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기술 특허는 어디까지인가 ?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5-03-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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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복제양 돌리

아래 : 생명과학기술 분야의 부문별, 나라별 특허대상
- 출처 : 생명공학분야 특허보호대상의 국제적 동향 (특허청 안미정 심사관) -


[과학기술과 법(2)]

생명과학기술 특허는 어디까지인가 ?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현대의 과학기술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특히 생명 관련 과학기술 부문은 21세기 접어들어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 등을 비롯하여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발전은 생명복제 등에 관한 윤리적, 법적 논란과 아울러 특허성을 둘러싸고도 세계적으로 치열한 논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특허 취득의 대상이 되는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정의하고 있어서 순수한 과학적 발견 자체는 원칙적으로 특허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세계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화학 분야에서 유용하고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면 이른바 ‘물질특허’로서 인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새 물질을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물질로부터 다른 새로운 용도를 발명하면 ‘용도발명’으로서 특허권을 얻을 수도 있다. 1874년에 이미 합성된 화학물질인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에서 1939년에 스위스의 화학자 뮐러(Paul Herman Muller; 1899-1965)가 곤충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성질이 있음을 발견하여 살충제로 널리 이용하고 특허권을 획득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예전에는 생명체 자체에 특허를 부여하는 데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이 우세하였다. 즉 산업 제품들과는 달리 생명체는 인간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창조물이므로 특허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던 것이다. 또한 생명체는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와 작용을 지니므로 특허를 얻기 위한 출원명세서에 명확하게 기재할 정도의 ‘반복, 재현성’이 부족하다는 점, 여러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도 생명체 특허 부정설의 근거가 되어왔으며, 아직도 개발도상국들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생명과학기술의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 생명공학 분야는 이미 거대한 산업의 하나가 되었으며,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반복재현성 등의 특허 요건을 충족하게 됨에 따라 생명체 관련 발명의 특허 부여는 피하기 어려운 추세가 되었다. 1980년 미국 연방고등법원(CAFC)의 이른바 ‘Diamond v. Chakrabarty 사건’의 판결에서, 유전적으로 조작된 미생물에 대해 특허가 인정된 이후에 미생물 뿐 아니라 동식물, 인간 유전자 등 생명과학기술 전반에 걸쳐서 특허의 대상이 대폭 확대되었다.

생명과학기술에 관련된 발명이란,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생물체를 직접 대상으로 하거나 혹은 그 기능을 이용하는 데에 특징을 둔 발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특허의 대상이 되는 생명과학기술 발명의 주요 유형으로는, 새로운 미생물 자체나 그 이용에 관한 발명, ‘무성적으로 반복 생식할 수 있는 변종식물’을 비롯한 식물 관련 발명, 동물 자체나 일부분 혹은 동물의 제조 방법, 이용, 형질전환, 복제기술 등을 포함하는 동물 관련 발명, 그리고 유전자, DNA 단편, 벡터나 단백질 등을 포함하는 유전공학 관련 발명, 그리고 수술이나 진단, 치료 방법에 관한 발명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생명과학기술 관련 각각의 대상에 관한 특허 허용 여부에 대하여는, 우리나라나 미국, 유럽, 일본 등은 거의 같은 입장을 취하기도 하고 부문별로 약간씩 다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위의 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생명과학기술 관련 특허대상을 비교한 것이다.

2000년대 초에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인간 유전자에 관한 특허 출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의 경우 ‘인체에서 분리되고 그 유용성이 입증된’ 인간 유전자에 대해서도 특허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을 위한 과학’을 지향하는 단체나 관련 국제기구 등은 유전자 정보는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독점해서는 안 되며, 더구나 인간 생명을 대상으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DNA의 이중나선구조 발견으로 생명공학시대를 연 장본인이자,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초기 총책임자를 지냈던 제임스 왓슨(James D. Watson) 조차도 인간 유전자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극단적으로 혹평한 바 있다.
또한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서 비롯된 생명복제기술에 대한 특허 역시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유전자 단편, 즉 전체구조와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의 일부분이나 종자에서 수확한 농산물의 발아 정지기술 이른바 ‘터미네이터 기술(Terminator Techology)’ 등의 새로운 형태의 발명에 대한 특허성 인정여부 역시 쟁점이 되고 있다.
이른바 ‘바이오 테크’ 시대라 일컬어지는 오늘날에는 생명과학기술 관련 특허대상의 확대에 대한 논쟁이 세계적으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적어도 인간 유전자 및 생명과학 특허에 관해서 만큼은 `범인류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지만, 또한 우리나라로서는 21세기 생명공학 및 관련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각종 생명과학기술 관련 특허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하겠다고 하겠다.


** '과학기술과 법1'을 쓴 후 매우 오랜만에 두번째 글을 쓰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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