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고민 - 온라인 저작권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5-04-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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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미국의 음악파일 교환사이트 냅스터의 로고(위) 및 파일교환 시스템(아래)


과학기술과 법(3)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고민 - 온라인 저작권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현대 문명의 이기가 선보이는 것과 함께, 그와 관련된 법률적 논쟁이 증폭되는 경우는 과거부터 적지 않은 사례가 있다. 물론 신제품의 최초 개발자나 진정한 발명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벌어진 소송이나 특허 소유권 분쟁 등도 많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저작권 영역에서 새로운 법률적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VCR(Video Cassette Recorder)의 보급과 함께 벌어진 ‘베타 맥스’ 소송이다. 가정용 비디오 기기인 VCR이 개발되어 영화 프로그램 등을 개인이 자유롭게 녹화할 수 있게 되자, 디즈니 등의 영화제작사는 VCR 개발회사인 소니(SONY)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1984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판결을 통하여 “법률을 위반할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해당 기술이 상업적인 불법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한 판매자에게 책임이 없다.” 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VCR의 제작/판매업체인 소니 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역사적 판결은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러 분야에서 자주 인용이 되면서 저작권 분쟁의 중요 판례로 여겨지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디지털 시대로 일컬어지는 오늘날은 과거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복제하던 것과는 경우가 상당히 다르거니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출현은 과거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 지적재산권 문제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각종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 부여 문제, 인터넷 도메인과 상표의 관계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상의 저작권 보호 문제이다.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인터넷망의 급속한 확대에 힘입어, 인터넷상의 각종 컨텐츠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어 거의 무한에 가깝게 복제, 확산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복사본의 경우 품질의 열화를 피할 수 없는 아날로그 방식의 복사/복제와는 달리, 디지털의 복제의 경우에는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에 관하여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저작권이란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관한 권리로서, 세계 각국은 저작권자를 보호하고자 저작권법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저작권법 제 1조에서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다. 저작권은 일정한 절차에 의하여 등록을 받아야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특허권, 상표권 등의 다른 지적재산권과는 달리, 저작자가 창작을 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저작권은 일반적으로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 후 50년간 존속되는 등, 비교적 긴 기간동안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 역시 지나치게 저작자의 권익 보호에만 치중하다 보면 저작물의 광범위한 이용과 문화의 향상 발전에 제약을 가져오거나 법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저작재산권의 제한’이라는 예외 조항들을 두고 있다. 즉 학교 교육, 시사 보도, 시험문제 출제 등과 같은 공익적인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나, 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도 영리 목적이 아닌 가정이나 개인적 차원에서 복제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여겨지지 않으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국들에서도 역시 이런 경우에는 저작물의 ‘정당 사용(Fair use)’으로 대부분 인정된다. 따라서 구입한 음악CD를 복제해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은 중대한 저작권 침해이지만, 친한 친구끼리 서로 빌려서 듣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이 된다.

그런데 디지털과 인터넷의 시대에는 과연 이러한 ‘정당 사용’의 범주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 등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 이른바 미국의 냅스터(Napster) 사건, 즉 음악파일인 MP3를 네티즌 간에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운영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저작권 관련 소송이 제기된 이 사건은 온라인 저작권 문제의 상징처럼 되어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소리바다 등 비슷한 성격의 음악파일 교환사이트들이 법률적 분쟁에 휩싸여 왔다. 음반제작업체 등은 이들 사이트가 저작권 침해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에, 이들을 옹호하는 측은 네티즌들끼리 개인적으로 파일을 주고받은 것뿐인데 친구 간에 CD를 서로 빌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항변해 왔다.

결국 현재까지는 이들 P2P서비스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중앙서버의 존재 여부 등 서비스의 구조에 따라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즉 미국의 냅스터처럼 중앙 서버에 사용자들의 IP 주소와 MP3 파일 목록을 저장하는 시스템은 저작권 침해의 2차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고, 아직 분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카자(KaZaA)나 그록스터(Grokster)와 같이 중앙 서버 없이 서비스하는 사이트들에게는 저작권 침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중앙 서버가 없는 우리나라의 소리바다 사이트 역시 지난 2005년 1월 형사적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인터넷 방송과 비슷한 효과를 제공하는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분할전송) 서비스 업체는 유죄 취지를 판결 받은 바 있다.

그간의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반영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저작권법을 세 차례나(2000년, 2003년, 2004년) 개정하여 온라인 상 ‘전송권’ 등의 조항을 신설하였고, 2005년 1월 16일부터는 가장 최근의 개정 법안이 발효되고 있으나 논란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저작권이나 기존의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기술의 진보에 따른 일반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행위가 인터넷상에서는 저작권의 침해와 범법행위가 되므로, 일반인들이 법을 잘 지키려 하기보다는 도리어 무시하고 포기하려 하므로 법과 질서의 근간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술은 날고, 관련 법률은 기어가는’ 오늘날 매우 곤혹스럽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법률이 과학기술의 진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기존의 법규정대로만 구겨 넣으려 할 경우 그 부작용은 예상외로 클 것임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과거 비디오기기 소송의 결과로서 도리어 원고였던 영화사가 나중에는 가장 큰 수혜자가 되는 등 문화산업의 발전을 크게 촉진하였던 예를 교훈 삼아서,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저작권 문제 역시 서비스 개발사나 저작권자, 그리고 사용자 등 관련 당사자 모두 승리자(WIN-WIN)가 될 수 있도록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디지털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기 위하여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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