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은 누구의 것인가?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5-06-3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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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뒤퐁(Du Pont) 사의 기초과학 연구부장으로서 합성고무 네오프렌과 화학섬유 나일론을 발명한 캐러더즈

아래 : 벨 연구소(Bell lab.) 재직 시 바딘, 브래튼과 함께 트랜지스터를 발명하여 이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윌리엄 쇼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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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법(7)

발명은 누구의 것인가?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과학기술의 시대라 불리는 현대를 맞이하여 기술혁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가는 오늘날, 국내외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수많은 발명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발명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이것은 물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역사적으로 특허제도의 뿌리 및 기본 원칙과도 큰 관련이 있으며, 발명의 형태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권리의 귀속 문제가 그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발명은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애초에 발명을 한 사람은 어떠한 권리를 갖는지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발명을 한 사람이 특허의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일 것이다. 우리 특허법 제 33조 1항에는 “발명을 한 자 또는 그 승계인은 이 법에서 정하는바에 의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라고 되어 있으며, 다른 나라들 역시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발명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특허제도 등에 관한 국제적인 규약을 정한 ‘산업재산권 보호를 위한 파리조약 제4조의 3’에서도 “발명자는 특허에 발명자로서 명시될 권리를 갖는다.”라고 되어 있다. 발명자가 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은 역사적으로 볼 때에 특허제도의 시작 때부터 중요한 관건이었다.
특허제도의 기원을 잠시 살펴보자면, 13세기 무렵 유럽에서는 발명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발명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적이 있는데, 1236년의 ‘다색모양직물에 관한 특허’가 세계 최초의 특허로 꼽힌다. 또한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국가였던 베니스(Venice) 공화국은 발명을 보다 질서 있게 보호하기 위하여 1474년에 ‘베니스 특허법’을 제정하는 등, 세계에서 처음으로 특허제도를 창설하였다.

그러나 근대적인 특허제도의 기원은 1624년에 발효된 영국의 전매조례(State of Monopolies)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특허의 요건 및 특허권의 효력, 존속 기간 등을 정함으로써 오늘날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시행 중인 특허제도의 기본 틀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허는 진정한 발명자만이 부여받을 수 있다는 원칙 역시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독립 당시에 헌법의 제정과 더불어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발명자를 중시하였고, 이에 따라 특허법이 성립되면서 역시 발명자의 특허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명확히 하였다. 미국은 여전히 ‘선발명주의’를 고수하는 나라이면서, 또한 ‘특허 출원’ 자체를 아직도 발명자만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예전에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개인 혹은 몇 명에 의해 중요한 발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 엘리샤 그레이, 백열전구와 축음기, 영화 등 1,300가지가 넘는 발명 특허를 얻어 발명왕이라 불리는 토마스 에디슨 등 19세기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이름을 떨친 개인 발명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대 시대에 이르러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적 차원보다는 기업이나 연구소, 혹은 국가가 거액의 비용과 수많은 인력을 투입하여 연구개발 및 발명을 이루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30년 후반에 캐러더스(Wallace Hume Carothers) 등을 통하여 나일론의 발명을 성공시킨 뒤퐁(Du Pont)사,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 월터 브래튼 (Walter Brattain), 존 바딘(John Bardeen)의 삼총사가 1947년 무렵에 트랜지스터를 발명하였던 벨 연구소, 반도체 집적회로(IC)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사 등이 대표적이며, 이처럼 기업 등에 소속한 종업원인 발명자에 의하여 발명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직무발명’이라고 한다.
물론 오늘날에도 개인 발명가들의 발명 활동이 없지는 않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직무발명의 비율이 80%를 이미 넘었고,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전체의 97% 정도가 직무발명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기업의 조직적인 연구개발 등을 통한 직무발명이 급증함에 따라, ‘발명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은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는데, 직무발명의 소유권이 자본과 시설을 제공한 사용자 측에 있는가, 아니면 아이디어를 내고 발명 행위를 완성한 종업원(발명자)에게 있는가에 따라 사용자주의와 발명자주의로 입장이 나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후발 산업국가라는 특성 때문인지 처음에는 고용된 종업원 발명자가 발명을 하는 경우 특허는 원천적으로 사용자에게 귀속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1957년에 ‘피용자 발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면서, 발명은 원천적으로 발명자인 피용자(종업원)에게 귀속되고, 이에 대한 특허권을 사용자가 양도 받을 수 있으나 그 대신에 발명자에게 보상을 하여야 하며, 종업원이 특허를 받을 경우에 사용자는 실시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오늘날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독일, 미국 등이 직무발명의 소유권에 관하여 발명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직무발명의 범위에 관하여는 “사용자 등과 고용관계에 있는 종업원 등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한 발명이 성질상 사용자 등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 등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한 경우”라고 우리 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현재 기업 등에서 직무발명이 이루어지는 경우, 발명자인 종업원은 출원과 더불어 ‘특허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사용자 측에 양도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발명자는 그 대가로 보상 등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직무발명 보상의 성격은 법적으로 볼 때에 권리를 사용자에게 양도하는 대신에 얻게 되는 청구권, 즉 채권의 일종으로서 사용자는 종업원에게 반드시 보상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종업원에게 제공하는 부가적인 편익(fringe benefit)이나 사용자의 임의에 따라 지급이 좌우되는 단순한 인센티브 차원이 전혀 아닌 것이다.
최근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했던 일본의 나카무라 슈지가 소속사였던 니치아 화학공업사를 상대로 거액을 청구했던 소송이 화제를 모으면서 국내외에서 직무발명제도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었고, 독일, 일본 등에서 관련 제도를 개정한 바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의 개정을 통하여 직무발명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담당 부처인 특허청의 고위 공직자마저 ‘직무발명은 종업원의 당연한 직분으로서 과도한 보상은 무리’라는 인식으로 직무발명의 기본 성격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한 실정이니, 합리적인 개선안이 도출될지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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