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신소재 - 티타늄

글쓴이
Scieng office
등록일
2004-09-16 12:52
조회
13,6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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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폐막된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했던 우리 선수들이 티타늄 소재로 만들어진 목걸이, 팔찌 등의 장신구를 착용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티타늄은 매우 중요한 미래의 신소재의 하나로서, 이미 여러 방면에 널리 쓰이고 있고 앞으로도 용도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티타늄이란 어떤 물질이며, 최근 들어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티타늄(Titanium)’은 은백색의 금속으로서, 원소 주기율표 상으로는 4A 족에 속하는 첫 번째 원소이며 원자번호는 22이다. 티타늄의 존재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8세기 말경으로, 그리 최근의 일은 아니다.
영국의 학자 그레고르는 1789년에 광산이 많기로 유명한 콘월 지방의 메나칸의 모래를 분석하던 중, 그 속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토류 원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을 메나칸 토류라는 뜻의 ‘메나친(Menachin)’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또한 우라늄(U), 지르코늄(Zr) 등의 원소를 발견하고 광물분석법의 개량에 크게 공헌한 바 있는 독일의 분석화학자 클라프로트(Martin H. Klaproth; 1743-1817)는 바로 몇 년 후에 금홍석에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였는데, 이것은 곧 메나친과 동일한 것임이 밝혀졌다. 그 후 이 새로운 금속원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즉 제우스 신과 하늘의 왕좌를 놓고 쟁패를 벌였던 크로노스 등 거인족 신의 이름을 따서 ‘티탄(Titan)’이라 이름 지어지게 되었고, 오늘날에도 티타늄은 티탄으로도 불린다.

티타늄은 여러 금속이나 신소재의 장점들만 골라서 지니고 있다고 할 정도로 우수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즉 강도가 일반 강철의 2배, 알루미늄의 6배가 될 정도로 강하고 기계적 성질이 뛰어난 반면, 중량은 마그네슘, 알루미늄 다음으로 가볍고 전성(展性)과 연성(延性)이 높아서 가공하기에도 좋다. 또한 열에도 강하고 내식성(耐蝕性)이 뛰어나서 바닷물이나 산, 알칼리, 여러 가스 등에도 잘 견딘다.

티타늄은 예전에는 지구상에 부존량이 매우 적은 희토류 원소라고 생각되어 왔으나, 지각 속에 산화물의 형태로 0.6% 정도가 존재함이 밝혀졌는데, 이는 지각을 구성하는 8대 원소의 하나인 마그네슘에 이어 9번째로 많은 원소가 되는 셈이다. 예전에 아폴로 11호가 달에서 가져온 월석에는 티타늄이 약 10% 정도 들어있는 것이 알려져 관심을 모이기도 하였다.
티타늄이 산업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 이후로 비교적 늦은 편인데, 이유는 녹는점이 비교적 높고 고온에서 산소, 질소, 공기 속의 수분 등과 매우 쉽게 결합해서 산화물이나 화합물이 아닌 단체(單體) 상태의 금속 티타늄을 얻기가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40년에 독일의 크롤이 염화티타늄을 마그네슘으로 환원하여 금속 티타늄을 얻는 방법, 즉 크롤법을 발명한 후부터 티타늄을 생활에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티타늄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골프채, 자전거, 테니스라켓 등의 스포츠 용품과 목걸이, 팔찌 등의 악세사리 등을 먼저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계, 카메라, 컴퓨터, 안경테와 같은 정밀기계용 부품들에 티타늄 소재가 쓰일 뿐만 아니라,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공뼈나 인공치아, 수술용구와 같은 의료용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티타늄은 항공우주 산업이나 화학공업, 선박 및 여러 설비 분야에 있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이다. 티타늄이 포함된 강력한 합금은 항공우주용의 구조물, 엔진 등에 쓰이고, 티타늄은 바닷물에 견디는 힘이 백금만큼이나 강하기 때문에 선박용 부품이나 해수담수화 장치, 해양개발용 기기 및 공해방지 장치 등에도 이용된다. 또한 내열성과 내식성이 뛰어나므로, 전기분해용 전극,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용 복수관, 열교환기, 반응기기 등에 쓰기가 매우 적합하다.

티타늄은 또한 첨단 과학기술용 소재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티타늄 합금은 초전도용 재료로도 쓰이고, 티타늄-사파이어 레이저는 테라(10의 12제곱)와트 급의 큰 출력을 내거나 펨토 초(1초의 10의 15제곱분의 일) 이하의 짧은 펄스를 내는 첨단의 광학실험에 이용되고 있다.
티타늄은 한마디로 ‘팔방미인’과 같은 신소재라 할 수 있는데, 앞으로 광물로부터 티타늄을 얻는 방법이 좀더 개선되어 티타늄의 가격이 더욱 낮아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널리 쓰여서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글 :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사진 : 티타늄의 현미경 확대 이미지 (출처 : 군산대 재료공학과 http://w3.kunsan.ac.kr/~material/html/20002.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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