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조우할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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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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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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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이나 영화에서 외계인(外界人; extra terrestrial), 즉 먼 우주로부터 온 지적인 고등동물 역시 단골 메뉴의 하나이다. 이를 주제로 하거나 일부 장면에서라도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이다.
외계인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는 1982년에 만들어져 처음 개봉 당시 영화사상 최대의 흥행 수익을 올린 바 있는 스필버그 감독의 ET(The Extra-Terrestrial; 1982)를 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SF일뿐만 아니라, 외계인과 지구인 소년과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린 판타지 가족 모험 영화로서 전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이 영화가 만들어진지 20주년이 되는 2002년에 왕년의 인기를 바탕으로 재개봉되기도 하였다.
300만 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온 외계인 식물학자 ET(이티)는 지구 탐색을 위해 착륙했다가, 식물 채집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우주선을 타지 못하고 낙오되어 동료들과 헤어지게 된다. 지구인들에게 쫓기던 이티는 소년들의 도움으로 그들의 집에 숨어들어 지내게 되는데, 이티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신음할 무렵 그를 추적해 온 당국은 이티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그를 치료하면서 한편으로는 실험용으로 관찰한다.
그러나 끝내 이티의 병이 회복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이 포기하고 이티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외계인의 우주선에서 보내진 전파에 의해 이티는 다시 살아나게 되고, 이티의 소년 친구들은 우주선 착륙 장소에 몰래 이티를 데리고 가서 동료 외계인들과 함께 무사히 귀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탈출하는 이티와 소년이 보름달을 가로지르며 자전거로 하늘을 나는 장면은 영화사에 빛나는 명장면으로 꼽히면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또한 이티의 소년 친구 중 하나와 이티가 끈끈한 우정뿐만 아니라 텔레파시로 교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면서, 이티가 아프면 그 소년도 함께 고통을 겪는 장면 등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준다.

영화 ET의 외계인은 작은 키에 배가 볼록한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기는 해도 전혀 폭력적이지 않고 친근한 인상인데 반해, 다른 SF영화들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매우 거칠고 험상궂은 이미지이거나 무서운 괴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처럼 폭력적인 외계인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SF영화로서 높은 수준을 지닌 작품들이 드물고, SF의 외관만을 빌린 액션 혹은 전쟁 영화인 경우도 많다.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이리언(Alien; 1979)은 공포의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로서 여러 차례 속편과 아류작들이 만들어진 바 있다. SF명작들을 많이 남긴 리들리 스코트가 첫 작품의 감독을 맡은 이후, 시리즈 속편은 제임스 카메룬 등 다른 감독들이 연출하면서 오랫동안 공포, 스릴러 외계인 영화로서 인기를 누려 왔다.
외계로부터 광물과 자원을 싣고서 지구로 귀환 중이던 우주 화물선이 미지의 발신 전파를 포착하고 어느 행성을 탐사하는데, 거대한 계란 모양의 물체를 조사하던 중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이 외계생물은 새끼를 인간의 몸 속에 부화시켜서 인간세포로부터 양분을 빨아들여 기생할 뿐 아니라, 우주 화물선의 금속 선체를 녹일 수 있는 산성피를 가진 끔찍한 존재로서 우주선 대원들은 이 에이리언과 사투를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롤런드 에머리히 감독의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1996) 역시 매우 폭력적인 외계인들이 등장하는 영화이다. 다른 외계인 영화에서도 자주 주연을 맡은 윌 스미스, 미국 대통령 역의 빌 풀만 등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지구 정복을 목적으로 가공할 위력을 지닌 거대한 비행체를 몰고 온 외계인들이 뉴욕, 워싱턴 등 여러 도시와 백악관 등 주요 기관들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면서 전 지구인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데,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구의 독립’을 위해 혈투를 벌여 천신만고 끝에 이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스스로 전투기를 몰면서 외계인에 대항하는 것으로 묘사된 인디펜던스 데이는 이러한 지나친 미국식 영웅주의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에이리언, 인디펜던스 데이 뿐 아니라, 다른 SF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을 잘 살펴보면, 생김새가 상당히 엇비슷하고 공통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즉 폭력적인 외계인들의 모습은 상당수가 ‘문어’와 비슷한 외형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영국의 SF작가인 조지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898년에 출판된 조지 웰즈(G.H.Wells; 1866-1946)의 SF소설 우주전쟁에서는 화성인의 모습이 처음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인간보다 지능과 문명이 발달한 화성인이 무서운 무기를 가지고 지구를 침공한다는 내용의 이 소설에서, 웰즈는 화성인은 고도로 지능이 발달했기 때문에 머리가 매우 크고, 또한 화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작기 때문에 몸이 휘청거릴 것이라고 생각하여 문어와 비슷한 모양의 화성인을 창조했던 것이다.
소설 우주전쟁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TV 시리즈 등은 그간 자주 제작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숱한 SF영화들에도 외계인의 외모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쳐왔다. 화성인이나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상당수의 SF영화들이 우주전쟁의 아류작이라 해도 그리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매우 최근인 2005년에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2005)이 SF영화 팬들의 관심 속에 리메이크되어 선보인 바 있다. SF적 측면 뿐 아니라 평범하고 무기력하던 이혼한 중년 남자의 가족 사랑이라는 애틋한 가족영화로서의 요소도 부각시킨 바 있으나, 이 영화 역시 기본적인 개념과 줄거리는 원작 소설에 비교적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에 나온 SF잡지의 표지에 소개된 우주전쟁의 장면과 2005년도 개봉 영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화성인들이 타고 온 공격 무기체인 트라이포드가 최신 영화에서는 훨씬 세련된 모습을 갖추면서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고 오래 전에 묻혔던 것이 땅에서 나온 다는 설정이 약간 다르고, 현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주인공이 말이 아닌 자동차를 타고 도망간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고출력 레이저 비슷한 무서운 살인 광선을 쏘아대고 긴 촉수로 사람들을 탐색하거나 감아올리는 장면은 거의 똑같을 뿐 아니라, 결국 화성인들은 지구의 바이러스와 세균에 내성을 갖추지 못한 탓에 이들에 감염되어 절멸하고 만다는 결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레이저(LASER)가 1960년대 이후에 발명되었고 더구나 무기로 쓰일 정도의 고출력 레이저는 매우 최근에나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SF사상 불멸의 명작으로 꼽히는 우주전쟁 원작소설의 가치와 작가 조지 웰즈의 상상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화성에 SF영화에서처럼 고등의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미생물 정도의 수준이더라고 현재 혹은 과거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과 그 흔적에 대한 탐사는 여러 화성 탐사선 등을 통하여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화성뿐만 아니라,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Europa)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세기 초에 갈릴레이가 발견한 목성의 4개 거대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는 일찍부터 관심을 받아왔는데, 많은 과학자들은 화성보다도 유로파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여기고 있다. 저명한 SF 작가인 아서 클라크는 1980년대 초에 쓴 장편소설 ‘2010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을 가상한 내용을 담았다.
이 소설은 중국의 유로파 탐사선이 연료 재급유차 유로파의 대운하 옆에 착륙했다가 조난을 당하게 되는데, 유로파의 물을 연료탱크에 채우려던 중국 우주 탐사팀은 정체불명의 유로파 외계생물과의 충돌로 우주선이 완파되면서 모두 사망한다는 내용이다. 그 와중에 중국 우주선의 마지막 생존자는 극적으로 “유로파에 생물이 있다. 다시 반복한다. 유로파에는 생물이 있다.” 는 최후 통신문을 지구에 타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972년과 1973년에 각각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는 목성과 토성 탐사의 임무를 마치고 태양계 밖으로 머나먼 우주여행을 떠났는데, 이 우주선에는 지구인 남녀의 나체상, 수소원자의 구조, 파이어니어호의 궤도 등이 알루미늄 판에 새겨진 그림엽서가 실려져 혹 만날지도 모를 외계인에게 지구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977년에 발사되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탐사를 차례로 마치고 1989년에 태양계 바깥으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난 보이저 호 역시 지구의 여러 가지 소리가 녹음된 매체를 담고 있다.

외계의 생명체를 탐사하는 노력은 우주선 발사 뿐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이루어져 왔는데, 1960년대부터 미국의 국립전파천문대에서 진행해온 ‘오즈마 플랜’이 대표적이다.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즉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계획의 효시가 된 이 프로젝트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이름을 따와서 우주에 많이 분포해 있는 수소의 21cm파를 연속적으로 수신하면 외계의 고등생명체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추진되었다.
외계인이 존재할 확률을 계산하는 방정식인 ‘드레이크 방정식’을 제안한 드레이크 등이 태양과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지구로부터 약 10광년 정도 떨어진 별들을 대상으로 하여, 지름 26cm의 접시안테나를 갖춘 전파망원경으로 수신 전파를 조사하였으나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그 후로도 여러 별들에 초점을 맞추어 외계의 전파신호를 수신하거나 지구에서 전파를 발사하는 방법으로 SETI 연구를 진행해 왔고, 아직까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확증을 얻지는 못했으나, 이 계획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일반 사람들의 유휴PC를 연결하여 이용하는 이른바 P2P 방법까지 동원하여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SETI 연구를 주제로 한 빼어난 SF영화가 바로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Contact; 1997)’이다. 이 영화는 대중적인 과학저술가로도 잘 알려진 저명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칼 세이건 스스로도 생전 SETI에 큰 노력을 기울였을 뿐 아니라 이 영화에도 꼼꼼하게 자문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무선통신 HAM 등을 통하여 미지의 상대와의 교신을 기다려온 영재 과학소녀가, 대학을 졸업한 후 천문학자가 되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찾아내는 것을 궁극적 삶의 목표로 하여 열정적으로 매진한 끝에, 결국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 외계인과 조우하여 대화를 나눈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여러 과학자들이 자문한 덕에 SETI 계획 및 천문대의 모습 등 과학적으로 볼만한 것들이 많으나, 사소한 ‘옥의 티’ 장면도 더러 있고 또한 주인공이 지구 시간으로는 불과 몇 초 동안 우주선에서는 무려 18시간이나 외계인과 접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SETI 계획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콘택트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과 우주의 경이로움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 훌륭한 SF영화라 하겠다.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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