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피해를 몰고 온 지진해일의 정체는?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5-01-2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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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동남아시아 일대를 강타한 지진해일은 막대한 피해와 함께 온 인류에게 큰 충격과 놀라움을 주고 있다.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게 닥친 엄청난 재앙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지경인데,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사상자는 아직도 정확한 집계조차 어렵다고 한다. 물론 이들 나라들은 지진해일의 발생과 피해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경보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더욱 피해가 커졌지만, 자연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두려운 것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지진해일은 왜 생기는지, 또한 이번 지진해일이 광대한 지역에 걸쳐서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온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중요할 듯하다.

지진해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화산의 폭발이나 육상의 지진과 마찬가지로 지각의 변동에 의한 것이다. 현대 지질학의 정설인 ‘판구조론(Plate Tectonics)’에 따르면, 지각을 포함하는 지구의 표층은 크고 작은 10여 개의 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들은 각각 조금씩 움직이면서 서로 밀거나 포개지고 때로는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면서 화산, 지진 등을 포함한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이는 대륙이동설을 처음으로 주장한 독일의 지질학자 베게너(Alfred L. Wegener; 1880-1930)의 주장에서 기원한 것인데, 그가 생전에 끝내 밝히지 못했던 대륙이 이동하는 원인, 곧 판을 움직이는 힘은 그 아래를 이루는 맨틀의 대류에 기인한 것이다.
일본 열도,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태평양 연안, 남미의 안데스 산맥 등 세계적으로 지진과 화산이 빈발한 곳은 대부분 판과 판 사이의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며, 이번 인도네시아의 해저지진도 유라시아 판과 인도-호주 판의 충돌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저지진 자체만으로 이번과 같은 큰 참사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해저지층이 요동하면서 엄청난 바닷물이 밀려나가는 해일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저에서 지진이 일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다 큰 피해를 주는 지진해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정단층, 혹은 역단층과 같이 수직 방향의 변위를 동반하는 지진이 강력한 지진해일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바꾸어 말하면, 수평방향의 변위를 주로 하는 지진은 상대적으로 지진해일의 위험성이 적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진 발생 자체만으로 지진해일 발생 여부나 피해 정도를 정확히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지진해일, 즉 지진 등이 원인이 된 해일은 흔히 쯔나미(津波; Tsunami)라고도 불리는데, 일본어에서 유래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공식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지진해일의 실체는 풍랑이나 너울과 마찬가지로 해파, 즉 바닷물이 일으키는 파동의 일종이며, 그 속도는 수심의 제곱근에 비례하게 된다. 따라서 깊은 바다의 경우 보통 초속 수백 미터 이상의 매우 빠른 속도로 육지 쪽으로 전파되게 된다. 지진해일을 전문적으로는 천해파(淺海波)라고 분류하는데, 천해파란 지진으로 인해 파장(wavelength)이 수심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긴 장파(長波)이다. 쯔나미의 파장은 수 킬로미터 이상에서 수백 킬로미터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바닷물이 표면 부근에서만 움직이는 심해파(표면파)와는 달리, 깊은 바다 속에서도 물 입자가 타원운동을 하게 된다.

육지에서의 지진도 물론 큰 피해를 몰고 오는 경우가 많지만, 그 피해지역은 상대적으로 넓지 않고 국지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진해일은 별다른 장애물이 없이 바닷물의 파동에 의하여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훨씬 넓은 지역과 먼 곳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이번에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이 태국과 인도, 스리랑카의 넓은 해변에 걸쳐서 큰 피해를 준 데에 그치지 않고, 인도양을 지나서 아프리카 동부해안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지진해일의 파동이 장파이므로 깊은 바다에서 전달되는 과정에서는 파고의 변화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위를 지나가는 배는 지진해일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통과할 수 있고 심지어 물 속에서 작업하는 잠수부나 스킨스쿠버들도 별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러나 지진해일이 수심이 얕은 해안 가로 다가오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전문용어로는 ‘천수효과(Shoaling)’라고 하는데, 파장은 짧아지고 파고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해변의 관광객이나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물벼락으로 큰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지진해일의 파장은 너무나 길어서 파동의 앞부분은 얕은 바다에 도달했어도 그 뒷부분은 깊은 바다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파장의 전달속도는 깊이의 함수이므로 앞쪽은 진행이 느려지고 뒤쪽은 빨라서 그 사이에서 응축된 에너지가 높은 파고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할까? 한반도는 판구조론의 측면에서 볼 때에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비켜나 있는 위치이다. 그리고 태평양 쪽에서 자주 발생하는 지진해일은 일본 열도가 일종의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로서는 행운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동부지역에서 빈발하는 지진 역시 마찬가지로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서해는 설령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수심이 얕기 때문에, 그에 따른 지진해일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동해나 일본의 서안에서 발생하는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인데, 이미 예전에도 우리나라의 동해안에 몇 차례 피해를 준 사례가 있다. 일본 서안의 지진해일이 동해안에까지 몰려오는 데에는 약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등과 함께 ‘국제해일경보체제 협력그룹(ICGTWS)’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조기 경보가 잘 작동하고 신속한 대피가 이루어진다면 큰 피해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해의 해저 지형 특성 등에 의해 울진 근처로 지진해일의 에너지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시설 등을 포함하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 역시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주장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웃 일본, 중국 등에 비해 이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와 투자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우리도 이번의 참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일회적 관심에 그치지 않고, 관련 분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적절한 연구개발 투자와 재난에 대비하는 시스템의 확립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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