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나오는 각종 첨단 무기들의 실체와 가능성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8-02-2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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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SF영화나 관련 액션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의 하나가 바로 각종 첨단무기이다. 고도의 과학기술을 응용한 이들 무기들은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하거나, 재래식 무기들의 한계를 뛰어 넘어 과거에는 상상하기 조차 어려웠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곤 한다. 또한 이들 중에는 이미 비슷한 것들이 개발되고 있거나 실전 배치 단계인 것들도 적지 않다. 영화에 나오는 각종 첨단 무기들의 실체와 그 과학기술적 원리, 그리고 실제의 가능성 등을 살펴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듯싶다.

근육질 스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척 러셀 감독의 영화 ‘이레이저(Eraser; 1996)’는 첨단의 신형 중화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 정부와 방위산업체, 정보기관, 국제 범죄조직 간의 음모와 암투 등을 그리고 있는 액션 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된 신형 무기가 바로 EM건, 일명 레일건(Rail Gun)인데, 화약을 이용하여 발사하는 기존의 무기와는 원리가 다른 새로운 방식의 특수한 총이다.
즉 레일건은 EM 표준 원형 무기로서, 전자 자석 펄스 방식으로 알루미늄 탄환을 초음속으로 연속 발사할 수 있으며, 또한 X 레이 감지로 장애물을 꿰뚫고 표적이 되는 사람의 움직임도 정확히 겨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는 해군에서 연구하다가 사이러스라는 무기 회사가 완성시켜 러시아 마피아에 밀매하려는 것을 주인공이 막아내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레이저 뿐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도 간혹 레일건이 등장하며, ‘매트릭스’에 나오는 무기도 일종의 레일건이라 볼 수 있다.

레일건이란 두 레일(전선) 틈에 전류를 흘려보낸 뒤 그때 발생하는 전자기력으로 레일 사이의 총알이나 포탄을 발사하는 방식의 무기로서, 활주(滑走) 레일을 이용한 전자포(電磁砲)라 할 수 있다. 즉 레일건은 화약을 이용한 가스폭발로 추진력을 얻는 기존 총포의 한계를 전자기력으로 극복한 것으로, 입자가속총 또는 전자장 발사기라고도 불린다. 마치 자기부상열차가 레일을 따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처럼 총알이나 포탄이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따라 초고속으로 발사된다.
레일건은 아직 실전에서 사용된 적은 없지만, 미국, 영국 등이 실제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무기의 하나이며, 일명 ‘극악(極惡)의 무기’라고도 불린다. 이들 국가들은 최근 레일건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며, 2020년에서 2025년 사이에 각종 레일건들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레일건이 재래식 총포에 비해 여러 우수한 장점들을 지니는데, 특히 초고속으로 발사되는데다가 에너지와 파괴력이 엄청난 수준이다. 또한 작은 총알뿐 아니라 크기가 제법 큰 포탄도 초음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적진에서는 발사 사실을 알기 어렵고, 야간에 발사해도 빛이 생기지 않으므로 마찬가지로 적진에 숨기기가 용이하다. 파괴력과 성능 뿐 아니라, 화약이 필요 없으므로 운반이 쉽고, 전류의 양으로 무기의 위력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등, 운용 면에서도 편리한 점들이 많다. 다만 레일에 흐르는 전류에 의해 발생한 열(熱)이 레일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는 점 등이 실전 배치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매 회마다 각종 화려한 첨단무기들이 등장하는 고전적인 영화로는 ‘007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핵무기와 군사위성 등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 007 요원의 활약상이 단골 주제이고 때로는 유치하거나 황당한 수준의 장면들도 더러 있지만, 007 시리즈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첨단의 새로운 과학기술들을 신형 무기에 차용하기도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태양광선을 이용한 무기, 전자폭탄으로 무장한 전투용 군사위성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지나치게 악의적이고 비현실적 묘사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었던 007 시리즈 20탄 ‘007 어나더데이’(Die Another Day; 2002)에서는 이카루스라는 태양 광선을 이용한 가공할 신형 위성무기가 나온다. 꽤 오래 전에 개봉된 9번째 007 시리즈로서, 중국과 동양을 주무대로 한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 1974) 역시 제목에 나오는 황금총이라는 황당한 개인화기보다는 태양열 에너지를 범죄 집단이 무기로 이용하려한다는 대목이 좀 더 관심을 끈다.
이들 영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와 같은 태양광 무기의 경우, 인공위성에 거울 등 반사판을 부착시켜 특정 목표물에 태양빛을 집중시켜 파괴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거의 무한한 에너지라 볼 수 있는 태양광을 이용한다는 면에서 미래 우주무기로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개발 단계인 것은 아니고 구상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태양 에너지 무기가 나오는 다소 엉성한 구성의 두 시리즈물과는 달리, 실현 가능성이 보다 큰 신무기를 소재로 하고 영화적 구성도 훨씬 그럴듯한 007 시리즈물로서는, 17번째 작품인 ‘007 골든아이(GoldenEye; 1995)’이다. 미남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로 처음 분한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미국과 구소련간의 냉전이 와해되고 공산주의 정권들이 종말을 맞으면서 정치적 양상이 급변하는 20세기 말이다.
러시아에 본거지를 둔 유럽의 마피아가 새로운 범죄조직으로 등장하여 전 세계적인 사회경제적 혼란과 폭력을 유발하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기존의 핵폭탄을 대체할만한 가공할 위력의 신형 무기를 손에 넣으려 하지만, 제임스 본드가 이들의 본거지로 침투하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각종 첨단무기를 갖춘 새로운 범죄조직과 007과의 대결이 화려한 액션과 함께 숨가쁘게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골든 아이라 불리는 신형 폭탄이다. 이는
구소련과 미국이 냉전시대에 함께 개발했던 첨단의 비밀무기로서, 이를 폭파시키면 상대국의 레이더망이나 전자회로를 가진 모든 장비와 무기를 단번에 마비시킬 수 있는 신형 무기이다. 이처럼 엄청난 위력을 가진 골든아이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영국은 러시아 내부인사 중 반역을 꾀하는 자의 소행으로 보고, 러시아는 도리어 영국이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범인은 유럽의 마피아들이며 그들의 두목은 국제 무기상인인데, 그는 바로 과거 007 제임스 본드와 생사를 넘나드는 작전을 함께 했던 파트너 006이었다는 설정이다.

영화에 나오는 골든아이처럼, 강력한 전자기펄스를 방출하여 수많은 전자 장비들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무기가 실제로 존재하며, 제한적이지만 이미 실전에서도 사용되는 단계이다. 위성 탑재용으로 이용될 수 있는 HPM시스템은 일명 전자폭탄(E-bomb)이라고도 불리는데, 레이더나 TV에 사용되는 파장 1m 이하의 전자파를 특정지역에 순간적으로 다량 방출시켜 해당지역의 모든 전자 장비를 파괴할 수 있으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지상, 해상, 그리고 공중의 모든 적진의 장비를 일거에 마비시킬 수 있다. 특히 현대전에 있어서 전자전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면서 모든 군사장비에 첨단의 전자장비들이 도입되고 있는 추세이므로, 이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HPM 무기의 확보도 그만큼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광범위한 지역에 위력을 지니는 전자기 펄스 무기의 경우, 자칫하면 적군의 전자 장비뿐만 아니라 아군까지 뜻밖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위성에 탑재하여 폭파시키는 전략무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규모의 전자기 펄스 무기나 이와 비슷한 방식이 이미 실전에서 사용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즉 적의 전자기술을 교란시키고 파괴하기 위한 전자기 펄스가 지난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첨단 신무기들이 화려하게 선보이는 SF영화 시리즈로서 ‘스타워즈(Star wars)’를 빼놓을 수 없다. 거장 조지 루카스가 감독한 이 영화는 서두에 항상 “오랜 옛날 머나먼 은하계에서... (A long time ago in a gallaxy far, far away)" 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것이 인상적인데,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숱한 매니아들을 낳은 바 있다.
1977년에 첫 작품이 나온 이후, 이제는 전작인 프리퀼 3부작까지 모두 6편의 시리즈 상영을 마친 스타워즈에서는 각종 로봇무기와 전투용 우주선을 비롯해서, 레이저 무기, 광선검 등 여러 종류의 첨단 무기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중에는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황당한 것들도 적지 않다.
특히 모든 스타워즈 시리즈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제다이 기사들의 개인 무기인 광선검인데, 사실 이와 같은 무기는 과학적 원리로 볼 때에는 존재하기 어렵다. 레이저빔으로 추정되는 광선이 칼날을 형성하고, 쓰지 않을 때에는 칼의 손잡이 부분에 저장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레이저를 비롯한 빛이 직진하다가 멈추면서 특정 길이에만 집중 분포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광자로 구성된 레이저빔이 서로 부딪힐 경우, 그냥 통과하지 않고 마치 쇠로 된 칼날처럼 맞서며 힘을 지탱하는 장면들도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에 구현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해 보인다.

다만 레이저 무기 중에 현실적인 가능성이 매우 큰 것들도 있는데, 첫 번째 시리즈물에 나오는 가공할 위력의 레이저 포가 대표적이다. 즉 악의 편으로 나오는 은하 제국군이 우주 공간에 건설한 강력한 우주기지 '죽음의 별(Death Star)'에서 강력한 레이저 포를 발사하여 레이아 공주의 고향이었던 평화로운 행성 하나를 순식간에 파괴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 수준에서 행성 하나를 통째로 파괴할 수 있는 위력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강력한 레이저빔을 발사하는 포는 미래의 첨단 신무기로 이미 실전 배치 단계이다.
특히 지난 1980년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시작한 전략방위구상(SDI)은 일명 스타워즈 계획으로 불리면서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는 미국 영토를 목표로 발사된 적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BM)이나 핵탄두를 인공위성에 탑재한 초강력 레이저 포 등으로 요격하여 조기에 파괴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스타워즈 계획은 막대한 비용 뿐 아니라, 너무 황당하다는 비판마저 들은 바 있으나, 이후 클린턴, 부시 정부에서도 진행되어 현재의 국가미사일 방어체제(NMD)로 이어진 셈이다.
미국은 관련 기술들을 발전시켜 최근에는 레이저 빔으로 탄도 로켓을 공중 폭파하는 시험을 성공했다고 하는데, 이는 구소련, 중국 등을 비롯한 전 세계 열강들의 우주전 참여를 촉발시키고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도 적지 않다 하겠다.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 양진 ()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인터넷과 잡지 등등에서 잊을만 하면
    한번씩 기획되어 나오곤 했던 '영화 속의 과학적 오류' 류의 글들에서
    숱하게 제기되었고 반론된 바 있던'광선검 레이저 불가능설'을
    2008년에 쓰신 이 글에서 굳이 또다시 등장시키실 필요가 있었을지는 의문이군요.
    솔직히 말씀드려 이 점은 자료조사의 부족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스타워즈의 광선검은 문자그대로 Light Saber일 뿐
    레이저를 이용한다고는 어디에도 나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필자분들이 이것을 레이저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레이저가 이러저러하게 되는 것들은 여차저차하기때문에 과학적 오류이다'
    라는 결론을 내버리고 마시더군요.

    그렇지만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닙니다.
    루카스 필름에서 밝힌 공식적 정의에서는 광선검을
    "안에 크리스탈과 배터리가 들어있는 단순한 기계, 날부분은 에너지 덩이"
    라고 한다더군요. 레이저로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단순한 빛이 아닌 기(Force)로 생성해낸 '에너지 덩이'와 같은
    모호한 표현으로 광선검 설정을 설명했고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를 의도적으로 남겨 놓은 겁니다.
    플라즈마로는 광선검이 충분히 구현 가능할 거라는 설명 또한
    관련 글들에 대한 반응에서 이미 수차례 나온 이야기에요.

    지금의 시점이라면 광선검을 해묵은 레이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꺼내놓기보다는
    차라리 플라즈마를 공기중에서 제어해 이용하는 무기에 대한
    가능성/불가능성이라는 축면에서 사용하시는게
    훨씬 교양과학적으로 재미있고 유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뭐랄까 ()

      학부시절 광선검의 원리를 나름의 논리로 설명해봐라 라는 과제가 생각나네요..
    그때 제 생각은 손잡이 부분에 열팽창 계수가 아주 큰, 혹은 한쪽 방향으로만 팽창하는 구조의 물질이 채워져 있고( xxxxxx@ 가제트 만능팔 처럼)
    제다이는 포스라는 에너지로 그 물질을 작동 ( 혹은 눈에 안보이게 빠르게 비벼서 가열 ㅡㅡ; 한다던지 ) 하는 방법으로 라이트세이버가 길어지고 빛이나고 충돌하며 고온이기에 빛도 난다고 설명했었습니다.
    영화는 영화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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