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은 ‘인간독감’이 될 것인가?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5-10-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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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이라는, 예전에는 별로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름의 전염병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세칭 조류독감이라 불리는 가축 전염병의 정확한 병명은 '가금(家禽) 인플루엔자'로서, 닭, 오리, 칠면조, 야생조류 등 여러 조류에서 감염되는 질병이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이러스(virus)의 일종으로서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조류에만 급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줄로 알았으나, 지난 1997년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변종에 감염되어 사망한 희생자가 홍콩에서 발생한 이후로 이 바이러스가 조류의 배설물 등을 통하여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중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조류독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간 감염사례와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스웨덴, 러시아 등 유럽에서도 조류독감이 발견되고 중동, 아프리카, 미주 지역에까지 확산이 우려되는 등, 바야흐로 전 세계가 조류독감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에 갑자기 번지기 시작한 조류독감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서 청둥오리 등의 겨울 철새들이 바이러스를 옮겨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여러 변종 중에서도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H5N1’으로, 조류 뿐만 아니라 이미 인간에도 감염되어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이 바이러스가 다시 변이를 일으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전염이 가능한 ‘인간독감’으로 발전하는 경우이다. 다행히 아직은 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들 사이에서도 전염된다는 확증은 없으나, 결국 인간독감으로 변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현재 인간에게 유행하는 독감과 조류 독감에 동시에 감염되는 환자가 발생할 경우 두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전자 교환 등을 통하여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만약 조류독감의 인체 간 감염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순식간에 수백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그 피해는 추정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관련 당국과 과학자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1918년에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킨, 이른바 ‘스페인 독감’과 조류 독감의 관계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주로 참전 군인들에 의해 전염된 스페인 독감은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다.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 정도가 감염되고 전체 사망자 수만 최소 2천 5백만 명에서 5천만 명까지로 추산되므로, 중세 이후로 가끔씩 유럽 전역을 황폐화시킨 흑사병(페스트)보다도 더 많은 희생자를 기록하는 악명을 떨친 셈이다.

이러한 스페인 독감은 그동안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조류로부터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만 제기됐었는데, 최근에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즉 미국의 연구팀이 1918년에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여 알래스카에 묻힌 한 사망자의 폐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채취하여 재생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 독감의 바이러스인 H1N1이 지금의 조류독감과 같은 종류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과학저널인 ‘네이처’, ‘사이언스’에도 논문으로 발표되었는데, 스페인 독감의 H1N1 바이러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변종 아미노산들을 현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과 일부 공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난 스페인 독감은 ‘사람 간에 전염이 가능한 조류독감의 일종’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결론이다.

조류독감의 가공할 위험성이 갈수록 다가오는 마당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리게 되었으며,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역시 더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지나친 흥분이나 막연한 불안감의 유포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더욱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즉 정부 당국은 과거에 비슷한 사안 등에서 되풀이되었듯이 국민을 안심시킨다는 명목으로 무조건 은폐하거나 축소시키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관련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적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백신의 확보 및 여러 대응책 마련 등에서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반 대중들 역시 관련 축산제품을 무조건 멀리하는 등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정확한 지식을 알고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조류 독감 사건은 우리의 방역 능력과 아울러 국가적 ‘위험 커뮤니케이션’ 및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지도 모른다. (글 :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조류독감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통닭이나 오리고기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조류독감은 바이러스성 질병이기 때문에 공기 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한 접촉 등을 통해 전염될 수는 있지만 음식을 섭취해서 감염되지는 않는다. 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 이상의 온도에서 30초 이상 가열하면 100% 죽는다. 따라서 통닭이나 오리고기를 먹는다고 전염되지는 않는다.

2. 생닭, 육회는 안전하지 않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고기 자체에는 없으며 변이나 분비물 등에만 존재한다.
또 조류독감은 공기 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이미 죽은 닭, 오리에서 공기전염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3. 병든 닭을 먹으면 감염된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은 3일 이내에 죽는다. 조류독감은 호흡기나 공기 전염을 통해서만 감염되고 음식으로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

4. 조류독감으로 죽은 닭, 오리 고기로 만든 요리를 식당에서 팔 수 있다?
조류독감으로 죽은 닭, 오리는 털을 뽑을 수 없을 만큼 경직되며 털을 뽑는다 해도 살색이 붉어져 상품성이 없다. 또 감염된 닭은 도살처리되며 정식 인증을 받은 도계장에서만 잡기 때문에 안전하다.

5. 계란을 먹는 것도 위험하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은 알을 낳지 못한다. 또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알에 전혀 없다. 설령 껍질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 하더라도 판매전에 세척과 소독을 하는 과정에서 없어진다.

  • Dr.도무지 ()

      이 글에 보충설명과 부탁을 하고자 합니다. 우선 스페인 독감과 현재 유행을 우려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 사이에는 H1N1형과 H5N1형이라는 유전적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N유전자 즉 Neuramidase 유전자의 염기서열 분석결과 조류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는 molecular base에서의 추정이 좀더 확고해졌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조류에서 직접 유래했다고 말을 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 사실을 공표한 학자분께서도 학회에서 말씀하신 바입니다.

    두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실제 조류독감의 증례를 먼저 발견하고 파악할 수 있는 수의사들에게 좀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달라는 것입니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실제 현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의 의심사례를 발견하여 보고한 것도 바이러스의 유전형을 밝혀내고, 분리하여 CDC에 송부한 것도 역시 수의사였습니다.

    그러나 SARS와 조류인플루엔자를 이유로 조직이 강화된 것은 어디입니까?

    국립보건원이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로 승격되었지만 우리는 업무량은 시간이 갈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지원은 오히려 줄어가고 책임행정기관에서 제외되어 예산자율권을 잃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젠 팀제라는 이유 아래 조직을 더욱 축소하려 하고 있습니다.

    질병의 발생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질병자체를 연구해야 실제 발생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습니다. 손자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지 않습니까? 외국에서 정보를 받고, 그것을 실험실에 적용하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미리 해나가야 합니다.

    수의연구조직과 현장을 통제하는 수의행정조직에 더 많은 권한과 조직확충 등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연구기관이었던 국립수의과학연구소와 동물검역소 통합이후, 인력충원 사례를 봐도 연구인력의 확충은 지지부진하고, 수의행정직도 공항만 검역인력인 7급의 인력지원에만 그쳤다는 점을 꼬집고 싶습니다.

    졸이 있으면 졸을 움직일 장이 있어야 합니다. 연구관대 연구사의 비율, 사무관 이상과 주사이하의 비율을 비교하면 알 것입니다.

    질병은 정부내 소수 과학자집단과 수의사들의 의무감과 희생정신만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 Life Science ()

      선생님의 답변은 잘 읽었습니다만 한가지 빠진 것이 있습니다. 우선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조류독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즉 조류독감이라는 실무적인 일을 하는 곳은 말씀하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입니다. 더구나 유전형을 밝힌 사람도 수의사라고 하셨는데.. 당연히 수의과학검역원(이하 검역원)에서 밝힐 수 밖에 없지요..그리도 CDC는 미국을 말하시는 것 같은데 실제 HPAI를 보낸 곳은 한국 CDC입니다. 즉 검역원에서 직접 보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검역원이나 질병관리본부..;전부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이 무슨 연구입니까? 열심히 놀려고 하지..ㅡㅡ; 하다 못해서 권위있는 SCI 논문에 내는 연구사 혹은 연구관이 있습니까?

    진짜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욕하지 말하주십시요~~

  • Life Science ()

      좀더 보충설명을 하자면 SARS가 검역원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아무리 사향고양이가 숙주라고는 하지만 사람으로 옮기는 순간 검역원에서 질병관리본부로 그 관리가 넘어갑니다. 그리고 HPAI가 만약 사람으로 infection되면 이 역시 검역원에서 질병관리본부로 넘어갑니다.

    다시 말해서 뉴캐슬이 발병해서 조류가 다 죽어 나가도 질병관리본부는 그냥 주시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열심히 하시는 수의사 분들도 계시지만...제가 보기엔 검역원이건 질병관리본부이건..전부 특별히 결과가 나와서 주도 하는 기술은 없지 않습니까?

  • Dr.도무지 ()

      비유가 적절하지 못한 댓글을 다셨습니다. 인신공격성 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해가 있는 부분은 해결해야겠지요.

    HPAI를 분리하여 보내준것은 우리쪽입니다. 물론 그 절차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인든을 떠나서 분리하여 보내준 것은 분명히 우리쪽입니다. 바이러스 분리후 해외에서 바이러스를 분양해 달라는 수많은 연락을 받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그대로 보건원과 CDC, OIE에 보내줬습니다.

    사람에 감염되었다고 검역원이 손을 놓는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답변 자체가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권위있는 SCI 논문에 내고 싶어도 연구환경이 그렇게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phylogenetic analysis에서 흥미로운 점을 찾아내고, 이것을 밝혀내기 위해서 기초연구과제를 제안하면 기각당합니다. 진단법이나 개발하라고 합니다. 시급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더군요.

    이곳의 하드웨어는 정말 세계적 수준입니다. 연구비도 이 정도면 절대 모자라지 않습니다. KCDC는 어떤지 몰라도 여긴 놀고 있는 사람 없습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게다가 늘 속상한 것은 3년마다 rotation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바닥에서 일해보셨으면 알겠지만 적어도 2년-3년을 파야 뭔가 거리를 찾아내고 페이퍼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작년 요맘때 첫번째 페이퍼를 내면서 맥주잔 높이들고 외쳤습니다. "우리팀 이대로 3년만 내버려둬봐! 우린 곧 세계 leading group이 된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있어 팀이 해체되었습니다. 외국 연구기관에서 colaboration 제안도 다 물거품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랍니다. 짐을 싸서 랩을 옮기는데 하늘만 봤습니다. 속상해서 눈물이 날까봐. 내가 데리고 있는 학생들이 그거보고 동요할까봐 그랬습니다.

    저는 아직도 일반행정직이나 기술행정직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왜 저렇게 시스템이 돌아가야 하는지... 연구하는 사람들도 3년마다 안돌리면 부패하나요?

    얘기를 다시 돌아와 진단법의 부분에서는 이미 세계 최초로 구제역을 야외에서 10분안에 진단할 수 있는 pen-side test kit을 개발해 이미 상용화했고, 조류독감의 경우에도 개발은 세계 첫번째였으며, 구제역과 유사 질병인 돼지수포병의 virus-like particle을 발현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진단법을 만들어냈고 조만간 국제공인진단법으로 등재될 것입니다.

    구제역과 돼지콜레라에 대해서는 국제표준연구소로 곧 등재될 예정입니다. 놀고 있다구요?

    저만해도 지난 최근 3년간 등재된 SCI논문이 2편, 금년도 proceeding중인것이 3편, 등록된 특허가 국내 4건 국제 2건입니다. 놀면서 해보십시오. 과연 이정도나 3년마다 연구실 옮겨다니면서 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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