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가져다 준 위대한 발명, 발견들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5-10-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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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에 근무하던 연구원으로서 2002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는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저명대학의 교수도, 박사도 아닌 학사 출신의 평범한 회사원이 노벨상 수상자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연구가 하고 싶어서 승진도 거부한 채 연구개발에만 몰두해 왔다는 사실도 귀감이 됐었다. 그의 업적은 레이저를 이용하여 생물체 내 고분자 단백질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 등이었는데, 실험 중에 우연한 실수를 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우연이나 행운이 발명, 발견의 중요한 계기가 된 사례는 매우 많다. 그 중에서도 사소한 실수가 뜻밖의 대단한 업적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노벨상의 제창자인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1833-1896)부터가 실험 중의 실수로 덕을 본 사람이다. 노벨 하면 흔히 다이너마이트만을 떠올리기 쉽다.
물론 다이너마이트는 ‘안전한 화약’으로써 광산, 토목 건설 등지에 널리 쓰였지만 폭발력이 약하고 연기가 많이 나서 군사용 폭약으로 쓰기에는 매우 부적절하였다.

보다 강력한 화약을 발명하려 노력하던 노벨은 어느 날 화약의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으로 실험을 하던 중 실수로 손가락을 베었다. 그는 당시에 액체 반창고로 널리 쓰이던 콜로디온 용액을 상처 부위에 바르고 실험을 계속하였는데, 니트로글리세린이 콜로디온 용액에 묻으면서 갑자기 모양이 변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노벨은 니트로글리세린과 콜로디온을 섞고 가열해서 투명한 젤리 상태의 물질을 얻었는데, 이것이 바로 다이너마이트보다 3배 이상의 큰 위력을 가진 폭파 젤라틴이다. 이를 바탕으로 군사용 폭약에 관한 연구를 계속한 그는 획기적인 성능을 지닌 무연화약(無煙火藥; 연기가 나지 않는 화약) ‘바리스타이트(Ballistite)’를 발명하여 소총, 대포, 기뢰, 폭탄 등에 널리 쓰이게 하였다.

오늘날 자동차 타이어, 구명보트, 장갑, 튜브, 벨트 및 각종 부속품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고무 역시 실수에서 비롯된 발명품이다. 고무나무의 수액을 모아서 만드는 천연고무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냄새가 많이 나고 날이 더우면 녹아버리는 성질 때문에 실제 생활에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이러한 천연고무의 결점을 없애고 지금처럼 여러 방면에 쓸 수 있는 고무의 제조 방법이 알려진 것은 찰스 굳이어 (Charles Goodyear; 1800-1860)라는 미국인이 일생을 걸고 고무 연구에 매달린 덕분이다.

거듭되는 실패와 가난 속에서도 그는 ‘고무에 미친 인간’이라 불릴 정도로 외곬으로 고무 연구에만 몰두하였는데, 하루는 고무에 황을 섞어서 실험을 해 보다가 실수로 고무 덩어리를 난로 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고무는 녹지 않고 약간 그슬리기만 했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은 굳이어는 고무에 황을 섞어서 적당한 온도와 시간으로 가열하면 고무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속된 연구 끝에 그는 ‘가황법’이라는 오늘날과 같은 고무 가공방법을 확립하였고, 이는 고무 공업 발전의 기초가 되었다.

발명자가 안타깝게도 자살을 했던 화학섬유 나일론(Nylon) 역시 우연한 실수가 계기가 되어서 나중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된 사례의 하나이다.

하버드대학 유기화학 강사에서 세계적인 화학회사 뒤퐁(Du Pont) 사 중앙연구소의 기초과학연구부장으로 스카우트 된 캐러더스(Wallace Hume Carothers; 1896-1937)는 고분자에 관한 연구를 주로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인공 섬유의 개발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그의 연구팀원 중 한 사람인 줄리언 힐(Julian Hill)이 실험에 실패한 찌꺼기를 씻어 내려다가 잘 되지 않자 불을 쬐어 보았는데, 뜻밖에도 이 찌꺼기가 계속 늘어나서 실과 같은 물질이 되었다. 이것을 본 캐러더스는 인공 화학섬유의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결국 나일론을 발명하게 되었다.
그 후 뒤퐁 사는 상품화 과정을 거쳐서 나일론을 공식적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석탄과 공기와 물로 만든 섬유’,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기적의 실’로 불리는 나일론은 여성용 스타킹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것을 비롯하여 의복, 로프, 양말, 낙하산 등에 널리 사용됐다.

실수가 계기가 된 위대한 업적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다나카 고이치 이외의 다른 노벨상 수상자에게도 유사한 사례가 더 있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의 발명으로 미국의 앨런 맥더미드(Alan G. MacDiarmid), 앨런 히거(Alan J. Heeger)와 함께 2000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시라카와 히데키(白川英樹) 교수 역시 마찬가지의 경우이다.
그가 도쿄공업대학 조교수로 재직하던 1970년대 초반에 유기고분자 합성실험을 하던 중, 연구에 참여한 한 대학원생이 촉매를 1,000배나 더 첨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이로 인하여 갑자기 은색의 광택을 내는 박막이 생긴 것을 발견하였고, 이 박막이 금속과 같은 특성을 띤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결국은 전도성 고분자(플라스틱)의 발명이라는 획기적인 업적을 이룩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실수가 가져다 준 발명과 발견은 화학 분야에서 비교적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물질의 합성 실험 등을 하던 중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을 그저 단순한 우연이나 행운의 산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작은 실수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눈 여겨 본 예리한 통찰력과,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부단한 노력과 끈기도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도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우리의 연구자들도 혹 실패와 실수가 생기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눈 여겨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이미지 위 : 고무를 난로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계기로 고무의 가황법을 발견한 찰스 굳이어

이미지 아래 : 실패한 찌꺼기를 씻어내려 불을 쬐다가 섬유처럼 늘어나는 것을 보고 나일론 발명의 계기를 제공한 줄리언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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