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효과의 관련된 글 모음 - 여러 회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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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등록일
2002-07-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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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MHz
 
제 목    히딩크 효과의 정밀분석과 월드컵이 주는 교훈
 
히딩크 인터뷰 패러디가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몇자 더 적어보려합니다 (자꾸 이 게시판에 시간 빼기는거 같아 글쓰기는 되도록 자제 할려구 했는데..).

히딩크 효과 (Hidink effect)를 대충 정의 해보자면 '일종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조직관리와 기초(fundamentals)를 강조하는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를 적용함으로써 학연, 지연에 만연된 사회의 부조리한 모순을 제거하고 신뢰회복 통하여 그 사회가 부가가치를 얻게되는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방침이나 효과는 조직-인사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 에서는 이미 교과서적인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한 운영노력이 예전에도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대중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는 걸까요? 심지어 S기업에서까지 히딩크식 경영을 해야한다고 떠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S기업의 명문 MBA출신들은 지금까지 어떤 기업컨설팅을 해왔길래 갑자기 히딩크가 축구감독이 아닌 S기업의 유명 컨설턴트가 된 것일까요? 이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에 진정한 리더가 부재해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과거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래로 끊임없이 지역감정 타파와 합리적인 정부를 외쳐대왔지만 결국 실패를 거듭했고 이 사회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신뢰를 잃어버린 사회가 치뤄야할 막대한 비용을 지켜보면서도 좀처럼 고쳐나갈 수 없는게 이 사회의 현실입니다. 더 이상 어떤 처방도 이제는 실효를 거둘 수 없을 정도로 도덕 불감증이 毒처럼 사회 깊이 퍼져있음을 느낄것입니다. 따라서 히딩크가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이유중의 하나도 바로 이런 진정한 리더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히딩크 효과는 僞藥 효과 (placebo effect, 가짜약으로 환자를 속여 낫게하는 효과)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명약으로도 손을 쓸 수 없을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플라시보를 쓰는 것이고 그 효과는 충분히 입증된 사실입니다 (여러분이 병원에서 받아온 약들중에 상당수의 약들이 플라시보인것을 알면 깜짝 놀랄겁니다). 바로 제가 설명하려는 것도 '히딩크'라는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않는 정체 모를 외국인이 어떤 유능한 대한민국 정치가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플라시보 가설' 입니다. 약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그 약을 100% 신뢰하지 못할때 약효는 절감합니다. 따라서 정치에 관심이 높고, 대학총장을 비롯하여 이 사회의 많은 리더들의 비리가 연일 터지는 상황에서 '히딩크' 라는 파란눈을 가진 플라시보 (또는 '축구' 라는 무생명체의 플라시보)는 신기의 약효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것입니다. 또한 그 신기의 약효에 우리의 염원을 이루어보고자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모두 월드컵 거리로 뛰쳐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이 사회는 '히딩크'라는 플라시보가 없이도 '히딩크 효과'를 가져올 수는 없을까요? 대답에 앞서 이공계 여러분들은 SCI논문에의한 업적평가에 대한 논쟁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일종의 '히딩크 효과'를 누리기위해 이공계는 '히딩크' 대신에 'SCI'를 초빙했었으나 논란이 되고있습니다. 즉 '히딩크' 와 'SCI' 간의 격차는 '사람' vs '기계'의 격차만큼이나 커서 그 효과 만큼이나 부작용이 따르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제대로된 평가와 조직운영은 결국 '사람'이 들어가야지 'SCI'에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또하나의 교훈입니다. 가장 효율적이고 발전적인 사회는 바로 '사람'을 신뢰하고 '사람' 이 중심에 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그럼 우리사회에는 가치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히딩크'가 없는것일 까요? 나라가 좁고 너무 서로를 잘 알아서 가치중립적이기가 힘든것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히딩크'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속에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단지 플라시보에 불과한 '히딩크'가 아닌 진정한 리더가 우리들에겐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축구에 그리고 히딩크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들 모습속의 '진정한 리더'를 갈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임호랑 히딩크와 플라시보 효과와의 연관은 좀 어색하다는 느낌입니다. 대충 정리돼가고 있는 히딩크효과는, 1)연줄타파 2)팀웍중시 3) 원칙충실 4)초지일관 5)체력중시 6)강한훈련 등등 .. 같은데요? 그리고 다른 얘기지만 첨언하자면, 우리가 촛점을 맞춰야할 부분이 국가지도자가 아닌, 이공계지도자(부총리급인사, 이공계국회의원, 장차관, 2급이상관료, 이공계 연구기관장, 학계인사 등)가 아닐까요? 어차피 국가지도자로서의 히딩크는 남들이 많이 거론들 하고 있으니까... 웃자고 하는 얘기인데, 제가 너무 심각하게 얘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2002/06/07 x 
 
  소요유 900MHz님이 이쪽으로 논문을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 동감합니다. 결국 사람들 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전 솔직히 위약 (플라시보)이라기 보다도 일종의 극약 처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히딩크 효과에서 아마도 히딩크 신드롬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히딩크 효과로부터 신드롬까지 우리가 다양하게 격으면서 'IMF 효과'에 이은 '히딩크 학습효과'가 어떤 형태로든지 나타나겠지요. 물론 히딩크 효과는 벌써 전쟁터에 깊숙히 나아가 있는 첨단기술로 무장된 기업에서부터 온 것이지만요. 결국 리더쉽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보는 것은 정확한 지적 같습니다. 아마 정치적인 효과는 대선정국에서 부각되어 나타나겠지요.  2002/06/07 x 
 
  소요유 히딩크 효과는 과학기술계에서는 벌써 왔다고 봐야 할겁니다. 잘나가는 기업에서 외국출신자들을 공격적으로 끌어드리는 정책 자체가 1970~90년대 식의 정치권의 연줄과 학벌에 의지하는 경영에서 적어도 연구 & 기술적인 문제만은 이를 뛰어 넘자는 공감대가 IMF를 계기로 이미 형성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 효과는 단기적으로 국내파에게 상당한 고통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포닥님 죄송~) 그러나 결국에는 국내 대학원은 어쩔 수 없이 세계 경쟁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대학원이 변하면 대학도 변하겠지요. 문제는 기업차원에서 이 변화가 '아랫 것들' 만의 변화를 유도하여 기존 체재를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2002/06/07 x 
 
  소요유 민초에게 있어서 IMF 학습효과는 '위기에 아랫 것들만 희생시킨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거든요. 이런 부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국하고 결국은 우리가 사회가 건강한 방향으로 움직여 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여기에 더하여 히딩크 효과는 좀더 사회 상층부의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신드롬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다고 해도 손해볼 것 없는 '좀더 증폭시킬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이 신드롬은 민초들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들을 겨냥한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소위 '기득권' 언론이 이 신드롬을 우리사회의 내적 문제와 연결시키지 않고 단순하게 히딩크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능력으로 축소시켜 영웅화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2/06/07 x 
 
  900MHz 제가 플라시보라고 한것은 1)연줄타파 2)팀웍중시 3) 원칙충실 4)초지일관 5)체력중시 6)강한훈련 등등이 플라시보라는 뜻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들도 그것들을 이루기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왜 먹혀들지 않았냐는 관점입니다. 왜 똑같은 노력을 '히딩크'가 했을때 먹혀드는냐는 의문을 가져봤습니다. 아마 제생각에는 축구 선수들도 똑같은 철학을가진 xx대학 출신의 감독보다도 연고도 없는 파란눈을 가진 '히딩크'에 더 신뢰감을 느꼈을것입니다. 제 논지는 히딩크를 평가절하 하려는의도가 아니라 히딩크는 우리내부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는 취지입니다.  2002/06/07 x 
 
  900MHz 바로 제가 플라시보라고 역설하는 이유도 소요유님이 지적하신대로 '히딩크 학습효과' 이후의 무식한 기업들이 수많은 '히딩크'들을 수입하여 우리의 진정한 리더들의 탄생을 죽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입니다. 즉 히딩크가 플라시보라고 역설하는 이유는 우리도 '히딩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할지 모르는 무식한 기업을 위해서 던지는 메세지인것입니다 2002/06/07 x 
 
  900MHz 제가 SAP를 비롯 외국 컨설팅회사들의 HR manager들을 꽤 압니다. 최근 디지털 경영과 함께 기업들은 인사-조직관리체계의 합리화를 위해 외국 컨설팅회사에 수억의 돈을 주고 경영체계를 바꾸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운영체계가 바뀌어도 사람들이 바뀌않는한 발전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합니다. 즉 히딩크 효과가 잘 안나타난다는것이죠. 우리나라 기업도 나름대로 훌륭한 운영체계를 갖고있으며 노력하는데 히딩크효과가 안 나타나다가 급기야 진짜 '히딩크'를 데려와야만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히딩크'는 사실상 없습니다. 다시말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히딩크'는 '이 약먹으면 정말 감쪽같이 낫는다'는 플라시보입니다. 히딩크도 결국 '보통약'에 불과합니다.  2002/06/07 x 
 
  900MHz 하지만 '보통약'에 불과한 히딩크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특효약처럼 둔갑을 하기때문에 플라시보 라고 설명한것입니다. 제 논지는 사실상 히딩크 효과론을 넘어선 다른 중요한 점을 지적하는것입니다. 히딩크 효과가 자칫 '히딩크' 모셔오기로 오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히딩크는 플라시보다 라고 역설하므로써 '히딩크' 없이도 '히딩크 효과'를 가져올 수있다는 약발이 우리에게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한 것입니다^^  2002/06/07 x 
 
  임호랑 아 ~ 알겠습니다. 단어 몇개로는 역시 진심을 알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겠네요. 근데 아무튼 좀 단순하게 정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일반대중들은 1)단순하고 2)게으르고 3)피동적이고 4)재밌는것만 좋아하고 5)명확한 것을 좋아하고 등등입니다. 저도 글 읽을 때는 일반대중입니다만...  2002/06/07 x 
 
  포닥 소요유니~~임, 저 신경쓰지 마세요, 그런데, 외국 출신들의 영입의 효과가 긍정적이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채용습관이 그리 선진적이지 못해서, 전공과 기술보다는 간판위주로 뽑아서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또 다른 줄이 생겨버린 형태가 지금의 상황이라고 본답니다. 히딩크 효과의 핵심은 "우리는 뛰어난 자질을 가진 민족 이다" 입니다. 사소한 것을 바꾸면 달라져도 엄청 달라질 수 있는 민족이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제가 줄곧 생각해온 명제입니다. 지구상에서 "유태인"과 유일하게 맞짱을 뜰 수 있는 민족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음모에 의해 일시적인 장애를 겪고 있지요. 슬슬 그 장애가 뭔지에 대한 국가적인 논의가 시작되려는 것 같아요. 2002/06/08 x 
 
  소요유 저도 결국 포닥님이나 900MHz님의 말씀대로 우리민족의 기본적인 자질을 인정합니다. 외국에서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씀대로 '안되는 이유'는 정말 사소하고 하찮은 것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며 '할 수있냐' 보다 '하였느냐'를 중요시 여기게 되었습니다. (살 날이 얼마 안남아서 일까요 ? :-) ) 그런 이미로 플라시보든 극약이든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면에서 히딩크 학습효과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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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양
 
제 목    이공인이 봐야할 히딩크
 
연속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축구팀 덕택에 저같이 외국에 나와있는 사람은 요즘 절로 신이 납니다. 비록 엊그제 아쉽게 비기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폴란드와의 경기 이후에 여러 회원님들이 '히딩크 효과'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거기에 그동안 제가 생각해왔던 것 몇 가지를 덧붙여 보도록 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실은 히딩크가 외국인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이지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학연/지연/혈연 등에서 자유로울수 있었고 그로 인해 한국 축구팀을 개편/개선하고  결과적으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라는 주장이지요. 하지만 제가 보는 히딩크는 외국인이라기 보다는 축구 '전문가'입니다. 세계 축구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특히 그는 유럽쪽 달인이므로 한국이 속한 D조에 유럽팀이 2팀이나 된다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자세하게 꿰뚫어보고 그에 맞게 한국팀의 전술/전략을 수정했습니다.  한국인이 감독을 맡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히딩크가 가진 것과 동일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면 (많은 외국경험을 통해서 - 왜냐면 월드컵은 결과적으로 전세계 팀들과 싸우는 것이니까) 좋은 결과를 이루지 않았을까요? 문제는 과연 그런 사람이 몇이나 한국인으로서 있느냐는 것인데. 제가 축구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므로 그에 대한 평가는 다른 회원님들께 맡기도록 하지요.

세계의 흐름을 잘 읽는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감독의 위치는 이공계인으로 치면 프로젝트 매니저(팀장)쯤으로 된다고 볼 수 있겠죠? 주어진 시간내에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갔다는 점에서 보면 히딩크 감독은 훌륭한 팀장입니다. 팀원들에게 월드컵 선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주지시켰고 그들로 하여금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이죠(무조건 이거 해라고 시켰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이 지적하셨겠지만 그러한 급선무들(priorities)의 달성을 위해서 그 외적인 요인들은 모조리 배제시켰다는 게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이중 잣대를 이용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외부에서 불어넣는 입김을 무시했을 것입니다. 왜냐면 확실한 계획이 세워져 있었고 그게 잘 진행되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가 외국인이라는 사실 보다는 그가 넓은 안목을 가진 '전문가' 이며 자기 프로젝트를 위한 시간관리에 능하고 소기 목표 달성(체력강화훈련, 특정 포지션에 유능한 선수 여럿 확보)을 중요시하면서 장기 목표(조직력과 파워로 밀어붙이는 축구)를 제대로 설정한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것이 제가 보는 히딩크 입니다. 한국적인 환경에서 아직까지 히딩크 같은 감독이 나오지 못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요? 일(국내에서든 아니면 전세계에서든)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파악이 제대로 안되니까 올바른 소기/장기 목표 설정에서부터 실패하고, 그로인해 자기 일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옆에서 아니면 위에서 뭐라고 하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이 어떻게 뭘 성취하겠습니까? 아무리 많은 시간을 주어봤자 제대로 해내는 것은 얼마 없을 것입니다. 그냥 운만을 바라고 이리저리 뛰는 것일뿐. 이번 월드컵관련해서 우리나라가 잘한 것은 제대로된 사람 스카웃해왔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강한 결단력으로 밀어붙힌 것(처음부터 히딩크가 이만치 잘해내리라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감독선임을 한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이 도움이 된 것이지요. 주위를 둘러 보십시오. 같이 일해야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 중에서 이 히딩크 감독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특히나 이공계인들한테는 정말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적당히 둘러쳐서 맡은 일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란.  히딩크 같은 사람이 연구소나 공장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곳 아시면 알려주십시오.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몸이 부서지더라도 일을 하겠습니다. 그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소요유 지당하신 말씀. 우리가 과학기술이으로서 주목했던 바가 바로 '타임지 인터뷰에 나타난 히딩크의 전문가로서의 자세'습니다.  2002/06/12 x 
 
  :) 우리나라 사람이 그랬다면, "독불장군"이라고 불리진 않았을지 모르겠군요... 2002/06/12 x 
 
  김진구 차범근이 가장 히딩크에 근접한 감독이었으나, 차감독은 한국인이기에 축협(축구협회)에 번번히 발목을 잡혀 제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뭐 선수들도 히딩크를 따르듯이 따르지는 않았을테구요. 2002/06/12 x 
 
  김진구 물론 차감독의 관록이 부족하기에 98년 월드컵 때 처참한 성적을 냈다지만 첫 게임 때의 어이없는 퇴장 등의 악재가 아니었다면, 게임은 어떻게 풀렸을지 모릅니다. 물론 세상에 가정이란 없지만요. 물론 히딩크는 한국 국가대표를 가장 강력하게 만든 감독이지만 차범근은 국가대표가 될 뿌리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히딩크에게 기회를 줬듯이 굳이 차범근이 아니더라도 내국인에게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야합니다.  2002/06/12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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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호랑
 
제 목    히딩크 축구는 과학이다.
 
 
다들 히딩크가 새로 써가고 있는 현재의 한국 축구역사를 신화라고들 한다.
어떻게 1년전 유럽팀 누구하고 붙어도 번번히 깨지기만 하던 피파랭킹 40위권의 약체 한국팀이 이렇게 강해질 수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월드컵 1승을 단숨히 넘어 16강, 아니 그 이상을 당당히 바라볼 수 있는 대열에 우뚝 설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신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신화도 아니고 우연도 아니며 그것은 과학이었다는 사실이 차츰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는 히딩크가 맨처음 우리 선수들을 상세히 분석하고 내린 평가에서부터 나타난다.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우리선수들이 기술은 좋은데, 정신력(팀워크 등)과 체력이 형편없다고 진단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한국팀 대수술에 돌입하여 엄격한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같이 온 트레이너를 통해 부족한 기초체력과 투지보강을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사실 그 동안 우리는 이른바 축구 전문가라는 사람이 '감'으로 평가한 한국팀의 문제점을 의심도 없이 곧이 곧대로 믿는 우매함에 손쉽게 동조해왔다.

우리 팀이 평가전에서 내내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어도 히딩크는 자신만만하게 월드컵 때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매번 우리 팀의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엉뚱한(?) 평가까지 내놓기도 했다. 언론들이 그를 경질해야 한다고까지 몰고 갔을 때 정말 그는 외로와 보였고 곧 제2의 차범근 감독 신세가 될 것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때(!)는 되었고, 이제 아무도 이를 히딩크의 쇼맨쉽 및 허풍으로 보지 않는다.

무엇이 히딩크로 하여금 이 모든 것을 정확히 판단하게 하고, 정확한 처방이 가능하게 했으며, 확신에 찬 예측을 할 수 있게 했을까?  그는 축구의 천재인가? 아니면 단지 그의 개인적 소신과 자신감있는 태도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히딩크가 우리 선수들을 트레이닝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매우 유심히 살펴봤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히딩크가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측정하는데 철저히 계량화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예컨대 지칠 때까지 왕복달리기 횟수를 재는 것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측정하여, 모두 자신의 체력을 정확히 알도록 하고 있다. 측정항목도 회복력 측정 등 선수들의 지구력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것들로 바꾸었다. 약삭빠른 선수들이 선발시험 때만 측정결과가 번지르르하게 나오는 폐단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것이다.

또한 무조건 열심히 달리기만 하던 과거방식을 탈피하여 각 개인별로 서로다른 신체 근력강화 훈련 등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각 선수들의 부문별 장단점이 그래프로 그려지고, 이의 개선을 위해 수시로 일대일로 면담을 하고 있다.

물론 일본도 그랬다지만, 상대 선수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비디오 분석팀이 가동되어 약점과 강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공격 및 수비와 관련된 각종 경기 통계를 작성한다. 경기장마다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매번 분석된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며, 오로지 현재에만 선수들의 능력평가의 촛점을 맞추는 실사구시 정신을 보여주었다.

과거에 명성이 있었거나 외국에서 활약해서 실력이 있다면 이를 데이터로 보이라는 주문을 거침없이 했다. 그러다보니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국내에서 몇개월 트레이닝을 받은 다른 선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으며, 어느 누구도 국가대표로 선발되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게까지 되었다. 대신, 과학적인 훈련을 받고 일단 선발된 선수들을 보라! 인터뷰에서도 확인되듯이 하나같이 자신감과 여유가 넘쳐나고 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에 이러한 풍토가 생겨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다른 해석(=표피적 해석)은 히딩크가 연줄이나 학벌을 타파하고 축구를 '즐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편, 그가 늘상 이렇게 자료분석만 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종합적인 판단과 전략, 전술 구사를 위해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과 브리핑 차트를 보여주면서 격의없이 토론도 하였다.  또한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하고 접촉을 유지하는 리더쉽을 보여줬다. 이 모든 것이 내 눈에는 철저한 '사회과학적' 노련함으로 보인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적당히 언론플레이도 하고 연막도 치고 하여 '언론요리기술 및 정치기술'도 상당함을 보여줬다. 

우리가 아직 다 배우지도 못했고 이해도 못하고 있지만, 히딩크에게 축구는 하나의 거대한 과학체계이고, 따라서 우리가 그에게 배워야 할 것은 '과학축구'다.

'히딩크 축구'에는 인과관계와 법칙이 있고 객관적인 자료와 결과가 있다. 따라서 예측도 가능하고 이를 기초로 확신에 찬 팀 리더쉽 발휘도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불확실한 요소와 외란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경기 결과를 내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는 없다. 난해한 문제에 봉착할 수록 과학의 본질이 훼손되기는 커녕 더욱 더 정확하고 정교한 과학적 지식과 방법론이 필요하듯이, 50년 '헝그리 축구'에서 벗어날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과학적인 축구인 것이다.

연줄타파니 실력위주니 외쳐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축구의 틀을 우리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히딩크라는 영웅만 만들고 겉으로 나타난 결과만을 가지고 히딩크 경영이니, 히딩크 철학이니, 히딩크 신드롬이니 해서 유행처럼 지나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80년대 축구밖에는 안 남을 것이다, 물론 몇년은 그 후광으로 버티겠지만.... 히딩크의 귀화나 한국 체류 연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히딩크의 '과학축구'를 배우는 것이다. 이것이 히딩크 축구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고 향후 수십년 한국축구를 이끌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다.

나는 과학의 진실성을 믿기에, 히딩크의 과학축구를 믿기에 오늘 우리 팀이 멋진 승부를 일궈낼 것으로 자신한다. 물론 우리 가족은 붉은 악마옷을 입고 오늘 저녁 대전이 떠나가게 소리쳐 응원도 하겠지만...... 과학은 과학이고, 응원은 응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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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2
 
제 목    축구를 봐 오면서 느낀점들..
 
저는 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몇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팀 감독을 하고나서 사실 물리적으로 달라진 것은 뭡니까?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이 긍정적인 사고의 기폭제로 열광하는 이유는 뭡니까?
일단 남에게 경쟁에서 이긴 일차적 기쁨이 주된 것일 겁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에는 결국 유전자적으로 우리민족(넓게 아시아인)이
세계의 사람들중에 열등이 아님을 확인해서(늘 믿어왔지만) 였습니다.
즉, 아하 우리가 못나서 그동안 축구를 못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축구가 앞으로 끝나면 우리는 어떤 숙제를 생각해봐야 할까요?

결국은 시스템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팀이 가지고 있는 한정된 능력에서 옳바른 시스템으로 경기를
가져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별 다른 것도 없었다라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그게 역설적으로 예전과 별다르게 훌륭했는데,
그저 잘하고 열심히 뛰는 선수 더 쳐주고, 기본체력 다듬어주고,
인기영합주의의 스타성 플레이어 기용을 자제했습니다.
경기때마다 긴장하면서 면밀히 관찰하고, 데이타에 근거해서 일하고..
게다가 히딩크 감독은 역시 현역 시절을 뛰던 축구선수 였습니다.

사회의 많은 문제, 특히나 이공계 기피의 문제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한정된 능력내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이 필요한 것입니다.
성과가 당장 보이는 분야보다는 기초과학을 다지고,
많은 산업체에서 인력이 모자르다고 하는데,
막상 고학력의 과학기술자들은 갈곳이 없어서 실망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데이타에 근거해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건지 남아돈다는 건지
누구하나 속 시원히 말해줄 데이타를 쌓아온 감독과 코치도 없습니다.
과학기술계나 현장의 문제점을 보고 듣고도 모르는 척하고,
아니면 현장을 전혀 모르는 우리나라 시스템을 돌리는 사람들이
문제의 첫째이라고 생각됩니다. 
과학기술자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도와주어야 할 감독, 코치들이
과거의 현장 과학기술자들이 아니고 행정시험을 통해 뽑은 관료들임이 수개월전부터 지적되어 오고 심지어 관료사회의 기술직은
처참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회에 과학기술 관련 담당의원들은 더욱더 과학기술과
관련 없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실정입니다.
절대로 축구 필드와 같은 세계 여러나라들과의 피튀기는 전쟁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느껴집니다. 
어떤 형태로던지 현장 과학기술자가 과학기술정책에 참여하도록 제도를
바꾸길 바랍니다.
피튀기는 오늘날의 산업전쟁에서 이기려면…

더 다른 비유가 필요없습니다.
전직 선수출신이 아닌 우리나라 행정관료출신 코치와 감독이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 봅시다..
과연 오늘날과 같은 빛나는 성과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 됩니까?
그런데, 그 전쟁같은 비슷한 게임에, 선수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코치와 감독으로 채워진 그런 팀이 우리나라에 있다라는 것입니다.

 

 

  • 임호랑 ()

      지나고나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군여! 히딩크를 통해 우리가 못다 풀었던 문제를 한꺼번에 몰아 풀려고 덤벙대지는 않았는지 반성도 되고.... 그래도 뭔가 배울 수 있고,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히딩크'라는 핑계거리는 훌륭한 소재겠죠? 그래서 그가 떠나자마자 그를 깎아내리려는 '홍명보식'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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