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과 원격 이동은 가능할까?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8-05-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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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들을 보면, 상당한 시간적, 공간적 장벽을 뛰어넘어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이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또한 시간여행 등을 주요 소재로 한 영화들도 적지 않다.
시간여행은 유명한 SF작가 허버트 조지 웰즈가 1895년에 발표한 소설 ‘타임머신(The Time Machine)’에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웰즈가 제시한 타임머신은 사람이 탄 물체에 광속보다 빠른 회전운동을 일으켜 4차원 공간의 시간 축으로 밀어서 과거 혹은 미래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타임머신은 그 이후 숱한 SF영화와 TV 시리즈물 등에서 등장한 바 있는데, 비교적 최근에 원작에 가깝게 영화와 된 것으로는, 2002년도에 소설과 같은 이름으로 나온 것이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알렉산더 하트겐(가이 피어스 분)은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믿는 과학자이자 발명가인데,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를 잃고 세상과 격리된 채 과거를 바꾸기 위해 타임머신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 그는 갖은 고생 끝에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과거로 돌아갔으나, 거기에서도 엠마는 자신 앞에서 죽고 마는 등, 과거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미래에는 뭔가 해답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2030년 미래로 가서 엄청난 자료와 지식을 지니고 있는 슈퍼컴퓨터를 만나기도 하나, 별 해답을 얻지 못하고 현재 세계로 복귀하던 중 잘못되어 80만년 후의 미래로 떨어진다. 미래의 사회는 빛의 종족 엘로이 족과 이들을 사냥하는 어둠의 종족 머록 족으로 나뉘어져 대치하는 세계인데, 알렉산더는 이들 사이의 싸움에 휘말리며 모험을 겪게 된다.
이 영화는 원작소설의 문제의식을 나름대로 조명하고 있는데다, 감독인 사이먼 웰즈가 바로 원작 소설가 조지 웰즈의 증손자라 해서 관심을 끌었는데, 흥행 성적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평단으로부터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으로는 ‘백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를 들 수 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 마이클 J. 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 등이 주연한 이 영화는 1985년에 첫 편이 나온 후, 그 인기에 힘입어 1989년에는 2편이, 1990년에는 3편이 선보인 바 있다.
첫 편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 분)는 평범하고 명랑 쾌활한 고교생으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괴짜 발명가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 분)가 스포츠카를 개조해서 타임머신을 만드는데, 브라운 박사가 테러범들의 총에 맞는 뜻밖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위험에 처한 마티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 부모님을 만난 마티는 어머니가 미래의 아들인 자신을 좋아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무사히(?) 결합시켜 자신의 존재를 지켜내게 된다.
이 영화는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우울한 분위기나 무거운 주제의식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10대 청년이 괴짜 발명가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신나는 모험을 펼치는 밝고 경쾌하며 코믹한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는데, 그래서 더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SF영화 답게 여러 특수효과도 눈여겨 볼 만한데, 타임머신이 빠른 속도에 빠져들 때에 일으키는 불꽃 장면이나, 시간여행을 상징하는 시계탑에 벼락이 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SF영화에 나오는 이러한 시간 여행이 실제로 가능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공간 개념이나 웜홀 등의 최신 우주론을 들먹이며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SF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즉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시간여행에 관한 고전적이고도 유명한 부모 살해 패러덕스, 즉 “어떤 사람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살해했다면 그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아무도 만족할 만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논리학과 물리학의 기본 원리인 인과율(因果律; causality)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여행 못지 않게, 상당히 멀리 떨어진 거리 등을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공간이동’ 또한 여러 SF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스타트렉(Star Trek)을 들 수 있는데, 1966년에 TV 드라마로 처음 등장한 이후 6번의 TV 시리즈와 11번의 영화가 지금까지 선보인 바 있다.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매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트렉 시리즈는 머나먼 우주에서 다양한 외계인들과 조우, 낯선 곳에서의 모험,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통한 초광속 비행 등 볼거리가 대단히 많다.
그중에서도 승무원들을 순식간에 먼 곳으로 이동시키거나 우주선으로 다시 귀환시킬 때에 이용하는 공간이동장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승무원들이 가슴의 버튼 부분에 손에 대면서 이동하는 공간이동의 설정은, 실은 제작진이 단거리용 우주선 세트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제작비를 아끼려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다른 SF영화들에서도 비슷한 것들이 차용된 바 있으며, 순간적인 공간이동이 과학적으로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순간적인 공간이동이 등장하는 다른 영화로는 2000년에 개봉된 ‘배틀 필드(Battlefield Earth)’가 있다. 존 트라볼타 등이 주연한 SF 액션물인 이 영화는 서기 3000년, 외계인 종족의 침략으로 식민지로 전락한 지구에서 인간들의 생활상 등을 그리고 있는데, 순간이동장치 등을 통하여 탈출한다는 내용 등이 나온다.
공간이동 실험을 하던 과학자가 실수로 인하여 끔찍하게도 파리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영화 ‘플라이(The Fly; 1988)' 역시 공간이동 장치가 주된 소재로 나온다. 1958년에 첫 영화가 나온 후 리메이크 작과 속편이 나온 이 영화에서는 단순한 공간이동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컴퓨터를 통한 기기의 작동과 이동 대상 물체의 분자들을 해체하여 전송한 후에 다른 쪽에 복원하는 과정 등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전송기라는 것을 발명한 주인공 세드 브런들(제프 골드브럼 분)은 이를 믿지 않는 여기자인 로니(지나 데이비스 분)를 데려와, 그녀의 스타킹을 한쪽 전송기에 넣고 다른 쪽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놀라운 현상을 보여준다. 이후 로니와 연인 관계가 된 주인공은 생명체의 공간이동 실험도 추진하는데, 살아 있는 원숭이를 통한 실험을 성공시킨 주인공은 결국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공간이동 실험을 하게 된다.
실험이 성공했다고 생각했으나 이후 자신의 신체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는 것을 깨달은 그는 전송 당시의 컴퓨터 기록을 확인한 끝에, 자신의 신체가 전송기로 들어온 파리와 함께 전송되어 같이 합성되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흉측한 모습의 거대한 파리로 변하여 비극적인 최후를 마치게 된다.

공간이동을 소재로 한 가장 최근의 영화로는 얼마 전에 국내에서도 개봉한 ‘점퍼(Jumper; 2008)’를 들 수 있다. 신예 SF작가인 스티븐 굴드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덕 라이만이 감독한 이 영화는, 뉴욕, 도쿄, 로마, 이집트 등 원하는 곳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점퍼’들의 활약과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된 ‘팔라딘’과의 수천 년에 걸친 쫓고 쫓기는 싸움을 보여준다. 공간이동에 대한 과학적인 묘사보다는 화려한 액션이 주요 볼거리인 이 영화는 평단으로부터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듯하다.

그렇다면 이들 영화에 나온 순간적 공간이동 즉 ‘원격전송(teleportation)’은 과학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예전과는 달리,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부분적으로나마 원리적으로 가능한 수준이 있다고 여겨진다. 또한 광자나 원자 단위의 원격 이동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과 논문 발표가 최근 네이처 등의 주요 과학저널에 잇달아 실리고 있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치부되었던 이같은 관념은 1993년부터 미국 IBM의 찰스 베넷 등의 과학자에 의해 '양자 원격전송(quantum teleportation)' 이론으로 정립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빛 에너지를 이루는 광자(photon) 혹은 일반 원자의 양자정보를 순식간에 원격 전송하는 실험에 실제로 성공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양자 원격전송이란 전송 대상 물체나 원자, 분자 등을 통째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고, 그 물체를 이루는 기본 정보인 양자역학적 정보들을 전송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만약 사람의 몸을 이루는 정보들을 전송하자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 대해서는 물리학자 로렌스 M 크라우스가 1995년에 낸 교양과학 베스트셀러 ‘스타트렉의 물리학’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즉 인간 신체의 정보를 전송하자면, 그 설계도라 할 수 있는 DNA 정보뿐 아니라, 이를 이루는 원자 단위의 정보까지 모두 전송해야할 것이다. 인간의 몸은 대략 10^28 개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원자들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려면 현행 PC의 하드디스크 용량을 고려할 때에 무려 은하계 전체를 메울 만큼 쌓아 놓아야할 정도라고 한다. 또한 이 정도의 정보를 전송하려면 현재의 전송기술 수준으로는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인체 정보의 구성과 저장, 전송부터가 불가능한 셈이다. 또한 앞으로 정보 처리 및 전송 등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정보의 전송은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남는다. 즉 전송을 위하여 인체를 이루는 입자들을 원자 수준 이하로 해체하기 위하해서는, 그들을 단단히 결속시키는 결합 에너지 이상의 막대한 에너지를 투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는 추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에너지 양일뿐 아니라, 더구나 해체된 입자들을 전송하기 위하여 가속하는 데에 드는 에너지 역시 별도로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성공적으로 전송했다고 해도, 이후 다시 사람 몸의 형태로 결합하는 문제도 적당할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원격 전송이란 광자나 일부 원자 수준에서의 전송 실험은 가능할지 몰라도, 사람을 순식간에 이동시킨다는 것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 맑고밝게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의 공간이동 관련 내용은 EBS 미래포럼2050 4월 19일(8회) 방영분('순간이동, 현실가능성은?')에서 논의되었던 내용과 상당히 유사해 보입니다. 당시 고등과학원 김재완 교수, 서울대 정현석 교수, 과학 칼럼니스트 이종호 박사가 출연해서 과연 사람은 공간 이동이 가능할까,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등 심지어 인용된 영화까지 비슷한 내용과 결론의 논의를 전개했습니다. 예를 들면 “순간적 공간이동”이라는 말도 김교수와 정교수가  각각 teleportation이라는 단어의 번역으로 “순간이동”과 “공간이동”을 선호한다는 말을 듣고 진행자 송지헌 아나운서가 “그럼 저는 순간적 공간이동이라고 하겠다”고 농담조로 제안했던 말입니다.  제가 그 프로그램 제작자는 아니지만 만일 그 방송을 보셨다면 reference를 언급해 주시는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최성우 ()

      제 글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그런데 윗글을 제가 산업기술재단에서 내는 '기술과 미래'라는 격월간지 3,4월호에 냈던 글입니다. (제가 이곳 웹진에는 좀 늦게 올리긴 했지만) 즉 올해 3월 초에 이미 활자화되어 배포되었던 것이지요. 

    EBS 미래포럼의 해당 방송 프로그램은 제가 보질 않아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맑고밝게'님 말씀이 맞는다면 도리어 해당 프로그램에서 제 글을 reference로 언급을 했어야 옳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최성우 ()

      그러고보니 잡지에 제 글이 나간지 얼마 후에 EBS 작가란 분이 제게 연락을 해서 시간/순간이동, 어쩌고 저쩌고에 대해 묻고 출연을 타진하는 듯 했는데, 작가 분이 약간 황당한 쪽으로 (좀 사이비과학 틱하게...^^) 개념을 잡고 있는 듯 보여서 몇마디 조언해 주면서 다른 분들 알아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 맑고밝게 ()

      아, 선후 관계가 그랬군요. 명확히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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