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그 진화의 끝은 어디인가?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5-01-11 11:4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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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선진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보다 인간을 닮은 로봇, 즉 고성능의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들을 경쟁적으로 개발해 내고 있다. 최근 일본의 혼다 사가 내놓은 아시모(ASIMO)는 아직까지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꼽히고 있다.
책가방을 맨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시모는 두 다리로 걷고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으며, 사람과 악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손의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2004년 12월에 공개된 신형 아시모는 시속 3.0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고 골프 퍼팅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와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오준호 교수팀이 제작한 ‘휴보(HUBO)’가 그 주인공이다. 크기는 아시모와 비슷하지만, 아시모처럼 가방 모양의 배터리를 외부에 장착하지 않고 내장형 배터리를 채용하여 보다 자연스러운 인상을 주며 아시모와는 달리 다섯 개의 손가락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도 있다.
이보다 앞서서 국내에서 개발된 군사용 로봇 롭해즈(ROBHAZ)는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 부대에 실전 배치된 바 있다. 롭해즈는 직접적으로 전투를 하지는 않지만, 정찰을 하고 폭발물을 수색하며, 폭발물이 발견되었을 경우에는 원격 조정을 통하여 해체할 수도 있다.

현재 자이툰 부대에는 미국의 리모텍 사가 제작한 대형 로봇인 안드로스 로봇도 함께 배치되어 있는데, 미국은 갖가지 형태의 첨단 군사용 로봇과 전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군용 항공기는 2010년까지, 전투 차량은 2015년까지 모든 무기의 1/3을 무인화 시킨다는 계획인데, 정찰 등의 업무를 수행할 지상 작전용 로봇 개를 개발하는 ‘플루토(PLUTO)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미래의 전쟁은 군인들이 주역이 아니라, 로봇 병기들끼리 싸우는 양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군사용 로봇만 개발되는 것은 아니고, 산업용 로봇이나 청소와 간호 도우미 로봇, 기존의 의수, 의족을 대체할 로봇 팔다리 등 인간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 주는 로봇들이 더 많고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로봇의 미래에 대해 일말의 우려를 떨치기 힘들 것이다. 즉 미래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뿐 아니라, 인간을 능가하면서 자체 복제능력까지 갖춘 로봇이 나올 경우, 도리어 인간이 로봇에게 지배당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터미네이터‘ 등의 여러 SF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한 바 있는 이 주제는, 로봇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카렐 차페크(Karel Capek; 1890-1938)의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Rossum' s Universal Robots)에서도 나왔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개봉된 바 있는 ‘아이 로봇’ 역시 고도 지능을 갖춘 로봇의 반란에 관한 영화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데,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공동창업자이자 하이테크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 견해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빌 조이(Bill Joy)는 미세 지능로봇이 마구 번식, 복제되거나 스스로 방어하는 기능을 갖춘 로봇이 인간에 대항하는 등,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위험성을 거론한바 있다. ‘휠체어 위의 물리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도 장차 로봇이 인간을 능가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유전자 조작 등으로 인간의 DNA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의 팔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여 스스로 ‘사이보그(Cyborg)'가 되는 실험을 하고 있는 영국의 케빈 워릭(Kevin Worwick) 교수 역시 인간을 사이보그로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은 로봇의 발전에 대응하려는 의미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에,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로봇이 부분적으로 인간의 두뇌 능력을 능가한다고 해도, 스스로 자의식을 갖거나 인권 아니, ‘로봇권’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한 외부의 악성 프로그램 등에 의해 일부 반란을 일으킨다고 해도, 항상 배터리에 의존해야 하는 로봇의 특성 상 인간에 지속적으로 맞서기는 어려울 것이라 얘기하기도 한다.
최근 영국의 한 대학교수는 인공적인 로봇 생태계를 구성하여 로봇의 진화 등에 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로봇 진화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앞으로도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 이미지 : 로봇의 반란을 다룬 SF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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