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나타난 미래의 에너지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7-02-2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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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과학기술이 반드시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에너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언제가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석유, 천연가스 등이 점차 고갈되어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는 만큼, 인류 전체가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다.

인류의 에너지 문제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상당수 SF영화 등에서도 인류의 차세대 에너지라고 할 만한 것들을 나름대로 여러 가지 묘사하고 있으므로 흥미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기술계에서 연구해 오던 미래의 에너지 수단 등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SF영화중에서도 ‘우주여행’에 관련된 몇몇 좋은 영화들은 특히 첨단과학기술들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지구를 떠나서 우주라는 광활하고도 극한적인 환경을 헤쳐 나아가기 위해서는 온갖 첨단과학기술들이 총동원되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달과 화성 탐험, 우주왕복선 및 우주정거장 건조 등 우주개발에는 당대의 첨단과학기술이 집약되어 왔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민간부문에 응용되어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우주여행 관련 SF영화에서 나오는 우주선의 에너지 수단으로는 수소를 연료로 한 핵융합반응을 이용한 것이 많이 나온다. 우주선의 엔진이 핵융합반응을 이용한 추진력을 이용하는 것으로 꼭 명시되지는 않더라도, 핵융합 에너지장치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현재의 화학로켓연료보다는 훨씬 효율이 높고 막대한 에너지를 낼 수 있으며, 핵융합기술이 미래의 유력한 새로운 에너지 수단으로 꼽히면서 각국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일 듯싶다.

물론 오래전부터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핵융합반응에 아직 성공한 적은 없으며, 설령 실험실에서 초보적인 수준으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제의 에너지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실용화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또한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도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주선의 동력 수단으로서 핵융합 장치 이외에도 '태양 광선을 이용한 우주항해(Solar Sail)' 등 여러 가지가 SF에서나 현실의 연구에서나 함께 거론되기도 하는데, 그중 흥미 있는 것으로서 ‘반물질’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즉 물질과 반물질이 쌍소멸을 일으키면서 전환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발상인데, '스타 트렉(Star Trek)'에 나오는 우주선이 이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스타 트렉은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TV 시리즈로 제작, 상영되어 큰 인기를 모았고, 그 후 재방영과 속편 시리즈가 여러 차례 이어진바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상영된 적이 있다. 또한 1979년에는 ‘Star Trek: The Motion Picture'라는 제목으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스크린에 옮겨서 할리우드 SF영화로도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스타 트렉은 23세기를 배경으로 하여 미지의 별들과 생명체를 찾아서 모험을 거듭하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Enterprise)'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반형의 선체와 두 개의 긴 엔진이 장착된 모양의 엔터프라이즈호는 SF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우주선으로 선정된 적도 있다. 온갖 최신 무기와 첨단기술로 무장한 이 우주전함이 광속 이상의 속력을 낼 경우에 이용하는 엔진이 바로 물질-반물질 반응엔진이다.

일부 사람들은 반물질하면 과학적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거나 신비적인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물질은 이미 양자역학의 완성자로 꼽히는 이론물리학자 디랙((Paul Adrien Maurice Dirac; 1902-1984)이 그의 방정식을 통하여 존재를 예견한 것으로서 이후 반물질, 즉 반입자에 해당하는 몇 가지 소립자들이 발견되었다. 즉 양성자와 질량은 같으나 음의 전하를 지니는 반양성자, 전자와 질량이 같으나 전하는 정반대인 양전자 등이 바로 반입자들이며, 미국 페르미 연구소와 같은 거대한 충돌형 입자가속기 시설에는 반입자를 만들어내고 저장하는 장치와 방법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주여행 시의 우주선 연료 혹은 새로운 에너지 수단으로서 물질-반물질 반응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미국의 최우수 과학도서로도 선정된바 있는 ‘스타 트렉의 물리학’(로렌스 M. 크라우스 지음)을 보면 이것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는데, 아직은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물질-반물질 반응에 의한 쌍소멸 에너지를 우주선의 추진 연료로 사용하려면 먼저 반물질을 대량으로 생성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이를 우주선에 장착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하고 복잡하다. 반양성자, 양전자 등과 같이 전하를 띤 반입자를 저장하려면 핵융합 연구 시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어두는 토카막 장치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고리모양의 자석이 필요하다. 페르미 연구소와 같은 거대 입자가속기 시설에서나 가능한 장치를 우주선에 장착하기는 너무도 어려울 듯하다.

또한 설령 그와 같은 장치를 보다 소형화하여 우주선에 성공적으로 장착했다고 해도, 반물질의 원료를 어디로부터 얻느냐는 역시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나온다. 우주 공간에는 반물질이 그다지 풍부하게 많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물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어서 반응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즉 반입자를 만드는 데에 드는 에너지가 입자-반입자 반응을 통하여 얻어낼 수 있는 에너지보다 훨씬 클 것이기 때문에 우주선의 연료나 새로운 에너지 수단으로서 현재로서는 아무런 의미나 가치가 없다.
현재의 관련 기술 수준에서 보면, 물질-반물질 반응을 이용하여 전구 한 개를 밝히는데 드는 비용이 미국 정부의 1년 예산보다 많다고 하니, 이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기에는 대단히 요원하다고 하겠다.

에너지 수단 중에서도 우주에서 먼저 쓰인 기술이 응용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연료전지(Fuel cell)'이다. 연료전지란 수소가 전극과 반응하면서 전자를 잃고 이온이 전해질을 통과하여 산소와 결합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것으로서,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이므로 전지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원리적으로는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와 산소를 얻는 과정의 정반대인 셈인데, 최근 연료전지가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 수단으로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차세대 에너지 수단으로 꼽히므로 일반 대중들은 연료전지 자체가 매우 최근에 발명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이미 150여 년 전에 밝혀진 것으로서 그 역사는 도리어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길다. 연료전지가 실제로 사용된 것은 1960년대 들어서인데, 달 탐사 등을 위한 우주선의 전력원으로 이용되면서부터이다.

차세대 자동차의 연료, 노트북이나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등에 적용하기 위한 연료전지가 활발히 연구 개발되고 있으며,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배기가스 배출이나 시끄러운 소음 등이 거의 없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국내외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연료전지 자동차가 대중화되기에는 아직 여러 기술적, 경제적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문제가 중시될 미래사회에서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지금의 가솔린 자동차를 대체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전망을 감안하여서인지, 여러 SF영화들을 보면 연료전지 자동차가 미래 사회의 대중화된 자동차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톰 크루즈 주연,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에서는 여러 가지 화려한 첨단과학기술을 선보인 바 있는데, 거기에서 눈길을 끌었던 빨간색의 멋진 차가 바로 연료전지 자동차로 나온다.
게리 시나이즈가 주연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 2000)는 우주여행 관련 SF영화 치고는 평단으로부터 매우 혹평을 들은 바 있다. 이 영화를 보면 화성으로 떠나기 전에 우주비행사들이 모여서 파티를 한 후, 헤어지는 길에 한명이 가솔린 스포츠카에 오르면서 ‘연료전지 차는 너무 밋밋해서 차타는 맛이 안 난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즉 미래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화된 값싼 연료전지차를 타고, 부자나 일부 애호가들이 ‘명품’을 즐기듯 일부러 비싼 가솔린 자동차를 타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차세대 에너지의 연구 개발 문제를 다룬 보기 드문 SF영화로서, 키아누 리브스 주연,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의 ‘체인 리액션(Chain Reaction; 1996)’이 있다. 영화로서는 그다지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국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으나, 과학기술적 측면에서는 눈여겨 볼만한 것들이 적지 않은 매우 우수한 영화로 꼽을 수 있다.
시카고 대학의 이공계 대학원생인 주인공 에디(키아누 리브스 분)는 실험을 하다가, 전자 키보드에서 흘러나온 음파가 액체 관에 작용하면서 불빛과 연쇄반응이 이어져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새로운 에너지는 공해가 없고 적은 원료로 막대한 양을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고갈되어 가는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인데, 실험이 성공하여 연구 결과의 공식 발표를 앞두고 주인공은 암살 협박을 받게 되고 실험실은 대폭발에 휩싸여 날아가 버린다. 실은 오래 전부터 이 연구를 비밀리에 진행해 온 미국 정부가 향후 상업적인 이용 등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우려 때문에 관련 과학자들을 제거하려던 것이었는데, 주인공은 이러한 정부의 음모에 맞서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관련 과학자들의 자문을 철저히 받아서인지, 과학기술적으로 잘못되거나 허황된 부분이 거의 없고 여러 과정이 매우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영화에서처럼 액체에 특정의 음파를 쏘아주면 빛이 나오는 현상은 물리학적으로 실제로 있는 현상인데, Sonoluminescence 즉 ‘음파발광’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꽤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고 최근에는 여러 물리학자들이 이를 이용하여 높은 열과 에너지를 생성하려는 연구를 실제로 진행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미국의 몇몇 과학자들이 초음파 진동으로 액체의 온도를 수백만도 이상 상승시켜 시험관 속에서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는 주장을 하여 영화 ‘체인 리액션’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인가 의아해한 적이 있는데, 아직 명확하게 입증된 바는 없다.
꼭 음파 발광 방식이 아니더라도, 초고온과 여러 난해한 기술들을 동원하지 않고 상온에서도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른바 ‘저온 핵융합’ 연구는 아직도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이 매달리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이것에 정말로 성공한다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세주가 되겠지만, 그간 여러 차례 과장되거나 잘못된 발표가 나온 적이 있어서 자칫 ‘양치기 소년’ 취급 받기도 하므로, 영화 속의 장면들을 쉽게 기대하기는 힘들 듯하다.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 이미지 위 : 반물질 반응 추진 엔진을 갖춘 스타 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
이미지 아래 : 영화 체인 리액션의 한 장면(새로운 에너지 발생장치를 들고 있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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