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

글쓴이
hiafrica
등록일
2004-08-17 12:0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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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의 유수 연구기관이 황우석 교수에게 1조원 이상의 연구비를 조건으로 러브콜을 보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식이 정부 관계자를 통해 언론에 알려지면서 황 교수의 행보가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부귀영달을 꾀하지 않고 순수하게 '국익'을 생각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 많은 싸이엔지 회원들은 그의 숭고한 애국심을 마냥 반가워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의 결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회원들 뿐 아니라 그의 선택을 찬성하는 회원들조차 황 교수 밑에서 일하는 수많은 연구원들에 대한 처우를 우려했다는 점이다.

고양이라는 필명을 쓰는 회원은, 황 교수가 1조원의 프로젝트를 수용했다면 장기적으로 국익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겠느냐며 진정으로 후학을 위한 결정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청색 LED를 개발한 나까무라 교수가 미국으로의 이직을 통해 일본 사회에 던진 파장과 긍정적 영향을 언급하며 황 교수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xantera 회원은, "황 교수는 미국에서 주는 1조원을 받았어야 했다. 정부는 늘 그래왔듯 적당히 처사해 주고 말 거다. 연구소? 건물만 달랑 지어주고는 나 몰라라 할 게 뻔하다. 정부는 아직까지 황 교수의 연구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도 모를 거다" 라며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냈다.

revolution 회원도 황 교수가 각종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년 약 20억원으로 그 이상 지원받는 것은 '나태해짐'을 우려해 일부러 마다한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들었다며 그 밑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삶의 질에 의문을 제기했다.

배성원 회원은 "황 교수의 성과는 놀라운 것이며, 그 성과의 결실이 부디 한국에서 맺기를 바라는 맘 간절하다. 1조원은 안 받길 잘 했다고 본다. '연구비'를 받게 되면 황 교수의 평생에 걸친 위대한 업적이 외국의 펀드 제공자에게 돌아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황 교수의 이번 선택으로 어떠한 연구성과가 나오든 국가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성과가 아무리 크다 한들 남의 것이면 아무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역시 황 교수에게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는 "황 교수에게서 느껴지는 80년대의 헝그리 정신에는 아쉬움을 느낀다. 일한 만큼 제대로 대우를 받고 대접받으면 과연 저런 열정은 안 생기는 것인가. 어쩌면 황 교수는 1조원의 연구비를 수락하고 해외로 갔을 때 쏟아질 비난들, 매국노 굴레가 씌워질 자신의 처지 등을 미리 간파한 지도 모른다. 결국 한국은 아직 훌륭한 연구비를 지원해줄 준비도, 훌륭한 연구자를 세계에 내놓아줄 준비도 안 돼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한 한국의 이공계는 어째서 '좋은 처우'와 '자신의 일을 통한 애국'이 병행되지 못하는지, 그 두 가지는 서로 대치되는 개념으로 언급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몹시 안타까워했다.

김하원 회원의 경우, 황 교수의 이번 결정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을 안타까워하며 "진정으로 황 교수가 이 나라를 버리길 바라며 한 말이 아니란 것 알고 있다. 정말로 황 교수가 미국에 가버린다면, 그토록 주장했던 이공계 위기론을 생각해볼 때, 우리에게 황폐한 폐허만을 남길 것 같다. 부디 황 교수가 이 땅에서 거대한 나무로 뿌리내리고, 그 옆에서 다른 나무들이 자라 큰 숲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며 서글픈 심정을 나타냈다.

진 회원은 "앞으로 누군가 합당한 대우 운운하면 황 교수의 예를 들어가며 열정이 없다는 식으로 비합리적인 대우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 생각된다.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외국으로 가면 매국노 소리, 언론에서 분명히 나온다. 황 교수 같은 분이 나서서 이공계인들의 처우개선에 대해 한 마디만 언급해도 도움이 될 텐데..." 라며 이번 황 교수의 결정이 향후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에트리안 회원은 "과학기술자가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대우라는 것이 경제적 지위, 사회적 지위 등을 지칭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우도 중요하지만 성취감과 사명감에도 무게를 두고 싶다. 자신이 받는, 받을 수 있는 대우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일 뿐"이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연구 환경을 가진 우리나라에 '국익'이라는 명분을 갖고 그대로 남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는가. 아니면 더 큰 과학의 발전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어야 했는가.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정리 유화설

고양이님, xantera님, revolution님, 배성원님, 김하원님, 진님, 에트리안 님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원문 :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no=7293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no=7294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isatoron&no=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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