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가루이야기 (6) - 가루를 만든다(왜, 어떻게, 어디에 쓰려고?)

글쓴이
최희규
등록일
2005-09-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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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뿡아.
무더운 여름방학 뿡뿡이는 뭘 하고 지네니? 너무 더워서 아무 것도 하기 싫다고? 하루 종일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쐬면, 건강에 해로운데 혹시 그렇게 하고 있는 건 아니니? 혹시 바닷가나 강가에 가서 지난번에 가루 박사님이 이야기한 모래사장의 풍문을 보기는 했니? 역시 여름은 뭔가 하기에는 너무 힘든 더운 계절이지. 그러면 신선한 과일들을 분쇄기에 갈아 과일주스를 만들어 먹어보기는 했니? 그것도 알고 보면 과일을 가루로 만드는 것인데 물속에서 가루가 되니까 주스라는 이름으로 부는 것이지만... 그러면 오늘은 덩어리를 왜 가루로 만들고, 가루를 만드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으며, 만들어진 가루가 어떻게 쓰여 지는가를 알아보려고 해.

먼저 가루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큰 덩어리의 고체를 점점 작게 만들어 가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기체나 액체 속에서 분체입자의 씨를 만들어 내서 이것을 차츰 차츰 크게 만들어 가는 것이지. 오늘 가루박사님은 큰 고체 물질을 가루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해. 그렇다면 덩어리로 된 물질들을 왜 가루로 만들어서 사용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 같아.

고체물질을 가루로 만드는 목적의 첫 번째는 모든 물질들은 그 물체의 겉 표면에서 그 물체의 성질이 나타나기 때문에 표면의 면적을 크게 하기 위해서 가루로 만드는 것이지. 즉, 똑 같은 무게의 사탕과 설탕가루를 물에 녹이면 설탕 가루가 훨씬 빨리 녹는데서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지. 그리고 두 번째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섞여있는 고체 덩어리에서 필요한 물질만을 분리해서 사용하기 위해 가루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 예를 들어 우리가 여름에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는다고 가정을 해보자. 수박을 그냥 그대로 보면 녹색에 검은 줄이 있고,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안속에 붉은 색의 수분이 많은 달콤한 부분이 있는 채소(수박은 과일이 아니다)이지. 또, 붉은 부분의 안쪽에 검정 색의 딱딱한 씨가 수박을 먹는데 다소나마 불편을 주고 있지. 그렇기 때문에, 수박을 먼저 반으로 쪼개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붉은 색 부분이 등장하고, 계속해서 칼로 수박을 자르면, 흰 색 부분의 맛없는 섬유질이 구분되고, 수박 씨 또한 구별해 낼 수 있지. 바로 이러한 것이 필요한 부분을 골라내는 분쇄의 기본원리라고 할 수 있어. 즉,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분쇄라고 하는 고체를 잘게 부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지. 이처럼 가루를 만드는 일은 지구상에 사용되는 전체에너지의 5%가 분쇄에 사용된다는 보고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매우 중요한 일이지.

뿡뿡아.
최근에 휘발유가격이 올라가서 엄마 아빠가 걱정 하시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지? 최근의 우리 인간들이 사용하는 원료 중에는 석유와 가스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화력발전소의 경우라든지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는 석탄 에너지 즉,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그 석탄을 캐내는 곳을 탄광이라 하고 우리나라에도 강원도에 많은 탄광이 있었었지. 그리고 우리가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금, 은과 같은 귀금속도 금광, 은광과 같이 산속의 광물들 속에 들어있어.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금과 은 같은 것은 그 광물에서 귀금속 물질만을 따로 분리해 내는 것이야. 아무리 불순물이 적게 섞여있는 광물이라 할지라도, 100%의 금덩어리 은덩어리는 있을 수 없고 귀금속이 아주 적게 들어있는 돌덩어리에서 분리해 내는 것이야. 우리가 흔히 보는 연탄과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인 경우지. 따라서 돌덩어리에 섞여있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광물들을 그것만 골라내기 위해서는 분쇄라는 공정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서 광물질들을 잘게 부수어 필요로 하는 광물과 그렇지 않은 광물을 분리해 내는 것이지. 즉, 광산에서 필요한 물질들만을 뽑아내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 광물을 잘게 부수는 분쇄공정이라는 것이야.

그럼 곡식의 경우를 살펴볼까? 아주 오래전부터 분쇄법을 이용하여 각종 곡식을 만들어서 맛있는 떡이나, 국수, 빵 등을 만들어 먹은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 또한, 제사나 차례상에 올리는 청주나 탁주의 경우도 원래 곡식을 주원료로 하여 만드는 것을 알면, 분쇄라는 가루를 내는 조작의 기원은 곡식을 가루로 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 역시 우리주위에 먹거리 중에는 쌀가루, 밀가루, 녹말가루 등 가루된 것이 아주 많은 것처럼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에 가루에서 떡이 되고, 가루에서 빵이 되고, 가루에서 술이 되는 것이야.

뿡뿡아, 그렇다면, 가루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이집트문명의 시대의 벽화를 보면 돌 판에 밀가루를 펼쳐 롤러와 같은 돌로 분쇄하고 있는 그림을 볼 수가 있어. 그런데 예전의 사람들은 아마 몸 전체를 사용하여 롤러에 체중을 실어 밀가루를 분쇄하였겠지. 아마도 좋은 밀가루를 만드는 것은 분쇄하는 사람이 어떻게 롤러를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결정이 되었을지도 몰라. 그러면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밀가루의 성질이 달라지겠지. 그래서 발명이 된 것이 맷돌이야. 맷돌은 윗돌과 아랫돌로 되어 그 사이에서 곡식 알갱이가 부수어 지는 것이잖아. 맷돌은 그때까지의 분쇄기에 비해서 체중을 실을 필요가 없고 윗돌을 손으로 회전만 시키기 때문에 누가 작업을 하여도 같은 성질의 가루가, 이전보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이 만들 수 있게 되었지. 그 이후에 사람의 힘이 아닌 바람이나 물의 힘으로 맷돌을 회전시키는 같은 원리로 풍차나 수차, 즉 물레방아 같은 것이 발명되었고, 차츰 차츰 지금 형태의 분쇄기가 나오게 되었어. 지금도 맷돌과는 형태가 다르지만 밀가루를 만드는 공장이라든지 가루를 만들어 내는 곳에는 어느 곳에도 분쇄기가 사용되고 있지. 특히 요즘은 금속 롤러가 서로 안쪽을 향하여 회전하고 그 사이에 원료를 공급하여 롤러의 힘에 의해 분쇄물이 얻어지는 형태가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어.

그런데 이 분쇄라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너무 작은 입자는 만들어 내지 못하는 즉, 어느 크기 이상은 작아지지 않는 벽이 있어. 대체적으로 고체 알갱이를 그대로 분쇄하는 경우에는 1-2 마이크로미터가 한계라고 하고, 물이나 알코올과 함께 분쇄를 할 때는 0.1 마이크로미터까지 분쇄가 되기도 해. 최근에는 아주 작고 단단한 구슬과 함께 회전시키는 분쇄기가 나와서 그 구슬이 고체 알갱이를 부수는 역할을 하게하여 0.05 마이크로미터까지 작게 할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어. 이렇게 작아진 입자들은 우리가 먹는 약이라든지, 전자제품의 재료 등으로 쓰이는 등 아주 고가품으로 팔리기도 하지.

뿡뿡아.
오늘은 가루를 왜 만들고, 어떻게 만드는 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역시 가루를 만드는 분쇄라는 것도 우리가 모르는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지금까지 가루 박사님이 몇 달 동안 가루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 하려고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어떠했는지 궁금하구나. 그동안 잘 몰랐던 가루에 대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우리 주위에 가루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친구들이 할 수 있었다면 가루박사님은 정말 좋겠어. 그러면, 우리는 항상 가루와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잊지 말고 다음에 또 가루박사님과 만날 기회가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칠게.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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