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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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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눈 오는 출근길-2006/2007 겨울 (곧 봄이다)

과연 BT (biotechnology) 분야가 경제를 성장시켜줄 새로운 엔진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아직도 의구심이 많이 드는 가운데, 해당 분야 중 작은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의공학의 일편 중 필자가 공부하며 알게 된 것을 대화해 보고 소통하자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고 노재영 박사의 후담부터가 될 것 같다.

나노 인덴테이션 기구에 착안, 해면골(trabecular bone) 및 치밀골(cortical bone)과 같은 골격 조직(skeletal living tissues such as bone)의 나노 스케일 단위 물성치 측정에 관해 창의적이고도 기발한 실험 결과를 발표해 왔던 '재(Jae, 고 노 재영('Jae' Young) 박사의 미국식 first/given name)'는, 2002년의 연말 43세의 젊은 나이로 부인과 어린 가족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장 마비(heart attack)였다. 따라서, 그와의 3인 공동 연구는 중단되었다. 2003년, 존 커리(John D. Currey) : 지나간 얘기 중 발췌

노재영 박사에 관한 얘기를 한 후 그 분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필자 역시 실험하고 공부해야할 학생 입장에서 글쓰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05년 어느 가을 MMP (Matrix Metaloproteinase) 중 하나를 복제(clone)한 것으로 유명한 테네시 의과대학의 정형외과계 연구자 중 하나인 캐런 헤이스티 (Karen A. Hasty) 실험실에서 두 명의 젊은 연구자가 찾아왔다.

한 명은 중국인, 다른 한 명은 한국인. 그 한국인 연구자 조 박사인데 같이 데리고 온 중국인이 고 노재영 박사의 제자라고 소개시켜 주었다. 중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에 와 다시 공대의 의공학 프로그램에서 박사 과정(PhD)에 입학했던 그 중국인은 지도교수였던 고 노재영 박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실험실을 옮기게 되었고 현재의 헤이스티 연구실에 소속되어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재영 박사의 나노인덴테이션 실험이나 몇 편의 유명한 논문들 때문에 그 분의 직속 제자였다고 한 그 중국인으로부터 큰 기대를 했었는데, 짧은 공동 실험 기간동안 그에게 많은 것을 알아내거나 친밀감을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노재영 박사에 관해 상세히 얘기해준 조 박사와 실험 진행이 더 수월했고 마침 척추 조직에 포함되어 있던 섬유질과 세포들을 추출하여 체외배양하는 실험을 함께 하게 되었다.

조 박사가 주도되어 케런 헤이스티 랩에서 추구했던 실험의 목적은 체외에서 펠릿(Pellet) 상태의 3차원 배양 및 해당 실험실 특유의 프로토콜을 이용하여 척추의 섬유테(anulus fibrosus) 조직을 체외 배양해 보자는 것이었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었던 부분은 조 박사 실험의 일부 중 체외에서 유도된 섬유테 조직 샘플의 기계적 강도가 얼마나 되는지, 충분히 강건한 지 여부를 측정하는 것과, 더불어 주기적으로 수압을 가해 세포에 자극을 주면 보다 더 원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세포가 유도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해 주는 일이었다(해당 실험의 결과는 2007년에 개최될 정형학회에 띄워졌다고).

공동 실험을 하면서 머릿 속을 떠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면, 어떻게 신은 내게 노재영의 제자와 그의 동료 한국인 연구자를 보내주게 되었을까, 왜 잊고 있던 노재영 박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저 바닥이 좁고 비슷한 지역에 우연하게 위치해 있었던 관계로 한 두번쯤 마주칠 수도 있을 확률이 없을 수 없겠으나, 매우 뜻 밖의 인연(고 노재영, 그의 마지막 제자인 중국인 의사, 그리고 반가운 조 박사)인 셈이다.

연구자가 실험하면서, " 내 분야, 생명공학 부문은 미래 경제를 견인해 줄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인가? " 와 같은 큰 의문을 가지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 큰 그림은 오히려 과학행정을 하는 이들의 몫이 될 수도 있겠으나, 결국 과학행정이라는 것도 실험실에서 과학연구를 해 오던 이들이 그림을 그려줄 때 더 빛을 발할 것임은 틀림이 없을 것이고, 작은 나무 가지에 집중하는 한편 큰 숲을 볼 수 있는 여유도 가진다면 바람직하겠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 하던 중 다행히 한 군데서 박사후 과정으로 받아줄테니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뼈 분야에서 영향력있는 이가 있다고 하는 어디 의대에 일본인 연구자가 한 명 있었다. 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서 보조받는 연구과제가 복수개로 전도가 유망한 실험실로 온 것을 환영한다고 환영파티까지 열어주어 기쁜 맘으로 일하던 중, 뜻 밖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학생 신분을 탈피한 관계로 외국인의 경우 연구원 비자(J)를 받든지 취업 비자(H1B)를 받든지 해야하는데, 미리부터 이런 저런 상황을 우려하여 일찌감치 졸업도 하기 전에 그쪽으로 가겠노라고 여유를 두고 행정처리를 하려니 믿고 있었더니 7, 8월이 한창 방학 때라 교직원들도 번갈아가며 휴가를 가는 관계로 아직 비자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리 좀 알려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졸업 후 유예기간(grace period, 60일)도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리부터 재학 시절 옵셔널 트레이닝(OPT)과 같은 미래 계획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했었어야 했다.

방법은 그쪽 일본인 교수를 믿고 그저 기다리는 길이 하나 있고, 기왕 믿었다 뒤통수 맞게 생겼으니 스스로 길을 다시 개척하는 편이 하나 남았다. 다행히 한군데 접촉하던 곳이 있었는데 빈자리가 잠시 생길 듯 하니 오라고 하여 부랴 부랴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빠른 행정처리를 해주겠노라는 다짐을 받고서야 짐을 다시 꾸리는데...

한 여름, 서너달 사이 이사짐만 두 번 싸게 되면서 이동 거리만 해도 대륙 반동강은 횡단하는 동선이 되어 버렸고 한번 제대로 조율되지 못한 계획이 가정사에 어떤 힘든 결과를 가져다주는 뼈저리게 배울 수 있었던 체험이 되었다. 바이오 및 제약분야의 많은 연구자와 업체들이 있다는 보스톤 지역에서 거의 텅 빈 주먹으로 다시 뭘 시작해야하나? 이제는 정형외과계로부터 멀어져 신경외과(neurosurgery)로 분야마저 바뀌게 되었다. 실패하는 이들이 들어가는 첫 걸음이 이거 찔끔, 저것 찔금하면서 죽도 밥도 안되는 그런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데 내 꼴이 딱 그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뼈 하던 이가 웬 뇌혈관에 수두/수막증? 돌팔의에 믿지 못할 엔지니어가 따로 있겠나?

어제 그제 며칠간 도날드 잉버와 쥬다 포크만의 강연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과 만났다. 주로 얘기하기 보다 들었다. 유명하고 힘 세다는 사람들을 훨씬 자주 보다 보니 이제 면역이 생겨 별로 감동이 오지 않는다. 다만 기가 죽거나 주눅만 더 드는 듯 하다.

어차피 그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을 하면서도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 꿈에도 그리던 잉버(?)가 이제는 전혀 그립지 않고 스트레스의 대상이다. 일단 세포 빌려준다고 했으니 기다려 보기로 하자. 괜히 그의 tensegrity model에 관해 질문 던졌다가 개망신만 당했다(?).

물론 아무도 질문을 안 하길래 그나마 이해하고 먼저 그의 논문을 접했던 이는 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약간의 교만과 자신감 속에,

(나) " So the type of external forces would be differentially transduced into the cell, thereby, the response of the cytoskeletal elements in mechanotransduction of ankorage dependent cells is selective? In other words, if the type of external forces is compression, then the compression-beaing element of CSK, which is microtubule starts getting involved with transduction of the signals, in this case, the externally imposed compression, and becomes the major player responsible for intracellular traffic? Is this understanding correct? "

(잉버) " No, it's not that simple. You, you... do not simplify my theory and thoughts."

(나) " . . . "

- 계속 -

  • 최희규 ()

      전 이글을 읽으니 왠지 부러움이 ㅋㅋㅋ ^^
    화이링 입니다 !!!

  • 샌달한짝 ()

      어설픈 BT하다가 RT(robotics)로 전향한 저로서는..
    BT에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빨리빨리 문화에 이식이 잘된 IT와는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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