-26 9697 35
1582 "국민소득 2만달러" 왜? 댓글 1 hiafrica 07-26 8646 17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