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첨단 정보 기술 및 감시체계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7-06-1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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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 관련 기술 등은 인간의 생활상을 바꿔놓으면서 많은 편리함을 선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자주 제기된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첨단의 온갖 감시기술 등에 관한 논란이다.
지하주차장, 은행의 현금지급기, 백화점과 편의점 등은 물론이고 아파트의 출입구 및 엘리베이터, 심지어 대중시설의 화장실 및 탈의실에까지 CCTV나 카메라가 설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범죄의 예방이나 수사, 사회의 안녕 유지 등 공익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이용되는 경우도 많지만, 지나친 감시와 통제로 인하여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크고 예상 밖의 커다란 피해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어서 자주 논란이 되곤 한다. 최근에는 특정의 시설이 아닌 거리 곳곳과 골목길 등에도 방범 등의 목적으로 CCTV 시스템이 설치, 운영되고 있는데, 효과를 떠나서 ‘카메라에 찍히고 싶지 않은’ 일반 사람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보기술에 의한 감시 문제 등이 거론될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빅 브라더’이다. ‘1984’는 미래 정보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로 유명한데, 이 소설에서 ‘빅 브라더(Big Brother)'라는 지배층은 감시시스템을 이용해서 그 사회를 엄격히 통제하는 등, 첨단의 정보기술을 이용해서 소수가 다수를 감시하고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사회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1949년에 발표되었으므로, 조지 오웰이 먼 훗날이라 생각했던 1984년도 이미 20년이 더 지났지만, 그가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등장시킨 빅 브라더라는 존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으며,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소설 1984는 이미 두 번이나 영화로도 나온 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1956년에 첫 작품이 나온 후, ‘당해 년도’인 1984년에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 존 허트와 리차드 버튼 주연의 영화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미래의 정보기술을 소재로 한 영화로서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고, 추후에 관련 문제에서도 자주 인용되었던 영화로서 1995년에 나온 어윈 윙클러 감독, 산드라 블록 주연의 ‘네트(The Net)’가 있다.
주인공인 안젤라 베네트(산드라 블록 분)는 미모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새로 나온 소프트웨어의 바이러스나 에러를 분석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 그녀는 취미로 인터넷의 컴퓨터광들과 채팅을 하고, 식사나 항공권 주문 등도 PC 망을 통해서 하는 등,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안젤라에게 어느 날 동료 프로그래머 하나가 새 인터넷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면서 분석을 의뢰하는데, 겉으로는 평범한 음악용 소프트웨어인 듯 보이지만 거기에는 연방정부의 극비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고, 동료는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죽고 만다. 휴가를 떠난 안젤라는 어떤 수상한 남자를 만난 이후로 자신의 존재가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모두 지워진 사실을 발견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여권, 신용카드 등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만한 것들을 모두 도둑맞은 그녀는 도움이 될 만한 주변 사람들마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녀는 자신을 음모에 빠뜨린 정체모를 집단과 긴박한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 내야만 하는 힘든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작년에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좀 다르지만 거의 같은 주제의 속편이라 볼 수 있는 ‘네트 2.0(The Net 2.0)’도 나온 바 있다.
이 영화에 적지 않은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것은, 국민들의 온갖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관리하려는 이른바 ‘전자주민카드 제도’ 등이 실현되었을 때에 어떤 위험과 부작용이 올 수 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는 점으로서, ‘전자 파놉티콘(Panopticon)’ 관련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파놉티콘이란 산업혁명기인 18세기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Jeremy Bentham)가 고안한 특수한 형태의 감옥을 말한다. 즉 간수는 높은 탑에서 죄수를 감시할 수 있지만 죄수는 간수가 감시하는 것을 알 수 없는 특수하게 설계된 원형의 감옥을 파놉티콘이라 이름 지었는데, 그는 이러한 구조의 건축물이 감옥 뿐 아니라, 교회, 학교 등에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Michel Foucault)는 이러한 파놉티콘의 원리가 현 사회의 감시와 통제의 기본이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파놉티콘과 똑같은 구조는 아니지만, 방 안의 죄수는 유리창을 통하여 바깥을 볼 수 없는 반면, 바깥의 사람들은 유리창을 통하여 안쪽의 죄수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특수한 시설이 영화나 TV드라마 등에서 가끔씩 나온다.
약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 정부에서 추진하였던 '전자주민카드 제도'가 바로 파놉티콘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정부 측에서는 편리성과 관련 산업의 이익을 앞세워 추진하려 했고, 시민단체에서는 정보의 집중화에 따른 위험과 감시, 통제의 확산 등 오남용, 그리고 해킹과 같은 중대사고 시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 등을 들어 강력히 반대하면서 한동안 논쟁이 계속되었다. 결국은 정부 측에서 전자주민카드 사업의 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르러 일단락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시행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꼭 전자주민카드가 아니더라도 사회학자들은 벤담과 푸코의 개념을 빌어 국민의 신상 및 신용 등에 대해서 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발상은 '전자 파놉티콘'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영화 '네트(Net)'는 바로 이 전자 파놉티콘이 현실화하였을 때, 해킹 등에 의한 부작용과 위험성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나, 앞으로 이른바 유비퀴터스 사회가 도래하고 RFID(Radio Frequency ID) 기술 등이 대중화된다면, 전자 파놉티콘의 편리성 등을 강조하면서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될지도 모른다.

CCTV를 비롯한 감시 카메라 등이 워낙 일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오늘날,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이나 대중들에게 노출되지 말아야할 은밀한 것들마저 ‘몰래 카메라’에 찍혀 공개되는 것 아닌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씩 연예계나 정치권 등에서 몰래 찍은 동영상이나 음성 녹음 등이 공개되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심각한 일은 아니지만, 대중들에게 가볍게 웃음을 주는 차원에서 최근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몰래 카메라’ 코너가 부활하여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몰래 카메라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바로 1998년에 나온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이다. 코믹 연기로 유명한 배우인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에서는 주인공이 방대한 감시카메라 시스템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면서 사생활이 박탈된 채 세상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분)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분명하다. 그는 한 여인과 결혼하여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며, 어린 시절 아버지가 물에 빠져 익사하는 것을 본 후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익사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길에서 만나게 되고, 더구나 그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대학시절 자신의 이상형으로 생각했던 첫사랑 여인에게서 알 수 없는 얘기를 듣게 된다.
실제로는 그는 하루 24시간 생방송 되는 이른바 ‘트루먼 쇼’의 주인공으로서,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그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어른이 되어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지금까지 일거수일투족을 TV를 통해 보고 있다.
정작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그는 모든 이들이 다 아는 스타이며, 그 주변의 모든 인물, 즉 친구, 부인과 가족들조차 다 배우이고 그가 사는 곳은 바로 스튜디오이다. 결국 첫사랑 여인으로부터 모든 것이 가짜임을 알게 된 트루먼은 물에 대한 공포증을 무릅쓰고 바다로 향하게 되고, 결국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바깥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빅 브라더’ 류를 떠올리게 하는 가장 최근의 영화로는 2005년에 나온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를 꼽을 수 있다. ’매트릭스‘로 유명한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한 이 영화는 여주인공 나탈리 포트만의 삭발 연기가 당시 화제에 올랐는데, 매트릭스 시리즈와 주제가 똑같지는 않지만 여러모로 비교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매트릭스에서 악당 연기를 했던 휴고 위빙이 가면 뒤의 남자 주인공 ’가이‘ 역을 맡는가 하면, 동일한 주제의 영화 ’1984‘에서는 통제 사회의 희생자인 주인공으로 나왔던 존 허트가 여기서는 빅 브라더를 연상시키는 독재자로 나온 것도 흥미를 끈 바 있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인 2040년 미래의 영국 사회는 소설 ‘1984년’에 나오는 것보다 더한 끔찍한 전체주의 사회이다. 거리를 비롯한 모든 장소에는 카메라와 녹음 장치 등이 설치되어 감시를 받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마저도 철저히 통제를 받으면서 살아가게 된다. 정부 지도자와 정치적 성향 뿐 아니라 성적 취향, 피부색 등이 다른 사람들마저 ‘정신집중 캠프’로 끌려가서 사라지지만, 겉으로는 매우 평온하고 질서(?) 있는 생활이 유지되며, 아무도 이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날 밤, 정부 요원으로부터 성추행의 위험에 처한 주인공 소녀를 뛰어난 무예 실력을 지닌 ‘V'라는 남자가 홀연히 나타나 구해주게 되는데, 먼 옛날 영국 국회의사당 폭파 미수범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쓴 이 남자는 악의 세력을 응징하며 사람들을 모아서 강요된 침묵과 폭력, 압제에 맞서 싸워 세상을 구할 혁명을 계획하고, 여주인공은 진실을 깨달으면서 그에게 이끌려 혁명에 동참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400년 전인 1605년에 정부의 독재에 맞섰던 화약음모사건의 주도자였던 무정부주의자 가이 포크스를 롤모델로 삼은 것이 좀 특이하나, 마지막에 가이 가면을 한 수십만 명의 민중들이 행진하면서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는 시민혁명을 재현한 점이 일견 가슴뭉클하게 다가오며, 또한 막대한 화약의 폭발음 대신에 울려 퍼지는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장엄서곡)’이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던 영화이다.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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